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1)
‘……그 녀석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카타리나랑 싸운 거냐?’
가문의 차남인 제이드로선 언젠가 가문을 물려받을 여성과 결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평생을 독신으로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셀랑트 가문의 정실로 들어갈 기회를 박차 버리다니…….
마음 상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을 잘 이야기하면서 갈등을 해결하면 될 것을.
‘그걸 어린애들한테 바라는 건 너무 사치였으려나?’
처음에는 제이드에게 해당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역시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라 하더라도 함부로 개입했다가 도리어 문제를 크게 만들어 버린다면, 본말전도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나는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냥…… 그게 그 녀석의 운명인 거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침대에 엎어졌다.
“케이네스, 얼른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어야지!”
“으으……. 그냥 하루 종일 자고 싶다.”
새벽에 누님과 밤하늘의 술래잡기를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제는 정확히 밤 10시에 침대에 누워 잠들었지.
그럼에도 나는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엎어진 채 게으름을 부렸다.
“자아, 어서 일어나.”
누님은 내 두 손을 붙잡고, 벌떡 일으켜 세웠다.
“이번에는 재시험이고 뭐고 없잖아. 스페이원 백작이 0점을 받아도 되겠어?”
“으에에…….”
나는 곧장 욕실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나른한 얼굴로 샤워를 마친 뒤, 드레스 룸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내, 1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시작했다.
딸그락.
“후우, 오늘따라 왠지 몸이 무거워.”
“그래, 그래. 그보다 다 먹었으면 양치하러 가자.”
나는 누님과 함께 1층에 위치한 세면실에서 양치를 하고, 곧장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드르륵-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목소리와 동시에 마차의 문이 열렸다.
여느 때나 찾아오는 기말고사 시즌.
누군가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모습으로 좀비처럼 힘겹게 걷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걱정 하나 없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케이네스, 오늘 3학년은 몇 과목을 본댔지?”
“두 과목. 오전에 한 과목, 오후에 한 과목이라서 중간에 3시간 정도는 빌 거야.”
“그러면…… 누나가 조금 늦게 끝나겠네. 누나는 오전에 한 과목, 오후에는 두 과목이거든. 집에는 먼저 돌아갈래?”
“아니, 사교부실에서 기다릴게.”
굳이 먼저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돌아가 봐야 침대에 누워 골드샵이나 구경할 테니까.
한편, 내 대답에 누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돌렸다.
“그래, 그러면 시험 잘 보고, 점심에 보자.”
“응, 누나도 시험 잘 봐.”
“물론이지!”
힘차게 대답하는 누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강의실로 이동했다.
오전 첫 번째 시험은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했던 마법학 이론이라는 과목이다.
스스스슥.
‘필요한 정보만을 머릿속에서 꺼낸다는 느낌이네. 그리고…… 100점 확정이다.’
나는 확신하는 모습으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답안은 20분 만에 채워졌다. 그리고 10분간 세 차례의 검토를 마친 뒤, 나는 턱을 괸 채 멍하니 시험지를 바라봤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멈춘 교수. 나는 책상으로부터 손을 떼고 시험지를 보여 주었다.
“흐음…….”
빼곡하게 채워진 답안. 교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에 모두가 두 손을 책상 아래로 내리자, 아카데미의 교직원 둘이 시험지를 걷기 시작했다.
시험지를 회수한 교수는 장수를 확인한 뒤, 강의실을 벗어났다.
그 순간, 누군가가 진 빠지는 목소리를 흘렸다.
“으아아~ 역시 너무 어려웠어. 어제 몇 번이나 교과서를 훑어 봤었는데도…….”
“그보다 마지막 문제는 뭐야? 난생처음 본 문제였다고!”
“응, 나도 마지막 문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아마 전교생이…….”
몇몇 학생들이 슬그머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30번 문제, 답이 뭐였는지 기억해?”
내 책상으로 다가온 붉은 머리의 여학생, 엘자 H 칼론.
