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ved Caesar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 차르 VS 마피아 (1)
“우유 사업이라고?”
“예, 보스.”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니 토리오의 모습에 젊은 알 카포네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듯 서류가 방에서 자료들을 꺼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가 밀주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잠시뿐입니다.”
처음엔 모두의 환호 속에서 탄생했던 금주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입지를 잃어 가고 있었다.
자신 같은 마피아들이 그 증거였다.
물론 금주법이 제정되는 데 일조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아직도 금주법은 틀리지 않았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었지만, 속은 솔직하다는 듯 그들조차 술을 몰래몰래 마셔 대고 있는 판국이었다.
이도 모자라 금주법을 유지하려는 쪽인 대통령 후버조차 소문에 따르면 허구한 날 영국 대사관이나 독일 대사관을 들락날락하며 위스키와 맥주를 흡입한다니, 법이 제대로 굴러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금주법이 사라지는 순간, 밀주 사업도 끝입니다. 패밀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른 밥벌이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게 우유다?”
“생각해 보십시오, 보스.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술을 파티가 있을 때나 한, 두 병 정도 살 뿐입니다.”
그러나 우유는 달랐다.
“이 미국에 사는 모든 가족은 우유를 매일 자신들의 식탁에 올립니다.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 시카고의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커피를 살 때 진한 크림을 넣기를 원하죠. 백 오브 더 야즈(back of the yards, 시카고의 지역 이름)의 대가족은 아이들에게 주기 위해 신선한 우유를 1~2갤런씩 하루도 빠짐없이 사고요. 당장 밀주보다 우유를 팔고 남은 마진이 더 많을 정도라면 믿겨 지시겠습니까?”
무엇보다 미국의 우유 산업은 그 어마어마한 가치에 비해 블루오션 그 자체였다.
미국의 우유 유통은 체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유 배달원들은 자동차가 발명된 것이 언제인데, 우유가 상하든 말든 19세기 때와 변함없이 여전히 손수레와 개가 끄는 마차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배달했고, 돈에 눈이 먼 유통업자들은 우유가 상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석회와 밀가루, 분필 가루를 우유에 섞어 팔았다.
물론, 미국인들도 자신들이 마시는 우유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아서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는 걸 잊지 말자.
여긴 미합중국.
오로지 달러만이 진리가 되는 나라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우유에 대한 문제 제기는 낙농업체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상한 우유가 오히려 몸에 더 좋은 거 모름?’이란 개소리와 함께 소리 없이 묻혔다.
“우리가 우유 품질을 제대로 관리해서 유통한다면 꽤 돈이 될 겁니다. 조금 ‘문제’가 있는 돈들을 합법적인 돈으로 세탁할 수도 있고요.”
“호오…….”
“게다가 우유는 액체입니다. 그리고 술도 액체지요. 그러니 우유 통에 우유가 아니라 술이 들어 있어도 그 누가 알아채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래, 아무도 모르겠지. 생각해 보니 이거 대박인걸?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밀주가 아니라 유유 장사를 할 걸 그랬어!”
여우라는 별명은 카드놀이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듯 머리 회전이 빠른 토리오가 우유 사업을 밀주 유통에도 써먹을 수 있다는 알 카포네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네 계획엔 문제가 하나 있다, 스노키(Snorky, 알 카포네의 별명 중 하나).”
툭─
그러나 그는 곧 다시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알 카포네의 앞에 무언가를 하나 내려놨다.
“이건…… 우유병 아닙니까?”
“그래, 우유병이다. 다만 미국 회사의 것은 아니야. 로마노프 유업이라고 러시아에서 쫓겨난 차르가 덴마크에 세운 회사에서 파는 우유인데, 얼마 전부터 시카고에서도 팔기 시작했지. 그리고 미국 우유들과 달리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우유라 꽤 평이 좋아.”
“……우리 경쟁자가 될 수 있단 거군요.”
알 카포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쌍두독수리 로고가 박힌 우유병을 노려보았다.
미국 우유 유통 생태계에 어느새 외래 교란종이 들어와 있었다니.
