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16
열일하는 과금 기사 315화
“네! 폐하!”
후다닥 달려가는 스틸스톤을 보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린다.
외부의 초월자가…… 아르데니아에 환생했다.
“아니 뭐 이런 식으로…….”
기가 찬 일이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문제는 아니다.
애초부터 내가 건져 낸 것은 초월자들의 영혼뿐으로 거기에 그들의 육신은 없었으니까.
‘실제로…… 멧의 육체만 해도 현실에 남아 있지.’
이제 중요한 건 하나.
나는 감각을 집중해 새로이 태어난 아이를 살폈다.
“응애-! 응애!”
아이가 울고 있다. 내 아들 지성이처럼 태어나자마자 두 발로 서거나 기운을 집중해 주변을 파악한다거나 하는 기색은 없다.
웅-!
나는 진기를 일으켜 주변 모든 공간을 장악한다.
주변의 모든 마나를 내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자연경의 경지에 오른 내 감각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 나는 가능한 모든 선에서 태어난 아이와 주변 상황을 탐색했다.
‘이건 또 웃기는 상황이네…….’
상황을 파악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억이 소멸된 것으로 보이는군. 마치 평범한 죽음 후 환생처럼…… 이게 정말 소멸인지 봉인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아기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아기의 몸 안에 초월적인 영격(靈格)이 느껴지고 있는 것!
그러나 그것이 이 아기가 초월자라는 뜻은 아니다.
‘영격이 높다고 초월자인 건 아니니까.’
존재의 초월이라는 것은 심(心), 기(氣), 체(體)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극도로 단련된 육신은 아이의 것으로 변하고 정신은 퇴행하였으니, 심기체의 세 다리 중 두 개가 사라진 격이다.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보니까 저 아이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던데.”
“……넌 왜 여기 있냐?”
슬그머니 다가와 말 거는 에드워드를 보며 황당해하자 녀석이 웃는다.
“하하. 폐하도 스틸스톤 아저씨하고 저 사이 아시잖아요? 게다가 쿠거 누님과도 친하니 한 번 와 봤죠.”
별로 신경 쓰지 않아 몰랐는데 서로 친한 모양.
나는 목소리를 낮춰 설명했다.
“초월자의 환생이야.”
“……갑자기요? 어떤 초월자인데요?”
“사실 잘 몰라. 일단 기억을 잃은 걸 확인했지만…… 품고 있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니 여러모로 특별할 거다.”
심법 혹은 서클링을 운용할 지성(知性)이 없어 몸 전체에 마나가 퍼져 있지만 이미 영성(靈性)과 영격(靈格)이 트여 있으니 적당한 수련법을 수련시킨 후 클래스 카드를 안겨 주면 거의 확정적으로 초월지경에 오르게 될 것이다.
“초월지경의 환생이라…….”
뭔가 생각에 잠긴 녀석에게 묻는다.
“그보다 그 돼지는 잘 있냐?”
“아, 저팔계인가 뭔가요? 얌전히 잘 있습니다. 폐하의 심검을 보고 완전히 기가 꺾였더라고요. 통제도 잘 따르고 밥도 잘 먹고 있습니다.”
현재 정단사자는 에드워드가 맡고 있는 상태다. 물론 제 몸도 아닌 스마트 펫에 깃든 에드워드가 황제 클래스의 강자를 컨트롤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녀석의 상태가 워낙 안 좋은 데다 탈출해 봐야 천지룡 내부라는 상황 때문인지 얌전히 있다.
“그래도 그대로 계속 둘 수는 없겠지. 조만간 내가 찾아가 처우를 결정할 거라고 말해.”
“네, 폐하.”
싱긋 웃는 에드워드의 상태를 살핀다.
‘성장이 꾸준하군. 게다가 컬렉션도 어느 정도 완성시킨 덕에 스텟이 아주 준수하다.’
스텟 포인트는 죄다 마나와 마나력에 몰빵했다. 스마트 펫에 빙의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다른 스텟들과 달리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 스텟이기 때문일 것이다.
“로그아웃.”
“로그인.”
현실을 찍자마자 다시 들어온다.
한 번 그랬듯 이번에도 [선택지]가 열린다.
드워프 초월자가 아르데니아에 환생해 남은 영혼은 6개.
‘하위 문명의 쉐도우 드래곤을 꺼낼까? 아냐 말이 통할 놈으로 해 보지.’
운명력의 사슬로 영혼 중 하나를 잡아챈 후 레드후크 영지에 들어선다.
게임 클리어 후 [가장 어두운 절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회차에 의한 초기화가 사라졌으며 DLC 건축물과 아이템, 몬스터가 대거 추가되었다.
