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32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짧게만 느껴지는 시골길을 벗어나자, 끝도 없이 직진해야 될 고속도로에 올랐다.
여기서부턴 무념무상의 경지로 오롯이 직진만 하면 된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꽉 막히는 때가 돼서야, 서울의 초입에 진입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톨게이트를 지나고 서울의 복잡한 도로에 진입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러서야 예약해 놓은 호텔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누려보겠어.’
서울에서 꽤 비싸다는 호텔이었다. 1박에 200만 원 정도 했다.
결제를 하는 순간까지 손이 떨렸건만, 이번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소비를 해보고 싶었다.
체크인을 한 뒤 객실 내부로 들어갔다.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곳은 사면이 통유리 창이었으며 서울의 동서남북 전경을 한 눈에 즐길 수가 있었다.
북쪽은 북한산이 보였다.
남쪽은 송파구와 석촌호수, 서쪽은 남산타워가 보였다. 올림픽 공원과 재개발 단지들이 여러 보였다.
파노라마 시티뷰와 더불어 곳곳에 비치된 최고급 가구와 푸욱 꺼지는 침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시티뷰가 내려다보이는 욕조였다.
욕조에 물을 가득 담고 거품을 풀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누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봤던 절경과 서울의 야경이 오버랩 되었다.
무엇이 더 아름다고 예쁘냐고 묻거든, 단연코 지리산의 천왕봉을 꼽고 싶다.
서울의 야경도 나름의 멋이 있지만, 30년간 빌딩숲 야경의 일부가 되었던 나로선, 아름답게만 보이진 않는다.
이렇게 자연인이 되는 것이지.
사치를 즐긴다는 재미도 잠시였다.
머릿속에는 불현듯이 영감님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자네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그이는 너무나 소박했어. 큰돈을 벌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선 이곳, 산수마을에서만 있었으니까.]아버지의 능력이라면 충분한 재력을 가지고 살수가 있었을 텐데, 대체 왜 소박한 삶만 고집하셨을까.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알기에는 나의 내공이 얕은 까닭이다.
평생을 약초인생을 살아 왔던 분인데, 1년도 되지 않은 내가 어찌 아버지의 장인 정신을 깨달으랴.
다시 한 번 야경을 내려다봤다. 높은 곳으로 따지자면 만만치 않은 높이거늘, 항상 보였던 약초가 보이질 않으니,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그렇듯 서울을 향해 올라갈수록 내가 볼 수 있는 약초의 종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간혹 아스팔트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가 ‘나 여기 있어’ 하며 정보창으로 보였고, 가로수 따위가 전부였다. 그렇듯 서울에서는 식물을 찾기가 힘들었다.
‘도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구나.’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도시의 삶과 어울리지 않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진정 약초꾼이라는 것이겠지.
‘이제 잘까.’
이 순간의 감성을 즐기기 위해 와인을 먹고 싶었거늘.
내일 있을 검사 탓에 금식을 해야만 했다.
마땅히 혼자서 할 일도 없었고, 좋은 호텔에서 이른 잠을 청해야만 했다.
긴 운행에 피곤하기도 했다.
몸에 묻은 거품을 제거하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푸욱 꺼지는 침대가 온돌의 바닥과 대비되었다. 이거 하나만큼은 아직 침대가 편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적막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음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자연의 소리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귀뚜라미 소리를 틀었다.
그제야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
명환이는 둘도 없는 친구다.
고향 친구임과 동시에 서울에 함께 상경하여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었다.
그래서 돈독했다.
녀석은 내가 췌장암에 걸렸을 당시, 직접 귀향하여 나를 서울에 끌고 올라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약초를 먹고 말기 암을 이겨냈을 때, 명환이는 기어코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심지어 구기자를 먹였더니 평생 쓴 안경을 벗었지 않은가.
녀석에겐 약초가 대체의학이니 유사과학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젠 생각이 서서히 바뀌어 가리라 여겼다.
