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25
“여름 편성이면, 유닛 활동이 하반기로 밀리겠는데?”
“어?”
“이나 언니랑 솔라네 퍼포먼스 팀이 상반기에 할지, 노노카 언니랑 내가 하는 보컬 팀이 상반기에 할지 아직 안 정했거든.”
“아, 그래? 아예 두 유닛이 시기도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하기로 했나 봐?”
“웅. 근데 이거 완전 정극이네? 약간 신파? 재밌겠다.”
“어. 찬찬히 읽어보고, 회사랑도 이야기해보고 다음 주까지 말해줘.”
“근데 의외다, 오빠.”
“어?”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 뭐가?”
“아니, 솔직히 난. 오빠가 나한테 오빠 차기작 배역 중에 하나 제안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거든.”
“나랑은 해봤잖아. 이제 다른 감독이랑도 해봐야지.”
래원의 말에 래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개인 활동이라는 게, 브잇걸 그룹 활동 때 못 보여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좋은 거 아냐?”
“음. 그러네. 그건 그래.”
“너 무대에서 통통 튀고 발랄하게 귀여운 이미지였으니까, 이번에 성숙하고 진지한 쪽으로 어필할 수 있는 드라마로 골라 봐야지.”
“그러니까 오빠가 내 생각해서 이거 직접 엄선해준 거라는 소리네?”
래미가 싱긋 웃었고,
래원은 방으로 휙 들어가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아, 근데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마. 에서 네가 할 만한 역할이 주연은 아니다. 보면 알겠지만.”
“주연 아녀도 되거든! 나 그런 거 따지는 허파에 바람든 아이돌 아니거든!”
래미는 대본을 탁자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마저 빨랫감을 정리했다.
그런데,
“어어! 야! 도래미! 그거 막 세탁기 돌리면 안 되는 거야!”
래원이 쏜살같이 뛰어서 래미의 손에 들린 백팩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그 가방을 소중하게 끌어안는 래원.
“뭐야? 완전 애지중지? 나 없는 사이에 여친이 선물이라도 해준 거야?”
아랑곳하지 않고 백팩을 쓰다듬는 래원.
“이건 그냥 가방이 아니야.”
“··· 비싼 가죽이야? 인조인 줄 알았는데···.”
“마치 사람이나 다름없달까.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드러날 가방이라고! 그러니까 너 앞으로도 이거 함부로 세탁기 돌리고 그러면 안 된다.”
“··· 뭔 소리래. 가방에 귀신이라도 씌었다는거야?”
“얌마, 비유지 비유! 내 드라마 인생에 비유할 만한 가방이라는 뜻이라고.”
래미가 팔짱을 끼며 어디 계속 한 번 해보라는 듯 래원을 지켜봤고,
래원은 신나서 가방에 대한 썰을 계속해서 풀었다.
“그간 모진 풍파를 겪으며 성숙해진 도래원의 PD 인생, 그리고 내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계실 보욜라 선생님의 인생이자 내 인생이 담길 이 가죽 가방.”
래원이 백팩에 자신의 인생을 장황하게 빗대었지만,
래미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뭐래···. 됐고. 뭔 소린지 모르겠으니까, 그렇게 소중하면 가죽 클리너로 관리 좀 해. 꼬질꼬질하게 내버려 두니까 내가 빨려고 한 거지.”
“알겠어! 오빠가 많이 바빠서 그랬다!”
“··· 고마워.”
“어?”
“바쁜데도 대본 신경 써서 챙겨준 거 고맙다고. 나는 오빠가 내 커리어를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주는 줄은 몰랐어. 대본 잘 읽어볼게.”
래미가 무심히 툭 던진 인사.
“짜식. 싱겁기는···.”
래원은 래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손에 들린 가죽 가방을 스윽 쳐다보았다.
초심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욜라 선생님의 유언을 잊지 말자. 이 가방처럼 사람의 인생이 담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위한 드라마를 만들자. 그리고 공존과 상생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PD, 그런 오빠가 되자.’
* * *
[ 내가 조선의 한우다 ]여의도의 어느 소고깃집.
이곳에서 오늘, 드라마 팀의 종방연이 있었다.
한우로 종방연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증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배우와 스텝의 얼굴이 하나같이 환하게 피어있다는 것 또한 그 방증이었다.
케이크 컷팅 식을 하고,
건배사를 외친 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래원이 앉은 테이블에는
세 주연 배우 민세라, 함현우, 장모건,
그리고 신영진 촬영감독까지 함께였다.
옥영임 작가가 술잔을 들고 래원의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도 피디이이! 내가 자기한테 지인짜루 많이 고마워하는 거 알지이?”
이미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의 옥영임.
“내가 전부터 자기랑 어엄청 같이 하고 싶어했잖아. 알지이? 그른데에! 실은 나한테도! 이번 드라마가 어엄청난 도전이었거든. 이 옥영임이가 막장 색깔 뺀 서스펜스라니이이···.”
옥영임의 주정 아닌 주정에 옆에서 장모건이 애교 섞인 말투로 거들었다.
