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4
“그렇죠.”
“이런 기계들을 다 직접 만지시는 거구나!”
원준혁의 눈이 반짝였다.
“근데 혼자서는 못하고요. 제가 음악감독으로 주축이 돼서 밑에 동생들이랑 같이 하죠.”
“그래도 굉장하세요. 이렇게 커다란 기계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남자, 멋있잖아요!”
래원은 원준혁의 눈에서 욕심과 욕망을 읽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위해서 갖는 특유의 욕심 말이다.
“[강다원] 상당히 근사한 친구네요? 잘 해내고 싶어요, 저.”
이에 래원이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래원이 오늘 원준혁을 이곳에 데려온 의도가 잘 먹힌 듯했다.
* * *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
“오늘 너희 네 명을 부른 이유는···.”
박현만 대표가 팔짱을 낀 채로,
노노카, 이나, 솔라 그리고 래미를 향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지난 연말 공연 이후에 내부 회의를 통해서, 드디어 데뷔 조가 확정됐어.”
이 말에 네 명의 연습생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룹명은 . 내년 이맘때 데뷔가 목표고, 멤버는···.”
박현만은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며 망설이는 듯 뜸을 들였다.
그는 솔직히 지금의 이 긴장을 즐기고 있었다.
고약한 취미였다.
“너희 넷으로 정해졌어! 노노카, 이나, 솔라, 래미. 너희 넷으로!”
박현만이 장난스럽게 활짝 웃었다.
“지..진짜요?”
“와하하학!!!!”
“꺄!!!!”
“으..으아아앙···!”
넷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노노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리며 되물었고,
이나는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또, 래미는 탄성을 지르고는 까르륵 웃었으며,
솔라는 눈물을 보였다.
“축하한다는 말은, 1년 후에 해줄게. 1년 동안 최선을 다해보자, 얘들아!”
할 말을 끝낸 박현만 대표가 연습실을 나섰다.
래미의 얼굴에 기분 좋을 때만 나오는 인디언 보조개가 진하게 찍혔다.
“우리 기..염 사진 찍자!”
“기염 사진? 아아, 기념 사진! 그래 언니!”
노노카의 제안에 이나가 폰 카메라를 들었고,
솔라는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소리쳤다.
“좋아! 역사의 시작이다!”
“줄여서 브잇걸!”
래미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외치자
다른 멤버들도 따라서 ‘브이’ 포즈를 지었다.
“어? 그거 좋은데? 브잇!”
“브잇!”
“브잇!”
찰칵— 찰칵—
활짝 웃는 네 사람의 모습이 기록됐다.
“그럼, 우리 이제 연습해야 하나?”
“··· 연습?”
“오늘 같은 날에, 연습···?”
‘연습’이라는 두 글자에 시무룩해지는 넷.
“그러지 말고,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
“그래! 이런 날은 인간적으로 맛있는 거 먹어줘야지!”
“오늘은 떡볶이!”
“연습은 내일부터닷!!!”
그리고는 ‘떡볶이’라는 세 글자에 다시 밝아졌다.
넷은 앞다투어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꿈을 좇느라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다들 영락없는 10대 후반 소녀들이었다.
* * *
“조연 배우들은 누구 생각하고 계세요? 특히, 여배우!”
원준혁이 실실 웃고는 래원의 소주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배역에 대한 욕심보다는 흑심에 가까운 빛으로.
래원도 이를 모를 리 없었기에 그저 씨익 웃어 보였다.
“글쎄요, [현수] 캐스팅부터 정리돼야 정할 수 있어요.”
그렇다.
캐스팅에도 단계가 있었다.
주연급을 먼저 정하는 게 순서였다.
그래야 그들과 잘 어울리는 조연을 붙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하지나]는 지금 가능하지 않아요? [강다원]이 정해졌잖아요, 저!”
정말이지, 지나치게 솔직하다. 원준혁.
‘저건 원하는 여배우가 따로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준혁 씨는 누굴 원하는데요, [하지나]?”
[하지나]. 41세.한 번 갔다가 돌아온 싱글이며, 직업은 영화 제작사 PD다.
극 중 음악감독 [강다원]의 클라이언트로 만나서 원나잇을 한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연상연하 커플로 발전하는 두 사람.
“엄하늘··· 어떠세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실제로는 원준혁과 엄하늘은 동갑이었다.
“하늘이 누나, 괜찮죠.”
“제 이상형인데 한 번도 같이 작업 못 해봤거든요.”
“아··· 이번 드라마로 사심을 채우시겠다?”
“그..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웹툰을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엄하늘 씨가 떠올랐거든요!”
완전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래원 역시 웹툰을 보면서 그녀를 떠올렸으니까.
하지만 그간 엄하늘과 너무 자주 같이 작업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을 갖고 다른 배우를 찾아보던 중이었다.
달리 수확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하늘 누나··· 아직 내가 직접 연출하는 미니시리즈에는 나온 적 없긴 해.’
“컨택해 볼게요, [하지나]에 하늘 누나.”
“와아우!! 감사합니다, 감독님!!”
원준혁이 징그럽게 아양을 떨며 잔을 내밀었다.
짠-
경쾌하게 잔을 부딪친 후,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켜는 두 사람.
“그럼 [현수]의 고등학생 딸 [현세민]이랑 연인 [이소이]는 오늘 현우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달라지겠네요···?”
원준혁의 표정이 돌연 진지해졌다.
