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09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8화
오랜만에 울린 운명 선택의 경고와 함께.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 * *
“…….”
“…….”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녀의 자살 방법은 고전적이었다. 아버지가, 그녀의 남편이 그랬듯 줄로 목을 매는 방식.
당연하지만 줄은 끊어진 채 그녀의 목에 걸려 있다. 내가 단숨에 날아와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가는군.’
가만히 서서 생각한다.
‘운명 선택이…… 왜 이 사건을 알려 준 거지?’
원래대로라면 어머니의 자살은 성공했을 것이다. 내가 깨어 있을 때야 독약을 먹든 혀를 깨물든 죽을 수가 없겠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궁에서 던전을 깨부수는 데 할애하고, 자연경의 고수라 해도 미궁에서 현실의 상황을 알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그러나 운명 선택은 지금의 상황을 경고했고.
결과적으로 어머니는 죽지 않았다.
“아, 그, 나는.”
놀란 듯 말을 더듬는 어머니의 목에 줄 자국이 선명하다.
영능을 깨우쳤다지만 어디까지나 정령술사. 심지어 육체의 노쇠가 시작되었을 나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가 십 초만 늦었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터였다.
“……왜.”
무심히 말한다.
“왜 그렇게 사십니까?”
무의미한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참지 못했다. 자제심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참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뭐?”
“왜 자신의 인생을 남의 판단에 맡기는 겁니까? 어째서…… 자신의 삶에 무책임하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34지구는, 사람들에게 낙원이라 불리던 세계가 아니던가?
그러나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에 고통 받으면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가 자살하고 내가 가출했을 때 나를 찾지도 않았다.
그럴 거면 영원히 찾지나 말지. 천상회의 하수인이 되자, 그제야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뜻밖에도 그녀의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다.
“나는, 그냥 지쳤을 뿐이야.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강하지는 않아. 휩쓸리고, 멈춰 서고, 그냥…… 살아만 가지.”
“그럼 그렇게 계속 살아가시지 왜 오셨습니까?”
“……네가!”
어머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조금만 양보할 수 있잖아! 자비를 베풀고! 먼저 용서할 수도 있으면서! 모든 걸 초월했으니 천한 핏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니?!”
“…….”
“이렇게 멸시할 거면 왜 굳이 와서 살렸어 어차피 넌 명성이나 평판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위대한 존재잖아?”
그녀의 말대로다.
만약 내가 과거와 같은 연예인이었다면, 정치인이나 기업가였다면 그녀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할 문제였을 것이다. 설사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해도 천륜을 끊는 게 사람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대중에게 휘둘릴 입장이 아니다. 잘 보일 필요도 없다.
홀로 집단을 부수고, 별마저 벨 수 있는 우주적인 강자.
그녀를 방치한 것은 누군가 그녀를 이용해 음모를 꾸며도, 심지어 그녀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판단 하에서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드 이벤트인가.’
나는 정말 괜찮다. 어머니에게 미련이 남았고 거기에 얽매일 거라면 어머니를 지금까지처럼 무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건 너무나도 하찮고 당연한.
이미 지나간.
“…….”
멈칫한다. 그리고 가만히 서 눈을 감는다.
어머니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것은 분명하고 정확한 사실.
선구자의 가면을 쓸 당시 과거의 망념과 몇 번을 싸웠는데 고작 혈연에 휘둘리겠는가?
그러나 운명 선택의 작동 방식을 생각하면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운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소리, 농담도 안 되는 우스갯소리다.
‘중급 정령조차 제대로 소환하지 못하는. 그냥 놔둬도 10년 안에 노환으로 죽을 인간 여성 하나 죽는다고 내 운명에 무.’
다시 멈칫한다. 그리고 길게 한숨 쉬었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초월경도 찍었는데, 이게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의아해하는 어머니를 보았다. 거무스름한 눈 밑, 충혈된 눈, 불규칙한 심장 박동.
“후.”
가볍게 한숨 쉰 나는 그녀를 방치하고 떠나는 대신 내면세계에서 여의보검을 꺼냈다.
“……!”
화려한, 그러나 서슬 퍼런 검의 등장에 어머니의 눈에 공포가 깃든다. 방금 전 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것이 인간이다.
