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01
열일하는 과금 기사 200화
속칭 [은하철도]다.
‘내가 이걸 타게 되는군.’
당연하지만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부유하기로 유명한 34지구에서도 우주여행을 경험하는 인구는 1%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은하철도의 이용층은 재벌이나 초고위 능력자, 고위 공무원, 장성, 그리고 우주 용병 정도겠지.
[저희 롱기누스7에 새로이 탑승해 주신 승객분들 안녕하십니까.]느닷없는 영언(靈言)에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누가 봐도 승무원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롱기누스7’이 새겨진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존재가 있다.
인간은 당연히 아니다. 장갑까지 걸치고 온몸을 유니폼으로 최대한 꽁꽁 싸맸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드러난 얼굴 부분에는 눈, 코, 입 대신 환한 빛무리만 가득하다.
[롱기누스7의 차장인 빠른 석양입니다. 표 확인 후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아, 저희는 여러 번 이용했으니 막내만 안내해 주면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신지연이 용병증을 꺼내든다. 검은색의 카드에 광택이 번뜩이자, 그녀가 앉은 좌석 주변이 솟구치더니 이내 출입문이 달린 벽으로 변해 공간 분리가 이루어졌다. 하나의 작은 방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 34지구분들이셨군요! 게임신님 짱짱맨! 믿습니다!]빠른 석양 차장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경박한 태도였지만, 말 자체는 진심으로 보인다.
“게임 마스터님의 사제십니까?”
[아쉽지만, 아니요. 다만 퀘스트를 수행 중이긴 합니다! 조만간 사제가 될 수 있을 테지요!]당연하지만 신 중에서도 최상급인 게임 마스터에게는 그를 추종하는 사제들이 존재한다.
‘하기야 내가 바로 게임신의 사도이긴 하지. 리벤지 시스템 때문에 스킬 북도 스텟 북도 없는 야매긴 하지만.’
게임 마스터의 사제는 다른 신의 신관들과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쳐 임명된다. 속칭 ‘전직 퀘스트’라고 불리는 과정으로 그것을 완료해야만 사제로서 게임 마스터의 신성력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신성력과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다.
‘기가스 파일럿들에게 절대적인 신성력이지.’
게임신의 사제들은 다른 신의 성직자와 전혀 다른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평상시보다 기가스를 탑승했을 때 극도의 효율을 보인다.
똑같은 실력의 기가스 파일럿이라도 게임 마스터의 사제냐, 그 등급이 어떠냐에 따라 몸값이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벌어질 정도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차장! 가져온 짐은 화물칸에 넣을게.”
[알아서 척척 감사합니다.]쾌활한 어투로 손을 흔든 빠른 석양 차장은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그의 안내에 따라 내 좌석에 앉았다. 개실 하나의 크기가 보통 기차의 2~3배만큼 큰데 좌석은 6개뿐이니 하나하나의 공간이 꽤 넓다.
“괜찮군요…… 좀 더 좁을 줄 알았는데.”
몸이 푸욱 잠길 정도로 푹신한, 거의 침대에 가까운 좌석에 앉자 빠른 석양 차장이 설명을 시작한다.
[벽은 보이는 레버로 조절하시면 우주를 볼 수도, 영상물을 볼 수도 있게 되는 일종의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리고…….]자리는 꽤 호화롭다. 소파 옆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간식과 음료는 먹는 즉시 바로바로 채워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게임, 노래방 등등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물들을 소환할 수 있는 작은 소환구, 스마트 펫을 둘 수 있는 쿠션까지.
이쯤 되면 객실 좌석이라기보다 작은 호텔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크.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예전엔 은하철도가 우로보로스에서 운행하는 한 개뿐이었는데, 그걸 52개까지 늘리고 공간은 더욱 여유로워졌습니다. 그야말로 게임 마스터님의 은총이라 할 수 있죠.]“아, 네…….”
우주에서 가장 발달한 과학 기술을 가졌다는 캔딜러족 차장은 어지간히 게임 마스터의 빠돌이인 듯하다. 하기야 그러니 노블레스인 그가 열차의 차장을 하고 있겠지.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냥 좌석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격벽을 세워 지금처럼 룸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문 옆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러 주세요.]“네, 감사합니다. 빠른 석양 차장님.”
[그럼 즐거운 여행되시길.]나는 좌석에 앉았다. 테이블 위로 체다가 올라선다.
그대로 배를 두들겨 리벤지를 실행한다.
-아스트랄 채널에 입장합니다.
-현재 입장 인원 : 123명.
리벤지는 유저풀이 그리 넓은 게임이 아니다. 가입자 수나 동시 접속자 수로만 보자면 매출 1위는커녕 10위권에도 못 들어갈 수준.
