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5
“우씨이···. 야, 이 자식아! 너가 그러면 난 뭐냐아아? 욕먹든 말든 꿋꿋이 연기하는 난 뭐가 되냐고오!”
“넌 매 작품 연기가 늘더라, 준혁아.”
“너도 하면 된다니까안?! 나처럼 철판 깔고 하면 다 늘어어어!”
“그렇게 계속 연기하는 것도 능력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
이제 래원이 나설 차례였다.
“현우 씨가 속세와 연을 끊은 사이에, 한국 드라마 판이 많이 바뀌었어요. 할 만하실 겁니다.”
함현우가 래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저희는 급하게 찍지 않을 겁니다. 100% 사전 제작할 거라서요. 촬영장에서 시간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함현우 씨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 때까지, 몇 테이크든 찍겠습니다.”
이내 함현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정말 이상해요.”
“뭐가요?”
“도 감독님은 지난주에 저한테 전화하셨을 때부터 무슨 약 파는 사람처럼, 드라마 같이하게 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시질 않나, 아깐 제 미래가 보인다고도 하시고···.”
“제 감은 틀린 적이 없거든요.”
“근데 그 말씀이··· 이상하게 싫지 않았어요. 자꾸 믿고 싶어져요.”
“믿으면 되죠. 현실로 만드실 수 있어요. 저랑 원준혁 씨도 같이 도울 거니까요.”
함현우가 얼굴을 숙이며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계속 과거의 트라우마 속에 갇혀 살기에 현우 씨는 너무 젊고 재능 있는 사람이에요.”
“······.”
“정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산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삶이 정말로 행복하냐고요.”
래원의 물음에 함현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우 씨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변화할 용기를 내는 일··· 어려운 거 알아요. 근데 현우 씨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옆에서 나랑 원준혁 씨가 손잡고 끌어줄 테니까, 행복해질 용기를 내보세요.”
“······.”
“제 손 잡으세요. 지금 이거··· 현우 씨 인생에 다신 없을 기회니까.”
래원이 마지막 한 방을 날리자
함현우는 백기를 들며 투항했다.
그의 눈가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아, 정말···. 제가 졌네요. 좋습니다. 다시 해볼게요, 연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볼게요. 그간의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래원이 씨익 웃으며 테이블 가운데로 잔을 내밀었다.
이에 취한 원준혁도 입을 헤벌쭉 벌린 채로 흔들거리는 팔로 잔을 치켜들었고,
이내 함현우도 잔을 모았다.
세 사람의 술잔이 부딪치며 홀가분한 소리를 내었다.
술은 남녀 사이에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드라마 판에서도 술이 마술처럼 작용할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 * *
“하아···.”
민세라의 집.
그녀는 지금 거실 소파에 앉아서
탁자 위에 대본 두 개를 올려 둔 채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하나는, 영화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SBC 드라마 기획안과 대본이었다.
“도래원이랑 하고 싶긴 하지만, 이 드라마 너무 남자 주연 셋 위주의 작품이야···. 아, 어쩌지?”
반면, 영화는 여자 투탑 주연이었고
그 역할이 민세라에게 들어왔다.
SBC 드라마 대본은 민세라에게 제의가 들어온 것은 아니었으나, 배미란 사장을 통해 입수한 것이었다.
둘을 한참 노려보던 민세라.
결국, 하나를 택한 듯했다.
“너로 정했다!”
그녀가 번쩍 집어 든 것은 영화 시나리오였다.
“이번만 기회가 있겠어? 먼저 이 영화로 커리어 쌓고, 인지도랑 인기 좀 키운 다음에, 도래원 다음 드라마에 내가 힘 실어주면 되지! 뭐.”
지이이잉——
민세라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는 듯이 휴대폰이 울렸다.
[래미] 세라 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래미네? 이 귀요미!”
민세라는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민세라] 래미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브라이트 걸스 축하해! 내년 이맘때는 데뷔하겠네? [래미] 고맙습니당! 근데 언니, 혹시···. [민세라] 응? [래미] 안 바쁘실 때 딱 하루만 저한테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될까요ㅠ_ㅠ? [민세라] 이번 주 시간 괜찮긴 해. 왜? 무슨 일 있니? [래미] 저··· 연기 좀 가르쳐주세요!“연기? 브잇걸이 갑자기 웬 연기···?”