“작가님, 안그래도 시청자들 반응이, 옥영임 표 ‘막장 서스펜스’ 장르를 개척했다고 호평하더라고요. 작가님도 반응 보셨죠?”
“그게 다아! 우리 도 피디 덕분이라는 거지이!”
옥영임 작가가 기분 좋아서 하는 소리에,
래원이 멋쩍어하며 덧붙였다.
“하하. 옥 작가님 많이 취하셨네. 우리 모두의 덕분이죠. 작가님이 대본 잘 써주셨고, 우리 배우들이 연기 잘해주고, 신 감독님이 잘 찍어주시고, 저는 그냥 그 옆에서···”
“옆에서 래원 감독님이 그 모든 판을 잘 깔아주시고, 지휘해주신 게 크죠.”
래원의 말에 불쑥 끼어든 것은 민세라였다.
래원이 그녀를 쳐다봤고,
민세라가 민망한 듯 입을 오므리며 웃었다.
“왜요? 맞는 말이잖아요. 그렇죠, 현우 오빠?”
민세라가 함현우를 툭 치자,
함현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맞는 말이지. 다들 수고하고 고생하셨지만, 어디 래원 감독님만 하겠어요. 솔직히 처음에 감독님 같은 분이 B팀 자처한 것부터 존경스러웠거든요.”
장모건도 불판 위의 살치살을 집어서 입에 넣으며 거들었다.
“맞아요. 윤지협 감독님 일 터졌을 때도 얼른 수습하시고 메인 감독해주셔서, 저희 배우들은 감독님 덕분에 살았다 싶었으니까요.”
신영진 촬영감독 역시 어느덧 취기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보탰다.
“이렇게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은 팀은 진짜 간만이다. 래원아! 너 이건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곧, 6개의 잔이 부딪치며 이 테이블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들은 촬영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감독판 DVD 발매로 화제를 넘겼다.
TV 방영에서 잘린 장면 중 어떤 씬은 꼭 넣어달라는 둥, 방송 나간 커트 말고 다른 커트가 더 좋았는데 그걸 DVD에서 보고 싶다는 둥.
이 테이블의 멤버들은, 각자 에 가진 애정의 크기만큼이나 할 말 또한 많은 듯 보였다.
그렇게 시간은 새벽 2시를 훌쩍 넘겼고,
내일을 위해 이쯤에서 파하기로 한 ‘페르소나’ 팀.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팀원들은 소고기집 앞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거나 손을 꼭 잡고 못다 한 말을 건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래원의 곁에는 황태수 국장이 남았다.
오늘 회식 자리에서 각자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동석을 못 했던 두 사람.
황태수가 소고깃집 옆에 딸린 국밥집 간판을 흘깃 쳐다보더니,
[ 내가 조선의 국밥이다 ]래원을 향해 물었다.
“도래원이!”
“네, 선배.”
“해장하고 들어갈래?”
긍정의 대답을 기대하는 황태수의 낯빛에,
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할 말이 있으신 거 같은데···?’
그렇게 래원과 황태수는 바로 옆 국밥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를 가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주병과 잔이 나왔고,
두 사람은 일단 잔을 부딪쳤다.
황태수는 반찬으로 나온 수육과 콩자반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래원을 물끄러미 보고는 입을 열었다.
“배 사장님이랑 먼저 이야기해 봤는데.”
“···?”
황태수의 입에서 배미란이 언급되자,
래원은 혹시 민세라와 관련 된 일인가 싶어서 물음표를 띄우며 황태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가지고 다음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 백상예술대상.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몬테카를로, 에미, 반프 같은 TV 페스티벌에 전부 출품시켜볼 생각이다.”
이 이야기에 술이 확 깨는 듯 정신이 번쩍 든 래원.
그저 꿈으로만 꿔왔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고 있었으니까.
“넌 감독판 DVD에, ‘골드 버튼’ 신경 쓰느라 바쁠 테니, 출품은 내가 알아서 하마.”
“가..감사합니다, 선배.”
“만약에 노미네이트 되면 머리에 바람도 쐬고, 구상도 할 겸 나갔다 오고.”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정말로.”
래원은 진심을 표했다.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났다.
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만큼 시원하게 끝난 작품이었다.
전생에서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대한민국 연예계는 ‘민세라’ 라는 배우를 잃었고,
도래원은 ‘황태수’라는 SBC 드라마국 실세의 신임을 완전히 잃었더랬다.
당시 자살한 민세라와 배미란의 관계를 덮기 위해, 민세라의 휴대폰을 빼돌렸던 황태수.
그때는 이같은 내막을 몰랐던 도래원이 황태수에게 크게 한 소리한 후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래원이 애쓴 덕에 이번 생은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민세라’는 드라마 로 최우수 연기 대상을 수상하며, 이를 디딤판 삼아 훨훨 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래원 역시 황태수의 전폭적인 서포트를 받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뿌듯하기만 한 래원이었다.
이윽고,
주문했던 국밥이 나왔다.
