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7)
데스 퍼레이드 제29 거점이 함락되고, 어느새 몇 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아카데미에서의 축제가 마무리되면서 2학기가 막을 내리려던 때.
나는 1학년 필기시험과 실기평가를 무사히 만점으로 통과하였는데, 1학기, 2학기를 통틀어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상황.
아르데알은 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면서 다가왔다.
“역시 케이네스 군은 대단하네요.”
‘역시’라는 단어는 살짝 마음에 걸리지만…….
“이번 기말고사에선 너도 전 과목 만점이었잖아.”
“네. 뭐, 그렇기는 하지만…… 케이네스 군은 아카데미에서도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위업을 달성한 거니까요.”
마치 RPG 게임의 위업 달성 알림처럼 말해 주는 아르데알.
나는 작게 웃으면서 율리우스 교수님으로부터 건네받은 1학년 종합 평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조차 매번 중하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내가 설마 전교 1등을 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해 봤을까?
“이렇게 깔끔한 평가지를 받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아르데알이 내 종합 평가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점수가 기입된 칸에는 하나같이 100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심지어 필기와 실기의 등수조차 1이라는 숫자가 줄지어 나열되어 있었는데. 아르데알의 말대로 깔끔하기 그지없는 평가지였다.
“……뭐, 내년에도 이런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겠지. 2학년 때는 시험을 망쳐서 C클래스까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땐 저도 함께하도록 하죠.”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내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질색한 표정을 짓자, 아르데알은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내 뒤를 따라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케이네스 군은 본가로 돌아갈 생각인가요?”
“흐음……. 아무래도 이번에는 가 봐야 할 것 같아. 가주님께서 직접 호출하셨거든.”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아르데알이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본래라면 저택에서 머물면서 데스 퍼레이드의 거점과 연구소 등을 박살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란스의 호출령을 함부로 무시할 순 없지.
본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속으로나마 한숨을 내쉬던 순간, 아르데알이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박수를 치며 내 시선을 끌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드디어 엘리자베스 영애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겠군요. 흐음, 저로선 조금 쓸쓸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나와 어울릴 시간에 서둘러 미래의 배우자나 찾아봐. 저번에도 고백을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분과는 성향이 조금 다르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기가 여러모로 어렵네요.”
확실히 아르데알의 취향은 까다로웠다. 그는 상대의 외모와 성격보다도 흥미로움을 먼저 고려하니 말이다.
개성이 다양한 여성을 본인의 이상형으로 꼽은 아르데알.
나로서는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네가 생각하는 조건을 조금 낮춰보는 건 어때?”
“여러모로 노력하고는 있습니다만…… 쉽지가 않네요. 뭐, 미래의 반려를 찾지 못하겠다 싶으면, 여동생을 부양하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그건 상관없는데. 네 여동생 앞길까진 막지 마라?”
내 발언에 아르데알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쉽게도 제 여동생은 그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여간…….”
그의 팔불출 같은 동생 사랑에 나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렇게 그와 사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샌가 아카데미의 정문에 도착했다.
“그럼, 몇 주 뒤에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신년에 보자.”
아르데알을 마중 나온 세필로드 가문의 마차. 그가 마차에 탑승하자, 나는 손을 몇 번 흔들어 인사했고, 이내 아르덴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어서 출발하자.”
내가 마차에 탑승하자, 마부는 ‘출발하겠습니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곧바로 고삐를 당겼다.
아카데미의 정문에는 마차들로 북적였다. 아르데알과 마찬가지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이 본가로 돌아가려는 것이리라.
짐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담아두어 시종에게 맡겨둔 학생들은 방학식을 마치자마자 가벼운 모습으로 마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우르르 정문을 빠져나가는 마차들 덕분에 도로의 위는 약간 정체되었다.
뭐, 내가 탑승한 마차는 다른 길로 빠지니 문제는 없겠지.
똑똑똑.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나는 마부가 대령한 이동식 계단을 밟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휴가라고 생각하고 푹 쉬어.”
“네, 알겠습니다.”
마부는 작게나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의 옆을 지나치면서 곧바로 저택으로 들어갔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인사를 건네 오는 아벨과 하녀들에겐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침실로 올라가 침대 위에 드러누웠는데.