민세라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 * *
“도 감독님, 배태람 촬영감독님 스케줄 가능하시답니다! 흔쾌히 합류 의사 밝히셨습니다!”
SBC 드라마국.
조연출이 래원에게 소리쳤다.
배태람 촬영 감독은
연출PD 출신이지만 지금은 카메라만 잡는 분이다.
그래서 가끔은 연출적인 아이디어도 공유할 수 있고, 연출 의도도 잘 간파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연출을 전적으로 존중해주는 스타일이었다.
래원은 이번이 두 번째 미니시리즈인 만큼,
배태람 촬영 감독의 이런 면모가 자신의 촬영장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좋아! 그럼 미술 감독님까지 정해지면 헤드 스텝 회의 잡고, 로케이션 매니저 통해서 종합 헌팅 일정도 정리해줘.”
주연 캐스팅이 정해진 후로
프리 프러덕션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도 감독님, [하지나]는 엄하늘 배우님으로 캐스팅 완료됐습니다. 방금 화이트 엔터에서 연락 왔어요.”
“수고했어. 그리고 [소종선]의 스타트업 회사는 ‘가구 회사’로 픽스해. 작가님들께 연락 드려. 그대로 진행하시라고.”
눈코 뜰새 없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로케 매니저] 도 감독님, 로케 후보지 사진이랑 영상 보냈습니다. 골라주시면, 종합 헌팅 일정 잡겠습니다! [래원]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회신 드릴게요. [로케 매니저] 넵! 그리고 해외 로케는 말씀 주신 이탈리아 피렌체와 프랑스 파리로 정리했습니다.래원의 휴대폰은 24시간 대기조였고,
[유찬] 형, 내일 미술감독님이랑 세트 회의 끝나고 나랑 잠깐 연출 회의 좀 하자! [래원] ㅇㅋ수면 부족을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조연출, 내일이 종합 헌팅이랬나? 꿈에서 들은 건지 현실에서 들은 건지 헷갈리네···.”
“아뇨아뇨. 모레가 종합 헌팅이고요. 내일은 대본 회의가 있습니다.”
“아··· 모레! 다른 감독님들께도 공지드렸고?”
“옙! 촬영 감독님, 그립 팀, 조명 감독님, 미술감독님까지 모두 오케이 하셨습니다.”
어지럽게 흩어졌던 퍼즐이 이제 점차 하나씩 제 자리를 찾는 느낌이 들었다.
프리 프러덕션이 순조롭게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 * *
이제 나흘 후면 래원은 한국에 없다.
로케이션 답사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때문이다.
SBC 건물의 다목적실.
오늘 래원은 출국 전에 치러야 할 여러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이곳에 왔다.
조연 [이소이]와 [현세민]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
이 두 배역을 결정 짓고 나면,
유럽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드디어 전체 상견례와 대본 리딩이 예정돼있었다.
[이소이]는 주연 [현수]의 연인이며, [현세민]은 [현수]가 혈기 왕성했던 스물둘에 사고 쳐서 낳은 고등학생 딸이다. 극 중,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때문에 이 작품의 조연 중에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이다.
다목적실 문 앞에 푯말이 붙었다.
「 드라마 오디션 」
오늘은 말하자면 2차 오디션이었다.
앞선 서류 전형과 1차 오디션을 거치며 두 배역 모두 최종 후보 5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서류 전형은 래원도 참여했으나,
1차 오디션은 일정상 캐스팅 디렉터가 담당했었다.
이제 [이소이] 오디션이 15분 정도 남은 시각.
“5명 다 주조연급 배우들이네요?”
“일찍부터 원준혁, 엄하늘 카더라가 돌면서 몰린 거 같아요.”
차여름의 물음에 캐스팅 디렉터가 답했고,
차가을은 래원에게 물었다.
“도 감독님, 류소현도 지원한 거 아셨어요?”
“네, 걔네 소속사에서는 이 작품 비중 적다고 안 좋아할 텐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지난 래미의 연말 공연을 함께 본 이후로, 래원은 류소현과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내 오디션장 안에 [이소이] 후보 배우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1대1 오디션을 치렀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류소현이 들어섰다.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대본 연기를 선보였다.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유려하게 해냈다.
래원은 류소현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툭 까놓고 나나 차가을 작가님한테 직접 연락해도 됐을 텐데, 왜 오디션에 지원한 거예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할 줄 알거든요, 제가.”
류소현의 이 말은, 래원과 사적인 관계는 따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도였다.