“당신이 내 마음의 얼룩이라면.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미안, 내가 미안하다. 내가, 요새 너무 무시당하고, 하는 일들도 잘 안 풀리고 그.”
푹!
횡설수설하던 어머니의 눈이 크게 떠진다. 나는 그녀의 심장에 검을 박은 채 말했다.
“누구도, 심지어 초월자라 해도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할 겁니다. 우주 공간에서도 자유롭고, 일수에 대지를 가를 수도,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겠지요.”
“칼! 칼이 가슴에……!”
“……너무 거슬리지만 마십시오.”
이기어검을 어머니의 영혼에 박아 버린 채 방을 나선다.
“어? 누가 우리 건물에…… 헉! 한재연!”
“이게 무슨?!”
당황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함장실로 돌아오자 엘리스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괜찮아?]“뭐가?”
[아, 그, 뭐 그냥.]엘리스가 적당히 빠진다. 짐작건대 어머니와의 일 때문일 것이다.
‘그래. 객관적으로 저렇게 느껴지는 상황이겠지.’
인간이 아닌 기계 생명체마저 조심하는 상황! 실제로 에드워드는 말조차 걸지 못한 채 내 뒤에서 쩔쩔매고 있다.
“흠.”
자리에 앉아 왼쪽 손목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운명 선택.’
게임 마스터에게 선물 받은 이 초월병기 덕분에 승산이 낮은 전투에서 여러 번 활로를 찾아왔지만 최근 들어 서는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아까워서다.
‘어느 순간 효율이 안 좋아졌지.’
운명 선택은 운명을 제어하는 힘을 가졌고, 거대한 운명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큰 코스트가 필요했다.
승산이 희박한 전투라면 모를까 승리가 확실한 전투에서 꺼내기 아까운 초월병기가 바로 운명 선택.
그나마 [그녀]의 행위를 감지하고 또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는데…… 최근에는 그것도 안 된다.
짐작컨대, [그녀]가 대응 수단을 찾았거나 침략 방식에 변화를 줬기 때문일 것이다.
‘모처럼 행운도 권능의 영역에 도달했으니…… 행운과 운명 선택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겠네.’
적당히 생각을 정리하는 내게 엘리스가 말한다.
[한재연, 슬슬 도착이야.]“엔진 꺼.”
[드라이브 아웃.]엘리스의 말에 맞춰 니르바나를 휘감고 있던 호신강기를 제어한다.
후욱!
단숨에 아스트랄계를 빠져나오자 방송이 시작된다.
[모든 탑승객들에게 알립니다. 98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98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목적지 도착 후 니르바나의 변형이 있을 예정이니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모든 탑승객들에게 알립니다. 98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98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목적지 도착 후 니르바나의 변형이 있을 예정이니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차분한 목소리에 내부 도시를 오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그래. 슬슬 시간이었지.”
“드디어 돌아온 건가…….”
“신대륙.”
“우리의 도시를 만든다……!”
“데이터 센터부터 건설해야 해. 우리는 니르바나에 뿌리를 박는다.”
1억에 가까운 이주민들이 기대와 두려움이 담긴 시선을 교환하며 웅성거린다.
그러던 어느 순간.
툭.
니르바나의 모든 조명이 꺼진다. 전체적으로 답답하고 꽉 찬, 솔직히 1억 명의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협소한 도시가 삽시간에 어둠에 잠긴다.
쿵!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선체가 크게 한 번 진동하고.
기이잉—.
하늘이 열리고 빛이 쏟아진다. 갈라지는 강철의 벽 너머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이잉—-! 철컹!
쿵!
니르바나가 마치 꽃이 피듯 활짝 펼쳐지며 함의 상층부가 완전히 개방된다.
“하늘이다! 하늘이야—-!”
“여기가 98지구.”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어! 돌아왔다고–!!”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나는 니르바나의 중앙에 위치한 함장실에서 감각을 넓혔다.
‘그 사이 많이도 변했군.’
98지구 곳곳에 세워진 도시들과 다수의 기척들이 감지된다.
