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1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16화
혼란스러워하는 두 히페리온이 있었다.
“너네 되게 오랜만이다?”
실제로 이 둘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
암흑령 히페리온의 경우는 충분히 이해한다. 녀석은 내 정신을 오염시키려다가 내면세계로 유배된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마검 히페리온은 다르다.
녀석은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내게 말을 전하거나 심지어 마검혼(魔劍魂)이라는 형태로 물질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전혀 그러지 않는 것!
이 녀석은 마치 방구석 폐인처럼 내 내면세계, 정확히는 대기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요새는 녀석의 물리적 본체. 그러니까 마검 히페리온을 꺼내도 전혀 반응이 없을 정도다.
“말 좀 하고 불러! 뭔 일이 나기라도 한 거야?”
과연 마검 히페리온 녀석이 대번에 투덜거린다. 나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너 요새 외부는 아예 안 보는 거냐? 네 본체는 내 내면세계가 아니라 검이야.”
“항상 붙어 있으면 그만이지.”
히페리온은 인벤토리에 있거나, 내 손에 들려 있거나 둘 중 하나라서 녀석이 내 내면세계에서 쫓겨날 일이 없다. 게다가 내 내면세계는 용량과 수준이 보통의 무인과 차원이 달라 요 앙큼한 검령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나 다름없으리라.
“팔자 좋네…… 처음에는 싸우고 싶다, 죽이고 싶다 난리더니.”
“부끄럽게 왜 옛날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땐 그것 말고는 재미있는 걸 몰랐어.”
투덜거리는 히페리온에게는 더 이상 광기에 찬 마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눈앞에 있는 건 소설에 푹 빠진 꼬맹이뿐이었다.
“그래도 슬슬 일해야 해.”
“일?”
의아해하는 히페리온에게 나는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히페리온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검을 조종해라?”
“말하자면 그렇지.”
물론 이기어검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검에 애정과 의념을 쏟아 검령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내 내면세계에서 뒹굴 거리는 검령이 둘이나 있어서인지 검령이 만들어지는 대신 이렇게 연결되었다.
“흠.”
그리고 그런 내 제안을.
“싫어.”
히페리온은 가볍게 거절했다.
“아니, 왜?”
“아니 왜가 아니라. 나 바빠! 읽어야 할 책이 천 권은 훌쩍 넘거든?”
“가끔은 나가서 바람도 쐬고 그래!”
“여기도 바람 잘 불어! 수영도 할 수 있거든?”
“남의 단전을 휴가지 취급하지 말고!”
잠시 티격태격했지만 히페리온의 뜻은 완강했다.
일하기 싫다!
더 놀고만 싶다!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의 꿈을 녀석은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야. 누구는 일하고 싶어 일하니? 하루 8시간이라도…….”
“……!!……!!!”
그때 시커먼 연기가 내 앞으로 튀어나온다.
암흑령 히페리온이다.
“……음?”
마검 히페리온이 방구석 폐인처럼 처박혀 만날 수 없었다면, 암흑령 히페리온은 내 정신을 장악하려다 격리된 쪽에 가깝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암흑령 히페리온은 획득할 때 내면세계에 던져두고 처음이네.’
정령왕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암흑령은 황제급이라도 견디기 버거운 정신 장악 능력을 가졌지만, ‘목적성 없는’ 10층 차크라가 만들어 내는 광활한 내면세계를 어찌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꽤 긴 시간, 심지어 250배율을 건 채 방치해 놓았기에 암흑령 히페리온의 기가 꽤 죽어 있다.
“……!”
“너는 쟤보다 격도 높으면서 왜 말을 못해…… 격을 억지로 끌어올린 부작용인가.”
“……!……!?”
검은색의 연기가 미친 듯이 출렁인다. 내게 뭔가를 전하고 싶은 모양인데 당연히 알 수 없다.
“싸우자고?”
“……?……!?…… ㅠㅠ.”
불규칙하게 흔들리던 연기가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만들어 낸다.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녀석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아, 네가 하고 싶다고?”
“……!……!…… ^0^!”
“오, 방긋.”
피식 웃으며 손을 내민다.
검령의 완성이었다.
* * *
어느새 1년이 지났다.
