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6)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56화
“꺄아아아~!”
“오빠~!”
방금 전 끝난 무대 때문에 관객들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
나와 윤아는 무대 바로 뒤에 있는 공간에서 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서 있었다.
“와- 진짜 현장음 장난 아니다. 그치?”
“그러게. 사람들도 엄청 많이 모인 거 같고.”
“아까 슬쩍 보니까 사람들 꽉 찼던데?”
여기 무대 뒤는 처음 오는 것 같다.
무대 위는 사실 어제 있었던 간단한 리허설을 위해 한번 올라가 봤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면 역시 관객들의 유무, 그리고 이것이 생방송이라는 것이었다.
“후우-”
나는 짧게 몇 번 심호흡을 이어갔다.
그동안 무대 경험을 조금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느낌은 한번도 그런 경험을 못 한 것만 같았다.
그냥 모든 것이 처음처럼 느껴지고 긴장이 된다고 해야 할까.
그에 반해 윤아는 온종일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윤아 너는 괜찮아?”
“응?”
“긴장 안 돼?”
“당연히 긴장되지.”
말은 그렇게 해도 얼굴 표정은 전혀 긴장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냥 뭐라고 해야 하지.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
“오빠는 신기하지 않아? 우리가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게. 처음 시작은 홍대 노래방에서 우연히 뜬 거였잖아. 거기서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결국 같이 여기 무대까지 온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항상 연예인들의 그림자 속에서 매니저 역할만 하던 내가 지금은 미래의 탑스타와 함께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윤아가 원하는 인생대로 살게 해줄 생각만 하고 있었지, 설마 이 아이와 같이 무대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난 긴장도 되지만,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거짓말처럼 긴장감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결 숨쉬기가 편해지고 가슴이 진정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윤아야.”
“응?”
“우리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즐기고 오자.”
“웅!”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이 축복 같은 시간에 나와 윤아의 무대에만 집중하는 것.
그것 말고는 중요한 게 없어 보였다.
“자, 일일남매. 올라가 주세요.”
나는 윤아와 함께 스텝의 콜에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화려한 조명이 우리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 * *
의 담당 PD 나일호는 길게 하품을 했다.
“큰일이다. 이제 무대 하나 끝났는데 벌써 졸립네.”
방송을 하나만 맡는 게 아니고 여러 개를 맡다 보니 매일 야근에 시달린다.
거기다 나일호 PD가 오늘의 뮤직쇼를 맡은 지도 이제 5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에는 아주 열정적으로 했을지 몰라도 슬슬 시간이 지나면서 매너리즘이란 녀석이 찾아와 버렸다.
이제는 그냥 어떤 무대를 봐도 덤덤할 뿐이었다.
“요즘 딱히 눈에 띄는 신인들도 없고.”
지금이 어찌 보면 한국 가요계에 정체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각 계절을 책임지는 가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 하나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는 솔로, 혹은 듀엣 가수보다 아이돌 가수들만 주야장천 생성이 되고 있어 더욱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는 중이었다.
“이러다가 국내 음악 시장은 다 죽는 거 아닌가 몰라요.”
다른 보조 PD의 말에 나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기존에 있던 가수들이 아직 잘 버텨주고 있어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지만······.”
가요계에서 연달아 터지는 사건 사고 때문에 기둥처럼 버티고 있던 가수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고인물만 남고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썩어 없어져 버린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뉴페이스들이 자꾸만 나와 줘서 혼란한 음악 시장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일남매가 가장 기대되지 않습니까, PD님?”
“아. 그 남매. 글쎄······. 오늘 첫 음악 방송이지?”
“예. 오늘이 첫 데뷔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Tell your story에 나오긴 했지만, 그건 데뷔 무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뉴튜브를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앨범까지 내게 된 남매였다.
그 둘을 보면 지금은 추억이 되어 버린 JJ가 떠오른다고 해야 할까.
그 두 사람이 어떤 무대를 해왔는지, 나일호 PD도 영상을 봐서 알고 있다.
문제는,
“여기 무대가 쉽지 않다는 거지.”
이런 음악 방송은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간다.
화려한 무대와 커버, 그리고 댄스.
그것에 맞춰진 카메라 워크까지.
