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잘 컸네
티플의 성지후 선배님.
대기실에서 잠깐 봤을 때도 떨렸는데, 이렇게 일대일로 대면하게 되니 미칠 것 같았다.
차갑지만 오묘하게 분위기가 있는 얼굴.
저 정도면 정말 연예인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규격 외의 사람이라 느껴질 만큼 성지후에게는 그만의 화려한 아우라가 있었다.
저런 포스가 중국집에서도 느껴질 줄이야.
존경스러운 한편, 자연히 주눅이 들었다.
저게 1군 아이돌이지.
나는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그…그…. 선배님.”
“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성지후는 고개를 꾸벅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간신히 꺼낸 말은 거기서 멈췄다.
낯…가리시나?
같은 팀 최연우에 비해 말수가 적은 편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낯도 좀 가리는 것 같았다.
덜컹-
바로 그때, 중국집 직원이 양손 가득 접시를 들고선 문을 열었다.
동시에 성지후의 안색이 밝아졌다.
“아, 멘보샤는 이쪽으로. 네, 짬뽕도 그쪽에 놔주세요.”
어색한 건 저쪽도 마찬가지겠지.
성지후는 직원이 건네주는 멘보샤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필사적으로 내 눈을 피했다.
“…….”
나는 나대로 눈치를 살피며 머릿속에서 그럴싸한 화제를 고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영광이라는 멘트는 이미 써먹었고, 티플 노래 잘 듣고 있다고 해야 하나?
팬이라고 해?
그건 또 너무 부담스러우실 것 같은데.
“더 필요하신 거 있으면 추가로 주문해 주세요~.”
“예, 감사합니다.”
드르륵-
그렇게 직원마저 나가고 나니, 그나마 나오던 말소리조차 사라졌다.
룸 안은 완전한 적막이 되었다.
그 순간, 숨 막힐 듯한 침묵을 참지 못한 성지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간극장 잘 봤어요.”
“아, 감사합….”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습관적으로 감사 인사를 뱉다가 멈칫했다.
설마.
아이돌 인간극장?
툭-
숟가락을 집어 들던 내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예?”
인간극장이요?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자, 성지후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되게 재밌게 봤어요. 멤버들이랑 같이.”
“멤, 멤버분들이랑…?”
“연우가 특히 좋아하던데.”
그걸 왜 보신 겁니까 선배님….
머릿속이 나도 모르게 새하얘졌다.
잠깐만.
방송분에 어떤 장면이 나갔더라?
나 뭔가…굉장히…이상한 짓을 했던 것 같은데.
‘찍찍.’
아, 미친.
한 숟가락도 뜨질 않았는데 벌써부터 밥맛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설마 나 울었어?
“그, 그러면 혹시 제가 우는 것도….”
“그, 햄스터요?”
“네에….”
울었네. 제대로 울었네.
머리가 지끈거려서 할 말을 잃었다.
실화냐?
롤모델한테 보여주는 첫인상, 정말 이대로도 괜찮은가?
혹시 나를 미친놈으로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까지 햄스터에 진심인 건 아니었다.
아이돌의 비즈니스, 뭐 그런 거라고.
“어, 선배님.”
해명을 위해 황급히 운을 띄웠다.
“그,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요.”
“괜찮아요. 저도 저희 팀에서 토끼를 맡고 있거든요….”
“네?”
그 말과 동시에, 성지후의 입이 살짝 다물어졌다.
아마 위로차 꺼낸 말 같은데, 뱉고 나니 아차 싶어졌던 모양이었다.
토밍아웃이라….
공기가 일순간에 다시 어색해졌다.
“아, 그러시구나.”
“크흠.”
성지후는 헛기침을 하며 젓가락으로 바삭한 멘보샤를 하나 집어 들었다.
제 발언을 후회하며 뭐라도 입안에 넣고 싶어진 것 같은데.
성지후는 나름의 수습을 위해 어색한 말을 덧붙였다.
“같은 소동물끼리 통하는 게 또 있으니까.”
“아, 아. 그쵸. 물론이죠.”
사실 토끼치고는 조금 많이 냉해 보이는 이미지이긴 한데, 본인이 그렇다면야….
나는 성지후를 멍하니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탓일까.
살짝 강시우와 하준서를 반 섞어놓은 기분이다.
