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10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9화
드디어 업데이트의 순간이 왔다는 의미였으니까.
“로그인.”
다시 시간이 흐르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아르데니아의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다. 최근들어서는 로그인&로그아웃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투 지속력이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넌 그냥 내 품속에…… 아.”
내 앞에 있던 하모니가 몇 마디 내뱉더니 멈칫하는 모습에 웃는다.
“콘서트 중이었군.”
“아…… 네. 아르데니아에는 어떤 일로?”
“다 모았어.”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내 부관 역할도 하는 하모니는 바로 알아들었다.
“빠르군요.”
“운이 좋았지.”
그 말을 끝으로 생각에 빠졌다.
‘어떤 녀석부터 업데이트할까?’
만약 황제급 랜드웜을 업데이트한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우주적인 규모의 토목 공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고작 펫을 소환하는 것만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력과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속성력을 지닌, 문자 그대로 대지의 주인이라 할 만한 존재가 탄생하는 것!
‘염마왕도 좋겠지.’
불꽃의 황제, 염마왕을 만들어 낸다면 녀석을 태양에 박아 둔 뒤 그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칠색오공을 업데이트한다면 행성 하나를 지옥으로 만들거나 신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맹독을 만들 수 있을 테고, 얼음 여왕을 업데이트한다면 작은 바다를 그대로 흡수해 버릴 수도, 행성 하나를 빙하기로 몰아넣을 수 있으리라.
‘다 좋지만.’
사실 첫 번째 황제급 펫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세계수겠군요.”
“그래.”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펫은 하나뿐이다. 과금력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흥행력의 특성상 언젠가 다음 황제 클래스 역시 업데이트할 수 있겠지만 4,500만이라는 미쳐 버린 수준의 포인트를 회복하려면 정말 까마득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
처음은 극한의 이득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모니가 걱정한다.
“……명령에 잘 따를까요? 신화급 펫조차…… 완전히 통제하는 이가 드물어요.”
펫들은 등급이 높아질수록 자의식이 강하며, 소환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그것이 강화된다.
‘특히나 신화급부터는 거의 독자적인 생명체 수준으로 개성이 강해지지.’
멀리 갈 것 없이 랜드웜조차 신화급을 도달하자 펫 스킬을 써 달라고 하면 금을 내놓으라는 둥 보석을 내놓으라는 둥 말이 많았다.
영혼에 화점을 품고 있는, 더해 강대한 힘까지 지닌 내게도 그러할진대 다른 수하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펫의 주인에게 일종의 호감도 보정 같은 게 있긴 하지만 호감을 가졌다고 시키는 일을 다 해 주는 건 아니다.
“뭐, 실험해 봐야겠지. 세계수 녀석은 둥글둥글한 성격이기도 하고.”
그렇게 말한 뒤, 길드 타워의 옥상에 오른다.
“업데이트.”
세상의 조명이 꺼지고 적막에 잠긴 무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텅!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땅의 한 부분을 동그랗게 비친다.
그 땅에 작은 씨앗이 떨어져 땅을 파고들고, 싹을 틔우고, 삽시간에 자라난다.
뿌리는 깊게 땅을 파고들어 자리 잡고, 몸통은 굳건하게 자라나며, 가지들은 풍성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며, 꽃과 열매들이 가득가득 피운다.
[세계수. 세계수야……!] [어머니 나무가!] [오오! 황제시여!]수군거리는 소리에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흥분해 소리치는 존재들이 보인다.
‘엘프들이군.’
그 모습이 흐릿하지만 초월적인 감각은 세계수 길드의 마스터이자 나와의 사이에서 혜민을 낳은 엘프, 나샤 블랙 우드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느낀다.
-만물의 어머니가 기나긴 세월을 지나 신의 영역에 도달하니.
-하나의 세상을 붙들고 생명이 잉태하노라.
어느새 세상이 다시 밝아지고 전체 메시지가 떠오른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첫 번째 황제(펫)이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재연.] [지금 이 시각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제국민들의 평균 레벨이 오르겠군요…….”
하모니의 감탄을 들으며 펫 카드에 쓰여 있는 설명을 읽는다.
[만물의 어머니 세계수(황제)]억겁의 세월. 모든 시련을 이겨 낸 세계수는 세상을 떠받칠 정도로 거대하고, 신조차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권능을 지니게 되었다.
그 뿌리는 대지 가장 깊숙한 곳까지 미치고 그 가지는 하늘을 찌르니 그야말로 만물의 어머니. 세계의 기둥이라 불리리라.
거리와 상관없이 드랍 아이템을 수거한다.