어젯밤 너무 늦게까지 경매장에 있었던 탓일까? 나는 살짝 지친 기색으로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 피곤해 죽겠네.”
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복잡한 생각 때문에 수마에 빠지진 못했다.
나는 두 눈을 감은 뒤, 오른팔을 눈가에 가져다 대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스페이원 가문으로 돌아가는 건가.”
웅장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페이원 가문의 저택.
솔직히 꿈에서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무서운 귀신 꿈을 꾸는 게 낫지.
내 머릿속엔 마치 주마등처럼 스페이원 가문에서의 생활들이 떠올랐다. 외형이 변하기 이전의 생활들이 말이다.
태어난 직후의 기억은 여전히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태어나고 1~2년이 지난 이후의 기억이라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보모의 학대는 내게 있어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일이었으니까.
“하아…….”
또, 하녀들의 무관심과 차가운 시선에도 여러모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지.
그리고…… 내 외관이 바뀌게 된 이후엔 확실히 나쁘지 않은 생활을 보냈다. 물론, 다시 제2 별관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젓겠지만 말이다.
“제길, 변변찮은 변명거리라도 있었더라면…….”
처음엔 ‘다리라도 부러트릴까?’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생각해 봤다. ‘스페이원 가문으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면…….’이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그란스라면 나를 강제로 마차에 태워서라도 본가로 부를 것이다.
물론, 고통이 따른다는 이유로 망설이기도 했었지만.
“……크라베이에게 당했던 상처 부위가 아직까지도 욱신거리는 기분이야.”
그런 내 중얼거림에…….
-기분 탓이다.
라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대답해 왔다.
“그래, 물론, 기분 탓이겠지!”
상처들은 이미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치료되었으니까.
나는 약간 중2병스러운 중얼거림을 한 것에 민망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설마, 엔다이론이 듣고 있었을 줄이야.
“제발 기척 좀 감추지 좀 마! 그리고 언제 돌아온 거야?”
-방금 전이다. 린이라는 하녀가 본가에 연락을 하더군. 평상시와 다른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스페이원 가문의 기사가 저택의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기에 기척을 제거해 둔 거다. 너야말로 경계심을 가지도록.
확실히 조금 방심하고 있기는 했었지.
엔다이론의 지적에 나는 표정을 구기면서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똑똑똑.
“도련님, 린입니다.”
“그래, 들어와.”
내 침실로 들어오는 린.
그녀는 본가에서의 전달사항을 내게 보고했다.
“내일 오전 8시까지 마차가 마중을 나온다고 합니다. 오전 9시에는 출발할 예정이니, 그전까지 준비를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나가봐도 돼.”
“예, 그럼 편히 쉬십시오.”
고개를 숙인 뒤, 침실을 나서는 그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본가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굳이 배낭이나 캐리어와 같은 걸 준비할 필욘 없었다. 금일 본가로 돌아가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두고 가기엔 걱정되는 귀중품들 및 비상식량과 의류 등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두면 되니까.
“흐음……. 당분간은 누나와도 연락을 못 하겠네.”
-걱정하실 테니 미리 연락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스페이원 가문에는 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많았다.
별관이라면 그나마 낫겠지.
하지만 본관에 묵게 된다면 잠을 자는 순간에도 경계심을 가라앉힐 수 없으리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책상의 구석에 비치된 통신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케이네스? 오늘은 무슨 일로…….
“그냥……. 몸은 괜찮은지 안부 차 연락해 봤어.”
그런 내 말에 누님은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누나는 괜찮아. 그보다도…… 내년에는 아카데미에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거점과 연구소를 털어내면서 많은 정보들을 조합해 봤는데도 놈들의 본부를 특정해 낼 수가 없어. 그리고 교단 본부에 대해 알고 있는 간부들은 모두 마나의 저주에 의해 발설하지 못하는 상태고.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한숨을 토해내는 누님.
“그러면…….”
-아무래도…… 능력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스페이원 백작으로부터 관심을 받아야겠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부터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아.
역시 이 부분은 원작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움직이면서 누님은 원작보다 더욱 많은 전력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뭐, 언젠가는 누님의 아래에 들어갈 녀석들이지만…….
그들의 구조가 원작보다 이른 시기에 일어나면서 누님의 활동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나와 누님이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교단을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흐음, 누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설마, 너도…….