나는 그녀의 물음에 해당 문제의 해설과 정답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어느새 주변으로 모여든 학생들이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미친 거 아니야? 무슨 그런 문제를 출제하냐?”
“솔직히 너무하긴 너무했네. 이런 공식을 어떻게 풀어?”
“이 문제를 맞은 사람은 아마 케이네스 군밖에 없겠네요. 솔직히 정말로 어려웠어요. 그 외에도 27번은…….”
학생들은 내 주변으로 모여 어느 문제가 어려웠고, 어느 문제가 헷갈렸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들의 정답에 대해 질문을 건넸다.
과목당 객관식 20문제, 주관식 10문제로 이루어진 필기시험.
학생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마법학 이론의 객관식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주관식에서 여러모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하아, 다음 과목에서 반드시 높은 점수를 받아야겠네요.”
서서히 자리를 벗어나는 학생들.
이내, 옆 강의실에서 아르데알과 네리스가 찾아왔다.
그리고 조금 전에 질문받은 내용을 고스란히 듣게 되었는데, 확실히 30번 문제가 어렵긴 어려웠나 보다.
나는 쓰게 웃으면서 똑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이런, 두 문제는 확실하게 틀려 버렸네요.”
“……저는 다섯 문제에요. 이번 시험은 너무 어렵지 않았나요?”
네리스의 물음에 아르데알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난도가 꽤 높더군요. 물론, 케이네스 군에게는 무난했던 모양이지만요. 이번에도 만점인가요?”
“……마법학은 자신 있는 과목이니까. 그 대신 오후에 볼 세계사는 아마 8~90점대로 예상하고 있어.”
“흐음, 저로선 케이네스 군이 2학년에 이어 3학년까지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해 전무후무한 전설을 남기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무리 나라도 3학년 과정을 모두 만점으로 통과하는 건 무리야. 이번 재시험에서는 정말로 운이 좋았을 뿐이었고.”
나는 재시험 당일을 떠올렸다.
지문이 헷갈렸던 객관식 문제. 결국 직감에 맡기고 찍었다.
물론, 맞았으니 장땡이지만, 말 그대로 운이 따랐을 뿐. 그 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금년도 2학기 과정에서는 확실히 점수가 떨어지겠지. 뭐, 여러모로 대비를 해 두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후우, 그래도 어렸을 때 예습을 해 두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5~6학년으로 진급할 때 B클래스로 강등될지도 모르겠어.’
6학년 과정까지 전 과정 예습은 해 두었다.
하지만 예습은 예습일 뿐. 문제 풀이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기출문제를 풀어본 결과, 5학년 과정은 평균 70~80점 정도, 6학년 과정은 평균 50~60점 정도로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마법학 이론이 전부 100점임에도 그런 점수가 나온 거니까…… 앞으로 조금은 노력해야겠어.’
너무 여유를 가지고 살았던 모양이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두 사람과 함께 다음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검술 학부 건물에서 나오는 누님과 함께 곧장 구내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첫 번째 시험은 어땠어?”
“누나는?”
“한 문제가 조금 애매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무난했어.”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걸까? 전생을 경험했던 누님으로선 똑같은 시험을 두 번이나 보는 셈이니까.
그래도 헷갈리는 문제가 있었는지,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어땠는데? 설마, 정말로 대충 본 건 아니지?”
“……첫 번째 시험 과목이 마법학 이론이었어.”
“아……. 그러면 100점이겠네.”
내 지식은 이미 아카데미의 교과서 수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아카데미의 시험 정도는 적당히 치러도 100점이 나오겠지.
누님은 살짝 부럽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누님이 부러워할 입장은 아닐 텐데? 똑같은 시험을 그대로 치르면서 한 과목 100점 따윌 부러워한다니.
‘나로서는 똑같은 시험을 다시 보는 게 더 부러운데…….’
