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3
열일하는 과금 기사 42화
스타 게이트에 출근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 만큼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그 사이 꾸준히 먹은 송편 덕분에, 몸에 있던 흉터들도 많이 희미해졌다.
“어! 형님 오셨어요?”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드는 창식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묻는다.
“아니, 오늘은 출근일도 아닌데 왜 왔어?”
스타 게이트의 직원들은 대체로 주 3일이나 4일 정도 일한다. 나처럼 일주일 내내 출근하는 쪽이 비정상이겠지.
“놀러 왔어요.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니 여자 구경이나 하려고요.”
“쉬는 날에 직장으로 놀러 오다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할 일이 없단 말인가?
물론,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할 거 없으면 나나 좀 도와줘.”
“에이, 형님. 심심해 뒤질 것 같아도 노동은 안 하죠.”
“진짜 별거 아냐. 아이템만 주워 주면 돼. 체다.”
“야옹!”
체다가 휴게실의 테이블 위로 올라서길 기다렸다가 캐릭터들 중 킬리언스식스로 로그인했다.
레벨 1. 캐릭터를 생성하자마자 초고렙 존으로 달려왔기에 기본 무기는 물론이고 물약 병 하나 없이 텅텅 빈 인벤토리.
인벤토리가 기본 100칸이니 송편을 9,900개나 담을 수 있다.
“저기 저 송편들 보이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것들만 계속 주우면 돼. 혹 인벤토리가 다 차면 킬리언스세븐, 킬리언스에잇으로 넘어가고.”
내 말에 창식이 체다의 배, 아니, 이제는 옆구리로 옮겨진 화면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벤지? 아니, 형님. 이런 게임 해요? 우리 존경하는 형님이 립저씨였다니…….”
“12시까지만 부탁해. 시급 15,000원이야.”
평소였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겠지만 이제 4시간이면 추석이 끝나니 어쩔 수 없다.
요 며칠 송편 버프를 겪어 보니 너무 좋아서 없어지면 미칠 듯 아쉬울 것 같았으니까.
언제나처럼 근무를 선다.
손님을 받고 손놈을 을러 쫓아낸다.
만취한 이들을 돌려보내고 소란이 일어나면 진정시킨다.
‘사실 내 벌이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이다.’
월 천만 원에 플러스알파까지.
흔히 말하는 억대 연봉이다. 몇 년 독하게 모으면 원룸이 아니라 적당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괜찮은 기업의 직원들만큼이나 풍족한 수입.
‘그러나 부족하다.’
그렇다.
그저 풍족한 삶을 살기에 충분한 수입으로는 너무나도 모자라다.
리벤지를 하기에는!
‘게다가 나는 보통의 플레이어보다 총알이 훨씬 많이 필요해.’
나는 그저 내 한 몸 장비를 맞추고 컬렉션을 모으는 정도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다.
‘세력을 키워야 하니까.’
병사들에게 장비를 맞춰 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스킬도 익히게 해야 한다. 성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온갖 내용물을 채워 넣어야 했다.
그러기에 지금 버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무슨 수로 돈을 벌지?’
물론 지금의 난 예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만, 이 강함은 지구에서 하등 쓸모없는 종류의 것이다.
군인? 경찰?
어쩌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두 직업 모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영관이나 장성급이 된다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부터 군생활을 해서 그 위치까지 올라간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더 고민해 봐야겠군.’
자정이 되자 창식이 체다를 안고 나타난다. 때마침 손님이 뜸한 순간이었기에 미리 말했던 시급을 녀석에게 건네준다.
“일단 받긴 하는데…… 허 참. 게임을 돌리고 돈을 받네요.”
너털웃음을 짓는 창식에게 손을 흔든다.
“오늘 고마워. 얼른 집에 가라.”
그러나 그런 내 말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내가 퇴근할 때까지 2시간을 기다렸다.
어느새 퇴근 시간.
옷을 갈아입고 나온 나에게 녀석이 말했다.
“형님.”
“왜?”
