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29)
129. 보답 -2
피오렌티나의 주장 크리스티아노 비라기는 아직도 1년 전, 앳된 얼굴의 꼬맹이가 1군에 합류해 첫 훈련을 치르던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1군 훈련에 유소년 선수들이 와서 함께 훈련하는 일은 꽤 자주 있는 일이어서,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일도 아니었다만.
유독 그날은 흔하디 흔한 그 유소년 꼬맹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더랬다.
그래서 뭐가 강렬했냐고 한다면, 일단 동양인이라 그렇기도 했다만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일상적인 훈련임에도 유독 긴장을 한 것 같은 모습, 그러나 그런 것치고 너무나 훌륭한 실력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단순히 긴장한 것치고 잘한 게 아니라, 그냥 절대적인 기준으로 놓고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재능.
그런데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그 나이에 으레 그러하듯 건방진 구석이 보이긴커녕, 오히려 과할 정도로 겸손하고, 의기소침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
그 정반대 되는 실력과 성격의 대비 때문에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심지어 그 첫 훈련이 끝난 직후, 빈첸초 감독이 자신을 불러 이렇게 얘기하기까지 했다.
저 아이가 팀의 미래이고, 머지않아 곧 주인공이 될 아이인데 이러이러한 사연을 가지고 있으니.
녀석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주장인 네가 세심하게 신경을 좀 써주고, 다른 선수들도 그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라고 말이다.
사실 언뜻 듣기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기존 선수들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얼굴도 처음 보는 꼬맹이를 특별 대우해주라는데.
하지만 비라기는 일말의 불쾌함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빈첸초 감독이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식이 있는 입장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애가 어리니 괜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머지않아 주인공이 될 거라는 말에 깊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그냥 가진 재능 자체가 특별하고 또 특별했으니까.
그래서, 꽤나 고민을 했었더랬다.
그 아이가 가진 사연이라는 것을 들어보니 이게 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지라.
어떻게 하면 녀석이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녀석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도록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의미가 없는 고민이었던 게, 함께 지내다 보니 그랬다.
열심히 고민했던 대로, 뭔가 계산적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냥 진심으로 녀석을 응원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냥, 왠지 그런 녀석이었다.
항상 겸손하고 주눅이 들어있는 느낌이어서, 가끔은 자신감에 넘쳐서 건방을 떠는 모습도 보고 싶은 녀석.
항상 가슴 한 켠에 무언가 고민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가끔은 아무런 생각 없이 웃는 모습도 보고 싶은 녀석.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어서, 주장으로서 뭔가를 해주기보단 그냥 진심을 다해 뒤에서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사실 뭐, 이젠 전 시즌 리그 득점왕이기도 하고, 올해의 선수이기도 하고.
그런 응원 따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큰 존재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원래 다 커도 부모님들 눈엔 아기인 것처럼 아직도 그런 마음은 여전했다.
실제로 여전히 17살의 꼬맹이이기도 했고.
그래서인가.
녀석이 보란 듯이 하키미를, 그것도 두 번이나 무너뜨리고 골을 집어넣은 뒤.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거만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렸을 때.
막내를 향해 달려가는 비라기는 유치한 복수 아닌 복수가 이뤄졌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새삼 막내가 많이 컸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안면의 근육을 모두 사용해 활짝 웃으며 막내에게 달려가 안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복수니 뭐니가 아니라, 그 챙겨주고 싶기만 하던 막내가 자신을 챙기려고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대견할 뿐이었다.
*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지면 이런 느낌일까.
역전 골을 넣은 뒤 동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든 생각이다.
다들 한 피지컬하는 몸으로 여기저기서 뛰어드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라.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동료들 탓에 결국 나는 깔려버리고 말았고, 직전까지 폼을 잡았던 것이 무색하게···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
···어후.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와중에도 주장이 주장의 역할을 해줬다는 거였다.
내 바로 위에 깔린 주장이 힘으로 버텨 날 지켜준 거다.
그런 주장이 아니었다면 수백 킬로그램 아래 깔린 나는 멀쩡히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텐데.
다행히 버텨준 주장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겨우겨우 다시 일어나 선배들, 그리고 주장과 다시 포옹을 나누고···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며 우리 진영으로 돌아갈 때,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했다.
뭔가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좋으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마 돌아가면서 스쳐 지나간 얼굴들이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 이런 식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이 뛰고 있는 팀을 상대로 내가 두 번째 골을 넣었다니.
이게 꿈인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는데, 사실 그것보단 기분이 좋아서 꿈 같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건··· 불과 5분 뒤였다.
2대1의 스코어가 되고 경기가 재개된 지 5분이 지났을 때, 공이 아웃 되어 경기가 잠시 멈춘 순간 하키미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건가 싶어 그를 계속 쳐다봤는데, 그의 목적지는··· 벤치였다.
상대 감독이 하키미를 빼고, 다른 수비수를 그 자리에 집어넣은 것.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장을 쳐다봤는데, 주장도 나를 슬쩍 쳐다봐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주장이 픽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물론 선수 교체라는 게 다양한 이유로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다.
체력 문제, 컨디션 문제, 전술상의 이유.
또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교체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하키미가 빠지고 다른 수비수가 그 자리에 대신 들어간다는 건··· 솔직히 다른 이유를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상대가 내준 두 번의 실점에 있어서 그의 비중이 높았다는 걸 인정하는 교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걸 지켜보는 주장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어 괜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뭐, 나도 알고 있다.
