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40)
중국은 중국이네 (1)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사람은 당연히 한국인이다.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니까.
그런데 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자랑스러워하지만 정치인들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하나 됨의 핵심 가치로 보는 데 반해 정치인들은 싼 가격에 해외의 노예를 못 데려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직 정치인이 ‘한국인이 줄어들면 중국인을 데려오면 되는 거지, 뭔 문제가 있냐.’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한국인 혈통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구수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중국인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인은 한국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까?
아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설혹 불법 입국자나 불법체류자라 해도, 그 처벌과는 별개로 그들의 인권은 보호 대상이다.
실제로 법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천부인권이다.
인간이 가진 기본권은 하늘이 내린 권리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때때로 중국인 사건을 하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 중국인 실종 사건이라……. 이건 솔직히 좀 그렇지 않습니까?”
무태식은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사건은 원래 그에게 배당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실종이라고 해야 하나요?”
“일단 실종은 맞죠. 한국 정부와 경찰에서는 관심도 없는 사건이겠지만.”
사건은 간단했다.
중국인이 사라졌다.
문제는 그가 현재 망명 신청을 하여 심사 중인 사람이라는 것.
“한국 경찰은 불법체류 할 목적으로 도주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요.”
무태식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변호사까지 사겠지만요.”
“하긴, 다른 로펌이라면 이런 건 받아 주지 않을 테죠.”
실종된 남자는 한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그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라져서, 인권 단체에서 경찰에 그가 실종되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중국인이니 당연히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도망갔다고 생각하고 아예 조사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
당연하게도 신고한 인권 단체는 항의했지만,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경찰 입장에서야 말이 망명 신청이지 온갖 짓거리를 다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맞습니다.”
한 해에 한국에 망명 신청이나 난민 신청을 하는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왜냐하면 그걸 잘 공개하지 않으니까.
그나마 진짜 전쟁 중인 나라에서 넘어오거나 국가에서 탄압당해서 오는 사람들이라면 이해라도 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넘어왔는데 근로 비자가 나오지 않자 꼼수로 시간을 끌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망명이나 난민 신청은 심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불허된다 해도 그중 상당수는 그 전에 내빼서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현실이 그러니 경찰이 수사를 안 하려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죠.”
무태식이 곤혹스러워할 만도 하다.
‘과연 이게 진짜 난민일까?’라는 의심은, 차별이나 혐오가 아니라 진짜로 워낙 가짜 난민이나 망명 신청이 많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한국의 난민 인정 비율이 너무 낮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난민 인정 비율은 낮아도 인도적 체류는 어느 정도 인정해 준다는 거랄까?
“중요한 건 이 상황에서 이게 진짜 실종이냐는 건데.”
“진짜 실종인 것 같기는 해요.”
“제가 봐도 그렇구요. 경찰은 제대로 일할 생각이 있는 건지, 원.”
무태식도 실종이라고 인정했고 노형진도 그럴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실종자가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국의 의사.
“코델09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해서 양심선언 했다가 납치될 뻔했다고요?”
“네.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고 하더군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코델09바이러스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
사망자 숫자뿐만 아니라 감염자 숫자까지 모두.
그리고 중국의 의사인 리티엔은 그걸 양심선언을 해 버렸다.
살아 있는 환자를 그대로 소각로에 넣어 버리는 행동을 하는 중국 정부의 행동에 환멸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소위 말하는 제로 코델09 정책을 쓰면서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모조리 봉쇄했는데, 가난한 지역에는 제대로 된 지원도 하지 않아서 아사자가 속출했고 병을 치료하지 못해서 사람이 죽어 나갔다.
바로 그때 현지에 파견 나간 리티엔은 산모와 아이가 제로 코델09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케어도 받지 못해 집에서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큰 충격을 받고 양심선언을 하게 된 것이다.
한때 그런 소문이 있었지만 그와 관련된 증언은 없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리티엔이 한 양심선언은 세상에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양심선언을 한 뒤로 리티엔에게 정체 모를 놈들이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실제로 길거리 한복판에서 납치당할 뻔했다는 것.
겨우겨우 그들을 떨쳐 내고 간신히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들의 정체가 너무나도 뻔하기에 리티엔은 한국에 망명을 시도했다.
가능하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고 싶었지만 감시가 너무 심해서 그쪽으로 가기 위한 항공편 예약 자체가 불가능했던 터라, 그나마 한국으로 밀입국해서 신청한 것이다.
“그런데 도주할 리가 없죠.”
누가 봐도 망명 사유가 너무나 명백했고, 아무리 중국의 눈치를 본다고 해도 이걸 무시할 정도로 한국이 융통성이 없는 나라는 아니었다.
의사라는, 미래가 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양심선언을 한 사람이 과연 한국에 밀입국해서 돈 좀 벌어 보겠다고 도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경찰에서는 그냥 다른 불법체류자처럼 취급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러겠죠. 경찰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래서 그 인권 단체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모르죠. 그쪽도 방법이 없으니까 경찰에 신고한 건데.”
그러나 누가 봐도 경찰이 조사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새론으로 온 것이다.
다른 로펌은 의뢰해 봐야 해 줄 수 있는 게 없지만, 새론은 최소한 전담 프로파일러도 있고 정보 팀도 운영하면서 사실상 탐정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의뢰인을 만나 봐야겠네요.”
진짜 불법체류를 위해 도주했다는 증거가 있는 게 아닌 이상에야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보호의 제공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
“일단은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요.”
만일 정말 도주한 거라면 그때는 잡아서 중국으로 추방하면 그만이다.
“알아보도록 하죠.”
그렇게 노형진은 이번 사건을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 * *
“리티엔 씨가 도주할 리가 없습니다.”
인권 단체 소속인 주호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상 망명 신청이 거의 100% 통과될 상황이라 굳이 불법체류를 하겠다고 도주를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국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