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22
확인해보니 철수의 아내 영옥 씨였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때였다.
내게 전화가 왔다.
“네 영옥 씨! 안녕하세요!”
-혹시 철수 씨랑 같이 계신가요?
“네. 같이 있어요. 약초를 좀 얻으려고 부탁했더니, 직접 집까지 들고 와줬네요.”
-같이 있는데 왜 전화를 안 받죠?
“이게 그러니까…”
-네?
“하수오 담금주를 한 잔 마셨더니, 친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낮부터 술이요?
“평범한 술은 아니고요. 약주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하수오 약주요.”
-도일 씨네 집이죠?
“네.”
-제가 그리로 갈 테니까, 철수 씨 전화 좀 받으라고 해주세요.
“네..”
영옥 씨가 전화를 끊었다.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어떤 약속을 철수가 어긴 것 같은데, 오늘 혼 좀 날 듯 싶었다.
“철수야!”
“어어…”
철수가 잠꼬대를 했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할 터인데.
“영옥 씨 온다! 큰일 났다!”
녀석의 잠을 깨우는데 특효였다. 철수가 비몽사몽으로 눈을 번뜩였다.
“지금 뭐라 그랬냐?”
“네 와이프 온다고 인마”
“걔가 여길 왜 와.”
“일어나라. 단단히 화난 것 같으니까, 얼른 집으로 들어가.”
“하..씨. 왜 안 깨웠어.”
“얼마나 깨웠는데. 짜식아.”
“큰일 났네. 오늘 약초 입고되는 날이었는데.”
철수가 다급해 보였다.
하는 행동거지를 보자니, 곧 부모에게 혼날 꼬맹이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나 때문에 이곳까지 와준 친구인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영옥 씨가 오는 동안,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영옥 씨 오면 이걸 꼭 먹여라.”
“이거, 연자육 아니냐?”
연자육은 연꽃의 씨앗이었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화를 다스리는 효과가 있었다.
시장에서 구해다 실험삼아 S급으로 강화해보았다.
“이걸 먹으면 영옥 씨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거다.”
“겨우 연자육가지고?”
“일단 효능을 보자고.”
20분이나 흘렀을까, 영옥 씨가 우리 집을 왔다.
걸음걸이가 당찼고, 매우 격앙된 표정이었다. 나는 영옥 씨를 마중 나와 있었다.
“철수 씨 어디 있죠?”
“안에 있습니다.”
영옥 씨가 툇마루에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방안에 들어갔다.
나는 밖에서 그들의 육성만을 듣고 있었다.
“야아!”
영옥 씨가 소리쳤다.
“왜에!”
철수의 고함도 들렸다.
“1시간 이면 온다는 양반이 반나절 동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탈모에 좋다는 하수오 담금주를 먹었어! 미안하다!”
역시, 철수는 인정과 사과가 빠르다.
“오늘 바쁜 날인 거 알면서 이런 행동을 해?”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잘못한 건 100번 사과할게. 그런데, 이거 한 번 먹어봐.”
“연자육이잖아! 이걸 갑자기 내가 왜 먹어!”
“그냥 먹어봐 좀!”
“안 먹어!”
“먹어!”
“안 먹는다니까!”
“에잇!”
“읍! 이걸 왜 입에 던져!”
“한 번 먹어보라니까 이놈의 여편네.”
철수가 영옥 씨의 입에 연자육을 던져 넣은 것 같았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던지려는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방법이다.
그로부터 그들은 한동안 조용했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듯 그들은 꽤 오랜 시간 방안에 있었다.
때마침, 그들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영옥 씨의 뒤를 따르던 철수가 방긋 웃어보였다.
별일 아니라는 듯 신경 쓰지 말라는 표현이었다.
“죄송해요. 도일 씨. 오늘 약초가 입고되는 날이라 이이가 있어야만 선별할 수가 있었거든요. 제가 화가 나서 그만..”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괜히 담금주를 먹였네요.”
“아니요,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저희 남편 머리가 풍성해진다는데, 당연히 먹어야죠. 그럼, 들어가 볼게요.”
영옥 씨가 집 밖을 나갔다. 철수가 나를 보며 조만간 또 꺾자는 시늉을 했다.
담금주를 조만간 또 먹자는 뜻이었다.
“도일아! 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그의 외침이 집 밖에서 들렸다. 나는 풉 웃고야 말았다.
하여튼, 재밌는 부부다.
***
머리를 살폈다.
예전보다 확실히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흰머리가 나는 머리카락은 빠졌고, 그 자리에 검은 머리카락이 나고 있었다.
쑥쑥 자라나는 모발을 보며 행복에 겨웠다. 이제 꾸준히 하수오를 음용하면 머리가 풍성해지리라.