엉망진창인 국내 우유 회사들만 생각하느라 해외 회사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자신의 실수였다.
“나는 네 제안이 마음에 든다, 알폰스. 아일랜드 놈들이 우리 영역을 노리며 점점 기어오르고 있어. 네 말대로 패밀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돈이 필요해. 하지만 러시아 놈들이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시카고와 일리노이주에 계속 발을 딛고 있으면 우리의 새로운 사업에도 영향이 미치겠지.”
“예, 보스. 사업은 결국 점유율 싸움. 우리가 우유 유통 업계를 꽉 잡고 있기 위해서라도 방해되는 경쟁자는 치워 버려야겠죠.”
복잡한 음모 따윈 필요 없다.
우유 배달원들에게 두려움을 새겨 주고, 놈들과 계약을 맺은 농장에 마피아의 방식으로 힘을 보여 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러시아 놈들에게 업종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겠습니다.”
동시에 이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똑똑히 알려 줄 것이다.
젊고 야심에 불타는 알 카포네는 시가에 불을 붙이며 험상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 * *
“유리, 이번 배달이 마지막이야. 빨리 갔다 오라고.”
“알았어.”
그로부터 며칠 후.
볼셰비키와 내전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 새로운 기회가 있는 자유의 땅 미국에 이민을 온 수많은 러시아인 중 하나인 유리는 동료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우유 배달 차에 올라탔다.
‘이제는 우유 배달부 일도 완전히 익숙해졌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는 참으로 힘들었다.
20세기 초 미국은 구 러시아 제국 수준의 막장 오브 막장은 아니었지만, 아메리카 드림이란 말과 달리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친절한 곳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모국인 러시아가 소련이 돼 버리면서 그를 비롯한 러시아 이민자들까지 덩달아 빨갱이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 빨갱이들을 피해 미국에 온 유리와 러시아인들에게 억울한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미국에서 억울한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 넘쳐났으니.
하여튼, FBI와 경찰의 매서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유리와 러시아 이민자들이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을 때 목장주로 전직한 차르가 세운 니콜라이 유업이 미국에 진출했다.
니콜라이 2세는 자신의 무능 때문에 미국에서 힘들게 사는 옛 백성들을 자신의 직원으로 채용했고, 공장 노동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유리 또한 로마노프 유업의 우유 배달원으로 취업했다.
힘들게 공장에서 일하며 버는 돈보다 우유 배달원 벌이가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니콜라이 2세는 자신의 우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에 양심을 달러에 바친 양키들처럼 우유에 장난질을 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차르는 우유병 하나하나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우유를 공급하는 목장들도 손수 하나하나 살펴 가며 계약했다.
아직도 마차를 끌고 다니는 미국 우유 회사들과 달리, 신속한 우유 배달을 위해 전용 우유 배달 차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러시아에 있을 때도 이렇게 하지.’
그랬다면 러시아가 빨갱이 소굴이 될 일도 자신이 정든 고향을 떠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옛 황제이자 월급 주는 사장님이니 나쁜 소리를 하진 않겠지만, 곱씹을수록 참 아쉬운 일이었다.
“응……?”
그때였다.
마지막 배달지로 가던 도중 유리는 반사적으로 의아함으로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웬 정체 모를 남자들이 도로를 떡하니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컥!
“거기 너 내려서 바닥에 엎드려!”
“히익?!”
유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탈리아 억양이 묻어나 오는 목소리와 함께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는 남자들.
20세기 미국의 마경, 시카고에 사는 유리는 이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시카고 아웃핏.
시카고 시장은 물론, CPD(시카고 경찰)조차 두려움에 건들 생각조차 못 한다는 이탈리아 마피아였다.
‘요즘 마피아들은 노상강도 짓도 하나?’
하긴, 근본이 깡패들인데 못할 것은 무엇이 있겠나.
유리는 사나운 오늘 일진에 한숨 쉬며 바닥에 엎드렸다.
“?”
그러나 마피아들은 유리의 지갑을 노리지 않았다.
