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33
열일하는 과금 기사 432화
심연의 별. 다크스타
특별한 효과나 이펙트 없이 담담히 늘어서 있는 두 줄의 텍스트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휘몰아친다.
맨 처음은 단 한 글자였다.
‘신.’
상급 초월자. 대우주에서는 언터쳐블이라 불리는 존재.
황제가 대우주의 어떤 문명에서건 꼭대기에 설 수 있는 존재라면, 신은 우주의 법칙에 간섭하고 단신으로 질서와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언터쳐블(Untouchable).
‘건들지 말라는 소리지.’
만약 신들이 물질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면 우주는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난 것은 멀린이다.
‘멀린을 죽여…… 신급 몬스터를 만들었다.’
그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플레이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로그인&로그아웃을 카드로 들고 나왔으니 부정하는 게 오히려 미련한 일.
‘그 멀린이 당했다는 게 여전히 납득이 안 되지만…….’
그러나 내가 납득하든 말든 상관없이 상황이 닥쳐 왔으니 전투를 준비한다.
승산은 낮다.
내가 황제 클래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강자라 해도 진짜 신을 상대로는 격이 떨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여기에 나 혼자가 아니라 금낭도 같이 있다는 점이랄까.
슥.
내면세계에서 무검을 꺼낸다. 두 이기어검, 그러니까 에레보스와 클라우 솔라스는 아직 꺼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내면세계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_<)}}};;;.”
아직 적과 마주한 것도 아닌데 신검과 마검 모두 겁에 질려 있다.
파스스…….
내 옆에 서 있는 금낭의 몸을 은색의 그림자가 갑주처럼 뒤덮는다.
전투 태세를 취하는 우리의 모습에 다크스타가 짝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친다.
– 이런 너무 긴장하지 마라. 너희 같은 존재는 처음 봐서…… 아, 이렇게 말해서야 대화가 어렵겠군.
끼익.
새까만 구슬이었던 다크스타의 입 부분이 갈라지며 입이 생겨난다.
안에 있던 무언가가 드러난 게 아니라 녀석의 머리, 입에 생명체의 입이 ‘창조’되는 광경은, 지금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아아, 흠. 그래 잘 들리나?”
“잘 들린다. 왜 우리를 찾아왔지?”
항성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거대한 공간이다. 솔직히 그것도 짐작일 뿐이고 이 안의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다크스타는 우리가 이 던전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찾아왔다.
“외부에서 손님이 왔으니 주인으로서 마중해야지. 그리고 사실…… 필요한 것도 있고.”
“필요한 것?”
내 말에 다크스타가 마치 마술을 하듯 오른손을 펼쳤다가 접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두 장의 카드가 들려 있는 상황.
녀석이 말했다.
“하수인 카드가 모자라서. 주문 카드랑 장비 카드는 제법 있는데…… 너희 둘이 있으면 딱 좋을 것 같아.”
녀석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본다. 하수인 카드지만 일러스트도, 카드 텍스트도 없는 빈 카드다.
“태연하게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시네요.”
은빛으로 빛나는 목검을 꺼내 들며 금낭이 혀를 차자 다크스타가 진지한 태도로 설득한다.
“하수인이 되는 게 그렇게 나쁜 일도 아냐. 너희가 살아갈 아공간이 주어지거든. 보아하니 황제급 카드가 될 것 같으니 특히 그렇지! 그리고.”
“거절한다면?”
웅-!
몸 밖으로는 히페리온이 전신을 뒤덮고 마음속에서는 스트레스 블레이드가 날카롭게 벼려진다.
완전히 전투모드에 들어선 우리의 모습에 다크스타가 웃는다.
“그러면 뭐.”
녀석의 가짜 입이 흉측하게 찢어진다.
“스스로 들어오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 줘야지.”
파라락!
다크스타의 오른쪽에 카드덱이 떠오르고 앞으로 다섯 장의 카드가 펼쳐진다.
동시에 스트레스 블레이드가 녀석을 베었다.
챙강!
그러나 심검이 녀석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녀석의 앞에 떠오른 카드가 대신 맞았기 때문이다.
‘……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심검이 왜 필중(必中)의 일격인가?
심즉살(心卽殺). 마음먹는 순간 상대를 해치는 권능기이기 때문이다.
‘계통이 안 맞으면 신조차 피할 수 없는 공격인데 이렇게 쉽게?’
다행히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다크스타가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함정 카드 발동! 공허의 바친 제물! 이 카드가 발동하게 되면 어떤 공격이든 제물이 대신 받게 되고 그러고도 제물이 살아남게 되면 받은 데미지의 절반을 공격자에게 되돌린다! 다만 안타깝게도 제물이 죽었으니 함정 카드는 종료. 이어서 나의 턴!”
