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21
아침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SNS를 붙잡고 있는 듯싶다.
그래도 반갑다.
[아빠…..얘 뭐야?]얘가 누구냐는 연이의 질문은 황궁이를 뜻했다.
나는 짧은 답을 달았다.
-네 동생.
[소가 내 동생이라고? 아빠 시골에서 소 키워?]-이름은 황궁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연이가 쾌활하게 웃었다. 동생이 썩 마음에 드나보다. 작고 여린 황궁이는 어딜 가나 인기가 많다.
연이가 직접 시골을 내려와 보면 좋으련만, 고3이라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아빠 얼굴 좋아진 거 같아 ㅋㅋ]-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잖아^^ 공부가 힘들고 지치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전혀 무리 안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죠!]-아, 그래. 알았다. 적당히 무리해도 괜찮아!
장미꽃 차의 효능으로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갔으면 싶다.
그런데 연이가 정녕 공부에 뜻이 없다면, 굳이 강제적으로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웬 소?]약초 가게를 운영하는 철수였다. 왜 다들 내 얼굴에는 관심 없고 소에만 집중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에 빨리 답장을 보냈다.
-외롭고 적적하니. 데려왔소. 몰랐냐?
[심심하면 약초 가게로 놀러 와.]-곧 감.
[소가 예쁘게 생기긴 했네.]-나 닮아서.
[하수오 캐러 안 가냐?]하긴, 이 녀석과 하루 종일 하수오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내가 하수오를 찾았다고 답장한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이곳을 향해 튀어올 놈이다.
-꾸지뽕, 둥굴레, 찔레상황버섯 좀 구해서 집으로 와,
[이제 약초 배달까지?]-오라면 오시죠.
마침 약물이 떨어질 참이니 철수에게 부탁을 하여 얻을 참이다. 빈손으로 하수오를 영접할 수는 없지.
[몸은 좀 어떠냐. 소 키울 여유 있는 거 보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이번에 댓글 단 녀석은 서울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명환이었다.
시한부 3개월을 내게 선고했으며, 2기까지 호전된 기적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나는 녀석에게 전화했다.
“명환아.”
-잘 지냈냐?
“몸은 서서히 더 좋아지는 것 같아. 조만간 검진 한 번 받아보려고.”
-내려갈까?
“괜찮아. 바쁜 몸이 무슨 산청까지 내려 오냐.”
-말 만해. 혼자서 겁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옆에 있으면 든든하잖아?
“저번에 준 약초는 효과가 어땠어?”
예전 명환이가 산청에 왔을 때 다양한 약초를 선물했다.
눈에 좋다는 구기자부터 송이버섯까지. 한데, 효험이 어떠한지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의사로서 솔직히 말해도 되냐?
“어. 궁금해.”
-네가 준 약초 먹고 수술 성공률이 더 올랐다.
“…진짜?”
-나도 이게 뭔가 싶기도 한데, 네가 준 약초 덕분인 것 같아.
“잘됐네.”
-다음에 더 보내주라.
“안 돼.”
-왜 안 돼?
“우리 집 약초는 직접 와서 가져가야 돼.”
-아, 그런 게 있었나?
“방금 만든 규칙이다. 그러니까 약초가 필요하거든, 직접 내려 와라. 송이버섯은 하나에 백만 원, 구기자는 오십만 원 정도 받을 거니까. 현금 두둑이 챙겨오고.”
-끊는다. 수술 들어가야 돼.
명환이와 짧은 통화를 끝냈다.
돈 얘기만 나오면 급히 말을 돌리는 녀석이다. 놀리는 맛이 있다.
희숙이는 비록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나의 사진에 하트 이모티콘을 달았다.
화원을 하는 꽃님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오랜만에 진정 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치기어린 감정이지만, 내게 관심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의 연락도 받았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이른 은퇴를 했으니 몹시 궁금하리라.
-전무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변호사들이 모인 곳을 로펌이라고 하듯이 감정평가법인도 따로 있다.
나는 그곳에서 전무자리 까지 올랐었다. 초창기 창립멤버이기도 했으니 그에 따른 덕을 많이 봤다. 물론 열심히 살기도 했고.
“몸 많이 좋아졌다. 회사는 어때? 나 없으니까 다들 살판났지?”
-에이.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다들 전무님 보고 싶어서 언젠 다 같이 산청에 내려가자고 하던데요.
“3개월 밖에 안 남았으니까, 빨리 와야 될 거야.”
-하…
최성훈 상무는 내가 전무로 있을 당시, 부장으로 있던 친구다. 내가 퇴사한 뒤, 자연스레 승진했다.