“형님 같은 사람이 왜 이런 곳에서 일해요?”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내가 취객 녀석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크게 오해한 모양이다.
“이런 곳은 또 뭐야? 여기가 어때서.”
“어떻긴요, 클럽이죠. 사실 물도 별로 안 좋아요. 회사로 치면 중소기업 정도? 장점이 있다면 연령층이 좀 낮다는 점이죠.”
그렇게 말한 창식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자 클럽 앞을 지나가던 여성이 별꼴이라는 듯 눈을 흘긴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친구와 소곤거리더니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멀어진다.
‘그야말로 한량(閑良)이구만.’
창식은 180이 넘는 키에 하얀 피부, 반듯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훈남이다.
다만 그것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생체력으로 만들어진 몸이다.’
마나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도 초월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들의 힘을 본 따 만들어진 이능.
생체력(生體力).
생체력은 마나를 자신의 세포 전체에 받아들여 진화(進化)시키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그것은 인간이 탱크를 집어던지고 총알을 피하고 폭격 속에서 살아남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키가 커지거나 피부가 깨끗해지는 등의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정말 살짝 발만 담근 수준이네. 생체력 특유의 강체화가 전혀 안 느껴져.’
말하자면 오직 미용을 위해 영능을 수련한 것으로 여러모로 미래가 암담해지는 선택이다.
생체력은 다른 영능과 호환이 잘 안 되는 영능이니, 사실상 녀석은 좀 반반한 비능력자나 다름없다.
‘이래서는 무슨 일을 해도 어려워.’
대부분의 인류가 능력자인 34지구에서 아무 영능을 가지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해도 한계가 있다.
폐급 마나 적성을 가지고 있던 난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외모가 절반인 연예계에서조차 그렇지.’
연예계에서 생체력 수련이란 전신 성형과 동급으로 취급된다. 못생긴 것보다야 당연히 낫겠지만 꼬리표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르데니아에는 생체력 진화가 가능하려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힘들 것 같았다.
이능이 전혀 없는 사회에서도 자연히 탄생하는 무공이나 마법과 다르게 생체력은 기존 생체력 수련자가 만들어 낸 생체인자(生體因子)가 있어야 입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님! 제 말 듣고 있어요?”
“나 다음 일 가야 해. 빨리 말해.”
“아, 이 형님, 제가 도와드렸는데 냉담한 거 봐.”
“대신 시급 줬잖아.”
“나 참! 저도 돈은 꽤 있거든요? 뭐, 하여튼 일하는 목적이 돈이란 말이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지.”
“그러면 말이에요 형님.”
나직한 목소리로 창식이 말한다.
“고액 알바 한번 해 볼래요?”
* * *
클럽에서 퇴근해 편의점으로 간다. 편의점에서 퇴근해 공장으로 간다.
수면 시간 없는 24시간 노동을 반복하며 아르데니아에서도 시간을 보낸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르데니아에서 나는 대부분 수면으로 시간을 보낸다.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가진 나는 보통 사람의 절반만 자도 충분할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에서 수면 시간이 전혀 없으니 별수 없다.
“빅 핸드.”
“충!”
“핸섬맨.”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칸 슬래셔와 싸울 때 목숨을 걸고 참전한 병사들을 포상했다. 일반 병사는 정예병으로 만들어 주었고 정예병들에게는 고급 등급의 장비와 스킬 북을 주었다.
‘기대 이상의 충성심이야. 보상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일검에 기사가 쓰러지고 수십 명의 병사가 조각나 쓰러지는 싸움에서 오러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병사들은 도망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심지어 상대는 무지막지한 투기를 뿜어 대던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던가?
‘내가 변방의 남작 치고 강력한 장악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죽음마저 불사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그들을 데리고 이동하면서, 먹이고, 입히고, 이끌며 보인 모습이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난다.
하루, 이틀이 지난다. 영지민들이 각자의 집을 정하고 가져온 짐들을 풀었다.
일주일, 이주일이 지난다. 정예병들은 여유가 되는 대로 던전에 들어가 레벨을 올렸다.