나는 휴가를 보낸다는 느낌으로 레드후크 영지와 아르데니아를 오가며 지냈다. 오랜만에 플라워나 지성과 시간을 보내거나, 어느새 꽤 발전한 인류제국의 문명과 요리들을 즐기거나, 플레이어들을 모아 무투대회를 개최하거나, 마탑의 세미나를 관람하거나 드워프들이 만들어 낸 기가스를 시연하는 등의 시간.
당연하지만 현실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다.
두 게임 세계를 오가야 할 때 잠깐잠깐 찍은 정도니 기껏해야 십여 초 정도가 지났을 뿐이리라.
핑!
그때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여의보검이 레드후크 영지의 하늘을 가로지른다. 속도는 어마어마해서 어지간한 고위 능력자도 인지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핑!
반대쪽 하늘로 날아간다.
핑!
다시 반대쪽.
“……매일 신나 있네. 사실 자동 사냥을 해 주는 거니 나야 편하다만.”
핑!
여의보검이 동쪽 하늘로 쏘아진다.
핑!
그리고 서쪽 하늘에서 날아왔다.
“또…… 행성을 한 바퀴 돌고 온 건가?”
그냥 내버려 두고 있을 뿐인데 암흑령 녀석 혼자서 강해지고 있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그냥 노는 걸 테지만 결과가 그러하다.
그래도 마냥 날아다니게 둘 수는 없었기에 녀석을 부른다,
“검둥아.”
핑~
“검둥아!”
피잉~!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팟!
여의보검이 내 앞에 내려선다. 일종의 자동 모드였던 여의보검을 이기어검이라는 말 뜻대로 내가 조종한 것이다.
‘문제는 내가 이렇게 조종해도 역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이기어검 특유의 독립성은 검주와 최소한의 연결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것은 연결을 은폐하거나 감추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서 궁극 마법으로도 역추적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
눈앞에 주인 없이 어검 혼자 날아온다면, 괜히 검의 주인을 찾는 것보다 그냥 어검 자체를 파괴하는 게 최선이라는 소리다.
“……! ……-_-++.”
여의보검의 주위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미친 듯 출렁인다.
왜 자기 의지를 꺾고 강제로 조종했냐는 항의다.
“아니…… 네가 불러도 안 왔잖아.”
“-_-++++++++.”
정당한 반론에도 지긋이 이어지는 이모티콘!
결국 눈살을 찌푸린다.
“아니, 이기어검은 원래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거라니까? 너 내면세계에서 몇 년 쉬다 올래?”
“∑(ㅇㅁㅇ)! ㅠㅠ…… ㅠㅠ…….”
“어휴…… 그래 더 놀고 있어라.”
핑!
삽시간에 멀어지는 여의보검을 보며 생각한다.
‘좋아. 이기어검으로 심검도 검강도 쓸 수 있게 되었어. 이 정도면 전력이 2배는 아니어도 1.5배 정도는 증가한 셈이야.’
더불어 이기어검에 대한 감각도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 좀 더 익숙해진다면 여의보검처럼 일종의 [애드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검. 그러니까 암흑령 히페리온이나 마검 히페리온에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봐.]그때 텔레파시 주문이 날아든다.
“흠. 멧인가. 초월자 찍었어?”
[닦달 그만…… 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 찍었다.]고작 1년 만에 이뤄 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과다. 실제로 내 세계로 들어온 초월자 중 초월지경을 복구한 이는 그녀가 처음.
그러나 어째서인지 멧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없다.
‘왜지?’
의문이 들었지만 적당히 넘기고 묻는다.
“하모니와는 이야기 끝났나?”
“그러지.”
사실 이렇게까지 해 줄 의리는 없다.
뜬금없이 게임 속에 1년이나 묶여 있기에는 동민과 나 사이에 그다지 대단한 유대감이랄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럴 만한 가치가 있지.’
그렇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몬스터에게 살해당해 강탈당했던 영혼을 [부활]시키는 것에는.
“하모니.”
[준비 완료했습니다, 폐하.]“그럼 가겠다. 로그아웃.”
말하는 순간 어느새 난 술 마시고 있는 동민의 앞에 앉아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
나는 자연경의 감각을 일깨워 탑의 한편에 위치한. 거대한 수정 속 용황족의 육신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래서.