1,000퍼센트의 추가 인벤토리를 제공한다.
회수하지 못했거나 놓친 아이템이 [열매]로 맺힌다.
[황제] [세계의 씨앗(황제).] [만물의 어머니.] [세계수의 가호-마나 회복력(황제)]“크으…… 알고는 있었지만 죽이는군.”
텍스트만 읽어도 무시무시한 사기성이 절로 드러난다.
특히나 추가 인벤토리에 놓친 아이템이 열매로 맺힌다는 말도 안 되는 효과가 특성도 뭣도 아닌 그냥 달려 있다는 건 실로 충격적인 일!
그러나 황제급 펫의 진짜 효과는 이런 텍스트가 아니다.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온다. 업적이 달성된다거나 내 뭔가가 달라졌다거나 하는 건 없다. 나는 그저 황제 클래스의 세계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을 뿐.
때문에 주변에 있는 누구도. 정확히 말하자면 내 뒤에 앉아 있는 에드워드를 제외한 누구도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니르바나로 날아온 레플리, 그리고 그 등에 타고 있는 적염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적발의 소녀가 유성처럼 떨어져 품에 안긴다. 나와 불꽃 마탑의 주인인 레드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내 자식들 중 유일하게 현실에 나와 있다.
“오랜만이네.”
“정말 정말 오랜만이에요! 엄청 바쁘시다고 하던데 괜찮으세요? 요새 다이아 너무 부족해요, 또 능력들이 맨날 사라져서 워커맨드 아저씨가 울상…… 아! 미스릴 오빠가 만든 지팡이가…….”
“진정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재잘거리는 적염을 쓰다듬는다. 나를, 그리고 레드를 닮은 적염의 눈에는 존경과 사랑이 가득하다.
‘……기분이 이상하군.’
어머니를 만나서일까 적염을 보고 묘한 감상이 몰려온다.
‘마치 심마(心魔) 같군.’
헛웃음 지으며 레플리에서 날렵하게 뛰어내리는 청년을 바라본다.
“너도 오랜만이군.”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하.”
적염의 호위로 현실에 나와 있는 스틸스톤의 아들, 미스릴을 바라본다.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군. 다만 성장에 제한이 걸렸어.’
하기야 녀석의 믿을 수 없는 성장은 드워프 초월자였던 전생의 영향일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전생을 뛰어넘는 깨달음과 기연이 필요하겠지.
“언제 검이나 봐 주지.”
“……영광입니다!”
예를 표하는 미스릴에게서 고개를 돌려 말한다.
“엘리스, 도시 관리를 부탁해.”
[나포한 해적선들은 어떻게 해?]“해적들을 감옥으로 보낸 후 위성 궤도에 올려 놔.”
[알았어. 아, 그리고 아스트랄 드라이브도 회수해야 해.]“그건 좀 더 둬. 1년 뒤에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했으니.”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 근력으로 적염과 미스릴. 그리고 눈치를 보던 레플리를 잡아들었다.
[윽?! 뭐냐! 놔라!]“드는 김에 겸사겸사니 편하게 있어.”
[마법조차 아니군…… 듣던 대로 괴물…….]레플리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날아오른다. 삽시간에 니르바나를 벗어나자 세계 여기저기에 세워지고 있는 도시,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체, 바다를 헤엄치는 초거대 생명체들이 눈에 들어온다.
“별것이 다 생겼네.”
“다들 열심이에요. 요새 아버지 대행으로 이분 저분 만나고 다니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면…….”
하늘을 가로지르며 재잘거리는 적염의 설명을 들었다.
짐작대로 98지구에 대한 그로테스크와 리전의 관심과 적극성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라고 한다.
“아버지께서 안 계셨으면 98지구를 그냥 뺏으려 들었을지도 모를 정도예요!”
적염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성계신의 은총은 어디까지나 정명자를 위한 것이니까.’
인류를 밀어내고 98지구를 차지하면 은총은커녕 저주만 잔뜩 얻게 될 것이다.
“인류제국은?”
“우리도 물론! 열심이죠!”
쿠구궁!
구구구……!
저 멀리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보인다. 반경 10킬로미터의 넓이에 수백 미터의 높이를 가진 비정상적인 규모.
당연하지만 인력이 아닌 신화급 펫. 완전체 랜드웜을 이용한 건설이다.
‘사실 적도 없는데 이만한 성이 필요한가 싶지만.’
그러나 인류제국 사람들에게 성은 합리를 떠나 마음의 안식이며 도시의 근본.
나는 굳이 지적하는 대신 적염의 설명을 들었다.