의자에 앉아 잔잔하게 노래를 부르기에는 다소 무대가 심하게 화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듀엣 가수나 솔로 가수가 나올 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아무리 곡이 좋아도 평가가 절하되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과연 그 남매는 어떨지.
“마침 다음 무대가 일일남매네요.”
“그 두 사람 리허설은 어땠지?”
“뭐, 그냥 무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리허설이라고 해봤자 시간 문제 때문에 대충 감만 잡고 끝내니까요.”
“흠.”
거기다 오늘 방송은 무려 생방송이다.
이제 막 데뷔를 한 일반인 두 명이 이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었다.
“제발 실수만 안 했으면 좋겠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당연히 방송 사고가 일어난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대에서 얼어붙는 가수도 있었고, 연달아 안무 실수를 한다든지, 혹은 가창력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등등.
이것이야말로 버라이어티 예능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PD들이 제일 긴장할 때가 바로 신인 무대였다.
“자, 그럼 MC들. 이제 바로 멘트 날려 주세요.”
보조 PD의 무전에 MC들이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 대사를 읊었다.
“준호 씨. 일일남매라고 아세요?”
“아~ 뉴튜브 스타 맞죠?”
“네!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귀엽고 깜찍한 일일남매가 드디어 오늘 데뷔 무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너무 기대가 되네요. 그럼 다 같이 보실까요? 뮤직~ 쇼!”
MC들이 멘트를 치며 시간을 끄는 동안 어느새 남매는 무대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MR에 따라 통통 튀는 기타 연주가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정윤아가 박수를 치자 자연스레 호응이 되어 어느새 관객들도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시작은 좋네.”
역시 언제 들어도 저 통통 튀는 멜로디가 일품이었다.
마치 장난을 치는 듯한 멜로디에 가벼운 가사, 하지만 결코 가볍거나 곡이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나일호 PD와 이곳에 있는 다른 PD들이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그동안 수많은 노래와 무대를 거쳐 왔기 때문에 저절로 듣는 귀가 생겼다.
저 매력적이고 간단해 보이는 음악에는 참으로 복잡한 구조의 짜임새가 들어가 있었다.
“노래를 많이 수정했다더니, 확실히 뉴튜브에서 듣던 거랑은 다르네요.”
“쉿. 조용. 노래 듣고 있잖아.”
“아. 죄송······.”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도 그냥 카메라 워킹에만 신경을 쓰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던 것이 이들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조용히 노래에 집중했다.
누군가가 춤을 추는 것도 아니기에 카메라 워킹에 손이 많이 갈 필요가 없는데도 카메라 감독들은 괜히 한번이라도 더 신경을 써주며 두 사람의 모습이 더욱 잘 나올 수 있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귀로는 둘의 노래에 집중했다.
[늦잠 자지마~]두 사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현장에 생생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창 시끄러웠던 관객석은 저 둘이 나오자마자 고요해졌다.
결코 나쁜 의미의 고요함이 아니었다.
여기 방송실에 있는 PD들처럼, 관객들도 저 남매의 노래에 푹 빠져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부드럽게 쓸어내린 기타 소리와 함께 MR이 멎어 들고 감미로웠던 목소리도 잔잔하게 페이드가 되어 사라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아.”
뒤늦게 PD들은 노래가 끝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긴 여운에 잠겨 있던 방청객들도 얼마 안 있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아. 끄, 끝났네?”
“뭐야. 벌써 끝이야?”
“진짜 노래 좋다.”
그들은 곧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꺄아아!”
방송실 안이 쟁쟁하게 울렸다.
웬만한 탑 아이돌 부럽지 않은 환호성이었다.
“우와. 노래 진짜 잘 부른다.”
“아니. 나는 무슨 음악 CD 가져와서 틀어 놓은 줄 알았어요. 라이브가 이 정도라고?”
“이건 진짜 립싱크 논란이 나도 할 말이 없겠는데요? 하하.”
방청객과 마찬가지로 방송실에서도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하아-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힐링 되는 기분이네.”
“그러게. 참 이상하지? 노래를 들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나일호는 아주 신선한 PD들의 반응을 재밌게 살펴보았다.
방금 전까지 피곤에 절여져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얼굴에 아빠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그리고,
“PD님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으시네요.”
“그러니까요. 입꼬리가 아주 귀에 걸리시겠어요.”