무엇보다 리벤지의 신화와 대응되는 [고대] 레벨이 추가되었다.
아쉬운 건 과금이다.
‘아니, 왜! 돈이 있는데 쓰질 못하게 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스템 UI를 아무리 뒤져 봐도 과금 자체가 없다!
아니, 이 게임사는 돈 벌 생각이 없단 말인가? 내가 돈을 쓴다는데 못 쓰게 하다니!!
“강화 재료 떨구는 던전 입장권이라도 팔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영웅들을 고대 레벨로 올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필요 경험치가 미쳐 버린 수준인데다 전직에 온갖 아이템이 다 필요했으니까.
그나마 장점이라면 내 지원이 없어도 신화, 아니 고대 클래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일까.
휘오오…….
레드후크 영지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본디 지하에 심어 두었던 복숭아나무가 거대해져 탑을 타고 올라가다 못해 뒤덮을 정도가 된 것.
복숭아나무가 거대화되며 한 번에 맺을 수 있는 열매의 수가 대폭 늘어났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등급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우주천마 시체 3구를 먹인 결과였다.
‘아. 응룡이 죽인 시체도 얻고 싶었는데.’
그러나 그건 그쪽에서 가져갔다. 아무래도 영원의 도원향 카드를 가진 건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략 한 시간 정도.
그러나 나를 따라왔던 영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가?”
아르데니아는 멸망의 시기를 건너 인류제국이라는 가장 빛나는 시기에 들어섰다.
출산율은 그야말로 역대급!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멸망의 위기를 겪었던 제국민들은 평온과 번영을 맞이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았다.
수인족의 경우 10명 가까이 낳는 경우도 있을 정도고 손이 귀한 엘프와 드워프도 2명 이상씩 낳는다.
종족 간 혼혈도 엄청나게 발생하는 상황.
‘인류제국의 인구가 어느새 5천만이 넘을 정도니 그야말로 매 순간 아이가 태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레드후크 영지는 다르다.
“많이 늘었지만 다 외부 인력이지. 이거 임산부가 있던가? 좀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덜컹. 끼익!
레드후크 영지에 새로운 마차가 들어선다. 내 감각에 뭔가 걸렸다.
“이건.”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마차의 문이 열리고 언제나처럼 그 안에서 용병들이 내린다.
그리고 그 안에.
그 험상궂고 지저분하고 비실비실한 용병들 사이에.
“여기가…… 어디지?”
어리둥절한 표정의 미녀가 있었다.
“좋아.”
절로 박수가 나온다. 이름은 모르지만, 틀림없이 천지룡 출신의 용신족이다.
쿵!
“헛! 영주님.”
“영주님이 내려 오셨다!”
탑에서 내려온 내 모습에 호들갑을 떠는 영지민들을 무시한 채 묻는다.
“날 기억하나?”
“당신, 분명…… 그 사슬로 나를 건져 냈던.”
“좋아. 기억을 가지고 있군.”
아르데니아에서 살아났을 때와는 다르다. 물론 그녀 역시 더 이상 초월자가 아니다.
초월자에 이르렀던 깨달음을 가진 정신(心)과 그만한 영격(氣)를 품고 있지만.
육신(體)은 평범한 인간의 그것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르데니아에서는 아이로 환생하고…… 레드후크 영지로는 적어도 인간의 모습으로 진입한다는 말이군.’
완전한 초월자가 아닌 건 아쉽지만 기억을 지킬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로그인.”
“로그아웃.”
“로그인.”
“로그아웃.”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
나는 불의의 사고로 스틸스톤의 자식으로 태어나 버린 드워프 초월자를 제외한 모든 초월자를 레드후크 영지에 편입시켰다.
개중 몇(특히 쉐도우 드래곤 녀석)은 내 통제에 따르려 들지 않았지만 내가 자연경의 경지를 드러내자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그들이 초월자였을 때에도 어찌할 수 없는 강자인 내게 초월자조차 아닌 지금 대항하는 것조차 불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격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들의 마나량은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 영혼 자체가 품은 마나도 마나지만…… 내 진짜 마력은 드래곤 하트에 있었으니까.”
멧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혼탁한 성질을 가진 [가장 어두운 절망]의 마나가 그나마 안정적인 장소여서라고 한다.
“언제쯤 초월자가 될 것 같아?”
나는 로그아웃을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모니의 [강림] 스킬을 약간 버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활용하면 게임 속 영혼을 현실로 꺼낼 수 있지만……
그건 그 대상이 최소 초월자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작 두 달인데 재촉이 심하네. 이 허접한 육신 키우는 게 그리 빨리 될 리가 있겠어?”
