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98
광마전생 (298)
설백의 등을 꿰뚫은 검.
천마손은 당연히 그녀를 단칼에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삭!
얼음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빠르게 얼어붙는 검.
놀란 천마손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을 땐 그녀의 손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게다가 설백은 한술 더 떠 어느새 그녀와 거리를 벌린 채 북해검의 칼날을 늘이고 있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천마손이 찌르고 있는 것은 설백을 그대로 조각해 놓은 듯한 얼음덩어리였다.
“역시 그랬군.”
“그게 무슨 뜻이지?”
“살아 있었어. 그래야 내 남편답지.”
설백은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마손이 누군지는 몰라봤지만, 그녀의 말은 믿고 있었다.
명계화된 이 세상에 홀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천외천이 전부일 것이고 천외천이 굳이 자신을 죽이는 순간에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호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일부러 당해 준 것이었나?”
천마손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자세히 살피듯 쳐다봤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한기.
천마손은 그 속에 자연의 기가 섞여 있음을 눈치챘고 피식 웃어 보였다.
“현경이라, 요즘은 개나 소나 현경에 오르는 것인가? 아니면 명계가 열려 역으로 안목(眼目)이 트인 건가.”
“개나 소나 현경에 오르는 것 같군. 너 같은 마귀 따위도 현경에 올라 있으니 말이야.”
설백이 자신의 말을 그대로 맞받아치자 살짝 화가 난 듯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그녀의 손에서 검붉은 마기가 마구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맹랑한 아이야, 오늘 그 세 치 혀 때문에 너는 명을 달리할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던가. 난 입만 번지르르한 연놈들이 제일 싫거든.”
또 한 번의 도발.
천마손은 그 도발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타고 흐르는 검은 불꽃은 검을 타고 흘러들어 갔고 엄청난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그녀를 상대하는 설백의 검 역시 한기를 넘어선 냉기를 흩뿌리며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리고 있었고 그 두 개의 검이 맞닿았을 때마다 엄청난 폭발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쿵! 쿵! 쿵!
맹렬하게 몰아치는 냉기와 사납게 밀어붙이는 마기의 싸움.
마치 빙룡과 마룡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두 여인의 결투는 현경이라는 경지에 걸맞게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센 기세도 잠시.
조금씩 힘이 빠지 듯 기운이 줄어드는 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설백이었다.
설백은 이미 많은 전투로 몸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그로 인해 내기도 많이 고갈된 상태였다.
지금은 어찌어찌 무리해 가며 천마손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천마손도 이러한 상황을 눈치챈 듯.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옅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힘에 부치는가 보구나. 아까 전의 그 당당한 기세는 어디로 갔지?”
쾅!
“컥!”
설백의 입에서 한 움큼 튀어나오는 핏물.
이는 그녀가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나 오래 버텼구나. 그럼 이제 얌전히 내 것이 되거라.”
쓰러진 설백을 향해 손을 뻗는 천마손.
이에 설백은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으나 천마손의 강력한 마기가 온몸을 쥐어짜듯 그녀를 누르고 있었다.
아무리 짜내려고 해도 더 이상 짜내지지 않는 내기.
결국, 동귀어진까지 생각한 설백이 선천지기를 짜내려는 그때였다.
서걱!
귓가에 들려오는 이질적인 절삭음.
그와 동시에 검붉은 피가 하늘 위로 치솟았고 원래 누군가의 팔에 붙어 있어야 하는 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내 것에 누가 손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말이야.”
들려오는 목소리에 설백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모용진이 서 있었다.
항상 곱게 묶여 있던 그의 머리는 풀려 자유분방하게 흩날리고 있었고 단정하던 상의는 피로 얼룩져 반쯤 찢겨 나가 있었다.
“가가…….”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는 설백을 향해 살며시 미소 짓는 모용진.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극한의 분노를 표출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손목이 잘린 천마손이었다.
“천기린, 감히 네놈이 내 육신에 손을 대다니!”
그렇게 말하는 천마손의 손목은 어느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잘려 나간 손목이 다시 새롭게 재생된 것이었다.
“엄청난 재생 능력이야. 독고검 자룡도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더군.”
독고검 자룡.
그는 천마손과 똑같은 천외천의 십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자룡을 들먹이는 모용진의 말에 천마손은 검을 내던지며 양손에 마기를 끌어 올렸다.
“네놈이 어떻게 자룡을 알지?”
“그거야, 죽었으니까?”
죽었다는 모용진의 말에 천마손은 양손의 마기를 더욱더 끌어 올리며 대지를 박찼다.
원래 천마손의 주 무공은 권법이었고 지금 그녀의 주먹에선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룡이 바로 천마손의 오랜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뛰어든 천마손.
그녀는 자신의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고 금왕의 뒤를 이은 천기린이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분노와 자만.
아쉽게도 천마손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참고로 죽었다고 했지 내가 죽였다곤 하지 않았어.”
모용진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찰나에 들려온 그의 말.
그 순간 천마손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목은 꺾여 있었다.
“컥!”
순식간에 다가온 은빛의 실은 그녀의 목을 휘감았고 동시에 전해져 온 강한 힘이 그녀의 목을 꺾고 있었다.
