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8)
아싸였던 내가 눈 떠 보니 인기남? -2
“흐음··· 스읍···”
“···”
“음··· 흐음···”
“말을 해, 말을. 뭐가 마음에 안 드나?”
“예? 아, 디렉터님. 그게 아니고요.”
협상이 마무리된 뒤. 에이전트와 선수 측이 미팅룸을 빠져나가고, 미팅룸엔 팀 관계자들만 남아있었다.
그 중 한 관계자가 자꾸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파올로 디렉터가 묻는다.
관계자가 말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아직도 좀 잘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뭘 모르겠는데?”
“그 금액이 맞는 건지···”
“내 눈을 못 믿겠다, 이거구만. 늙은이가 노망이라도 났나, 이거 아니냐고.”
“그, 그럴 리가요. 디렉터님의 혜안을 이해하기엔 아직 제가 부족하다, 이거죠.”
“하여간 말만 잘 하지. 말만. 사람 보는 눈이 그 주둥이만큼만 됐어도 내가 진작 은퇴하고 자리를 넘겼을 텐데.”
파올로 디렉터의 한숨 섞인 말에 관계자, 유소년 스카우트 팀장 마르코 빌라조가 머리를 긁적인다.
마르코 팀장이 말했다.
“아무튼 말입니다. 그 금액이면 지금 1군에 있는 데뷔 1, 2년 차 선수들이랑 비슷한 수준 아닙니까. 아직 재계약을 안 한 선수들이라곤 하지만요.”
“그래서?”
“팀에 오래 있던 것도 아니고, 실적이 많은 것도 아닌 16살짜리 아이한테 왜 1군 유망주급 대우를 결정하신 건지가 궁금하다는 얘깁니다.”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사안이나, 마르코 팀장은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었다.
그것이 보여 파올로 디렉터는 꾸중을 하는 대신 순순히 설명을 시작했다.
“돈이라는 건 상대적인 거야.”
“상대적이요?”
“예를 들어, 16살짜리 꼬맹이가 주급으로 4천 유로를 받는다면 이건 엄청난 금액이지.”
“그렇지요.”
“하지만 1군 준주전급 멤버를 4천 유로 주고 쓴다고 생각해 보게. 이건 뭐지?”
“······심하게 남는 장사죠.”
“그래.”
파올로 디렉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르코 팀장을 지긋이 바라본다.
뭔가 더 설명이 이어질 거라 생각한 마르코 팀장은 눈을 껌뻑거리며 파올로 디렉터를 마주 쳐다보는데.
그 모습에 파올로 디렉터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 끝났어, 이 자식아.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
“예? 아, 어···”
그 꾸중에 마르코 팀장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디렉터님 말씀은 그러니까, 저 친구가 다음 연봉 협상 때까지. 그니까 내후년이 되기 전까지 1군 준주전급이 될 거란 말씀이십니까?”
“이 간단한 걸 이해하는데 참 오래도 걸리는구나.”
파올로 디렉터는 쯧쯧 혀를 찼고, 마르코 팀장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르코 팀장이 물었다.
“대체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셨는지가 궁금한데요.”
그 물음에, 파올로 디렉터가 의자에 등을 기대더니 텅 빈 한쪽 벽을 바라본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던 그는, 뜬금없이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벌써 거의 15년 가까이 된 일이구만. 내가 19세 이하 팀 감독일 때였다. 그해 여름에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갔었지. 그때가 한창 스페인 축구를 배워야 하니 뭐니 하던 시절이었거든.”
“2008년, 이때쯤 말인가요. 스페인이 유로 우승했을 때.”
“맞아. 그때 애들 데리고 스페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습 경기를 했었어. 뭐, 확실히 공 차는 게 우리랑은 다르더군. 가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공을 차나 싶은 애들이 많았어. 특히 바르셀로나 애들이 참 잘했지.”
“그땐 그랬죠.”
“근데, 나를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아이는 따로 있었어. 그 대단하다는 라 마시아의 아이들이 아니었네.”
“그럼요? 어디였는데요?”
“소시에다드. 레알 소시에다드라는 팀과 연습 경기를 했을 때였다. 웬 마르고 조그만 녀석이 있었는데, 머리 하나가 큰 우리 애들을 혼자서 손쉽게 요리하더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 파올로 디렉터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몇 살이냐 물었더니 17살이라네. 프로 계약은 했냐 물었더니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지, 아마.”