그러나 그 사실을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소수 정예(?)의 고객에게 집중한다는 뜻이고, 그렇게 굴러 가는 게임이기에 VVIP에 대한 배려가 아주 잘되어 있다.
이면 세계에서도, 아스트랄계에서도 게임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른 사람이 없어서 자동 사냥 돌리기는 좋네. 레이드 보스가 젠 되지 않는 건 아쉽지만…….”
나는 자동 사냥을 돌려 둔 뒤 바르게 앉아 필사를 시작했다.
다른 어르신들은 잠을 자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르데니아에서 먹고 자면 되기 때문이다.
‘요새는 아르데니아 요리도 꽤 먹을 만하단 말이지. 역시 발전은 여유에서 오나.’
나는 쉬지 않고 필사했다.
어르신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단순한 막내가 아닌 초월자이기 때문이다.
지잉.
그렇게 작업을 이어 가는 와중 객실 문이 열린다.
“오! 인간들이네요. 소문의 우주 용병인가 본데요.”
“34지구, 마스터가 몇억 명이 넘는다는 거기지?”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인간과 비교적 흡사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럼에도 아인종이라 부르기는 모호한 존재들이었다.
‘……원숭이?’
세 명의 원숭이는 각기 다른 복장을 걸치고 있다. 동양풍의 하늘하늘한 무복을 걸친 녀석이 하나. 양복에 안경까지 쓰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작은 키에 셔츠에 니트를 간단히 걸친 녀석까지.
개중 양복을 입은 원숭이가 말한다.
“목소리 좀 죽여라. 이것들아. 공공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지 너희 같은 녀석들 때문에 우리 석원족이…… 음?”
차분하게 말하던 원숭이와 눈이 마주친다.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눈이 가늘어진다.
“호오…… 제법.”
“왜 그러세요. 교수님?”
작은 원숭이의 말에 원숭이가 씩 웃는다.
“좋은 걸 봐서. 생체력은 정말 대단하군. 제대로 정립된 지 몇백 년 되지도 않은 학문인데.”
그가 나를 마주 보며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나 역시 마주 고개를 숙여 주었고 그들이 우리 객실을 지나쳐 다음 객실로 넘어간다.
나는 놀랐다.
‘엄청난 강자.’
신화급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천현일 청장보다도 확연히 아득한 감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석원족이랬지?’
흔히 돌원숭이라 불리는 종족이다. 선계 최강의 투신 제천대성 손오공의 일족으로 유명한 그들은 노블레스에서도 꽤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
‘드래곤보다도 보기 힘든 녀석들인데 운이 좋네…… 그러고 보니 다른 객실에는 저런 녀석들이 더 있겠군?’
문득 드는 호기심에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을 죽 훑고 지나간다.
“집사야. 쓰다듬어랑.”
“네, 도련님.”
“집사야. 먹을 걸 바쳐라.”
“네, 도련님.”
소파에 누워 고롱고롱대는 프라야나와 그를 수행하는 집사가 있다.
“오, 또 새로운 강자구려. 과연 우주가 넓다는 걸 알겠소…….”
좌석에 정좌하고 앉아 있는 초월자급 무사가 있다.
“드르렁…….”
몸을 둥글게 말아 잠자고 있는 요정룡, 페어리 드래곤까지.
‘과연 은하철도인가.’
이용객 하나하나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개중 몇은 그냥 돈만 많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조차도 각자의 문명에서 명성이 자자한 유력자일 것이다.
“재미있군.”
굳이 그들에게 말을 거는 대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시작인데 일일이 호들갑 떨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출발 후 30시간.
[다음 역은 레온하르트 제국 루테 행성 입니다. 다음 역에서 내리실 분들께서는 오른쪽 문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립니다. 1시간 4분 51초 후 루테 행성에 도착합니다.]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던 어르신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역시 필사를 멈추고 벗어 두었던 양복을 걸쳤다.
‘빠르긴 빠르네.’
빛의 속도로도 까마득히 오랫동안 날아가야 할 거리를 고작 30시간 만에 주파한다. 이런 게 한 개도 아니고 쉰 개가 넘게 우주를 날아다니니 고작 태양계 하나를 영역으로 하는 34지구의 이름이 전 우주에 울려 퍼지는 것이다.
[워프를 시작합니다. 3. 2. 1…… ]팟!
일행과 함께 공간을 넘는다.
‘다른 문명인가…….’
아르데니아와 지구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나지만 우주로 나와 새로운 영역에 발 디딘다는 것을 꽤 신선한 흥분이다.
다른 별, 다른 문명.
그것은.
쿠콰쾅!
“……뭐야. 워프 사고인가?”
한석두가 당황해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떤 시설이 아닌 엉망으로 파괴된 폐허였다.