래원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같이 하게 되면 내일까지 연락드릴게요.”
류소현이 싱긋 웃으며 인사한 후 오디션장을 나섰다.
“옆방에 식사 준비됐습니다!”
진행 스텝의 공지에,
래원과 차 자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까지 네 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
푸짐한 일식 도시락이 준비돼있었다.
네 사람은 둘러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점심 직후에 오디션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도 감독님, [현세민] 최종 후보 5명 서류 확인하셨어요?”
“보긴 봤는데··· 실은, 너무 바빠서 [이소이] 만큼 꼼꼼히 보진 못했어요.”
캐스팅 디렉터의 물음에 래원이 멋쩍게 답했다.
“1차 오디션 때 꽤 괜찮은 애를 봤어요.”
“그래요? 서류만으로 특별하게 눈에 띄는 친구는 없던데?”
“이름도 기억해요. 신미래.”
“신미래?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성함이랑 똑같네요.”
“그 친구, 서류에 낸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예쁘더라고요!”
“아, 정말요? 반대 경우는 많아도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물어보니까 중학생 때 사진이라던데···.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어요.”
래원은 캐스팅 디렉터의 말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오전에 [이소이] 캐스팅에 너무 진을 뺀 건지 배가 몹시 고팠다.
“[현세민] 오디션 기대돼요!”
“저도요. 신인들 오디션은 언제나 재밌어요. 예측 불허라서!”
차가을과 캐스팅 디렉터는 싱글벙글이었다.
드라마 오디션은 처음인 차여름이 래원에게 물었다.
“래원 감독님은 신인 배우 판단할 때, 뭐 위주로 보세요?”
“신인 배우는 신인 배우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인 오디션 때는 연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많이 봐요.”
“아? 도 감독님 전에도 신인 오디션 몇 번 보셨구나.”
“아, 아뇨. 오늘 그렇게 볼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하하하.”
래원은 이전 삶에서 그랬듯 오늘도 그럴 생각이었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를 드러낼 줄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보거든요.”
“그럼 이따가 [현세민] 역에, 연기는 수준급인데 주관이나 인성이 별로인 신인이랑, 연기는 부족하지만 주관과 인성이 괜찮은 신인이 오면 누구 뽑으실 거예요?”
“당연히 후자요.”
캐스팅 디렉터의 물음에 래원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
“연기나 발성, 발음, 호흡, 표정, 리액션 같은 것들은 시간과 경험이 얼마든지 길러줄 수 있는 것들이에요. 제가 디렉팅 해줄 수도 있고, 신인 배우니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는 거죠. 하지만 그 사람 자체가 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맞아요.”
“그건 그래요.”
래원의 말에 캐스팅 디렉터와 차 자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식사 시간이자 쉬는 시간이 끝나며
이번 드라마의 마지막 캐스팅.
[현세민] 역의 오디션이 시작됐다.5명의 후보가 밖에 대기 중이었고,
래원을 비롯한 스텝들이 이들을 차례차례 1대1로 만나볼 시간이었다.
“첫 번째 지원자, 신미래 입니다.”
캐스팅 디렉터의 호명에 문이 열렸고,
한 소녀가 오디션장 안으로 차분히 걸어들어왔다.
그 순간
래원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래미야···?’
어찌 된 일인지 지원자 ‘신미래’의 이름표를 단 도래미가 래원을 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오디션 지원서에 붙어 있는 사진은 가짜였던 것이다.
래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4화 – 리디북스
하지만 래원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래미의 보호자가 아닌 이 드라마의 감독으로서 오디션에 임했다.
“여기 대본 있습니다. 준비되시면 대사해 주세요.”
“네.”
래미 역시 래원을 의식하지 않고 오디션 지원자로서 집중하고 있었다.
침착하게 감정을 잡고는 입을 연다.
“아빠, 난 아빠 인생의 혹이 되고 싶진 않아. 전에 아빠가 그랬지? 내 꿈이 뭐든 응원한다고. 나도 그래. 아빠 인생을 응원해.”
래미의 눈빛과 리얼한 대사 톤에, 마치 이 장면의 상대역인 [현수]가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래원을 비롯한 네 사람 모두 그렇게 느꼈다.
‘연기가 많이 늘긴 했네···.’
이어서 스텝들은 래미에게 2개 장면의 대사를 추가로 주문했다.
래미는 당황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꽤 노련하게 연기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