[금지한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엄숙한, 빈틈없이 깐깐한 목소리와 함께 그 모든 준비가 취소되었다.
“로그인.”
게임에 접속한다. 목표는 아르데니아였다. 멧은 이미 몇 달 전에 이곳으로 넘어온 상태.
고오오오—-
아르데니아의 천원에 위치한 암흑성에는 예전과 다르게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 있다.
레드후크 영지의 복숭아나무를 옮긴 것은 당연히 아니고 우주천마들의 시체를 완전히 소화한 복숭아나무가 만들어 낸 [영원의 도원향] 카드를 아르데니아에서도 사용한 것.
나는 복숭아나뭇가지 아래로 몸을 던져 길드 타워로 들어갔다.
“허억…… 허억…… 쿨럭!”
“하모니! 괜찮나?”
“흐엑…… 헤엑…… 괘, 괜찮습니다. 폐하, 멀쩡합니다.”
전혀 멀쩡하지 않은 얼굴의 하모니 뒤에는 체념한 표정의 멧이 있다.
“역시 이렇게 되는군…….”
“뭐지?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누군가 방해했다!’
그러나 이게 말이 되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지?
당황하는 나를 보며 멧이 말했다.
“명계(冥界)야.”
“……명계?”
육계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이루는 여섯 계의 세상을 뜻하는 말.
그중 첫째는 우리가 흔히 대우주라 칭하는 물질계(物質界)로, 모든 차원을 통틀어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세계다.
둘째와 셋째는 대우주의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모이는 천계(天界)와 마계(魔界).
넷째는 규격 외의 존재, 즉 신들이 거하는 곳으로 34지구에도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신계(神界).
다섯째는 정령계, 환계, 선계 등 다중차원으로 이루어진 영계(靈界).
문제는 마지막이다.
다른 차원과는 기본적인 목적성부터가 다른, 철저히 [도구]나 [기관]으로 존재하는 세상.
창조주가 영혼의 순환을 위해 만들어 낸 죽은 자들의 세계,
명계(冥界).
“그래, 명계. 짐작했던 대로…… 이미 명부(名簿)에 내 이름이 써진 모양이네.”
“그런…….”
솔직히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만해도 [선구자의 가면]으로 몇백 번이나 부활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끼어든 문제라면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러나 멧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랑은 달라. 지금 네가 날 살리려고 하는 건 [그녀]의 권능으로 인한 일이 아니니까. 그 오르페우스나 바리공주가 그랬듯…… 그냥 평범하게 규칙을 우회해 [온전한 부활]을 획책하는 일이야. 태초부터 영원까지 모든 생명체가 끊임없이 시도해 왔고, 또 시도할 일이지.”
“금지한다. 그렇군. 부활을 금지한다 이 말인가.”
만약 이게 정말 명계의 간섭이라면 절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멧의 말대로 불사(不死)와 불멸(不滅)은 태초부터 영원까지 모든 생명체가 추구하는 본능.
합당한 권능과 권한 없이 부활을 노리는 건 황제가 아니라 황제 할아버지라도 안 된다.
명계와 척을 지는 건 상급 신이나 최상급 신조차 난감해 하는 일이다.
“아쉽게 되었네…… 하긴 죽어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대신 이렇게 제2의 삶을 살게 된 것만 해도 운이 좋은 편이지만.”
씁쓸하게 웃는 멧을 보며 허탈해한다.
“아,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네.”
“아니, 어차피 한번은 확인해야 할 문제긴 했어.”
나는 멧을 바라보았다. 인간 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훤칠한 키는 그녀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을 테지만 그녀는 더 이상 용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레드후크 영지 외부에서 수급되는 [용병]이 드래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부활이 무산되었으니 이제 그녀는 내 내면세계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흠.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
“어떤?”
“내 숙소에 머문다고 했지? 내가 써 놓은 유서가 있으니…… 그걸 동민이 녀석한테 전달해 줘.”
그렇게 말하며 멧이 내게 유서의 위치를 전달해 준다. 나는 의아해 물었다.
“유서가 있다고?”
“그래. 아직 발견 안 된 모양이지만 강력한 주문을 걸어 놨으니 언젠가 공개되었을 거야. 내 모든 권한과 재산을 동민이에게 상속하는 내용이지.”