무슨 랩을 하듯 주르륵 늘어놓는 다크스타의 말을 무시하고 금낭이 검을 휘두르자 검황(劍皇). 카우스트 울라인의 성명절기 시공괴리(時空乖離)가 차원을 찢어 버리며 전진한다.
그러나.
“함정 카드 발동! 모순의 굴레! 이 카드가 발동하게 되면 관통 계열의 주문은 모순의 굴레에 빠져들어 영원히 헤매게 되며 사용된 주문 카드는 전투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푸확!
또다시 쏘아진 심검이 다크스타를 후려친다.
이번에는 망할 함정 카드라는 게 발동하지 않았지만, 언터쳐블 클래스의 다크스타가 그 한 방으로 크나큰 타격을 입는 일도 없다.
“규칙을 준수해라! 너희의 턴은 끝났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너야말로 함정 카드를 깐 적도 없이 발동시키고 있잖아?!”
금낭의 항의에 다크스타가 웃는다.
“다르다! 이건 내 신급 특성 창세의 주시자! 상시 함정 카드 10장을 세트하고 덱에서 카드 5장을 뽑을 때마다 자동으로 소유한 함정 카드를 발견하여 세트할 수 있지!”
개소리를 지껄이는 다크스타를 무시하고 무검의 힘을 뽑아낸다.
무검식(武劍式). 연화공(戀華功).
연화만개(戀華滿開).
푸확-!
장대한, 실로 파멸적이라 할 수 있는 규모의 거대기공이 해일처럼 다크스타를 향해 쏟아진다.
설사 신이라 해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공격! 그러나 다크스타가 두 손을 펼친다.
“너희의 턴은 끝났다! 룰을 준수하라!”
쿠웅!
순간 해일처럼 휘몰아치던 꽃잎이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져 버린다.
아까처럼 녀석이 강력한 카드를 사용해 막은 게 아니다.
‘법칙 제어……!’
녀석이 신으로서의 ‘권한’을 이상한 방식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 주문 발동. 암흑신의 징벌. 이 주문은 상대방의 최대 생명력에 비례한 타격을 주며, 대상이 행동할 때마다 랜덤한 수의 카드를 드로우…….”
“흡!”
스트레스 블레이드를 휘둘러 내 [행동]을 막으려 드는 [강제력]을 깨 버린다.
설사 법칙을 강요한다 해도 초월자는, 심지어 하급이라도 어느 정도 법칙을 초월한 존재.
녀석의 규칙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더라도 완전히 묶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틈을 노려 무검을 휘두른다.
무검식(武劍式). 연화공(戀華功).
연화만개(戀華滿開).
쩌엉!
하늘에서 떨어지던 흑색의 기운과 거대한 꽃잎이 충돌한다.
흑색의 기운이 꽃잎을 부수고 떨어져 히페리온마저 관통하고 내 몸을 후려친다.
뿌득!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온다.
“폐하!?”
느닷없는 부상에 내 옆에 있던 하모니가 신성력을 뿜어내 부상을 치료한다. 내구력이 지나치게 높은 육신은 회복도 잘 안 되는 법이지만 나는 재생력도 권능의 영역에 들어선 데다 하모니는 [대천사] 클래스를 가진 최상위급 사제다.
“괜찮으십니까? 이게 무슨.”
“너무 놀라지 마. 각오하던 부상이니.”
나는 회복된 뼈와 근육을 만지며 생각했다.
‘뼈가 부러진 게 대체 얼마만이지?’
권능의 영역에 들어선 육신은 물질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 단단하고 질기다. 블랙홀에 집어넣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고 강기를 얻어맞아도 쉽게 상하지 않는 괴물 같은 신체.
그러나 다크스타는 그런 신체를 고작 카드 한 장으로 파괴했다.
‘카드 위력이 너무 강해. 이것도 그 신급 특성인가 뭔가 중 하나인가.’
“힐링을, 아니, 그냥 황제급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다 불러.”
“즉시 불러 오겠습니다. 바로 나가지 마십시오.”
“나도 쉬다 갈 거야.”
물론 오래 있지도 않아서 인류제국의 최상급 치유 능력자들이 모일 동안 휴식을 취한 뒤 현실로 나간다.
“로그아웃.”
나와서 본 건 권능 주문을 사용하는 금낭의 모습이다.
[포세이돈의 얼어붙은 왕좌.]“함정 카드 발동! 주문 탐욕 카드는 상대방의 주문을 폭식하고 그 등급에 따라 1장에서 7장의 카드를 뽑는다!”
생겨나던 얼음의 옥좌가 사라지자 금낭이 욕설을 내뱉는다.
“아니 어떻게 발동한 주문인데 고작 저 정도 수고로……!”
“드로우! 함정 카드 한 장을 세트! 그리고 이어서 발동 카드. 멸망의 제례. 덱에 멸망의 대주교 카드 다섯 장을 섞어 넣고…….”
