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79
천하제일 시한부 (179)
척.
나와 종서는 단번에 남창에 도착했다.
거대한 포양호의 물줄기가 흘러들어 오는 이곳 남창은 강서성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보자.”
난 가만히 품에서 한 장의 서찰을 꺼내 들었다.
그건 초영이 건네준 남창의 세력도였다.
“철주검문.”
익숙한 이름이다.
예전 조카 놈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이었다.
자호무사를 키우는 곳으로, 흑련의 세작들을 길러 내는 곳이었다.
빠득.
그때 일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비록 남창묵가를 불태웠지만, 사실 철주검문도 똑같은 족속들이다.
결국은 자기들이 이용하기 위해 세작을 길러 남창묵가에 보낸 셈이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지.”
그래, 철주검문이나 남창묵가나 서로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흑도인 철주검문과 백도에 몸을 담고 있는 남창묵가는 서로 사상 자체가 달랐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돌연 종서가 내 눈치를 살피며 물어 왔다.
난 표정을 풀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철주검문의 현판을 내릴 것이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종서가 고개를 숙이며 곧장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후웅―!
경쾌하게 허공을 가른 종서의 검이 철주검문의 정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쩌정―! 쩍―!
둔중한 충격파와 함께, 두 문짝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팟―!
종서는 부서진 문의 파편들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그대로 정문을 지키던 호위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걱―!
또 한 번 종서의 검이 빛을 발하고 두 명의 호위들의 목이 뎅강 떨어져 나갔다.
텁―!
가볍게 착지한 종서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날 돌아보았다.
난 이내 종서가 열어준 길을 그대로 뚫고 들어갔다.
“무슨 소란이냐!”
당연히 철주검문에서는 난리가 났다.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는 타종 소리와 함께, 철주검문 곳곳에서 새까맣게 놈들이 몰려나왔다.
스릉―!
그들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날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
“뭐 하는 놈인데, 이른 아침부터 이런 행패더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여기가 어딘데?”
톡―!
나는 말과 함께, 발치 아래 뒹구는 돌멩이를 튕겨 손으로 잡았다.
파스슷―!
가볍게 기운을 주입해 돌멩이를 다섯 조각으로 나눴다.
“여긴 철주검문이다! 네놈이 설령 모르고 왔다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아하, 돌이킬 수 없는 짓.”
후웅―!
장포가 펄럭였다.
파밧―!
난 이내 쥐고 있던 돌멩이를 놈들을 향해 날려 버렸다.
가볍게 공력을 담았기에, 놈들은 쉽게 피하지 못했다.
“커헉!”
“꾸엑!”
텅―! 터덩―!
순식간에 선두에 있던 다섯 명이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지, 지금…… 흑련에 선전포고를 하는…….”
“까는 소리 하지 말고.”
난 상대의 말을 씹으며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
척―! 처적―!
내가 일보를 내디디면 놈들은 삼 보를 뒤로 물러났다.
이미 기세 싸움에서 저들은 진 것이다.
“대, 대협!”
그때였다.
안쪽에서 웅성이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전에 자호무사의 정보를 내게 건네주었던 바로 그 경매의 사회자.
그놈이었다.
이내 놈을 호위하던 자호무사가 일렬로 쫙 늘어섰다.
“드디어 나왔네.”
“이, 이게 대체…… 저희는 건들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사회자는 질린 안색으로 펄쩍 날뛰었다.
“흑도 놈이 혀가 기네.”
난 피식 웃으며 종서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내 신호를 읽은 종서가 그대로 검격을 날렸다.
촤악―!
핏물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놈의 곁을 지키던 자호무사 두 놈의 목이 달아났다.
흠칫.
찰나간에 벌어진 참극에 자호무사들이 움찔거렸다.
그들은 감히 종서의 움직임을 읽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한 수준 차가 명백히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정녕…… 철주검문을 적으로 돌리려 하시는 겁니까.”
사회자의 표정이 달라졌다.
싸늘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놈을 향해 난 빙그레 웃어 주었다.
“어쭈? 대체 뭘 처먹었길래 겁대가리를 상실했을까?”
난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사회자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내뿜는 미약한 살기에 난 조소를 머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살 수 있는 두 가지 기회를 주마.”
난 말과 함께,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첫 번째, 네가 동원 가능한 모든 패를 사용해서 날 죽인다.”
“…….”
“두 번째, 그냥 얌전히 도망친다.”
“그건 안 될 말이겠군, 신기검단주.”
돌연 사회자의 뒤편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벅, 저벅.
이내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가 나서자, 자호무사들을 비롯한 철주검문의 무사들이 좌우로 쫙 갈라졌다.
“후후.”
난 이미 상대가 나설 것임을 예상했기에,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세를 고쳐 잡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상대가 나서기 무섭게 물었다.
내 기억에는 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꽤 강하다.
“시, 신기검단주라고?”
“그, 그렇다는 말은…… 저자는 신기검단의 부단주 백종서……?!”
철주검문의 무사들 틈에서 동요가 발생했다.
내 정체를 파악한 그들은 이내 전의를 상실하고야 말았다.
그들을 한심한 눈으로 쏘아보던 사내가 이내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곳이 흑련의 비호를 받는 곳임을 알고 있는가?”
“…….”
움찔.
눈썹이 절로 일그러졌다.
감히.
투쾅―! 쩌정―!
내 질문을 씹어?
난 그대로 놈의 면상을 후려갈겨 주었다.
“호오.”
파스스―!
흙먼지가 가시고, 내 주먹을 움켜잡은 사내가 살기 어린 눈빛을 쏘아 보냈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군.”
“네놈이 누구냐고. 이번에는…… 진짜 죽인다?”
콰웅―!