“뭐? 내, 내가?”
나일호는 당황하며 자기 입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이들 말대로 어느새 광대가 승천하고 입꼬리가 귀에 닿을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하하. 이거 참.”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참 오랜만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 살아날 불씨조차 없다고 여겨진 열정이란 것이 다시 한번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느낌이다.
“오늘 편집할 때 좀 재밌겠는데요?”
“아. 원래 편집 생각하면 어지러웠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시간이 기다려지네.”
그건 나 PD뿐만이 아니라 여기 방송실에 있는 모든 PD가 같은 마음이었다.
“여기서 조금 효과를 주는 게 좋겠지?”
“조명 효과는 안 넣는 게 나으려나?”
“저 비주얼을 봐봐. 만질 필요가 있겠어? 차라리 아무것도 안 만지는 게 도와주는 거야.”
“쓰읍. 그럼 여기서 편집점을 잡고 3번 카메라에 부드럽게 힘을 실어 줘서······.”
이제 막 두 번째 무대를 끝냈는데 벌써부터 어디에 편집점을 잡아서 뉴튜브에 올릴지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다시 열기가 오르려는 건가.’
방금 전 노래를 듣고, 저 무대를 보고 나서 나일호 PD는 깨달았다.
그동안 잠잠했던 국내 음악 시장이 다시 한번 살아나려는 것을.
바로 저 남매를 중심으로 말이다.
* * *
뜨거운 환호성을 받으며 나와 윤아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얘들아. 너무 잘했어.”
“진짜 떠는 거 없이 엄청 잘하더라.”
“노래 왜 이렇게 잘 불러? 라이브 맞아?”
다들 초조하게 우리 데뷔 무대를 지켜봤던 것인지, 남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있었다.
내가 너무 매니저 생활에 절여 있었나.
항상 서로 싸우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견제만 해대는 장면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우리를 계속 괴롭히면 어떡하나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난 첫 데뷔 무대 때 엄청 떨어서 안무 실수했었는데.”
“맞아. 우리 그래서 립싱크했잖아.”
“너희는 진짜 하나도 안 떨고 엄청 잘한다.”
덕분에 우린 냉담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아닌, 따뜻하고 훈훈함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 무대 보니까, 다음주는 그냥 윤성이랑 윤아가 다 해 먹겠다.”
“그러게. 이번주 계속 방송하면 차트 올킬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얘네 앨범 나오자마자 탑텐으로 들어갔잖아. 차트 올킬은 이미 떼 놓은 당상이지.”
“그, 그게 가능할까요?”
“어휴. 당연하지! 너희 실력이라면 충분해!”
“잠깐. 그러면 다음 주부터 우리 윤아랑 윤성이랑 같은 대기실 못 쓰는 거야?”
“헉.”
만약 이들 말대로 음원 순위 1위를 기록하게 되면 다른 대기실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에이. 아니에요. 설마 그런 일이 있어도 전 언니들이랑 오빠들 보러 꼭 올 거예요.”
“오~ 진짜?”
“그럼요. 적적하게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게 훨씬 좋죠.”
“이야. 우리 윤아. 벌써 사회생활도 잘하네.”
“근데 사회생활은 우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미래의 1등이신 분들한테.”
그렇게 가수들끼리 서로 농담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방송은 계속 진행이 되었다.
“어? 우리 차례다.”
“언니들 화이팅! 무대 잘 보고 있을게용.”
“그래. 이 언니가 제대로 보여 주고 올게!”
우리 남매가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여기 분위기가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새 서로가 서로의 무대를 응원했다.
윤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팅을 외치자 다른 가수들도 같이 동조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리고 나는 잠시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어디에서 문자가 오느라 전화가 진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핸드폰 화면에 뜨는 문자 내용을 대충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 발신인은 교수님이었다.
[윤성아. 내가 방금 차트를 확인해 봤는데, 지금 순위가······.] [이거 조금만 더 지켜보면 진짜 사고 한번 칠 거 같은······.] [야! 지금 차트 확인해 봤냐? 방금 너희 탑3까지······.]교수님.
설마 또 스밍 중이신 건가.
안 그러셔도 된다고 했는데.
나는 피식 웃으며 문자에 답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윤성아! 1위다! 1위야! 너희가 1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