분명 생긴 것은 차가운 인상인데, 그 안에 강시우의 차분함과 하준서의 특이함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짧은 사이에 성지후의 캐릭터를 파악하러 애를 쓰는 사이,
후루루룩-
짬뽕 국물을 가볍게 한 숟가락 떠서 넘긴 성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었어요.”
“아,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성지후가 후배들과 친목질을 하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었다.
특별히 친한 연예인이 많아 보이지도 않고, 잠깐 대화를 해보고 느껴지는 인상도 발이 넓은 쪽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점이 의외였다.
같은 소속사라는 것 외에는 딱히 접점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나를 따로 챙겨주는 이유 같은 거 말이다.
성지후는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 마냥 말을 뱉었다.
“아무래도 같은 메인 댄서 포지션이기도 하고, 또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도 하고.”
“네넵.”
“저 데뷔했을 때 보는 기분이 들어서.”
성지후의 데뷔 시절,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내 기억 속 성지후는 8년 후에도, 지금도 항상 프로였으니까.
성지후는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사실 초심이라는 거,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씩 놓을 때가 있거든요. 이상하게 오랜만에 후배들을 보니까 다시 떠오르네. 짬뽕 식겠다, 어서 먹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었다.
사실 밥이 나오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얘기만 듣고 있었던 탓에 조금은 식어 있었다.
후르릅-
짬뽕 한 젓가락을 집어 들고선 한입에 넣으려는데, 성지후의 시선이 내게 빤히 닿았다.
“근데, 왜 그렇게 손을 떨어요?”
“제, 제가요?”
달달달.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 새에, 손을 사시나무 마냥 떨어대고 있었다.
긴장 안 할 줄 알았는데 아이컨택하고 나니 미칠 것 같네.
나는 성지후의 빤한 시선을 피하며 아무 말을 뱉었다.
“제가 수전증이 좀 있어서요. 사실 그렇게 심하진 않은….”
달달달달.
“좀 심하네요.”
“아하.”
“괜, 괜찮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서이안 형을 꼬셔서 4자 대면을 했어야 하는데.
차라리 그편이 일대일보다는 덜 떨렸을 것 같았다.
나는 파르르 떨며 한 젓가락을 무사히 목구멍에 넘겼다.
고급 중국집이라 그런지, 맛은 있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성지후는 정신없이 흡입하는 나를 힐끗 돌아보고선 다시 멘보샤를 하나 더 집었다.
“아. 먹으면서 들어도 되는데, 저 이번에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하나 들어갑니다.”
“추석 파일럿이요?”
“댄스 인더 나잇이라고, 듀오로 춤추는 프로그램이래요. SBC에서 추석 특집으로 하더라고요.”
추석 파이럿 프로그램에 1군 아이돌의 등장이라.
조금은 뜻밖이라서 깜짝 놀랐다.
“파일럿 프로그램도 나가세요?”
“네, 재밌어 보이길래.”
나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성지후를 올려다보았다.
성지후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서한 씨는 아직 신인이니 덜하겠지만, 저는 연차가 쌓이다 보니 개인 활동이 탐이 날 때가 있거든요.”
성지후는 행여 내가 오해를 할까 봐 걱정되었는지 다급히 덧붙였다.
“아, 멤버들과 가끔 싸우긴 해도 절연은 안 했어요. 저희 사이 나쁘지 않거든요.”
“그렇죠. 사이 좋아 보이세요.”
“어쨌든 연우도 솔로 앨범 내고 싶어 해서 올해 말쯤 하나 낼 예정이고, 다른 형은 연기 도전한다고 하고. 뮤지컬 준비하는 멤버들도 있고 한데…. 음, 저는 그런 쪽은 재능이 없어서.”
선배 정도면 솔로 앨범도 가능하지 않나.
이건 내 팬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성지후의 무대 장악력이면 솔로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본인은 아직 부담이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성지후는 본업 얘기를 꺼내자마자 진지해진 얼굴로 말을 뱉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춤에 있어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요.”
춤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성지후다웠다.
그 연차에도 저렇게 한결같은 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 거구나.
아마 회사보다는 성지후의 입김이 조금 더 세게 들어간 것 같았다.
1군 아이돌이 시청률을 올려주겠다는데 방송국 사람들이 거절할 이유도 없고.