난 말과 함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낀 상대가 내 손을 놓고 그대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본인은 절강과 복건성의 지배자, 절강패주 일담이라 한다.”
“…….”
어욱, 속이 거북하다.
“그러니까 쓰레기들 중에서 좀 덩어리가 큰 놈이라는 말을 그렇게 길게 한 건가?”
“…….”
내 노골적인 말에 일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듣자 하니, 흑련주와 친하다 들었는데 아무리 흑련주와 친하다 해도 내 앞에서 그리 기고만장하게 버틸 수는 없는 법.”
처적―! 척―!
이내 일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곁으로 일련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전각 지붕 위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걸 알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울 것은 없었다.
“네가 흑련주보다 세냐?”
난 간단하게 물었다.
아무리 봐도 흑련주와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일 것 같기는 했다.
연배로 봐도 흑련주보다 열 살 이상은 늙어 보이기도 하고…….
“아직 흑련주는 배울 것이 많은 몸.”
“놀고 있네.”
난 피식 웃었다.
말은 꽤 점잖게 하는 듯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일담의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이 내게는 다 보였다.
“욕심은 그만 부리고 그만 돌아가는 것이 어떤가?”
일담이 내게 조용히 권고했다.
말이 조용한 거지, 잔뜩 벼리고 벼린 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근데 이 새끼가…….”
콰앙―!
난 그대로 다시금 일담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아까부터 거슬렸다.
“왜 자꾸 반말이지?”
“…….”
치이익―!
일담은 또 한 번 내 주먹을 막아 냈다.
비록 삼성의 공력밖에 실리지 않은 주먹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아플 텐데.
용케 잘 참는다.
“내 호의를 끝까지 무시하는군.”
이내 일담이 내 주먹을 놓으며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흑사대, 산개.”
파삿―!
일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주변에 포진했던 무사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흑사대인 모양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이내 일담의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종서야.”
난 이내 종서를 불러들였다.
종서가 검을 세워 들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촤악―!
처마 밑에 몸을 감춘 한 놈이 그대로 종서의 검에 꼬치처럼 꿰여 나왔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꺼낼 순 없잖아?”
난 이내 빙그레 웃으며 한쪽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정확히 일담이 모습을 감춘 방향이었다.
스릉―!
난 이내 검을 빼어 들었다.
지이잉―!
검이 잘게 진동했다.
처음 잡는 검이었지만, 마치 수십 년간 잡아 본 것처럼 내 손에 착 감겼다.
‘건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검.
주변의 자연지기를 거스르지 않는 명검 중의 명검이다.
마땅히 신검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쿠구구―!
난 그대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검을 중심으로 거대한 용권풍이 만들어졌다.
고오오―!
놀라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심히 놀랐다.
내가 주입한 기운보다 족히 수배는 될 법한 기운의 크기 때문이다.
처적―!
난 일 보를 내디뎠다.
‘섬보.’
직선거리를 단숨에 꿰뚫는 내가 가진 가장 빠른 신법이다.
까각―!
동시에 검끝에서 반탄력이 느껴졌다.
일담이 마침내 자신의 검을 꺼낸 것이다.
“…….”
검붉은 안개 속에서 일담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
덥썩―!
난 이내 피식 웃으며 놈의 머리채를 잡고 안개 속에서 놈을 끄집어 당겼다.
텅―! 철푸덕―!
일담이 볼품없게 나가떨어졌다.
스릉―!
일담은 곧장 자세를 회복하고는 그대로 날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들어왔다.
“빠르네?”
텅―!
난 가볍게 고개를 틀어 놈의 검격을 피했다.
동시에 일담의 검이 내 귀밑 한 치 아래를 스치고 지나갔다.
난 곧장 손바닥으로 놈의 검 면을 밀듯이 부드럽게 튕겨 냈다.
동시에 노궁혈에 응축된 기운이 터져 나가고.
터덩―! 휘청―!
일담의 균형이 무너졌다.
확실히 이번 싸움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전보다 훨씬, 내 생각보다 더 훨씬 강해졌다는 것을.
우웅―!
허리를 접고 그대로 발을 끌어당겼다.
그대로 발을 뻗어 모은 기운을 폭사시켰다.
쩌정―!
“커헉!”
일담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검을 세워 내 각법을 막아 내 보지만, 소용없다.
일담이 수차례 땅을 뒹굴며 나가떨어졌다.
“무슨 이따위…….”
일담이 거칠게 핏물을 뱉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놈의 눈빛에 깃든 침착함이 모조리 사라졌다.
“다 잡았습니다, 단주님.”
이내 종서가 내 옆에 조용히 시립했다.
주변에는 온통 흑사대의 시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 미친…….”
일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고작 한 명에게 흑사대 스무 명 전원이 당한 것이다.
그것도 고작 세 호흡 만에.
“어이, 그 이상한 안개 속에 숨는 것 말고 별다른 건 없냐? 왜 이리 약해?”
난 일담을 향해 쭉 팔을 늘였다.
완벽한 무방비 태세.
하지만 일담은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담이 쓰게 웃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철주검문은 포기한다. 그대가 가지든가 말든가.”
일담이 그대로 등을 돌려 모습을 감췄다.
“와 저 새끼, 지 부하들 시신을 그냥 놔두고 도망치네.”
잡을 수 있지만, 난 굳이 잡지 않았다.
어차피 일담도 나와 싸울 때 별다른 전의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덜덜덜.
이내 난 구석에 숨어있는 사회자 놈을 찾아냈다.
“검문의 문주가 누구냐?”
내 물음에 사회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런 것은 없는데요.”
사패주 중 하나인 일담이 포기했다.
사회자는 살기 글렀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뭐 해?”
난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꿇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