“헐. 그게 가능해?”
어느 정도 몸 상태를 추스른 하모니가 끼어든다. 멧이 웃었다.
“가능하지. 좀 터부시되긴 해도 인간이나 요정족과 결혼하는 용족이 많잖아? 드래고니안에는 그런 선례가 엄청 많아.”
하기야 인간 중에서도 반려동물한테 유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드래곤이 인간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게 불가능할 리 없다.
하물며 개나 고양이랑 달리 인간은 지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던가?
“와! 너 엄청 부자라고 하지 않았어? 나! 나나 30억만 줘봐! 요번에 콘서트 하는데 예산이 너무 부족해!”
“이미 죽었는데 돈을 어떻게 주냐?”
“아니, 용전사한테는 준다면서!”
“그건 이미 만들어 둔 유서를 공개하는 거고!”
어느새 친해졌는지 티격태격하는 멧과 하모니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어려울 것 없지.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온다.
꿀꺽.
그 사이에도 동민이 술을 마시고 있다. 보람은 그 옆에서 조용히 술을 따라주었다.
“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한 쪽으로 이동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정확히 말하자면 거실 한편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하드커버 양장본이 있다.
‘이거군.’
나는 그것을 잡아 펼쳤다.
번쩍!
“웃?”
“뭐, 뭐야?”
느닷없는 섬광에 동민과 보람이 놀라 내 쪽을 바라본다.
유서는 단지 허공에 뜨기만 한 게 아니라 외부로 강력한 메시지 주문을 발동했다. 단지 이 책을 만지는 사람뿐 아니라 천지룡과 드래고니아에도 특정한 정보가 전달되었겠지.
나는 허공에 떠올라 빛나고 있는 책자를 보며 말했다.
“유서로군.”
“유…… 서?”
넋 나가 있던 동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영상이 재생된다는 건 내가 죽었다는 뜻이겠지? 난 왜 죽었을까. 역시 언네임드 때문이려나? 아니면 요새 난리도 아닌 몬스터 때문에? 우주천마라는 괴물 녀석이 장난 아니라던데.]허공에 멧이 나타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아…… 아아…….”
동민은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멧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와 보람 역시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멧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녀와 동민 사이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유산 상속 과정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까지.
거의 30분에 걸쳐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은 멧이 잠시 침묵하다 말한다.
[너를 알아 동민아.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나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도 알고 있어. 하기야 이미 고백을 다섯 번이나 했는데 모르면 미친년이지.]멧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난 드래고니안 태생이야. 동민아. 용들 사이에서 자랐고…… 하위종과 동등한 입장일 일이 없었지. 솔직히 말하면 펫박이 새끼들. 아, 시발. 차별적인 용어지. 게다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또 잠시 침묵.
한참을 망설이던 멧이 말한다.
[아. 이 유서 공개할 일이 영원히 없으면 좋겠다. 그래도 무방비하게 죽는 건 너무 무책임하니까…… 말해 놔야지.]차분하게 늘어놓는 멧의 얼굴이 문득 붉어진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 무서웠어. 말할 수는 더욱 없었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더욱 그렇지.]“멧.”
동민이 멧의 모습을 본다. 멧 역시 동민을 내려다보았다.
[이제야 이걸 말하는 비겁한 나를 용서해 줘. 동민아…… 그래. 나도 널 사랑해.]이제는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멧이 말했다.
[꽤 예전부터.]팟!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끊어진다.
“…….”
“…….”
“…….”
잠시 거실이 침묵에 잠긴다.
투둑.
동민을 본다. 완전히 무너진 얼굴로 동민이 눈물을 쏟아 내고 있다.
그리고 그때였다.
“……뭐?”
“……무슨.”
동민의 몸에서 솟구치는 무지막지한 영기(靈氣)에 나와 보람 모두 놀라 동민을 바라본다.
우르릉—!
동민의 몸에서 울리는 천둥소리.
사방으로 흩어지던 영기가 단숨에 압축되어 영압이 폭증하고—
“아니, 이 타이밍에?”
황당해하는 순간.
오랜 시간 벽에 막혀 있던 용전사는.
마침내 초월의 경지에 올라섰다.
오랫동안 바라고 소망해 왔을.
사랑이 이루어지던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