“용중의 용. 드래고니아의 전투 병기 전룡단이면 다를 줄 알았지. 그리고 말했다시피…… 어서 초월자가 되지 못하면 나도 나갈 수 없어. 네 몸이 처분 직전이니까.”
“……그러니까 얼른 초월지경이 되어서 원래 몸으로 돌아가라?”
“그래. 여기도 나쁘지 않은 세계지만 부활하는 게 나을 테니까.”
내 말에 멧의 표정이 가라앉는다. 그녀가 문득 허탈하게 웃는다.
“글쎄. 과연 그렇게 생각대로 잘 될는지…….”
시간이 지난다.
“하하하하! 이 고블린 자식들아! 이 워커맨드 님만 따르면 다 잘될 거라고 했지!”
“워커맨드! 워커맨드!”
“워커맨드 형님 잘생겼다!”
뜻밖에도 첫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던 그림자용 녀석이 레드후크 영지에서 적응을 제일 잘했다. 녀석은 용병들을 데리고 다니며 영지 주변의 던전들을 휩쓸었다.
[영웅]이 아니기에 클래스도, 레벨업도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녀석의 생전에는 뭐 그런 게 있었겠는가? 녀석은 주변의 광기를 끌어 모으는 주문을 개발해 용병들을 던전의 심층까지 끌고 다니는 식으로 통솔. 무리를 만들더니 최후에는 용병 길드 비슷한 단체를 만들어 버렸다.‘잘 적응하네.’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용종 중에서도 방황하거나 하는 녀석들이 없다. 자신들이 이미 죽었다는 걸 명확하게 인지하는 데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음에도 그러하다.
‘하기야 다들 초월지경에까지 이르렀던 녀석들이니 멘탈이 그렇게 약할 리는 없겠지.’
시간이 지난다.
또 시간이 지난다.
나 역시 마냥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현실로는 나갈 수 없지만 아르데니아에 할 일이 쌓여 있었고 극대심검을 가다듬기도 했다.
그러나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역시나 이기어검이다.
고오오오……
호문클루스와 여의주의 융합체. 말하자면 여의보검(如意寶劍)에서 무지막지한 기운이 풍긴다.
“와,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게 진짜 이렇게 되네.”
끊임없이 내 기운을 잡아먹던 여의보검은 마침내 대기(大器)를 완성해 냈다.
그냥 흉내 정도가 아니라, 검 자체에 내 권능. 그러니까 신맥(神脈)과 무한대(無限大)까지 얻게 된 것!
농담이 아니다.
이 검은, 독자적으로 나와 완전히 동일한 내공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게 이기어검이지.’
이기어검은 검주(劍主)와 동등한 업과 격을 지니게 되며, 일단 그렇게 완성되면 검주의 기운을 전혀 소모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로 변한다.
본인과 동일, 아니 어쩌면 더 강한 검이 생겨나니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2배 이상 강해지는 셈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지.’
어검의 수련자들은 긴 시간 공을 들인 검에 의념을 쏟아 검령(劍靈)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그 검령은 그 검에 담긴 역사나 신비 등으로 스스로의 위력을 뻥튀기 시킬 수 있다.
특히나 이기어검으로 초월의 경지에 이른 자들은, 그 검을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게 가능하고.
심지어 그 숫자를 늘려 갈 수 있다.
‘레온하르트 제국에 이기어검 99개를 다루는 미친놈이 있다고 하던데.’
지금의 내게는 심검 한 방에 죽어 나갈 존재에 불과하지만 중간 규모의 전투에서 이기어검 사용자는 대적이 불가능한 존재다.
스스로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검만 날려서 전장을 헤집어 버리는 존재.
검의 주인을 찾아내도 절대 고수이기에 쓰러트리기 쉽지 않고, 만약 그가 은신이라도 하고 있다면 뭘 어쩌지도 못하고 유린되어야 한다.
“자. 그럼.”
여의보검을 잡는 순간.
팟!
나는 내가 내면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역시 이렇게 되나.”
이기어검이 완성되었다.
경지로서의 이기어검은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이렇게 단시간에, 별 고뇌와 깨달음도 없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중요한 것은 응룡 헌원의 여의주는 그 자체로 초월적인 신통을 품고 있으며.
[스스로 완성]되는 이기어검은 관련된 감각을 내게 제공한다는 점이다.“힘은 다 받아들이면서 검령이 왜 안 만들어지나 했더니만.”
짐작하던 상황에 쓰게 웃는다.
나의 내면세계. 내가 전지전능에 가까워지는 그 특수한 공간에는.
[뭐야? 여기가 어디야?] [……?……!?……!?]혼란스러워하는 두 히페리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