“농담이야. 난 많이 좋아졌으니까,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 시한부 3개월이 뭐냐. 1년 2년, 충분히 버티니까. 언제든 와라!”
-전무님..
“회사 사람들에게 잘 좀 전해줘라. 김 전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말이야.”
-전무님 사진 보니까, 정말 잘 계신 것 같네요. 머리도 좀 나신 것 같은데, 설마 거기서 회춘하신 거 아니죠?
“하하하. 회춘하면, 신입사원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전무님 오시거든, 제가 자리 내드리겠습니다. 저는 상무 자리도 무겁습니다.
“…술 많이 먹지 말고, 담배 적당히 피고.”
-네. 알겠습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했으니, 부하직원과 동료들이 많았다.
퇴사 직후에는 아무 미련이 없었거늘.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워지며, 소중한 인연을 오랜 시간 이어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SNS에 얼굴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관심이 많이 쏠렸다. 다들 내 소식만을 손꼽아 기다린 게 아닐까 싶었다.
아버지가 산수마을에 뿌린 인망의 씨앗처럼, 나 또한 도시에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다음에는 모델처럼 찍어 올려야겠어.’
***
철수가 찾아왔다. 내가 부탁했던 약초와 하수오 씨앗을 봉지에 가득 담아왔다.
“약초, 어렵게 구했다. 찔레상황버섯은 자연산으로 구했어.”
“고맙다. 내가 보답할게.”
“그런데 하수오 씨앗은 왜? 재배해보려고?”
“어.”
많은 농가에서 하수오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매번 사다 먹기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직접 재배할 생각이다.
“그거 쉽지 않은데, 하우스 재배를 기본으로 해야 돼. 월동을 이겨내질 못할 거다.”
“도전해보는 거지 뭐. 약초는 정말 고맙다. 보답할게.”
“보답은 무슨, 내가 자주 그러잖아. 네가 돈 주면 내가 암환자 친구에게 장사하는 것 같다고.”
“철수야.”
“응?”
“차 끌고 왔냐?”
“당연하지. 여기까지 무슨 수로 와. 이 시간이면 버스도 없다.”
“아, 그러면 안 되는데.”
“무슨 말이야?”
나는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철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머리 뭔가 달라진 게 없냐?”
“머리 감았냐?”
“아니, 진지하게.”
“조금 풍성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하수오를 먹었거든”
“하수오? 하수오를? 대체 하수오가 어디 있었는데!”
나는 툇마루 한편에 놓인 하수오 담금주를 향해 손짓했다.
“저게 우리가 찾던 하수오다.”
“뭐?”
“20년이 넘도록 숙성을 했으니, 색깔이 참 진하지 않냐?”
철수는 넋이 나간 듯 하수오 담금주 앞으로 향했다.
과거 독버섯을 잘못 음용하여 머리가 빠졌던 철수였다.
오늘 비로소 그의 지난 상처를 아물 게 할 수 있는 날이었다.
“이게, 그 전설의 하수오라고?”
철수가 탄식을 자아내며 담금주의 유리병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감나무 밑에서 발견했다. 우리 아버지는 질 좋은 담금주를 감나무 밑에 보관하시곤 하셨거든.”
철수가 내 말을 듣곤 끄덕였다.
“이거 한 잔 먹어봐도 되겠냐?”
철수가 말했다.
그 눈빛에 간절함을 볼 수 있었다.
“사실은, 너 먹으라고 부른 거야.”
“……”
“차를 끌고 왔으니 집에 가려면 걸어가야겠다. 그게 아니라면, 하룻밤 자고 가던가.”
“기어가든, 자고가든. 오늘 이걸 꼭 먹어야겠다.”
“딱 한 잔이다. 두 잔 이상 넘어가면 몸이 버티질 못할 거다. 워낙에 기운이 세고, 약효가 엄청나서 명현 현상이 세게 오더라.”
“겨우 한 잔?”
“내 말 들어.”
“쪼잔하게.”
“직접 마셔봐라.”
철수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담금주의 뚜껑을 열고 국자로 퍼다 작은 잔에 담았다.
“나도 한잔 줘.”
작은 소주잔에 담긴 하수오 술을 한없이 바라보더니, 내게 잔을 건넨다.
“건배사 해야겠지?”
철수가 말했다.
꼭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분위기를 잡지 못했었다.
“건강을 위하여.”
짠.
철수와 함께 술을 들이켰다.
크으.
어제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머리의 어지럼증은 덜했고, 진한 알코올이 전신을 뒤덮는 지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철수가 이상했다.
“우와아아!”
한 잔 마시자마자 철수가 소릴 질렀다.
