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5)
토토힐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1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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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95화
“위와 같은 군인의 자세와 정신을 보여 준 정윤성 훈련병에게 이 상을 수여합니다.”
처음에는 참으로 길게만 느껴졌던 훈련 기간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뭐든 적응만 한다면 시간도 금방 흘러간다지만······.
‘군대는 절대 아니지.’
훨씬 더, 지독하리만큼 더 길었던 훈련소의 시간이었다.
‘진짜 시간 안 가서 죽는 줄 알았네.’
사회와 군대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고 했던가.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이곳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1주일이 마치 1년처럼 흘러가는 것 같았으니까.
“감사합니다.”
수류탄 사고를 내가 막아낸 것이 언론에 나가면서 국방부에서는 내게 상을 내렸다.
어차피 기초훈련만 하고 전역을 하는 놈이라 포상 휴가는 주지 못했다. 그 대신 훈장을 내주었다.
그것도 사단장이 직접 와서 말이다.
“험험. 우리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될까?”
“아, 예.”
사단장은 활짝 웃으며 내 옆에 서서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내게 건넸다.
“혹시 여기 사인도 한번······.”
놀랍게도 일일 남매 앨범이었다.
그것도 1집부터 4집 앨범까지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흠흠. 내 건 아니고. 우리 딸이 워낙 앨범을 좋아해서 말이야.”
딸은 핑계 같았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쉽네요. 사단장님 함자를 써드리려 했는데.”
“아니. 진짜?”
눈을 휘둥그레 뜬 사단장은 다시 헛기침을 뱉었다.
“뭐······.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해준다면야······.”
나는 말없이 앨범에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사단장의 이름을 적어 놓는 걸 잊지 않았다.
그걸 보고 환하게 얼굴이 밝아지는 사단장의 얼굴을 한번 봐야 한다.
이럴 때 가수로서 제일 뿌듯함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나와 윤아의 곡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팬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아, 참. 그리고 이번에 군가를 하나 만들어서 냈다며?”
“아, 네. 자격이 안 된다면 포기하겠습니다.”
“어휴. 아니야. 무려 세계적인 작곡가가 우리 국방부를 위해 내 준 군가인데. 안 그래도 내가 바로 국방부에 넣어 두었어. 거기서 판단하겠지.”
여기 훈련소에는 당연히 오선지가 없기 때문에 내가 종이에 직접 오선지를 그려서 냈다.
훈련병이 그런 걸 내면 당연히 위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내 명성이 먹혔던 모양인지 사단장이 승인해서 국방부까지 악보가 넘어갔다.
거기서 진짜 그 군가를 쓸지, 안 쓸지는 그쪽에서 판단할 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저작권료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그 곡이 정식 군가로 인정받는다면 앞으로 군대에 들어오는 모든 훈련병이 그 노래를 익혀야 할 것이다.
그걸로 충분했다.
뭔가 군대에도 내 족적을 남기는 기분이랄까.
“오빠~!!”
훈련소를 나서자 나를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윤아였다.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기면서 윤아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응. 괜찮아.”
부모님도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셨다.
“고생 많았다, 윤성아.”
“그래. 훈련소 들어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왔네?”
“맞아. 시간 진짜 빠르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군대에서의 시간과 사회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 간다.
* * *
훈련소에서 나온 이후, 나는 그냥 하루종일 집 안에 뒹굴거리며 누워 있었다.
한 달 좀 넘게 거기 있었다고 6시만 되면 눈이 퍼뜩 떠졌다.
그때부터 나는 주구장창 핸드폰만 하면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걸 보다 못 한 윤아가 강제로 날 일으켜서 어디론가 데려갔다.
거긴 바로-
“정윤성. 너 이놈! 으하하!”
느낌상으로는 몇 년 만에 보는 것만 같았던 이장원 교수님은 왠지 전보다 더 젊어지신 것처럼 보였다.
교수님은 나를 꽉 끌어 안으며 자신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
“잘 지내셨어요?”
“그래. 우리 윤성이가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가? 더 늠름해 보이네? 하하.”
“고작 몇 주밖에 안 다녀왔는데요 뭐.”
사실은 군대 2회차이지만 말이다.
“그래. 뉴스는 봤다. 진짜 큰일이 날 뻔했다며. 나도 그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너 아니었으면 진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던데.”
“네, 운이 좋았죠.”
“또 그놈의 운 타령은. 그냥 네가 잘난 게지. 그래서, 이제 또 미국으로 가는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새 학기가 시작되니까요. 방학 동안 군대 다녀온 놈은 저밖에 없을걸요.”
방학 동안 뜬금없이 군대에 들어간 건 어이가 없는 일이긴 했지만,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너 없는 동안 윤아는 꾸준히 여기 와서 연습하더라. 요즘 작곡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한테도 도움을 몇 번 받았고.”
나는 저 밖에서 먼저 피아노를 치고 있던 윤아를 슬쩍 바라본 뒤 교수님에게 물었다.
“우리 윤아. 어때요?”
“응? 어떤 거? 작곡?”
“네. 교수님이 보기에는요.”
“후후. 내가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겠냐만은······. 너도 사실 알고 윤아한테 작곡 맡긴 거 아니냐? 나도 잘 몰랐는데, 윤아가 작곡 능력이 아주 출중해. 저번에 게임 BGM도 만들어서 호평을 받았다며. 너네 집안 핏줄이 확실히 이쪽에 타고난 모양이다.”