명환이를 만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녀석에게 줄 약초를 몇 가지 챙겼다. 산수유와 송이버섯이었다.
녀석은 나의 한 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거 뭐냐?”
“네 먹일 약초.”
시골을 내려왔을 때는 후줄근한 아저씨처럼 보였는데, 의사 가운을 입으니 멋있게만 느껴진다.
이른 아침이라 다소 여유가 있었다. 나는 녀석의 진료실에 들어가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저번에 줬던 약초는 다 먹었지?”
“일주일도 안 돼서 다 해치웠다.”
“효과는 어땠냐?”
“죽여주지.”
“이제 좀 내 말이 믿어지냐?”
녀석은 내 몰골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 머리 뭐냐?”
“뭐?”
“왜 풍성해졌냐고.”
“하수오를 먹은 덕분이지. 그것도 100년 하수오. 들어본 적은 있냐?”
“치사하게 그걸 혼자 먹어?”
“내가 말했잖아. 귀하고 좋은 건 직접 내려와야 먹을 수 있다고.”
“하아.”
“왜?”
“조만간 내려갈게. 아껴놔.”
여러 가지 검사가 진행됐다. 소변과 피검사, MRI촬영을 했다.
복강경을 해서 조직검사까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명환이를 진료실에서 만났다.
검사 결과지를 들고 있는 명환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일까.
“검사 결과 나왔으면 빨리 얘기해줘. 뜸들이지 말고.”
명환이가 머리를 박박 긁었다. 나는 녀석이 다소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아.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
“뭐?”
“아니, 이게….대체 말이 되는 일이냐고. 어?”
“그래서 상태가 어떤데?”
“없어.”
“……!”
“암세포가 없다니까. 다 죽었어.”
이 기쁨을 날뛰면서 표하고 싶건만, 침착히 반응했다.
“잘 됐다. 정말.. 잘 됐어.”
“겨우 잘 됐다고? 이건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기적을 무슨 말로 표현하랴. 잘 됐으니 잘 됐다고 하는 거지.”
“야, 이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신이 와서 네 암을 도려내 간 것처럼 깔끔하다니까.”
“신이 그랬나보지 뭐.”
“장난치지 말고!”
“왜 소리를 질러. 의사가 환자한테.”
“하아..야, 도일아.”
“응?”
“췌장암 말기가 반년도 안 돼서 치유된 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야.”
“……”
녀석이 동그란 눈을 뜨며 말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림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의학지에 발표해서 완치 사례를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의학지에?”
명환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약초로 췌장암을 극복했다고 현대 의학지에 올리면, 비웃음만 받을 거다. 아니, 애초에 올라가지도 못할 거고.”
“……”
명환이가 말한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에게 진료를 받은 건 딱 두 번.
한 번은 말기 췌장암 선고.
두 번째는 말기 췌장암 완치.
중간이 없다. 치료 과정이 없다는 것.
“나야 눈앞에서 직접 목격해서 믿겠지만, 다른 의사들이야 믿겠냐? 오히려 내가 최초 진단을 잘 못 내렸다고 비난만 하겠지. 중간이 없잖아. 중간이. 그리고, 약초로 췌장암을 이겨냈다고 논문을 써. 그간 내가 해왔던 치료가 전부 무색해지는 꼴이야.”
“….”
“도일아.”
“응?”
“이건.. 그냥 기적으로 하자. 간혹 사람 머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잖아. 난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명환이가 말한 기적이 낫겠다.
내 인생도 기적이란 단어와 어울리니까.
“이제..완치된 게 맞지?”
“맞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내 몸을 잠식했던, 그 끔찍했던 암 덩어리를 기어코 사멸시켰다.
***
명환이와 함께 병원의 구내식당을 향했다. 어제부터 금식을 했던 터라, 무엇이든 아무거나 집어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명환이가 청국장을 시켰다.
