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2
낭인대 무사 일만 병력이 천중산에서 전멸당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벽력탄을 비롯한 표물의 소실보다 훨씬 더 강한 충격이었다.
무림맹 허창 지부 대청에 모여 있던 지휘부 고수들은 무사의 보고를 받으면서도 다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보고는 구체적이었고 그 경과 또한 잘 설명되어 있었다.
천중산에서 보낸 서찰을 직접 읽어본 추상이 말했다.
“천중산에서도 군자 안개가 갑자기 생겨 낭인대 무사들이 전멸을 당했다고 하는군요.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백여 명뿐이라고 하니, 이번에도 반선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그가 서찰을 사람들에게 돌려 읽어보게 했다.
그 내용은 무사가 보고한 그대로였다.
“갑자기 천중산 주위에 펼쳐진 진이 풀려 낭인대 무사들이 진격했는데, 그것이 함정이었을 줄이야.”
“놈들이 진을 풀고 낭인대 무사들이 산 위로 올라오기를 기다려 군자 안개로 포위 공격을 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어떻게 그 많은 병력이 한꺼번에······.”
“일만 병력이 많기는 하지만 석 달 전 당했던 무림 연합군 병력 삼십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놈들이 천중산에서 낭인대 무사들과 격전을 치르면서 반선들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 확실하오.”
“그런 것 같소. 반선들이 주기적으로 신선계란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문이 있더니만 그게 사실이었던 것 같소.”
“반선들이 돌아왔다면 이제 무림맹 총단도 위험해지지 않겠소? 아니 그전에 이곳 허창부터 공격을 당할 게 분명하오.”
지휘부 고수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안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진각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다들 진정하십시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총단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될 테니 일단 총군사의 명을 기다리도록 합시다.”
“대사의 말씀이 옳습니다. 경거망동은 절대 안 됩니다. 낭인대가 전멸당했다면 놈들은 기세를 몰아 무림맹 총단 점령을 위해 북상하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곳 허창성이 놈들의 다음 목표가 될 겁니다.”
무적개의 말이었다.
개방은 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하므로 개방 장로인 그의 판단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추상이 말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상부의 지시가 있으면 모를까 그전에 우리가 천중산으로 지원하러 가는 것은 유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총군사님의 지휘 서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동안 성 안팎의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권마종 놈들이 이곳으로 진격해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숨어 있던 간자들과 흑도들이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백운목의 말이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그 역시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아직 지위가 낮아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칠마종과 반선들이 이번에 무림맹을 완전히 궤멸시킬 작정을 한 것 같구나. 무림맹 총단이 무너지면 정파 세력이 재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다. 정신적 지주가 사라지는 셈이니까. 다만 무림맹 총단을 노린다면 칠마종 전체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진격로가 이곳 허창성을 통과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면 다른 칠마종 세력들 역시 다른 경로로 총단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닐까.’
백무명이 나름대로 이후 상황을 예상해보았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명확한 예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총단에서 보낸 지휘 서신이 도착한 것은 깊은 밤이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지휘부 고수들은 모두 대청에 모여 있었다.
“총군사께서 보낸 서신이군요. 무슨 내용입니까?”
성장백의 질문에 가장 먼저 서신을 본 추상이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천중산에 있던 권마종 놈들이 낭인대를 궤멸시킨 후 이곳 허창으로 진군 중이니, 인근 무림인들을 모아 놈들을 막으라는 명이시오.”
“아. 예상대로군요. 총단 상황은 어떻다고 합니까?”
“총단 역시 비상령이 발동되었다고 합니다. 산동성 무림 대부분을 장악한 독마종에서 병력을 보내 서진 중이라고 합니다. 벌써 일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개봉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는군요.”
“개봉 말입니까?”
무적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봉은 낙양 동쪽에 있는 도시로 하남성의 중요 거점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놀란 진짜 이유는 바로 개봉에 개방 총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네. 개방 영웅들께서 지금 놈들을 막아내고 있으나 전황이 불리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화산파 총단에 이어 섬서성 일대 대부분을 장악한 검마종 역시 병력을 보내 동진 중이라 하니 권마종까지 합치면 세 군데 방향에서 총단을 노리고 진격 중이라 할 수 있겠군요.”
추상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웅성거렸다.
한 곳도 아니고 무려 칠마종 중 세 곳이 무림맹 총단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쪽은 권마종, 서쪽은 검마종, 동쪽은 독마종이 무림맹 총단이 있는 낙양을 향해 진격 중이었다.
“하북성 일대를 장악한 광마종의 움직임은 모릅니까?”
“광마종 놈들이 남하할 것이 우려되는 모양이군요. 다행히 광마종은 북해빙궁과 격전 중이라 병력을 보낼 상황이 아닐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안 그랬으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라 할 수 있는데. 이제 그럼 우리는 북상 중인 권마종만 막으면 되는 겁니까?”
성장백의 물음에 추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권마종을 물리치면 즉시 낙양으로 복귀해 총단 방어에 힘을 보태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미타불. 추 지부장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 병력으로 권마종 놈들을 막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겁니다. 총군사 말씀대로 인근 무림세력을 총동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방 무사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총군사 명에 따라 이곳 허창을 사수해야지요. 개봉은 본방의 총단에 있는 고수분들께서 사수해주실 것이오.”