성지후는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말은 서바이벌인데 거의 다 함께 즐기는 분위기일 거예요. 추석에 좋은 무대 하나씩 만들고 간다는 느낌으로 나가보는 거죠.”
“아, 너무 좋네요.”
삭막한 서바이벌 속 그런 예능 프로그램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성지후는 살짝 기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재밌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들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피디님도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서 믿을 만하고…. 바쁜 일정 쪼개면서 나가야 하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또, 어른분들 인지도도 쌓을 겸?”
근데 왜 이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거지?
뒤늦게 이상함을 감지한 순간, 성지후의 빤한 눈길이 내게 닿았다.
“같이 나갈래요?”
예?
* * *
촬영장.
차성빈은 연습실 거울 앞, 푹신하게 마련된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전에는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우르르 서서 연습생의 포지션으로 수업을 듣곤 했었는데,
여기에 트레이너 포지션으로 앉는 건 또 처음이네.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최명환 안무가가 씨익 웃으며 차성빈에게 말을 던졌다.
“왜, 즐거워?”
“살짝요. 이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야, 마냥 재미있기만 해? 이 자리도 못 하면 욕을 얼마나 먹는데~.”
“하핳, 그건 맞아요.”
“너 기억 안 나? 내가 스타프 3화 때 네 춤이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했다가 수명 한 3년 늘었던 거.”
하필이면 인기 멤버인 차성빈을 건드리는 바람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는 최명환의 말에 차성빈은 능글맞게 손을 모았다.
“아, 그건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덕분에 저 춤 실력 많이 늘었잖아요.”
“너도 알지? 너는 진짜 나한테 잘해라.”
“물론이죠.”
농담은 딱 거기까지였다.
“아, 시작하네.”
“수고하자, 성빈아.”
카메라의 빨간 불빛이 들어오자, 차성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갔다.
벌컥-
연습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유영(spacewalk) 팀과 함께 상대 팀의 연습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막내 스태프의 명랑한 목소리가 크게 외쳤다.
“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그 사이에는, 차성빈이 아는 얼굴도 있었다.
* * *
상대 팀, 의 커버를 맡은 연습생들이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성빈은 그 틈에 끼어있는 장주원의 얼굴을 힐끗 확인한 뒤, 이내 시선을 돌렸다.
카메라 앞에서 굳이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은 유영(spacewalk) 팀에 집중해야 했다.
여기 놀고먹으러 온 게 아니라, 피드백을 하러 왔다.
차성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영 팀의 멤버들을 훑었다.
여기서 아는 얼굴들은 더코어의 레이와, 스타프의 이준혁, 이도경까지. 꽤 많았다.
다 한 조에 배정됐구나.
차성빈은 가사지를 내려다보며 애써 태연하게 말을 뱉었다.
“파트가 이렇게 나뉘었네요.”
“넵.”
여기서 티 나게 반응하면 입장이 곤란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마도 도서준의 편의로(?) 오랜만의 만남이니, 그동안 잘 지냈니 따위의 개소리 대본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편집점이 그쪽으로 잡히지도 않겠지.
정말 처음의 약속대로 제 분량을 쳐내서라도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감사해요, 서한이 형님~.’
누군가를 향한 감사 인사를 속으로 마치고.
차성빈은 가사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뱉었다.
“우선 원곡의 방향성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아마 눈치를 채셨을 텐데, 벌스 뒤의 랩 가사 자체를 새롭게 엎었습니다.”
“넵, 확인했습니다!”
“랩 파트는 전체적으로 원곡의 느낌이 나지 않게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드렸고요. 도입부 파트의 아카펠라 사운드 삽입되었습니다. 아마 이쪽이 무대 위에 섰을 때 더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넣어봤는데, 혹시 어떠셨을까요?”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더코어의 레이가 성실하게 대답했다.
같은 팀 멤버 도서한이랑 친한 걸로 아는데, 사람 은근히 가려 만나는 막내가 왜 가까이하는지 알만한 인물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 더코어의 레이는 자신보다 선배인 입장이었다.
이렇게 이번에는 연습생으로 만나게 된 것에 자격지심을 느낄 만도 한데, 누구와는 다르게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그 누구는 이준혁이고.
차성빈은 이준혁을 돌아보며 말을 뱉었다.