“에레보스! 클라우 솔라스!”
나는 두 이기어검을 미사일처럼 쏘아 보낸 후 허공을 박차 뛰어올랐다.
[특성 발동 : 분신 생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운명 선택]아까워 사용하지 않던 초월 병기까지 작동시키자 운명의 가능석이 죽 늘어지며 나를 노리는 모든 가능성을 쳐 내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확률]로 작동하는 카드 효과를 무효화하는 것!
쿠궁!
쾅!
콰르릉!
우리가 내려섰던 행성이 삽시간에 파괴된다. 과자 껍질처럼 벗겨지는 지각과 뒤틀리는 맨틀, 솟구치는 마그마 따위는 우리도 다크스타도 신경 쓰지 않는다.
쿠구궁……!
쩌정! 쾅!
심검을 쏘아낸다. 거대기공을 휘두르고, 일부 공격은 [광신체] 어빌리티로 작동하고 있는 히페리온으로 받아 낸다.
초반에는 잘 버텨 냈지만, 점점 밀린다.
다크스타가 끝도 없이 카드를 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 무한 주문덱이에요!”
“무한 주문덱?”
“덱에 하수인 카드가 하나도 없는 주문덱을 뜻하는데 덱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는 동시에 강화된 주문을 덱에 섞어 넣는 컨셉으로…….”
“아니, 설명은 됐고! 턴 이거 어떻게 못해? 심검을 공격용으로 쓸 수가 없어!”
“법칙을 일방이 아니라 쌍방으로 해서 해제하기 어려워요!”
“아니, 저 자식은 계속 공격하잖아?”
“녀석은 마나를 뻠삥 하면서 드로우를 끝도 없이 해서 그래요! 명목상 아직 저 녀석의 턴인거죠!”
“진짜 미친 소리군. 카드 게임인데 한쪽이 턴을 안 끝내는 게 어디 있어? 선턴이 무조건 이기잖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속공 카드라고 해서 조건이 되면 상대방의 턴에도 발동시킬 수 있는 카드가 있는데…….”
금낭과 의견을 나누면서도 다크스타의 공격을 쳐 내고, 또 심검을 날린다.
“지속 카드! 빛의 오로라! 이 카드는…….”
“속공 카드! 휘몰아치는 증오! 이 카드는…….”
“필드 카드! 혼돈에 잠식된 대지! 이 카드는…….”
“의식 카드! 고대율법의 수호자! 이 카드는…….”
“이런 시발!”
욕이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중과부적(衆寡不敵).
혼자서 열 명의 적을 상대하는 것처럼, 밀려드는 파도를 삽으로 퍼내는 것처럼.
나와 금낭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제대로 된 타격은 주지도 못한 채 적의 공격을 하나둘 허용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망할 턴(turn)의 강제력이 성가신 상황.
하지만 방법이 꼭 없는 건 아니다.
“금낭. 문.”
“틈을 만들어 볼게요. 하. 두 달 정도는 써야 하려나.”
궁시렁거리는 순간이었다.
[제우스의 울부짖는 천둥.] [제우스의 울부짖는 천둥.] [제우스의 울부짖는 천둥.] [제우스의 울부짖는 천둥.]권능으로 만들어진 강대한 벼락이 비처럼 쏟아진다. 몇 번이나 그랬듯 함정 카드가 발동해 그것을 흡수하거나 흘려 냈지만 그것을 전부 처리할 수는 없다.
‘로그인&로그아웃이 술사와 가장 잘 맞는 이유지.’
로그인&로그아웃은 누가 가져도 사기적인 권능이지만 술사가 사용하면 한계 이상의 주문을 문자 그대로 쏟아 낼 수 있다.
주문이 저절로 완성되는 건 아니라 사용자는 내면세계에서 오랫동안 고생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주문에 죽어 나갈 적이 들으면 오히려 비분강개할 고민!
그리고 그렇게 쏟아지는 번개 사이로.
끼익-!
나는 눈앞에 나타난 문을 열고 들어가.
다크스타의 뒤로 나왔다.
찰나결(刹那訣) 제1식.
일검세(一劍勢).
가장 단순한, 그러나 가장 빠른 일검이 다크스타의 목을 친다.
쩍!
놀랍게도 무검이 걸렸다. 다크스타의 목을 4분의 3이나 잘라 냈지만, 최후의 순간 목이 비정상적으로 튼튼해지며 버텨 낸 것!
구구궁!!
즉시 무검에 담긴 모든 기운을 사용해 거대기공을 뽑아냈지만.
“이런. 참 대단하군.”
시커먼 얼굴 위로 떠오른 새빨간 입술이 우리를 놀리듯 방긋거리고-
“로그인.”
모든 것이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