비단 자라나는 건 나의 머리만이 아니었다. 후원의 텃밭을 향했다. 채소가 먹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자생력이 강한 부추였다.
며칠 만에 부추가 자란다니.
씨앗 강화의 위대함을 여실하게 느꼈다.
부추를 캤다.
고춧가루와 액젓,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 뒤 부추에 버무렸다.
부추김치가 완성됐다.
상추는 캐서 쌈을 싸먹을 생각이다. 방울토마토는 식후 후식으로 먹으면 딱 이었다.
이렇게 씨앗을 강화하여 텃밭에 심는다면, 여러 가지 채소를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부추김치와 상추, 희숙이가 해준 더덕무침, 마늘쫑볶음, 비름나물 등을 한상에 올렸다.
꽤 많은 나물 반찬을 올렸음에도 무언가가 허전했다.
단백질이 없었다.
암환자에게 단백질 섭취는 매우 중요했다.
적정한 단백질 섭취를 해야만 암 회복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무조건 채식만 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었다.
저번에 철수와 함께 캤던 능이버섯이 생각났다.
능이버섯에는 1일 하루치 권장량 이상의 단백질이 있었다.
거기에 소화불량까지 도와주는 성분이 있어 소화에 도움을 줬다.
산에서 나는 만능 고기였다.
붉은 고기를 섭취 못하는 내게는 버섯 섭취는 필수였다.
능이버섯은 여러 가지 전골류에 들어가거나, 간단히 데쳐서 회처럼 먹어도 그만이었다.
끓는 물에 약간 데친 뒤 능이버섯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잡곡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올린 뒤 사진을 찍었다.
-찰칵.
밥 먹는 식탁 사진을 찍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SNS에 올려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암환자인 내가 섭취 과정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끼를 해치웠겠다. 이제 손님맞이 준비를 해볼까.’
비록 나는 약물을 음용하여 붉은 고기 섭취가 제한되지만, 오늘 특별한 손님이 오기로 했으니, 마당에서 구워 먹을 바비큐 준비에 나섰다.
산청 읍내로 나갔다.
고기류를 잔뜩 샀고, 지인들이 먹을 소주를 대량 샀다.
바비큐 그릴도 샀으니, 이제 손님들만 와주면 될 일.
나는 녀석에게 전화했다.
“어디냐?”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전무님.
“마을 진입할 때 전화 한번만 줘. 내가 나가 있을게.”
-네 알겠습니다.
특별한 손님은 나의 옛 직장 동료들이었다.
SNS에서 나의 소식을 올리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산청을 내려오겠다고 했다.
동료들을 맞이하기 위해 옷 상태를 점검했다.
예전보다 밝아진 피부색과 머리털은 지인들이 놀래기에 충분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사회 지인들이라 그런지, 설레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까.
상사라는 권위를 벗어던진, 사회를 떠난 자연인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털털한 모습 그대로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최성훈 상무에게 전화가 왔다.
-전무님,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나가 있을 게.”
집 밖을 나섰다.
때마침, 황궁이가 내 뒤를 바짝 따랐다. 녀석이 나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그래, 같이 가자.”
황궁이와 함께 마을 어귀로 향했다.
국도변은 한산하기만 했다.
매번 이 국도변을 산책할 때면, 적적하기가 그지없었거늘. 비로소 오늘에서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서게 됐다.
저 멀리서 고급 차량 한 대가 오는 게 보였다.
나는 직장 동료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고급 승용차가 내 앞에 멈췄다.
최성훈 상무, 나의 옛 부장이었다.
“전무님!”
“성훈아.”
성훈이가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바쁠 텐데 어떻게 산청까지 내려왔어?”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괜찮아. 많이 좋아졌다. 다른 친구들은? 따로 오나?”
“각자 차량으로 이동한다고 해서요. 제가 일찍 출발했으니까, 한 시간 이내에 다들 올 거예요.”
녀석이 차량을 주차하도록 도와준 뒤, 우리는 남은 직원들을 기다렸다.
집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성훈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갈 것 같았다.
“머리도 좀 나신 것 같고, 피부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셨네요.”
“요즘 영업만 뛴다더니, 화술이 늘었구나.”
“전무님 밑에서 배운 게 15년입니다. 흐흐흐. 그런데 얘는 누구죠?”
최성훈 상무가 황궁이를 손짓했다.
“황궁이라고, 우리 집 막내다.”
“집주인 이셨네. 이걸 제가 몰라보고.”
최성훈 상무가 황궁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황궁이도 기분이 좋은지 최성훈 상무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때마침,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더 오고 있었다.