시골 사람 아니랄까봐, 청국장 향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명환이도 고향이 산청이었다. 명환이네 아버지가 지역은행 조합장이었으니, 꽤 잘나가는 지역 유지였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할까.
반면, 명환이는 우리 집을 부러워했었다.
학창 시절 우리 집을 방문하여 아버지의 약초를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장미꽃 차였던가.
우리는 당시의 추억을 함께 떠들었다. 약초에 대한 추억을 함께 지녔으니, 녀석도 산수 마을을 조금씩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산수 마을 어르신들은 잘 계시냐?”
명환이가 물었다.
“정정하시다. 다들. 흰머리 한 올 없으시고, 완길 이장님은 여든이 넘으셨는데도 이장일 계속 하시고.”
그런데 명환이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기쁜 날에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걸까.
“다 때려 치고 싶다.”
“푸웁.”
나는 먹던 것을 뱉을 뻔했다.
“무슨 소리야?”
“나도 너처럼 고향 내려가고 싶다고. 개인 병원을 차려볼까 생각중이야. 서울 생활도 지긋지긋하다. 이젠.”
“나 때문에 그래?”
“네가 영향을 준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 그런데, 예전부터 나도 꿈꿨던 일이 있었거든. 고향에서 살고 싶다고. 개인 병원 하나 꾸려서 말이야.”
“잘 됐네. 너 산수 한의원아냐?”
“알지. 우리 읍내에서 유일한 한의원.”
“그 선생님이 여든이 되셨는데 아직도 한의원 하신다.”
“정말?”
“읍내에 병원이 한 군데 밖에 없어. 그 의사 한 번 아파봐. 그 날은 아파도 병원을 못 가는 거야.”
“아이고.”
“네가 와서 하나 차려봐라. 내과든 뭐든.”
“생각을 해볼게.”
“건물이 부담되면 봉선이한테 부탁해봐. 봉선이가 산청 읍내에서 지주거든. 건물 하나 임대 받아서 병원 차리면 되겠다.”
“지금 뭐라 그랬냐? 봉선이가 건물주라고?”
“어. 나도 놀랐어. 그런데 산청 읍내의 건물을 다수 소유하고 있더라고. 게다가 부녀회장이야. 여러 가지 좋은 일 많이 하나 보더라고.”
“대단하네.”
“너 내려오면 반겨줄 친구 많아. 그러니까, 언제든 환영이다. 그리고, 네가 귀향하면 100년 묵은 하수오도 한 잔 내줄 수 있고.”
명환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참,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드네.”
명환이가 내려와 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읍내의 병원 수도 적었고, 명환이 같은 명의가 와준다면, 읍내 인프라가 구축되는 게 아닌가.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이제 명환이도 본업에 충실하고, 나도 움직여야 할 때였다.
“이제 내려가는 거냐?”
“아직, 2박 3일 일정이라 할 일이 좀 많네.”
기쁨 만끽은 나중에 할 일. 짧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머뭇거려선 안 되었다.
“조심히 내려가라. 조만간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하수오, 꼭 남겨놔.”
“오냐. 다음에 보자.”
병원을 빠져나왔다.
다음 일정은 최 영감님을 만나는 일이었다. 최 영감님은 이장님이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걸음에 와주셨다.
서울에 올라왔으니 마땅히 얼굴 한번 뵙고 가야지.
그리고 영감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감님이 우리 아버지 덕을 많이 봤다는 얘기는 산수마을 어르신에게 익히 들었고, 무엇보다 나의 재능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었다.
영감님에게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최 영감님이 살고 있다는 성북동으로 향했다.
────────────────────────────────────
────────────────────────────────────
상경(2)
최 영감님을 뵙기 위해 서울의 성북동으로 향했다.
성북동이라 함은 대한민국 1세대 재벌들이 사는 부촌 동네가 아니던가.
최 영감님은 3선 국회의원이었다.
TV에서 간혹 본 적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냉혈한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떨쳤기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화가 나있는 모습만 봤다고 할까.
