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94
열일하는 과금 기사 393화
“이미 오룡이 녀석들이 임신을 해서…….”
“……?”
잠시 주변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근엄한 표정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던 재석이 자신의 턱을 만지작하더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오룡이…… 라는 게 설마 용황 칸을 부르는 말인가?”
“애칭이죠.”
“수십만 년도 넘게 살아온 용족의 황제를…… 오룡이라고 부른다고? 그들 내에선 신과 맞먹는 위상을 지닌 용황을…… 임신시켜?”
잠시 인지부조화가 온 듯 멍하니 중얼거리는 재석의 앞에 준비된 자리로 가서 앉는다.
호로록.
뭔지 모르지만 영약으로 보이는 차도 준비되어 있다. 자연경인 내게 먹힐 리는 당연히 없지만 그럼에도 몸이 따듯해지는 것을 보니 한 잔이 자동차 대여섯 대보다 비쌀 고급품이다.
아삭.
한쪽에 준비되어 있는 과일도 집어먹는 와중에도 재석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회장님?”
“잠깐…… 기다려. 내가 노화가 세게 와서 좋은 것만 보고 들어야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수명이 줄어드니 가만히.”
“아, 그러면.”
“닥쳐.”
“…….”
화가 많이 나셨네.
‘아, 시간이 금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참기로 한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재석이 물었다.
“용황을 사랑하나?”
“감정을 그렇게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요. 다만…… 그런 관계라는 건 틀림없군요.”
“용황도 그렇다고?”
“제가 느끼기로는.”
웅.
대답과 동시에 [진실]의 눈이 빛난다. 당연히 거리낌 없이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아.”
재석이 짧게 한탄한다. 피곤하다는 듯 눈을 꾹 감았다 뜬다.
“그 오만한 용족에게, 심지어 종 차별주의자로 논란이 많던 용황이.”
그리고 또 10분을 가만히 있다.
‘괜찮은 건가?’
아무래도 재석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모양이다. 터질 듯 강맹한 육신과 다르게 그의 정신과 영혼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플라워도 그랬지.’
나는 그녀를 위기와 시련으로 밀어붙였다. 그건 물론 그녀를 초월시키기 위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수명만 깎게 되었다.
잘 자고 잘 먹고 나와, 그리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면…… 아마 그녀는 훨씬 더 오래 살았을 것이다. 황제급 클래스 중에서도 생존성이 가장 좋은 세계수를 가지고 있었으니 더욱 그러하다.
“후.”
그래도 잠시 더 기다리자 혼란에 빠져 있던 재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슥.
그리고 그러더니 슬쩍 고개를 숙인다.
“너무 많은 시간을 뺏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러니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갑자기 존댓말을?”
“관계가 달라졌으면 태도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재석이 말을 잇는다.
“용황과 미래를 약속했습니까? 그렇다면 34지구를 떠나 드래고니안으로 소속을 옮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저는 34지구가 좋기도 하고.”
“하고?”
“임신을 한 게 칸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개새끼야.”
“네?”
“아닙니다…… 아니, 이거 참. 여성 편력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기막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재석이 묻는다.
“혹시 추가적으로 임신한 대상이…….”
“드래곤들입니다. 이쪽은 친분은 없고 거래 관계이지요. 마흔 정도 되는데.”
우르릉—!
강대한 진동이 내 몸을 후려친다. 제대로 맞으면 고층 건물이 흔들리고 우주 함선에 쓰는 특수 장갑도 우그러트릴 위력!
그러나 당연히.
팡.
손을 털어 흘려 낸다. 자연경에 도달한 이후 몸 안에서 기(氣) 대신 강기(剛氣)가 흐르는 나다.
하급 초월자가 왜 중급 초월자를 당해 내기 어렵겠는가?
굳이 굴강한 육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물리력에 치우친 공격 따위에 당할 내가 아니다.
“진정하시죠, 회장님.”
“너, 후. 후우…… 참으면 스트레스고, 스트레스는 수명 단축이라 공격했는데 그래도 스트레스가 쌓이네.”
말투가 다시 바뀐다.
조금 전보다는 가벼워진 분위기에 웃었다.
“고생이시네요.”