차만 봐도 알겠다. 강수현 부장이었다.
나와 함께 근무했을 당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전무님!”
“오랜만이다. 강 부장.”
“얼굴 좋아지셨다더니 진짜 좋아지셨네. 시골에서 좋은 것만 드셨나 봐요?”
“여기서 할 일이라곤 잘 먹는 것 밖에 없으니까. 먼 길 왔을 텐데 고생했다.”
“어머, 얘 누구에요? 되게 귀엽게 생겼다.”
강수현 부장이 황궁이를 보며 펄쩍 뛰었다.
역시, 황궁이를 데리고 오길 잘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알아서 오라고 하고, 일단 우리 먼저 들어가 있자고.”
“네!”
나는 앞장서서 걸었다.
일몰이 지는 마을의 전경을 보며, 후배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자주 오는 시골은 아니지만, 올 때마다 힐링되는 기분이네요.”
“오늘 마음껏 힐링들 하고 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반긴 게 있었다.
자귀나무였다.
자귀나무가 꽃을 피웠다.
“어머, 꽃 되게 예쁘다.”
강수현 부장이 자귀나무 꽃을 보며 말했다.
“자귀나무야.”
“전무님이 직접 심으신 겁니까?”
성훈이가 물었다.
“어. 내가 심었어. 신기하게도 지금 꽃을 피웠네.”
“와…진짜 예쁘다.”
분홍빛 자귀나무 꽃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자귀나무 꽃을 보며 환희를 느꼈으면 했거늘.
알맞게 꽃을 피워주었다.
“자귀나무의 꽃말이 뭔 줄 아나?”
“네?”
“환희다. 자귀나무가 꽃을 피우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긴대.”
“그렇게 좋은 의미가 있다니, 사진이라도 찍어야죠.”
동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자귀나무는 강화한 씨앗을 이용하여 심은 특전의 나무였다.
꽃을 피우면 특전이 생겨 집안의 기운을 다스린다.
시한부 선고 이후, 나는 환희를 잊고 살았다.
즐겁다는 감정을 잊었고, 기쁨의 감정을 잊었다. 행복하다는 것은 찰나의 허망이었고, 슬픔 또한 그랬다.
[자귀나무]특전 – 『환희』
비로소, 잃어버린 환희를 되찾았다.
때마침, 여러 동료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반가움의 연속이었다.
시한부 선고 후 사회를 떠날 때 아무 미련두지 말자고 다짐했거늘,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간의 설움이 벅차올랐다.
동료들이 마당에서 바비큐 준비를 했고, 나는 마실 술과 음료를 준비했다.
“음식 준비는 저희가 할 테니까, 앉아서 쉬고 계세요.”
“환자 아니라고 했잖아. 너희들 보다 내가 더 건강할 걸?”
“에이.”
“진짜야. 강 부장, 내 피부가 어떻다고?”
“백옥 같긴 한데, 약간 립 서비스가 포함된.”
“너희들이 약초 맛을 못 봐서 그래,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
“혹시 피부에 좋은 약초는 있으려나요. 요즘 야근이 끊이질 않네요.”
“누가 야근을 시켜?”
“저기, 저기서 숯 태우시는 분.”
“성훈아, 내가 너는 칼 퇴근 시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성훈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전무님, 이참에 그냥 복귀하시면 안 될까요? 직원들이 아주 기가 살아서요. 제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나는 이미 새롭게 입사한 회사가 있는데 뭘.”
“취직 하셨다고요?”
“어. 회사 대표가 얼마나 변덕스럽고 짓궂은지, 4대 보험도 안 되고, 연차도 퇴직금도 없다.”
“어떻게 그런 회사를 들어가십니까. 대체 그런 회사가 어딘데요!”
“자연이란 회사. 그런데 간혹 월급도 나와. 열심히만 하면.”
초여름의 밤은 짧지만, 오늘은 매우 긴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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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1)
땀 흘려 일해서 벌어들인 것은 비단 돈뿐만이 아니었다.
농부가 한해의 농작물을 수확하듯, 내게도 평생 땀 흘려 일군 숲이 있다.
어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인망의 씨앗이 세월과 함께 자란 숲이다.
그 숲은 양질의 토양과 무한한 빛을 머금고,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
나는 환희를 보았다.
우리 집의 초입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귀나무의 꽃잎이 피어나고 있었다.
잎이 수북하였고, 분홍색의 꽃이 개화했다.
이것은 내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환희를 잊고 살았던 지난날, 홀로 암 투병을 이겨내야 하는 그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쳤다.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낸 건 현재의 내가 아니었다.
절박하게 살아왔던 나의 강인함, 그 과거가 현재의 나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