윤아의 작곡 실력은 나날이 늘고 있다.
이장원 교수님이 이렇게 극찬을 하는 것을 보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확실했다.
“안 그래도 오늘 들려 줄 노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나도 뒤에서 조용히 한번 들어봐야겠네.”
내가 훈련소에 나온 뒤에도 윤아는 혼자 심혈을 기울이며 작곡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윤아는 완성하고 나서 보여 주겠다며 내게 악보를 전혀 보여주지 않다가 오늘 드디어 완성된 곡을 들려 주기로 했다.
“윤아야. 준비 됐어?”
“아, 응. 여기 앉아 봐, 오빠.”
윤아는 옆자리를 툭툭 쳤다.
내가 거기 앉자 윤아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건반에 손을 올렸다.
* * *
윤성이가 돌아오니 그제서야 마음을 놓게 된 이장원 교수였다.
갑자기 군대를 간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가슴이 답답했다.
직접 말은 하진 않았지만, 수류탄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심장이 철렁였다. 그래도 다행히 녀석은 무사히 돌아왔다.
트라우마로 남아도 충분한 그 큰일을 겪고도 아주 태연한 모습이었다.
늘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실력만큼 멘탈 하나는 끝내줬다.
그리고 훈련소를 나오기 전, 군가까지 만들어서 국방부에 주고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여기가 꽉 찬 것 같네.”
정윤성과 정윤아 말고도 이장원 교수가 레슨을 해주고 있는 학생들이 이곳으로 와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하지만 저 둘이 미국으로 간 뒤부터 아무리 많은 학생이 이곳에 꽉 차 있어도 늘 텅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저 둘이 다시 돌아왔으니까.
따라란~
때마침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감미롭게 이어지는 건반 소리.
느린 리듬감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는 마치 드뷔시의 곡을 듣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게 볼을 만져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어두운 방구석, 차가운 바닥에 홀로 앉아 슬퍼하고 있나요.]거기에 깃들어진 윤아의 목소리는 차분한 울림이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창법과는 무언가 다르게 보였다.
더 낮고, 깊이 내려가는 목소리.
이제 막 첫 소절을 시작했을 뿐인데,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힘이 저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밤마다 거칠게 뛰는 심장 소리에 불안해하고 있나요.]그 울림과 함께 피아노 건반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멜로디는 눈과 귀를 빼앗기에 충분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모두 다 뻔한 얘기라는 거 알아요.]노래를 가만히 뒤에서 듣고 있던 이장원 교수는 이 곡이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금방 알아챘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볼래요? 당신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이 곡에는, 그리고 윤아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 같지만, 당신을 위한 사람이, 하늘이 선물로 내려 준 사람이 분명히 있죠.]최고의 곡은 늘 작곡가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이 곡에서 누군가의 경험이 느껴졌다.
[그러니 백 번을 넘게 이 세상에 속았어도, 한 번만 더 믿어 볼래요?]그건 아마도 정윤아의 경험일 것이다.
“······.”
천천히, 부드럽게, 누군가를 위로하듯, 마치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는 듯 이어지는 윤아의 노래에 이장원 교수는 멍하니 곡을 듣고 있었다.
다른 이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이 윤아에게도 있었던 것일까.
늘 씩씩하고, 웃기만 했던 아이였기에 숨겨진 아픔이 있다는 건 미처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냥 이장원 교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저 뛰어난 공감 능력과 작곡 실력으로 이런 곡을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당신의 인생에도 기적이 있다는 것을.]* * *
“······.”
나는 윤아가 작곡한 이란 곡의 악보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악보에 나와 있는 음표만 봐도 작곡가가 대충 곡을 만들었는지, 아니면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검사를 할 때, 이놈이 과제 제출 전날에 만든 건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만들었던 건지 금방 알아차리는 것이다.
“엄청 공 들여서 만든 흔적이 있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처음 내가 윤아에게 이 곡을 주문한 건, 그날 수류탄 사고를 일으켰던 김도현과 같은 사람 때문이었다.
상처만 가득한 인생 속에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곡.
그런 곡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어.”
그게 문제였다.
원래 이런 곡은 충분한 공감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경험이 실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윤아와 함께 살면서 우리 두 사람은 심한 우울증을 겪거나, 인생에 좌절하여 쓰러진 적은 없었다.
굳이 하나를 뽑자면,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였을 뿐이다.
우리 둘은 참 행복하고 축복스러운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당연히 윤아가 이 곡을 만드는 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 몇 달은 손을 보면서 곡을 만들어 나가야 된다고 예상했는데······.
“이건 너무 리얼하잖아.”
가사를 보면 마치 그 사람들의 불안과 처참한 심경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었다.
차마 윤아에게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썼냐고 묻진 못했다.
왜 묻지 못했을까.
내가 전혀 예상치 못 한 다른 이야기가 나올까 두려워서였을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난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우리 앨범에 수록곡으로 내는 건 너무 아까운데.”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만든 곡이지 않은가.
우리 앨범에 넣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윤아 이름으로 미니 앨범을 내는 것이라면?
“예, 아버지. 윤성인데요.”
생각이 정해지자 나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