“일찍 안 죽어 별꼴 다 보느라 고생이긴 하지. 그런데 이 사실들…… 혹시 사랑이도 아나?”
“중요한 건 대부분.”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는 우리다. 심지어 초월 인자의 효과를 가장 먼저 느낀 사랑이에게 이쪽 일을 숨길 수는 없었다.
“다 아는데. 다 아는데도……?”
다시 호흡이 거칠어진다. 또 공격하는가 싶었지만 다행히 이내 진정한다.
“후후. 정말 웃기는 일이군. 다 포기한 줄 알았는데 이제 와 다시 초월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니.”
“초월해도 어려울 텐데.”
“제발 닥치고 있어.”
“네, 어르신.”
“…….”
재석이 나를 바라보다 이내 테이블 위의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또 잠시간의 침묵.
마치 죽은 듯 두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나를 보며 묻는다.
“그렇다면 사랑이는 네게 뭐지?”
“대체할 수 없는 동업자라고 할 수 있지요. 굳이 붙이자면 사랑스러운 연인이기도 하고요.”
“하.”
호로록.
또다시 차를 마신다. 지금까지의 학습으로 뭔가를 더 말하는 대신 지켜 보고 있자 잠시 후 그가 말한다.
“너, 일성 길드의 마스터 자리를 맡아라.”
“일성 회장에서 너무 추락한 거 아닙니까?”
어깨를 으쓱이는 내게 재석이 말한다.
“평범한 길드 마스터 자리가 아니야. 내가 쓸데없이 올 마스터 클래스를 얻고 길드를 키운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더니 허공에 손을 집어넣어 검은색의 카드를 뽑아 던진다.
휘리릭!
가볍게 받아 들자 허공에 텍스트가 떠오른다.
소유율 : 41.8%.
활용 가능 : 22,488,981.
온몸에 전율이 인다.
“예전부터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이건 또 새로운 지랄이네.”
“진짠데.”
중얼거리며 생각한다.
‘와, 이렇게 10퍼를 먹나?’
예상도 못한 깜짝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 내게 재석이 말한다.
“길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두었다. 그쪽 주식도 같이 넣어 두었으니 길드 마스터가 된다면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일성 기업은 꽝이군요.”
“내 딸이 어디 가서 부족할 녀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용황과 경쟁시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지.”
거기까지 말한 재석이 다시 의자에 몸을 묻는다. 한껏 열 내던 그의 표정에 나른함이 깃든다.
무슨 조울증 환자 같은 태도로 재석이 말한다.
“예전이었다면 내가 죽건 말건 네게 덤비거나, 어떻게든 매달려 아군으로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지치는군.”
“……그렇게 심각합니까?”
“의지력이 너무나 떨어졌어. 네놈을 보면 빡치지만 그것도 잠시뿐일 정도다.”
그의 얼굴을 본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지쳐 보인다.
“의지야말로 모든 영능의 기반…… 죽음이 다가오며 생체력 또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지.”
정신력의 고갈이다. 초월하여 오롯해지지 않는 이상…… 인간은 정신과 영혼은 노화(老化)를 피할 수 없다.
육신은 영능, 과학 등으로 어떻게든 유지시킬 수 있지만 정신과 영혼은 그게 안 되는 것!
플라워의 죽음을 지켜본 나이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웅!
그때 가볍게 진동이 퍼져 나가고 공간이 열리고 비서실장 기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재석이 말한다.
“지금 이 시간부로 일성 길드 길드장은 한재연이다. 길드 내에 공지하고 관련 인수인계 진행하게.”
기담은 놀란 눈치였지만 티를 내지 않고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인수인계는 기담이 알아서 정리할 것이니, 네놈은 굳이 신경 쓸 거 없다. 이제 꺼져.”
엘리베이터를 통해 내려가며 재석에게 받은 카드를 살핀다.
강대한 보안 마법이 걸려 있는 [마스터 카드]에는 막대한 정보와 권한이 담겨 있다.
‘일성 회장 대신 길드 마스터라…….’
배재석 회장은 떠올린다. 솔직히 작정하고 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치고는 무난한 결말이었는데, 이는 철혈의 기업가이자 34지구 제일의 권력자인 그가 죽음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모로 시끄러워지겠군.’