얼마나 큰지 화통을 삶아 먹은 줄.
“이게 술이야?”
철수가 소리쳤다
살면서 이런 술을 처음 먹어본 다는 것이다.
불쏘시개가 내장을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전신에 작열감이 생긴다며, 한 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옷을 펄럭였다.
“와…이거 미쳤다. 이건 술이 아니라 그냥 불이야 불.”
“아직도 그래?”
“꺼지질 않아.”
“나는 어제 바로 쓰러졌거든. 너도 자고 싶음 방에 들어가서 자라.”
철수가 비틀거리며 툇마루에 앉아 벽에 기대었다.
눈이 반쯤 풀렸다.
실실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실성하듯 웃었다.
“하, 도일아.”
“…..?”
“세상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갑자기?”
술에 취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한 잔 만에 만취 수준이라니.
철수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나를 보더니 슬픈 눈빛을 비치며 말했다.
“넌 꼭 살아야 돼. 도일아.”
“……”
“좋은 약초 많이 구해다 줄 테니까. 꼭 살아.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게.”
“고맙다.”
철수의 선한 마음이 고맙다.
녀석은 우리 아버지를 친부로 따랐다. 그 말인즉, 나를 형제로 생각한다는 게 아닐까.
“취했으면 들어가서 자라. 나는 할 일이 많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철수가 방안에 기어들어갔다.
아마, 어제의 나처럼 단번에 잠에 빠져 들리라.
***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만 했다.
[A급 하수오 씨앗]철수가 가져온 하수오 씨앗은 A급이었다. A급 정도면 당장 파종하여 심어도 될 일. 하지만 나는 위대한 유산을 남겨야만 했다.
[강화시 소모되는 금액은 30만 원입니다.] [금액은 자동차감 됨을 알려드립니다.] [하수오 씨앗를 강화합니다.] [강화 확률은 40%입니다.]그런데 강화 금액이 비쌌다.
약초와 씨앗마다 강화 금액이 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천종산삼보다 더 비싼 금액.
나는 오히려 좋았다.
강화 확률과 금액으로 말미암아, 극대화된 효능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좋다.
성공할 때까지 하면 되니까.
나는 강화를 실행했다.
[강화를 실행합니다.] [화로의 잉걸불이 파랗게 물들어갑니다.]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은 경지에 이릅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특전의 문장이 떴다.
화로의 잉걸불이 파랗게 물들며,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은 경지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 어떤 기온에서도 체온을 단단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S급 하수오 씨앗]효능 – S급 하수오를 재배할 수 있는 씨앗.
평가 – 생육 환경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쉽게 키울 수 없다. 다만, S급의 하수오는 한서가 불침하여 온도 변화에 둔감하다. 어느 땅에 뿌려도 잘 자라며, 생육 속도가 매우 빠르다.
나는 S급 하수오 씨앗을 들고 정원으로 향했다.
감나무 밑을 삽으로 깊게 파내었다.
아버지가 수십 년을 내다보고 하수오 담금주를 깊은 땅속에 넣은 것처럼, 나 또한 수십 년을 내다본다.
앞으로 10년, 20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수오가 특전의 힘을 빌려 하루빨리 100년생이 되길 빌었다.
작업을 마무리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방 한편의 구석을 철수가 점령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아버지의 서책을 펼쳤다.
아버지가 집필한 책은 1권 뿌리, 2권 열매, 3권 버섯, 4권 산나물, 5권 산약초, 6권 꽃으로 집필됐다.
그런데, 한 가지 없는 게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 또한 이것을 평생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
바로 씨앗이었다.
오래된 공책 표지에 제목을 썼다.
7권 씨앗.
모든 식물의 시작점이자, 생명의 근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미완성된 책을 차근차근 완성해 나갈 생각이다.
어쩌면, 내게도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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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5)
씨앗의 종류는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씨앗 중에서는 식용과 약용이 가능한 것이 있었고, 잘못 섭취하면 독성이 강한 씨앗도 있었다.
연잎의 씨앗인 연자육, 해바라기 씨앗, 대마씨, 아마씨, 치아씨드 등, 몸에 좋고 건강한 씨앗을 연구했다.
그 중에서도 연잎의 씨앗인 연자육에 눈길이 갔다.
연자육은 화를 누그러뜨리고, 심신의 안정을 북돋는다.
오늘 왜인지 모르게 필요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언제까지 잠을 자려는 걸까.’
방 한편에 거대한 물체가 있었다.
철수였다.
하수오 술을 먹은 뒤로 한참동안 잠에서 깨지 않았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아까부터 철수의 전화가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