영지민들이 점점 성 안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월급이 들어왔다.
‘좋아!’
제일 먼저 할 일은 너무도 뻔하다.
[훌륭한 요새(희귀)를 완벽한 요새 도시(영웅)로 업그레이드 합니다!]쿠구구구궁!
성벽이 40미터까지 높아진다.
어지간한 아파트 13층에 맞먹는 높이.
두께도 어마어마해서 성벽 위가 거의 2차선 도로에 맞먹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도로와 계단이 어찌나 잘 정비되어 있는지 마차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올 수 있을 지경!
‘게다가 단지 커진 것뿐이 아니다.’
희귀급 성은 훌륭했지만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건축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영웅급 성은 달랐다.
성벽에 새겨진 방어 마법. 중간 중간 세워져 있는 감시탑과 마나 포탑. 거기에 비축된 자원을 소모해 작동하는 자동 수복 기능까지!
“와. 영웅이 이 정도면 전설은 대체.”
그러나 전설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해당 성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예(300,000다이아). 아니오.]“아니 이런 미친…….”
3,000만 원.
이해가 안 간다. 아 물론 나는 결국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다. 3,000만 원이 큰돈이긴 해도 그 대가가 엄청난 규모의 요새 도시. 그것도 전설적인 기능을 가진 성채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냥 게임 속 성 하나 업글 하는 데 이 정도의 돈을 붓는단 말인가?
“핵과금러 무섭다…… 심지어 게임 속에서 봤던 성들은 죄다 이것보다 크던데. 와…….”
기막혀 하며 감시탑과 마나 포탑을 강화했다. 대형 분수대를 추가로 6개 설치하고 일일 퀘스트 게시판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거지가 되었다.
“버는 건 한 달인데 쓰는 건 한순간이야…….”
허탈해하며 영주성을 나서자 저 멀리 영지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세상에 성벽 좀 봐! 이렇게 웅장하다니!”
“성도 페스탈의 성벽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자자! 힘내서 농지를 만들어 봅시다! 바닥의 타일을 떼어서 한쪽에 쌓아 두세요!”
“분수대가 그냥 뿅! 하고 나오는 건 다시 봐도 너무 신기하다…….”
“이제 물 걱정은 없겠어!”
감탄 하면서도 영지민들은 미리 일러 둔 대로 움직였다. 도시에 빈틈없이 깔려 있는 석제 타일들을 떼어 내고 그 아래 있는 토지를 농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농사도 짓긴 해야 하니까.’
이상적으로 보이는 요새 도시에는 사실 중대한 결함이 존재한다.
상하수도의 부재.
리벤지는 전투와 전쟁의 로망을 추구하는 게임이기에 리얼리티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통짜로 만들어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입을 수도 없는 전신 갑주가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겠지.
플레이어들은 물과 음식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며 소변과 대변 등의 생리 현상도 하지 않는다.
성채의 건물들에는 화장실이 없고 논밭이 없는 게 바로 그런 이유이다. 먹지도 싸지도 않는데 그런 시설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여기는 이미 현실이며 우리는 먹고 싸는 인간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넘어간다!”
도시 이곳저곳에 서 있던 나무들을 잘라 자재로 만들고 모습을 드러낸 토양을 뒤엎었다. 도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공원을 갈아엎고 특대형 분수대 아래에 구멍을 뚫어 물길을 만들었다.
영지민이 움직일 때마다 빈틈없이 아름답던 도시가 점점 흉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흉해진 결과,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갈 터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멋지군.”
영지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본다. 바쁘게 일하고 격하게 훈련하고 비장한 모습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몇 시간이나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조용히 읊조렸다.
“로그아웃.”
어느새 성과 도시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는 수십 층짜리 빌딩 앞에 서 있었다.
“어! 형님! 이쪽이에요 이쪽!”
빌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창식이 손을 흔든다. 나는 잠시 녀석을 보다 고개를 들었다.
빌딩에는 이런 글자가 쓰여 있다.
앞서 가는 채널. 채널 원(One)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