사실 복수라는 말을 쓸 만큼 하키미라는 선수가 잘못한 건 없다는 걸 말이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경기를 잘한 죄.
그뿐이라 복수라는 말을 쓰는 것도 웃긴 일이다.
다만 축구를 하다 보면 이렇게 된다.
일단 상대 팀으로 만나면 다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편한 것이다.
···뭐 어쩌면 그건 그냥 핑계고 내 성격이 이상한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오늘은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 아깝다.”
“진짜 아쉽네요. 아, 마지막에 그거만 아니었어도 잡는 건데.”
“다 잘했는데, 정말 다 잘했는데. 3분 남겨두고 아으···”
피오렌티나와 파리 생제르망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1차전이 종료된 순간.
관중석에 앉아 있던 피오렌티나의 풋볼 디렉터 파올로 로시니와 유소년 디렉터 마르코 빌라조가 전광판을 바라보며 진한 아쉬움을 토해낸다.
90:00
FIO 2 : 2 PSG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을 때까지도 대어를 잡는구나 싶었는데.
동점 골을 내줘 비긴 채 끝이 났으니 아쉬울 따름. 심지어 추가 시간에 내준 실점이라 더욱 아쉽다.
다만, 그래도 이내 아쉬움을 털어낸 관중들이 내는 응원과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이에 파올로와 마르코도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낸다.
“진짜 진짜 아쉽긴 한데, 그래도 기대 이상이긴 했네요.”
“뭐,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비긴 것도 다행인 경기긴 했지. 상대도 위협적인 거 많았는데, 골대 맞거나 한 것들 생각해보면.”
“이제 첫 경기긴 해도 파리랑 무승부니까 16강 진출 확률도 높아졌고요. 아, 진짜.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아쉽긴 하네.”
기대보다 더 잘한 경기라 더 아쉬울 뿐.
나쁜 결과는 아니긴 했다.
1포트 대 3포트의 대결이라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밀리고, 챔스 첫 경기라 긴장들도 많이 됐을 텐데.
거기서 거둔 무승부니 훌륭한 결과가 아니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는 득점 타임 테이블이 이 둘을 특히나 뿌듯하게 만들고 있기도 했다.
90:00
FIO 2 : 2 PSG
-18’ MESSI
-24’ LEE
-71’ LEE
-90+1’ MBAPPE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그리고 그사이에 LEE가 두 개나 있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이지안이 메시와 음바페를 합쳐놓은 것만큼의 활약을 펼친 오늘 경기였던 거다.
솔직히 속물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아니 애초에 속물일수록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인만큼.
저 메시와 음바페 사이에 끼인 두 개의 LEE가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오늘 그런 활약 덕분에 이지안의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리는 듯했으니까.
물론 어제까지 이뤄놓은 것만 해도 그의 재능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공식적인 몸값은 아니지만, 이미 시장에서 평가하는 그의 가치만 해도 1억 유로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물론 추정 몸값은 나이가 어릴 수록 후하게 책정되는지라, 실제와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만.
그렇다 해도 17살의 나이에 저 정도 평가를 받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어쨌든 이미 그 정도이긴 했으나,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이라는 한가지 검증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했다.
뭐, 현실 몸값이 추정 몸값이 될 수 있냐 없냐 정도의 검증이랄까.
아무튼,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아무리 빅 클럽들의 씀씀이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곤 하나.
그 유럽에서도 선수 하나에 1억 유로를 태울 수 있는 클럽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정도 지급력을 가진 팀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챔스 우승이 목표인 팀들이다.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라든가,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의 몇몇 팀들.
그래서 챔스에서의 활약 여부가 조금이라도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디렉터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팬으로선 이지안이 평생 원클럽맨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 편으론 본인의 재능을 담을 수 있는 더 큰 팀으로 보내주고 싶은 마음도 크거니와, 디렉터로서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그게 맞는 일인지라.
언젠가 팀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본다면, 행선지가 챔스 우승을 노리는 팀 정도는 되어야 조금의 미련이라도 덜고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팀에 돌아온 재정적인 이득을 생각해봐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어쨌거나, 팬으로서든 디렉터로서든.
오늘 경기 이지안의 활약은 뿌듯하기 그지없는 활약임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유럽에서 손꼽히는 메가 클럽에서 뛸 수 있는 재능이라는 걸 증명한 경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반응들은, 경기가 끝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곧바로 오기 시작했다.
ㆍㆍㆍ
지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기엔, 전광판의 시계가 멈출 때까지도 우리가 이기고 있었던지라.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을 때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래도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의 분위기나 라커룸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팬들도 박수를 보내주셨고, 감독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물론 내일 훈련서부터는 말이 바뀌실 게 뻔했으나,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랬다.
어쨌든, 그래서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기분은 조금 묘했다.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꽤 복잡했다고 할까.
좋은 기분은 경기가 끝난 뒤 주장의 표정이 좋았다는 것에서 왔을 것이며.
아쉬움은 경기 종료 직전, 경기 결과가 승리에서 무승부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리고 안도감은 어쨌거나, 나로서는 쳐다보기도 어려운 선수들 사이에서··· 무려 2골이나 넣으면서 어쨌든 지우 앞에서 체면은 지켰다는 것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집에는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집에 돌아와 지우를 맞이했을 때.
오늘도 너무너무 잘했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지우를 보자, 문득 경기 중 느꼈던 것들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너는 날 왜 응원해?”
“어? 뭐라고?”
너무 갑작스러우면서도 새삼스러운 질문이었을까.
그 질문에 지우의 표정이··· 이상하게 바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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