뚝뚝.
흘러내리는 피.
목이 잘려 나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한 공격을 성공한 이는 바로 은월령의 령주 류성아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는 조종려와 십대제자들이 모두 있었다.
스악, 서억, 스걱!
연달아 터져 나오는 절삭음.
십대제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천마손을 베고 지나갔으며 마지막은 조종려의 수룡이 그녀의 몸을 집어삼켰다.
“수룡장파(水龍掌波)!”
오랜만에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천수수뢰장(千手水瀨掌)의 수룡장파.
장법에 한계를 느끼고 검법으로 갈아탔던 조종려가 다시 장법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현경이라는 엄청난 경지에 올라서면서.
수룡장파의 수룡은 더 이상 예전의 수룡이 아니었다.
포악하기 그지없는 수룡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고 너덜너덜한 천마손의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커억!”
한 움큼 피를 토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천마손.
놀랍게도 그녀는 전신이 찢겨 나가 있음에도 살아 있었고 찢겨 나간 그녀의 상체는 다시 몸을 수복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닥에서 피어오른 거센 불길의 그녀를 휘감았고 순식간에 피어오른 불꽃은 천마손의 비명을 집어삼키며 그녀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천마손.
그녀를 불태운 모용진의 시선은 오직 설백을 향하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그녀를 꼬옥 안아 주었다.
터져 나오는 설백의 울음소리.
모용진이 그녀를 진정시키는 데는 꽤 시간이 들었다.
그녀가 진정되자마자 모용진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명계화가 된 이후.
모용진은 며칠간 정신없이 검만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마치 호북 일대의 모든 시체들이 쳐들어오는 것처럼 쉴 틈도 없이 시체들의 공격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용진은 어찌어찌 백리세가와 주변 문파들과 함께 그들을 모두 제압했다.
하지만 그것은 새 발의 피일 뿐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천, 중경, 호남, 안휘, 하남까지 주변 모든 지역을 넘어 시체들이 공격해 왔고 이에 그는 수많은 전투를 또 치러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합류한 류성아.
그녀는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곧바로 하북을 향하려 했는데 강소에서 산동으로 넘어가던 도중 이상한 결계와 맞닥뜨려 그곳을 지나지 못하고 다시 모용진을 찾으러 호북으로 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려오던 와중 조종려와 십대제자들을 만났고 그들 역시 안휘에서 하남으로 넘어가려다가 결계에 막혀 모용진을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흑천파 모두가 호북에서 집결하고 제갈세가 근처에서 임시로 진지를 구축한 그들은 결계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결계는 모용진이 직접 창천신검의 전력을 다해 휘둘렀으나 흠집도 나지 않았고 아무리 땅을 파고 내려가도 그 틈이 보이지 않았다.
조사를 계속해 가던 모용진은 결계가 사천에서부터 섬서, 하남, 산동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크기라는 것을 알았고 바다를 이용해 건너가 보려고도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위로 올라가야 했던 모용진은 오랜 시간 고민했고 우연히 위에서 내려온 천외천 중 한 명인 독고검 자룡 덕분에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이란 바로 영혼을 비우는 것.
사실 결계라고 생각했던 것은 명계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 중 하나로 살아 있는 육체에 멀쩡한 영혼을 가진 이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육신의 영혼을 비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모용진은 우연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전투 중 우연한 사고로 기절한 이가 결계로 날아갔는데 그의 몸이 아주 자연스럽게 결계를 넘어간 것이었다.
그래서 모용진은 모두를 혼절시켜 지나가는 방법을 떠올렸고 그 방법이 성공하여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이 있을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혼절한 채로 결계를 넘어왔다고?”
“그래. 그래서 빨리 움직여야 해.”
“빨리 움직이다니?”
“백리세가와 일부는 아직 아래에 있으니까. 혼절해서 넘어가려면 남아서 그것을 도와줄 이들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게다가 지금 그들은 힘겨운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을 거야. 우리가 모두 넘어와 버렸으니까.”
설백을 품에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난 모용진은 곧바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많이 늦었다. 그러니 여태껏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쉴 시간은 없다. 우리가 이제 휴식을 취한다면 딱 두 가지 상황밖에 없을 테니. 하나는 이 모든 것이 끝났을 때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모두 죽었을 때일 것이다.”
검녹빛의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을 본 모용진은 시선을 내리며 정확히 북경이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가자. 이 지옥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러.”
* * *
“큼.”
갑자기 신음을 내뱉는 천용현.
황궁을 장악하고 황태자와 자신의 분신을 죽여 명계화에 성공한 그는 지금 명계의 주인이 되어 군림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가 명계의 주인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이유는 바로 명계에 주인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명안(命眼)을 보유하고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천용현뿐이었으니 그가 명계의 주인 행색을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천용현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진 지금 이 순간.
하지만 그런 그가 신음을 내뱉은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이가 둘이나 죽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독고검 자룡.
또 다른 하나는 유일천마 천마손.
그들의 죽음은 천용현에게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룡에 이어 천마손까지. 천외천의 별이 벌써 둘이나 사라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