“우주 너머에서 우주선하고 거대 생명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어요. 소문이 크게 났나 봐요.”
“분위기는 어때?”
“좋아요! 그로테스크라는 분들이 좀 몬스터 같긴 한데…… 교역도 활발하고 친구, 심지어 가족이 되는 케이스도 있더라고요.”
“교역은 어떤 걸로 하지?”
“리전에게선 부품부터 메탈 하트까지 거래하고 그로테스크에게선 식량이나 짐승들을 구매하죠.”
설명을 들으며 성 중앙까지 이동한다.
“어? 레플리가 이상한 방식으로 날…… 헉! 폐하!”
“황제폐하께서 오셨다!”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손을 흔들어 준 후 성 중앙에 위치한 호수 위에 내려선다.
“오셨군요.”
어느새 다가온 이는 검황 클래스의 원본인 남궁일검.
그는 늘 보던 모습과 달리 막노동 일꾼처럼 가벼운 복장을 걸치고 있었다.
“여기 생활은 어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그로테스크와 리전이라는 녀석들도 신기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일검의 기세가 잔잔하다.
‘흠. 야망이 있는 녀석이라 불안했는데 기묘하게 잘 지내는군.’
신기해하며 앞으로 나선다.
“모두 뒤로.”
주변을 물린 뒤 잔잔한 수면을 내려다본다. 미리 부탁한 대로 충분한 수량(水量)을 가진 호수.
나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나와라, 세계수.”
팡!
잔잔한 수면 위에 커다랗게 물결이 인다.
그리고.
뿌드드드득!
차원이 갈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더니 삽시간에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다.
“오오오? 나무가?”
“저, 저게 그 소문의 그건가?”
“세계수……!”
모두의 감탄 속에서 세계수의 몸통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가지들은 기지개를 켜듯 위로, 옆으로 뻗어 나간다.
파아앗!
세계수의 성장과 함께 멸망을 거치며 황폐하던 대지에 생명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마치 카펫이 펼쳐지듯 천지사방에 꽃이 피어나고 싱그러운 풀들이, 약초와 버섯들이 자라난다.
그리고.
[……여기는. 나는. 너는.]“흐윽……!”
“큭! 엄청난 압력이…….”
“이것이 완전히 자란 세계수인가.”
권능의 영역에 도달한 존재가 눈을 뜨자 모두가 압도되어 비틀거린다. 개중 몇은 강대한 영압을 이기지 못하고 절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중.
“흠. 이 정도인가.”
턱을 쓰다듬는다. 신하들에게도 황제급 펫을 넘겨 여러 그루를 심기 위해 세계수를 골랐는데 과연 통제가 가능할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호감도 보정을 믿어 보긴 하겠지만.’
[너…… 응. 그래. 네가 날 소환했구나?]“그래.”
나를 특정해 전해지는 영파에 고개를 끄덕이자 세계수의 이파리들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흠. 혼란스러워. 일단 네가…… 나를 사역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건 사실인 것 같지만.]세계수가 더듬거리고 있을 때.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든다.
[세상에. 정말로 완전히 다 자란 세계수가…… ] [와. 무슨 성장이 이렇게 빨라? 높이가 1킬로미터는 되겠는데?] [……?]느닷없는 목소리에 세계수가 의문을 표하려는 순간.
팟!
나는 그들 모두를 내 내면세계로 끌고 들어갔다.
“오! 들어왔어! 여기가 그 소문의 통신 중계소인가?”
세계수를 통해 내 내면 세계에 처음으로 들어온 성재가 호들갑을 떤다.
[……여기? 설마 내면세계인가? 내 의식을 통째로 담을 수 있는 내면세계라고?]거의 강제로 끌려온 세계수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나도 녹색의 머리칼을 가진 1미터 남짓의 신장을 가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세계수의 아바타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와, 이 녀석 하나 들어왔다고 내면세계의 용량이 15퍼센트가 까이는데?’
실로 무지막지한 일!
[저, 저기. 안녕하세요?] [……넌?] [아, 그, 저는 34태양계에 있는 수성이라는 행성에 뿌리박은 세계수입니다. 수수(水樹)라고 불러 주세요.]느닷없는 만남의 장.
그런데 거기에 새로운 존재가 끼어든다.
“한재연! 아니 한재연 님! 있나?”
위층에서 드래곤 하나가 머리를 들이민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어서, 지금 당장 미궁으로 와 줄 수 있나?”
“갑자기요?”
가뜩이나 정신없는 상황에 거절하려는 순간.
통신 중계소에 자리 잡은 드래곤이 소리쳤다.
“용황님께서 찾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