그의 말대로,
사실 오늘의 술자리는 ‘함현우’ 때문에 마련한 것이었다.
래원이 시계를 보았다.
그가 오기로 한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현우가 같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자식 연기··· 다시 보고 싶거든요.”
원준혁이 안주도 없이 소주를 연달아 원샷으로 넘겼다.
“저, 그 자식이랑 다시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 함현우 씨가 잠적한 이유. 뭐였어요?”
“······.”
“준혁 씨는 아시잖아요.”
“사람들한테 완전히 질렸을 거예요. 그때 현우 주변에는 현우를 이용하려는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아···.”
“현우는 연기를 하고 싶어했어요. 항상 다양한 작품, 다채로운 배역에 목이 말랐던 친구였죠.”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근데 소속사에서는 현우를 배우가 아니라 스타로 키우고 싶어했던 거 같아요. 계속 광고로 돌렸죠. 광고 잘 들어올 것 같은 선역 말고는, 현우한테 묻지도 않고 전부 거절했고요.”
“······.”
“그러다 보니 늘 천편일률적인 역할만 맡았어요. 현우는 그걸 굉장히 괴로워했어요. 연기 욕심이 대단하고, 겸손한 친구였거든요. 저랑은 달리.”
원준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신은 함현우에게 재능만 주고, 멘탈은 함께 주지 않았나 보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참 살아남기 힘든 성격이었겠구나 싶었다.
“결정적으로, 데뷔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친형이나 다름없는 매니저한테 1억대 사기를 당했어요. 그때가 마침 계약 기간도 끝났을 때라, 재계약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현우는 그대로 잠적해버리더라고요.”
“ ··· 그럼 준혁 씨는 오늘 함현우 씨 얼마 만에 다시 보는 거예요?”
“거의 5년? 아니다. 6년 만이네요? 30대 되고서는 처음 보는 거니까.”
그때,
술집 문으로 낯익은 얼굴이 걸어들어왔다.
날카로운 콧날과 얼굴선.
멀리서도 숨겨지지 않는 광채와 후광.
바로, 함현우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3화 – 리디북스
“현우야!”
원준혁이 벌떡 일어났다.
터벅터벅-
함현우가 테이블로 다가왔고
원준혁이 말없이 그를 팍 안았다.
그 어떤 말 대신 서로의 등을 퍽퍽 때리듯 두드리는 두 사람.
“처음 뵙겠습니다. 도래원입니다.”
래원이 먼저 함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를 맞잡은 함현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함현우가 가진 태와 분위기 자체는 천상 배우였다.
존재 자체로 빛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잔뜩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동안 딴 건 안 봐도 네 작품은 꼭 챙겨봤다, 준혁아.”
“짜식···.”
원준혁은 함현우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래원까지 세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술잔만 부딪혔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비로소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지냈냐?”
“산에서.”
“난 미세먼지 마시면서 고생하는 동안, 넌 좋은 공기 마시면서 속 편하게 지낸 거냐?”
“··· 싱겁기는.”
“얼굴은 좋아 보인다. 표정 여전히 어두운 건 빼고.”
“··· 너는 여전히 멋있다, 준혁아.”
“이 드라마 같이 하자.”
“··· 글쎄, 내가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함현우!”
“내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설 수 있을까?”
“네.”
함현우와 원준혁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며
불쑥 대답을 뱉은 건 래원이었다.
“감독님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저도 못 믿는 저를?”
“저는 보여요, 함현우 씨의 미래가. 20대보다 더 찬란히 빛날 탑 배우의 모습으로요.”
래원도 술기운 탓인지 솔직한 말이 튀어나왔다.
래원이 이들에게 그 근거를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는 게 중요했다.
“오늘 이거 여쭤보고 싶어서 나왔어요. 대체 뭘 믿고 저한테 주연을 맡기시겠다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게다가 대형 웹툰 원작 드라마를요.”
“뭐냐아? 너 나 보러 나온 거 아니었냐아앙?”
원준혁이 술에 취해서 징그럽게 징징댔다.
래원은 그 모습을 차마 계속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피식-
함현우가 처음으로 웃었다.
“야, 정신 차려라 원준혁!”
“같이 하자아아. 현우야아앙! 우리 어릴 때처럼 나랑 드라마 같이하자아앙! 너랑 하고 싶어엉!”
“으아악···!”
원준혁은 한술 더 떠서 함현우에게 거머리처럼 엉겨 붙었고,
함현우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를 떼어내기 바빴다.
래원은 이 모습을 보며 빙긋이 웃었다.
래원이 목표했던 캐스팅의 그린 라이트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나 너랑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오오!! 흐..흐흑···.”
이번에는 훌쩍거리기 시작하는 원준혁.
함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끌끌끌 찼다.
“야, 원준혁! 너 술버릇 아직도 못 고쳤냐? 진짜 가지가지 한다···.”
“함현우우! 너도 다시 하고 싶잖아. 연기.”
“······.”
“맞지, 짜식아아아? 너는 날 못 속이거든?”
“······.”
“그럼 하면 되지이! 뭐가 문젠데에! 우씨이···.”
“하고 싶은 거랑, 잘하는 거랑은 다른 문제야.”
“하면 되지이! 잘하면 되지이! 함현우잖아 너!”
“··· 자신이 없어. 잘 해낼 자신.”
“또..또.. 그 겸손 떤다···. 재수없는 짜식···.”
“······.”
래원은 둘 사이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지금은 그래야 할 때라고 판단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