“이준혁 씨는 맡게 된 파트가 도입부 서브 보컬 파트네요.”
“네, 맞습니다.”
하필이면 도서한의 파트였다.
자격지심 포인트 확실히 걸렸네.
이번 미션을 하면서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금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제 몫이고, 그 안에서 개판 날 이준혁의 인성 부분은 제 알 바가 아니었다.
할 일만 하고 가자.
차성빈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한번 불러볼래요?”
.
.
.
“네, 잘 들었습니다.”
실력자 팀이라더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았다.
이준혁과 이도경도 인성 부분에 결함이 있는 거지, 스타프에서도 실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니까.
더코어의 레이도 확실히 경력직다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대로라면 무대는 엥간히 뽑힐 것 같네. 차성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요.”
근데 아쉬운 사람이 한 명 있다면….
차성빈은 종이를 뒤적거리며 파트를 확인하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재원 씨?”
“네,”
팀의 중간에 선 연습생.
유독 앳된 얼굴의 한 소년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입을 떼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최명환이 선수를 쳤다.
“와,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저 열일곱 살입니다.”
“열일곱…대박…. 요즘 애들 어리다, 그렇지?”
“그러게요.”
열일곱의 이재원.
서브 래퍼 1 포지션으로 방금 전 중간평가를 소화한 것 같았다.
‘나이에 비해 잘하긴 하네.’
어디까지나 나이에 비해 잘하는 거지만. 차성빈은 팀 멤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면 서브 래퍼 2가 누구죠?”
“저요.”
“최형석 씨?”
“네, 맞습니다.”
으음. 확실히 아쉽긴 하네.
이재원이 잘하기는 해도 랩 스타일 자체가 하드한 편이라, 싱잉랩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 서브 래퍼 1에 어울리지는 않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재원 씨는 래퍼 2 파트가 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데. 첫 소절 불러볼 수 있어요?”
“아, 넵.”
이재원은 즉석에서 서브 래퍼 2 파트를 짧게 뱉었다.
“으음~.”
차성빈의 마음에 들었다. 본인의 실력을 더 잘 살리기에도 여기가 나을 것 같아 보이고.
차성빈은 파트지를 가리키며 말을 뱉었다.
“제 생각엔 이 파트가 더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저 근데요.”
“네, 말씀하세요.”
“전 지금 파트가 좋거든요. 그냥 하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제 제안이 녀석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이재원은 최형석을 힐끗 돌아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형, 서브 래퍼 1은 좀 힘들지 않아요?”
“어….”
“일단 저희가 투표로 정한 거라서, 제 생각엔 서브 래퍼 1은 제가 하는 게….”
“그, 재원아.”
리더로 보이는 더코어의 레이가 가운데에서 중재했다.
“사실 저희가 들어보고 정한 건 아니라서 파트 분배는 다시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엥? 갑자기요?”
느닷없는 막내의 ‘엥’ 시전에, 레이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차성빈은 차성빈대로 당황해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서바이벌에서 저렇게 솔직하게 군다고?
대나무 마냥 올곧은 이재원은 꼿꼿이 편 허리로 말을 뱉었다.
“조언은 감사한데, 파트는 유지하고 싶어요.”
“아….”
그, 그러시든가.
차성빈은 표정 관리를 하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네, 저는 그냥 의견을 드리는 거니까. 팀원분들과 함께 고민해 보세요.”
차갑게 식은 최명환의 눈빛이 제게 닿았다.
나이가 어리다고 관심을 갖던 건 잠시뿐이었다.
‘야, 쟤는 글렀다.’
아마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확실히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만큼.
잠깐만.
열일곱이라 했나?
납득했다.
‘원래 저 나이면 그렇긴 하지.’
차성빈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멈칫했다.
열일곱, 어쩐지 익숙한 나이.
설마.
‘스타프 때 도서한?’
불과 1년 전, 막내 서한의 나이가 열일곱이었던 것이다.
‘서한이가 진짜 열일곱이었어?’
나이답지 않게 굴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엄청 어렸잖아.
그런 녀석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트집 잡힐 건수 하나 내놓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첫 번째 평가 때는 리더로서 폭탄 이준혁을 조율했던 녀석인데.
차성빈은 그제야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와.”
도서한 왜 이렇게 잘 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