“잠, 잠깐! 멈춰!”
그들은 배달차에 실린 우유를 노렸다.
그것도 훔치는 게 아니라 바닥에 우유를 그냥 부어 버렸다.
“이 미친 파스타 새끼들이! 차라리 돈이나 훔칠 것이지 죄 없는 우유를 왜…… 윽?!”
퍼억!
‘우유는 모든 것보다 우선한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로마노프 유업의 모범 사원답게 소중한 우유가 구정물과 섞여 시궁창으로 흘러가는 것을 참지 못한 유리에게 마피아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퍽! 퍽퍽!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끄으윽…….”
“이만하면 됐어. 가자.”
만신창이가 된 것도 모자라 우유를 지키지 못한 유리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마피아들이 자리를 떠났다.
“갈아엎어!”
“여기서 누가 우유 배달하랬어, 엉?!”
“시카고가 누구 영역인지 몰라?!”
와장창!
그러나 이런 일은 비단 유리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시카고 각지에서 일어났다.
“뭐? 배달부들이 습격을 당했다고?!”
그리고 이 소식은 머지않아 로마노프 유업 미국 지사장, 유스포프 공작의 귀에도 들어갔다.
* * *
“시카고에서 배달부들이 마피아들에게 공격당하고, 우유들이 버려지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와 계약을 맺은 농장들도 우리에게 우유를 공급하지 말라고 협박당했다고…….”
“그 미친놈들은 밀주나 팔 것이지, 왜 가만히 우유나 팔고 있던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부하 직원들의 보고에 유스포프 공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야 자신들과 원수진 적도 없는 마피아들이 뜬금없이 로마노프 유업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걸 이해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어쨌든, 큰일입니다. 차르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부하의 말에 유스포프 공작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잘못하면 해고다!’
러시아 혁명을 피해 미국에 왔지만, 남아 있던 가문의 재산으로 벌인 사업이 실패해 한때 심각한 경제고를 겪었던 유스포프 공작이다.
그래도 조카사위라고 니콜라이 2세가 미국에 진출하며 자신을 로마노프 유업 미국 지사장에 삼아 주지 않았더라면 옛날처럼 여장이라도 해서 극장에서 춤이라도 춰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배달부들이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우유가 맨땅에 버려졌다는 사실이 젓소 한 마리, 우유 한 방울을 제 자식처럼 여기는 차르에 귀에 들어간다?
자신은 끝이었다. 모가지였다.
그는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직원과 우유를 지켜 내야만 했다.
“이탈리아 놈들이 왜 저러는지는 파악되었나?”
“예, 아무래도 시카고 마피아들이 최근 우유 사업에 뛰어든 모양입니다. 저놈들로선 우리 로마노프 유업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니 방해해 주겠다는 것이겠죠.”
“잠깐, 잠깐만. 고작 그런 이유로 이딴 짓을 벌인다고?”
“여긴 미국입니다, 지사장님. 택시 운전사들이 경쟁 회사를 물 먹이겠다고 택시를 장갑차마냥 사용하며 서로에게 총질해 대고 폭탄을 날려 대는 나라라고요.”
참고로 이 또한 다름 아닌 시카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 시대 시카고가 괜히 마경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돌겠군. 경찰들은 일하는 시늉만 하고 있고 정부엔 마피아 놈들의 돈을 받아먹은 놈들로 가득하니.”
유스포프 공작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제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원들을 소집하게.”
“지사장님?”
“마피아 놈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그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지.”
결국,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직접 지켜야 하는 법.
“무기가 필요하겠군요.”
“폭탄도요.”
“그래, 이탈리아인들에게 잠자는 러시아인의 코털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 주자고.”
이래 봬도 원 역사에서 라스푸틴을 끝장낸 남자, 유스포프 공작의 사나운 표정에 로마노프 유업 미국 지부 간부들이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른다는 흉흉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 있는 러시아인들은 생존자.
러시아 혁명과 내전이란 지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으니.
“제군들, 전쟁을 시작하지.”
모든 것은 차르와 우유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