성계신의 권능으로 기생이 아닌 방식으로도 번식할 수 있게 된 그로테스크의 도시, 천형이 안정화된 리전들의 무인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인류제국. 제법 도시 같군. 랜드웜들이 고생했겠어.’
[폐하, 황녀님께서 진입 허가를 요청했습니다.]조용히 내 뒤에서 대기 중이던 에드워드의 말에 엘리스가 깜짝 놀란다.
“폐하라는 말에는 안 놀라나?”
[황제 클래스는 보통 그렇게 가는 걸 뭐. 게다가 여기에 계속 나타나는 인간들이 인류제국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그런가. 들어오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 니르바나를 둘러본다.
부아앙!
우웅!!
수십 대의 비행선이 도로를 따라 달리다 도시 밖에서 날아오른다. 마법을 써서 날아가는 이도, 두 발로 걸어 나가는 이도 있다.
현실 시간으로 반년, 체감 시간으로는 최소 수년. 최대 50년 가까이 니르바나에서 살아온 이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
나는 그들 사이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보았다. 중년, 아니, 거의 노년에 가까운 외모에 적당히 화려한 옷을 입은 그녀는 옆에 붙어 뭔가를 캐묻고 있는 여인의 말에 쩔쩔매고 있다
‘……뭐, 지켜 보면 알겠지.’
힘이 있으면 그 힘을 쓰게 된다. 이는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쓰게 되듯 당연한 흐름이다.
“어? 저게 뭐야?”
“드래곤? 드래곤이다!”
“뭐야, 이거?! 설마 몬스터는 아니지?”
그때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망령룡 레플리가 보인다.
“전투도 아닌데 잘도 타고 다니는군.”
[적염(赤焰) 황녀님은 레플리와 친한 편이니까요.]“마법사니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지. 선물을 무더기로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설 때, 저 멀리서 날아오던 레플리가 멈춘다.
그것뿐이 아니다. 온 세상이 멈춘다.
[……성계신. 따로 시간을 내도 된다.] [시간 정지에 익숙하구나? 영언도 능숙하고.]전신이 투명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여인이 내 앞에 내려선다.
98지구의 성계신이다.
[무슨 일이야?] [고맙다고. 충분한 수의 정명자가 모였어.]결과적으로 1억이나 되는 인간을 데려왔지만…… 사실 정말 필요해서 데려온 것은 98지구 출신의 정명자뿐. 나머지는 굳이 말하면 곁다리라고 할 수 있다.
[보상은?] [초과 달성이야. 흠. 그래서…… 네가 좋아할 만한 걸 준비했어.] [게럴트 좋아해.]단호하게 말한다. 돌아오는 은하철도를 타고 34지구로 가기 전에 게럴트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
그런데 성계신이 기묘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보다 좋아할 거야.] [그게 무슨 말.]팟!
멈칫하는 순간 내 안의 뭔가가 변한다.
소유율 : 71.1퍼센트.
활용 가능 : 46,988,981.
[……뭐?]뜬금없는 변화에 멈칫한다.
[가장 원하는 거 맞지?] [아니, 아니 이게 뭐야? 애초에 이걸 어떻게 산 거야?]이미 시중에 풀린 네메시스 주식의 대부분을 들고 있는 내가 그 이상으로 가지 못하던 것은 이 망할 주식들이 시중에 안 풀리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악질은 스카이 소프트의 대표 샤이닝!
그 망할 놈이 M&A를 진행할 때 사 놓은 주식을 풀어 놓질 않기에 게럴트를 잔뜩 구한 요번에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했거늘 이렇게 손에 들어오다니?
황당해하는 나를 보며 성계신이 말한다.
[사? 뭐를?] [아니…… 주식 사서 준 거 아냐?] [그냥 권능으로 했어.] [……뭔 소리야? 권능으로 주식을 뺏어 왔다고?] [잘 써.]관심 없다는 듯 손을 흔들더니 사라진다.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니, 뭐야…….”
황당해하며 흥행력을 살핀다.
무려 4,600만.
“허허.”
당연하지만 의미가 있다. 흥행력이 4,500만이 넘었다는 것은.
“여기서 이게 되네.”
드디어 업데이트의 순간이 왔다는 의미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