이미 제4 서클임을 밝혀 버린 상황. 스페이원 가문에서는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저택 주변에 감시 인물을 배치해 둔 것이겠지.
본래라면 누님이 해야 했던 역할을 내가 하게 된 셈이다.
“본가에서 나를 호출했어. 아마 저번에 이야기해 준 약혼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그란스에겐 제5 서클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건네준 상태라서 말이야. 잘하면 이번에 데스 퍼레이드에 대해서 듣게 될지도 몰라.”
그란스는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교단에 대해선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남자였다. 스페이원 가문의 후계자인 엘런 H 스페이원을 제외하고.
물론, 그 엘런조차 현재로선 최소한의 정보만을 들었을 터.
-……설마, 스페이원 가문의 후계자로 널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의 심각한 표정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후계자가 바뀌는 일은 없겠지. 그란스로선 아마 엘런을 지키기 위한 방패를 하나 만들어 둘 생각일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충분해. 신뢰라는 건 금세 쌓이는 게 아니니까.”
누님은 잠시 미간을 찡그렸지만, 끝내 한숨을 토해냈다.
엘리자베스와의 교제를 허락받을 당시, 그란스의 앞에서 제5 서클을 거론한 부분은 그 신뢰를 만들기 위한 발판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게 호출령까지 내렸으니, 관심은 확실하게 끌었다고 봐야겠지.
계획의 일부분이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 계획을 의심했다. 지금의 내 계획이 그란스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지를 말이다.
“하여튼 간에 당분간은 연락이 안 될 거야. 그러니…… 몸조심해.”
-그건 누나가 해야 할 말이야. 사자의 아가리에 들어가면서 누가 누굴 걱정해?
“하하하…….”
-너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마.
“당연하지. 내가 겁쟁이라는 건 누나도 알고 있잖아.”
누님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나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누님과의 연락을 마친 뒤, 곧바로 또 다른 통신구를 손에 쥐었다.
통신구에 비친 회색 머리카락의 중년. 아니, 노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한동안 잘 부탁한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진해서 계약서까지 작성하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아르덴 가문의 재무관, 알버트가 안심하라는 투로 말하자,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내가 본가로 내려감과 동시에 황금의 주인이 부재하게 된다면, 나를 의심하던 사람들은 분명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때문에 경매장에 물건을 맡기고, 대금을 회수할 만한 인물을 찾았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고…… 아르덴의 초기 멤버이면서 나와 비슷한 신장을 가진 세르마라는 소년이 자진해서 마나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아르덴 상회 제2 경비대의 부대장직을 맡고 있던 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잃는 기간제 계약을 맺고, 현재 제도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뭐, 경비는 두둑하게 챙겨뒀으니, 제도에서의 생활이 불편할 일은 없겠지.’
단지, 그가 누군가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염려할 뿐. 세르마가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 따윈 고려하지 않았다.
마나 계약서의 저주를 해주하는 것은 제5 서클 이상의 마법사들만이 가능한 행위. 그것도 마나 제어 능력이 뛰어난 제5 서클 이상의 마법사다.
일개 정예 병사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세르마로서는 평생을 걸쳐도 해주할 수 없지.
아니,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에게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의뢰를 한다면…… 가능은 하려나?
‘일단, 호위 겸 감시를 붙여놓기는 했으니, 최악의 경우에는…….’
세르마의 주변을 은밀히 경호하는 다크니스의 대원. 그래봐야 한 명에 불과했지만, 그 실력만큼은 최하급 소드 마스터에 견줄 수 있었다.
나는 걱정들을 떨쳐낸 뒤, 곧바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후우, 지금은 내 걱정이나 하자.”
누님의 말대로 사자의 아가리에 들어가려는 것이니 말이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나는 아침 일찍 목욕과 식사를 마친 뒤, 탈의실에서 깔끔한 캐주얼 복장으로 차려입었다.
창밖을 내다보자 저택의 앞에선 스페이원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사두마차가 대기 중이었다.
똑똑똑.
“도련님, 슬슬 출발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 지금 나갈게.”
나는 배웅을 나온 아벨에게 ‘저택을 부탁한다.’라는 한 마디를 건넸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래,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