“아니. 이 위치가 맞아.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보군.”
톰 홀리데이의 말대로 발아래에는 깊이 새겨진 마법진이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에서는.
쿠구궁!
새까만 강기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작전 시작한다. 스킬 북! [기가스 콜].”
“스킬 북! [기가스 콜].”
“스킬 북! [기가스 콜].”
“스킬 북! [기가스 콜].”
거의 동시에 네 기의 기가스가 나타나 어르신들을 집어삼킨다. 기가스가 공간을 열고 나타나 탑승하기까지의 일련의 흐름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신속한지 웬만해서는 그 탑승을 막을 수 없을 정도다.
[결계 설치를 시작하겠다.]한석두의 인급 기가스 장보고가 대지를 물처럼 가르며 잠겨 든다.
그 옆으로 신지연의 인급 기가스 나이팅게일이 붙었다.
[원거리에서 지원할게.]두 기가스가 땅속으로 사라지자 톰 홀리데이의 인급 기가스 카를로스가 가볍게 한 걸음 물러난다.
[포인트로 잡고 저격을 시작하지.]스스슥.
4미터가 넘는 거인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어느새 남은 건 나와 가츠뿐이었다.
가츠가 나를 보며 말했다.
[다음 열차 시간까지 31시간 30분 11초 남았다. 그 안에 상황을 해결하면 일찍 집에 가는 거고, 놓치면 일주일 넘게 더 있어야 해.]저 멀리 초월자급 몬스터의 기세가 느껴짐에도 가벼운 태도. 나 역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요.”
[좋은 자세. 자~ 드가자~!]쾅!
인급 기가스 카렐린이 벼락처럼 내달린다.
“……역시 어르신들 보통이 아니시네.”
굳이 작전을 짤 필요조차 없다. 그들은 100년 가까이. 어쩌면 100년 이상 싸워 온 전투의 스페셜리스트.
‘신경 쓰지 말고 내 할 일이나 잘하자!’
팡!
나 역시 땅을 박차고 돌진한다.
[으앗?! 빨라!]기겁하는 가츠를 삽시간에 추월해 한걸음에 폐허를 지나치자 좁은 도로와 아기자기한 빌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서 빨리 뛰어!”
“대피소로 이동해!”
외계의 언어들이 용병증의 기능에 의해 통역되어 내 귀로 들어온다.
참고로 통역되지 않은 소리는 이러하다.
“멍멍! 멍멍멍!”
“무에야오오옹!”
“메~!”
“와…… 알고 왔지만 이건.”
도로를 따라 옷을 차려입은 동물들이 달리고 있다.
수인(獸人)이 아니다.
인간처럼 옷을 입고 심지어 인간처럼 두 발로 걷지만 그들의 모습은 완전한 동물의 그것이다.
그것도 다들 작아서 평균 키가 60센티를 간신히 넘을 정도.
‘여기가 우주적으로 유명하다는 휴양 행성 루테.’
속칭, 주토피아.
콰과광!
“하하하하!”
“제길! 쏴라! 계속 쏴! 물러서지 마라!”
“하지만!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온갖 첨단 무기로 무장한 동물 병사들이 마구 폭격을 가한다. 그러나 쏟아지는 레이저 사격도, 몸을 보호하는 배리어도 다 소용이 없다.
“저, 괴물……!”
“어찌 검 한 자루로 저런……!”
군복을 입은 도베르만들이 침음을 삼키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연신 방아쇠를 당겨 레이저를 쏘아내고 있지만, 그 어떤 공격도 호신강기를 넘어서지 못한다.
“파워포스 분들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해!”
“제길! 화력이 부족해! 기가스는 더 없어?”
“다 파괴되었어!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전부다!”
도베르만과 핏불테리어의 대화를 들으며 전진한다.
뒤늦게야 나를 발견한 개들이 깨갱하고 비명을 지른다.
“몬스터!?”
“아냐, 인간이다. 이 식별 코드는…… 우주 용병이다!”
땅을 박찬다. 인벤토리에서 마검 히페리온을 꺼내 들고 귀여운 동물들을 학살하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쩌어엉-!
검강과 검강의 충돌에 대지가 쩍하고 갈라진다.
“큭!? 네놈은 어디에서……!”
강기와 강기에 담긴 힘은 호각(互角). 그러나 육체적 성능, 특히나 근력은 그렇지 않았다.
쿠웅!
검과 검을 맞댄 채 힘 대결에 들어가자 녀석의 몸이 속절없이 밀린다.
나는 몰려오는 기쁨에 활짝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
아주 잘 만났다.
“마검왕.”
히페리온을 한 자루 더 뽑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소켓을 전투용으로 채운 예비용 검을 만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