래원은 빈 소주잔을 채우고는 국밥과 함께 들었다.
“래원이 너 원래 이렇게 술을 잘했냐? 아까도 꽤 마시지 않았어?”
“오늘이 유난히 그런 날인가 봅니다. 술이 술술 잘 들어가는데요? 하하.”
“골드 버튼은? 잘 되고 있냐?”
“이제 슬슬 캐스팅 본격적으로 들어가려고요.”
“예능국 김우태한테 자문도 받는다며? 캐스팅도 같이 도움받으면 되겠네. 걔가 배우 인맥도 꽤 될걸?”
“네,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뭐, 캐스팅 후보가 많아서 고르는 게 문제인 상황이에요.”
“아하.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인 거야?”
“딱 한 역할만 빼고요.”
“어떤 역?”
“심덕훈 역할이요.”
“가만있자, 심덕훈?”
“조연 중에서 비중이 꽤 크거든요.”
황태수는 휴대폰을 꺼내어 기획안 파일을 열고는 캐릭터 소개 페이지로 스크롤 했다.
“심덕훈. 꿈을 쫓아 갓 유튜버가 된 70대로, 우여곡절 끝에 실버 버튼을 따내며 제2의 인생을 산다.”
“이 정도 배역 소화해주실 연배 있으신 선생님들 풀 자체가 굉장히 한정적인데, 그마저도 대부분 캐릭터가 딱 굳어져 있으셔서요···.”
“으음, 꽤나 입체적인 인물이네?”
“네. 초반부에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캐릭터인데, 유튜버로 적응하면서 자기 자신을 되찾게 되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제 2의 인생을 구가해야 하거든요.”
“연기 내공도 상당해야 하고, 화면에서 존재감도 있어야 하니 이름 있는 선생님을 섭외해야 하긴 하겠네···.”
“그렇죠. 거기다가 심덕훈 캐릭터가 주연이 아니라 출연 분량 자체는 조연급인데. 그 와중에 캐릭터의 입체성과 변화를, 주연만큼 임팩트있고 설득력 있게 담아주실 분이··· 잘 안 떠오르네요.”
래원이 처한 문제에 동의하듯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래원과 황태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고,
후루루룩——
둘은 그저 국밥을 먹으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러다가 먼저 다시 입을 연 것은 황태수였다.
“래원아, 그 역할 남자 말고 여자로 바꿀 수 있냐?”
“70대 여성 유튜버라···. 으음, 가능할 것 같은데요? 잘하면 더 재밌을 것도 같고요. 자세한 건 작가님들이랑 상의해 봐야겠지만요.”
“그럼 딱 제격인 분이 있다! 있어! 그 역할에 완벽하게 맞는 분!”
황태수는 지금 이 순간,
몇 달 전 배미란 사장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상기된 얼굴로 그 이름 석 자를 생각해냈다.
‘황 국장, 나중에 도 피디 다음 작에 혜심 언니가 할 만한 역할 있으면 잘 찔러봐 줘.’
‘윤혜심 선생님이요?’
‘그래. 절대 안 돌아온다고 고집 피우던 그 윤혜심이, 도 피디 작품이면 다시 연기해보고 싶다더라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황태수.
그에게는 드라마 ‘골드 버튼’의 성공과, 배미란 사장의 신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였으니까.
“누구요? 어떤 분인데요?”
래원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그를 말긋말긋 바라보았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18화 – 리디북스
“윤혜심 선생님.”
황태수의 입에서 나온 이름 석 자.
예상치 못했던 이름에 래원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윤혜심? 그분 요즘 작품 안 하시지 않아요?”
“응. 만약에 우리랑 하게 되면 정말 간만의 복귀작이 될 거야. 그것만으로도 이슈가 될 거고.”
“거의 은퇴하신 거라고 들었는데, 아녔어요?”
“그랬지. 그랬는데. 생각이 바뀌셨나 봐.”
래원은 전생의 일을 떠올렸다.
과거의 윤혜심은 드라마를 찍다가 안타깝게 매장당했던 케이스였다.
당시 표면으로 드러났던 사연은,
윤혜심이 다른 배우들의 분량을 빼앗기 위해 촬영장에서 깽판을 치거나, 촬영장에 나가지 않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는 것.
하지만 그 이면의 전말은 달랐다.
알려진 것과 정반대로 다른 배우들이 윤혜심이 맡은 캐릭터의 분량을 빼앗기 위해 작정하고 똘똘 뭉쳤던 사건이었다.
끝내 감독과 작가까지 매수하면서 목적을 달성한 그들은, 언론 플레이까지 벌이며 ‘윤혜심 죽이기’에 이를 악물고 매달렸더랬다.
물론 시간은 결국 거짓을 침식시키고 진실을 드러나게 해주었으나,
그때쯤 됐을 때 이미 대중들에게 윤혜심의 진실은 중요치 않아졌다.
그렇게 그 사건과 윤혜심은 모두에게 잊혀갔다.
‘돌이켜보면, 민세라랑 비슷한 케이스네?’
래원은 어렸을 적부터 윤혜심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