“아미타불. 잘 생각하셨소이다. 천강개 고수분들이 있으셔야 놈들과 한번 붙어볼 수 있을 것이오.”
“금강승분들도 이곳에 남는 것이오?”
“물론이외다. 낙양 총단 지원은 인근에 있는 본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외다.”
진각대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림사와 무림맹 총단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소림사가 있는 숭산과 무림맹 총단이 있는 낙양은 무림인들에게는 하루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소림사는 이곳 허창과 낙양 사이에 있으며, 우리 역시 숭산을 지나서 이곳까지 왔었지요. 만약 이곳 허창이 무너지면 우리 역시 숭산 쪽으로 후퇴해 소림사 고수들과 힘을 합쳐 최후의 외곽 방어선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대륙객의 말에 백여희가 말했다.
“지금 그 말씀은 우리가 패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아직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위급 상황이니 전투 체제 역시 좀 더 명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원래는 천중산에 도착하면 낭인대주 절대낭인과 의논해 지휘 체계를 구축하려 했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어서 빨리 총지휘자를 뽑아야 해요.”
“백 부군사의 말씀이 옳소이다. 최소한 총지휘자와 수석 군사 정도는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추상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동안 표행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대륙표국 총표두 대륙객이 지휘를 맡았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으음, 권마종 놈들이 이곳 허창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이틀은 걸릴 것이니 그 전에 지휘 체계를 확립해야 할듯합니다. 내일 영웅대회를 열어 결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추상의 말에 진각대사가 물었다.
“인근 무림인들을 모으려는 겁니까?”
“네. 인근 무림인들에게 영웅첩을 돌려 현 상황을 알리고 대회 참석을 독려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다들 찬성하십니까?”
“찬성합니다.”
“동의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영웅첩을 돌리고 성내 곳곳에 방도 붙이겠습니다.”
* * *
긴급 작전 회의를 마친 지휘부 고수들은 각자 처소로 돌아갔다.
잠을 자기 위해서였지만, 휘하 무사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려는 문파도 많았다.
백무명이 속한 대륙표국의 경우는 특히 그랬다.
자정이 넘은 시각.
연무장에 이번 표행에 참여한 대륙표국의 표사와 쟁자수들이 모두 모였다.
총표두 대륙객이 조금 전 알게 된 현 무림 상황을 알려주었다.
“이제 현 상황을 다들 어느 정도 이해했으리라 믿소. 아시다시피 표물은 모두 불에 타버려 이번 표행은 완전히 실패했소. 원래 이런 경우 대체 표물이라도 구해서 운송을 계속해야 마땅하나, 조금 전 설명한 대로 권마종 놈들에 의해 낭인대 무사들이 전멸을 당해 그것마저 무의미해졌소. 이에 본 표국 표사들은 원래 계획에 따라 전투에 참여할 것이오. 다만 변한 상황에 맞게 천중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 허창 무림을 지킬 것이오. 문제는 쟁자수 여러분들이오. 여러분은 이제 자유요. 낙양으로 돌아가도 좋소. 무공도 모르는 사람을 어찌 잡아둘 수 있겠소? 다만 조금이라도 무공을 아는 사람은 여기 남아 힘을 보태줄 것을 부탁하는 바이오. 간단한 무공 심사를 통해 그 실력이 인정된 분은 모두 표사로 승격해드릴 것을 약속하겠소.”
대륙객의 말에 쟁자수들이 웅성거렸다.
이백여 명의 표사들은 이미 각오를 하고 왔기 때문인지 동요가 적었으나, 쟁자수들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무공을 모르는 쟁자수들은 곧바로 지부를 떠났다.
다만 무공을 조금이나마 익힌 사람들은 남았다.
그 수는 대략 삼백여 명 정도.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곧바로 표사 시험이 실시되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매우 간단한 내공 심사를 통해 그중 백여 명이 표사로 승격되었다.
국문태도 그중 한 명이었다.
표사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 또한 지부를 떠나지 않고 내일 영웅대회에 참가해 작은 힘이나마 돕기로 했다.
간발의 차이로 합격한 국문태가 백무명을 보며 웃었다.
“하하하. 백 형. 자네가 표사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 역시 분발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네. 아까 들어보니 자네 무공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니 앞으로 잘 지도해주게.”
“그렇게 하지. 그나저나 자네도 용기가 대단하군. 우리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 게 뻔한데 도망가지도 않고 말이야.”
“표사가 될 절호의 기회인데 어찌 놓치겠나? 무엇보다 무림인이라면 칠마종 놈들을 당연히 상대해야지. 듣자 하니 놈들은 마교 놈들보다 더한 모양이야. 마교는 그래도 최근 십 년간 양민을 살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칠마종 이놈들은 대놓고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들었네. 전 무림인들이 분노하고 있네. 하지만 놈들을 막아낼 절대영웅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네. 내일 이곳에서 열리는 영웅대회에는 그런 절대영웅이 나타날까?”
“그건 모르지.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나? 무림 암흑기가 도래했지만, 반드시 그것을 타개할 빛도 있을 것이네.”
“자네 말을 들으니 힘이 생기는군. 어서 돌아가서 잠이나 자세.”
“그러지. 푹 쉬어야 또 힘을 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