잠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떨쳐 내고 마스터 카드를 아공간에 집어넣는다.
일단은 받은 것부터 확인해야겠다.
* * *
게임 내의 경제는 당연히 게임사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지만 당연히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유저간 거래에 사용되는 다이아, 골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 외적으로 현금 거래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특히나 리벤지의 경우 [세컨드 라이프]라는 명칭답게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는 일터, 수많은 문명이 정보를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직원 수는 1,500명입니다. 광고, 방송은 물론이고 교육과 정보 처리를…….”
일성에서 붙여 준 비서의 설명을 듣다가 묻는다.
“직원이 생각보다 많군?”
“외계 문명의 접속자들을 많이 고용했습니다. 관련 자료는…….”
이야기가 되어 있던 듯 직원들은 순순히 나를 받아들였다. 애초에 소유권이 넘어왔을 뿐 그들이 하는 일은 그대로이니 더더욱 문제없었을 것이다.
98지구의 상황도 순조롭다.
아르데니아에서 나온 플레이어의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들은 전설급, 신화급 펫 랜드웜을 불러 거주할 땅을 다지고 성벽과 농지를 만들었다.
엘리스는 리전들을 불러들여 이동이 가능한 수상 도시를 만들었고 세릴 박사와 프린스. 그리고 녀석들을 따라는 리전들 역시 모여서 자신들의 도시를 만들었다.
‘원주민들이 돌아와 깜짝 놀라겠군.’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원치 않는 이웃이 있다고 뭐 어쩌겠는가?
많아 봐야 1억도 안 되는 인구.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살 곳이 부족할 리는 절대 없다.
[미국에서 오백만의 이주민을 추가했습니다.]“아니, 이것들이 범죄자를 다 넘기네.”
[좋은 기회로 보이겠지요. 처치 곤란인 인물들이 많았을 테니.]“내다 버리는 셈인가. 34지구야 그럴 수 있지만 죄인들이 곱게 지원하는 것도 신기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어디에서든 불만 많은 게 사람이라지만…….]리벤지도 계속해서 흥행했다.
놀라운 사실은 정체기에 들었던 신규 접속자가 다시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궁 덕이야.”
언제나 그랬듯 바쁘게 일하고 있던 사랑이 설명해 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외계의 신규 유저가 리벤지에 접속하려면 영능을 깨우칠 필요가 있었거든. 다만 영능의 재능을 모든 이가 가질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미궁에 들어가 [영능 개방] 특성을 찍은 녀석들이 생겨났어. 미궁에서 충분히 보상을 얻은 상위 플레이어들이 리벤지를 접는 문제가 좀 있긴 한데 접속자가 더 많으니 다행이지.”
어깨를 으쓱이는 사랑이 너머에서 뉴스가 진행되고 있다.
[데트로 은하 연방에서 탈환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몬스터 대소멸 사건을 계기로……] [블레이드&매직와 다크 스타 출신의 몬스터들이 소멸되며 전황이 변하고 있는데요. 박사님. 두 게임의 몬스터들이 갑자기 없어진 이유가 뭘까요?] [역시 너무 많은 몬스터가 죽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외계의 괴물들이라 해도 모든 일에는 코스트가 소모되는 법이니까요.] [힘이 소모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몽환의 미궁이 있지요. 20층에서 0.1분. 그러니까 6초에 한번 꼴로 중급 몬스터 3마리와 초월급 몬스터 죽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아하. 인황, 한재연 님께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인다는 그곳이죠!]“오. 인황. 인간 황제.”
휘파람을 부는 사랑의 모습에 고개를 흔든다.
“뭔가 특징이 명확하지 않으니 명칭이 난립하네.”
“검황 아니었으면 아마 검황이었을 텐데 말이지. 요새 코빼기도 안 보인다던데 그냥 검황 하면 안 되나.”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바닥에 엎드려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던 에드워드가 몸을 일으킨다.
[한국 정부에서 연락입니다.]“음? 어떤?”
“어떤 거겠어.”
에드워드 대신 사랑이 대신 답한다.
“슬슬 이주 준비가 완료되었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