그래서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상당히 의외였다.
과거의 거친 면모는 사라졌고, 선한 모습만 남았기 때문이다.
‘뭘 사 들고 가야 할까.’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담금주나, 건강식을 고려했는데, 결국 영감님이 가장 좋아할 나의 약초 몇 가지를 챙겼다.
남자에게 좋다는 삼지구엽초를 강화하여 챙겨갔다. 여든이면 기운이 쇠해질 때가 아니던가.
그리고 영감님의 기억력과 두뇌를 향상할 용안육과 꽃 차 몇 가지를 챙겼다.
이정도면 영감님도 반색하며 버선발로 뛰쳐나오겠지.
영감님이 문자로 전해준 주소를 찍은 뒤 성북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영감님의 집으로 향해 갈수록 길이 매우 굽이지고 좁아졌다.
‘다가구 밀집 구역이다.’
영감님이 살고 있는 집은 저택이 아닌, 서울의 한 다가구 주택이었다.
3선 국회의원에 도지사까지 겸했고, 성북동이라고 했으니 저택이라고 생각했거늘, 나의 예상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주차 공간도 협소하여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공용 주차장에 주차했다.
영감님께서 집 앞에 나와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영감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오래된 다가구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좁은 다가구 계단을 올라 철문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분재였다.
분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소사나무 분재가 문 앞에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며 곧게 뻗어 있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영감님, 분재가 꽤 잘 익었습니다. 정성이 많이 가야 할 텐데요.”
“비싼 취미 하나 뒀다. 어서 앉게나.”
“네.”
영감님이 나를 이끈 곳은 좁디좁은 주방 겸 거실이었다.
어두컴컴한 거실인데 블라인드를 열어젖히자, 화사한 빛이 조금은 들어왔다.
그 빛의 따스함을 그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사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흔적은 없었다.
때마침, 영감님께서 차 한 잔을 내주셨다. 대추 차였다.
“솜씨가 자네보다 떨어지겠지만, 한 잔 마셔보게나.”
“네. 어르신.”
대추 차 한 입을 하자마자, 입에서 생기가 돌았다.
대추는 좋고 나쁜 게 없다. 대추는 항상 옳다.
어르신에게 줄 약초 몇 가지를 거실상 위에 올렸다.
삼지구엽초와 용안육, 예쁘게 담긴 꽃잎을 보자 영감님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 귀한 것을.”
“더 드리고 싶은 것을 두 손이 모자라서 겨우 이것밖에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이런 귀한 약초는 서울에서 구경도 못 해.”
영감님이 약초를 챙겨 놓은 뒤에서야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자네도 건강이 꽤 좋지 않다면서? 완길이에게 들었다. 췌장암이라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마침 완치 판정을 듣고 오는 길입니다.”
“완치?”
“네. 췌장암 말기였는데, 이제 다 나았습니다.”
“허허허. 믿어지지가 않구만. 췌장암 말기를 이겨내다니, 기적도 이런 기적이 있나. 하여튼 산수마을은 보통 마을이 아니라니까.”
영감님과 암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영감님은 폐암이었고, 나 또한 췌장암이었으니, 서로 공감을 형성할 이야기는 결국 암이었다.
암에 관해서 한창 얘기를 하고 나서야, 영감님은 과거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의 귀가 쫑긋해졌다.
“내가 어떻게 3선 국회의원이 됐는지 궁금하지 않나?”
“3선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말년에는 도지사도 지내신 줄 압니다.”
“다 자네 아버지 덕분이야.”
“…..!”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의 짧고 화려했던 정치인생이 아버지 덕이었다니.
나는 영감님에게 용안육 한 점을 건넸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산수 마을에서 내 이름만 대면 다들 치를 떨었다. 치를 떨었어.”
“그게….무슨 말씀이신지.”
“동네 백수였다고. 한량에다가 틈나면 술과 도박에 빠졌으니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