도토리 키 재기나 다름없는 상황.
그렇게 구내식당으로 들어간 우리는 식사를 마친 뒤, 각자 강의실로 돌아가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됐다.
‘흐음? 의외로 쉽게 출제된 건가? 17번은…… 이거고, 18번은…… 이거네.’
객관식은 손쉽게 풀어냈다.
이내, 주관식으로 넘어가면서도 나는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 아는 문제들이 출제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거, 잘하면 세계사도 100점을 받을 수 있겠는데?’
마침내 도달한 30번 문제.
확실히 어려운 문제를 하나 끼워 둔 모양이다.
이 문제로 상위권의 등수가 변하겠지. 뭐, 나는 바로 어제저녁에 살펴둔 것이기에 외워둔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지만.
설마, 벼락치기로 살펴 둔 내용이 30번 문제로 출제될 줄이야.
‘……근래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종소리와 함께 두 손을 책상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교수와 교직원이 강의실을 나간 순간, 학생들이 다시금 내 책상으로 모여들었다.
“아하하, 이번엔 나도 별로 자신이 없는데…….”
손사래를 치면서 질문 자체를 회피하려 했으나, 결국엔 그들의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 다섯 문제나 틀려 버렸네요.”
“케이네스 군, 30번 문제 정답 아시나요? 분명, 교과서에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아……. 그 문제는 솔직히 저도 많이 당황했어요. 중부연합에 대한 전쟁역사거든요.”
사건의 연도와 이름을 차례로 나열하는 문제.
정답인 10개의 사건과 연도를 말해 주자, 학생들은 기겁을 하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확실히 이런 문제는 조금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나도 어제저녁에 봐두지 않았다면 100% 틀렸을 테니까.
“……우와, 그러면 세계사도 100점 아니야?”
엘자의 물음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 90점대로 생각하고 있어.”
“작년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래놓고 전 과목 100점을 받았잖아.”
“아하하, 그랬던가?”
학생들은 놀람과 동경의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뭐…… 저 눈빛도 오래가지 않아 실망감으로 물들겠지.
그것이 나로서는 살짝 무서워졌다.
잠시 뒤, 아르데알과 네리스가 A-2클래스 강의실로 찾아왔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만, 케이네스 군은…….”
“나는 누나를 기다려야 해서 사교부실에 들러 공부나 하려고. 네리스는 어떡할래?”
“그럼, 저도 사교부실에서 공부할래요.”
네리스의 대답에 아르데알은 이마를 짚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저만 왕따가 되어 버렸네요. 그렇다면 저도 사교부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도서관으로 가도록 하죠.”
“사교부실이랑 도서관은 거리가 꽤 멀지 않던가? 나는 누나와 약속을 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괜히 이동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게 되잖아. 네리스도 도서관에서 공부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도서관으로 가도 돼.”
아르데알은 ‘그것도 그러네요.’라면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하지만 네리스는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다.
“저는…… 케이네스 님에게 조금이나마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싶어서…….”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배울 게 있으려나? 하지만 금일 시험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벼락치기가 가장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았다.
어제저녁에 적당히 살펴봤던 내용이 또렷하게 떠올랐었으니까.
‘뭐, 내일 치르는 수학은 딱히 공부할 필요도 없겠지만.’
수학은 말 그대로 서비스 점수나 다름없었다. 물론, 주변 학생들은 조금 다른 모양이지만 말이다.
아카데미에서 1~3학년에 배우는 수학은 대한민국에서 초등교육으로 배우는 과정이다. 4~6학년 역시 중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으로 내게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겠지.
한국에서 고등교육으로 배우는 수학은 대체로 교수들의 임용시험 등에서 출제된다고 한다.
‘흐음, 세계사는 어떻게든 넘겼다지만, 국사(제국역사)는 또 별개인데 말이야.’
나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결국 둘 다 따라오는 거냐.’
내 등 뒤를 따라오는 아르데알과 네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