“누군데요, 그게?”
마르코 팀장이 더 못 참겠다는 듯 묻자 파올로 디렉터가 대답했다.
“앙투안 그리즈만.”
“아···”
당시, 앙투안 그리즈만이라는 이름을 아는 축구팬들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파올로 디렉터는 확신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그 이름이 축구계에 널리 퍼지게 될 거라고.
“근데, 그 얘길 지금 하신다는 건··· 그 친구에게서 그때 비슷한 느낌이라도 받으셨다는 건가요.”
마르코 팀장의 물음에 파올로 디렉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즈만이라는 선수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 그 충격을 지난 엠폴리와의 경기에서 똑같이 느꼈던 파올로 디렉터였다.
파올로 디렉터가 말했다.
“녀석은 알더군. 어떻게 해야 시합을 이길 수 있는지를 말이야. 자네, 타고나길 재미없는 사람이 유머를 공부한다고 재밌어지는 거 봤나?”
“못 봤죠.”
“당연히 못 봤겠지.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이건 센스의 영역이거든. 마찬가지야. 녀석은 센스를 타고 났어. 실패하기 가장 어려운 재능을 가졌다는 얘기야.”
파올로 디렉터가 그리즈만을 보고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센스 때문이었다.
뭐, 또래보다 신체 조건이 좋고, 빠르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 물론 좋다.
물론 좋은데, 그러한 재능들은 미래를 확신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쉽게 발전이 멈추기도 하고, 쉽게 퇴화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는 지능, 그리고 센스. 이건 다르다.
이건 가변성이 작다. 불확실함 투성이인 유소년 레벨에서, 유일하게 믿어도 되는 재능이 바로 이쪽이라는 얘기였다.
그걸 갖춘 게 바로 그 녀석이었고.
“그래도 못 미덥다는 표정이구만.”
“아, 아닙니다.”
“그럼, 믿나?”
“당연히 믿죠.”
“내가 신이냐? 무턱대고 믿게.”
파올로 감독이 혀를 쯧쯧 차자 마르코 감독이 그럼 뭐 어쩌라는 거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신은 아니지. 그러니까 틀릴 수도 있다 이 말이야. 하지만 이번엔 감이 좋네. 그러니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거겠지.”
맨날 자신을 진작 은퇴했어야 할 노인네라고 칭하면서도, 그래도 아직은 자신의 감에 자신이 있는 파올로 디렉터였다.
“넌 아직 멀었다.”
“예, 예. 멀었죠.”
“1년 뒤에 보자고. 이 계약이 정말 과했는지.”
“전 과하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에잉, 쯧.”
파올로 디렉터가 혀를 차며 가방을 챙겼다.
ㆍㆍㆍ
“바쁘신데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예, 솔직히 말하면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지요.”
계약을 마친 뒤.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내가 알기로, 계약이라는 건 꽤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다.
저번에도 그랬고, 저저번에도 그랬고.
시간이 꽤 걸렸었으니까. 양쪽에서 막 여러 자료들도 주고받으면서 심각하게 토론을 나누는, 길면 며칠, 몇 달도 걸리는 게 내가 아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정말 빨리 끝났다. 1시간? 아닌데. 거의 30분 만에 끝난 것 같은데.
이런저런 말다툼 하나 없이 계약서 한 장으로 그냥 얘기가 끝나버렸다.
“하하! 뭐 어찌 됐건, 팀에서 선수님의 가치를 아주 정확히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찮은 팀이에요, 이 팀!”
피도 눈물도 없는 협상의 귀재라는 별명은 오늘 에이전트님에겐 어울리는 별명이 아니었다.
오늘은 그냥 예스맨이었다.
분명 미팅룸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곳간을 탈탈 털어보겠다느니, 상대를 호구로 만들어야 우리가 호구가 안 된다느니 하시더니.
정작 계약서를 받아 본 에이전트님은 호구처럼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근데··· 그럴 만했다.
-여기가 계약 체결 시 받게 될 주급입니다. 이쪽이 연봉이고.
-히에엑!?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에이전트님이 내게 계약서를 내밀었을 때, 거기에 쓰여있던 주급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도 한참이나.
[ €4,095/week ]세상에···
4천 유로란다. 4천 유로.
내가 지금 받는 주급이 200유로 남짓이었다.
그니까, 지금 주급에서 무려 20배를 올려주겠다는 얘기였다.
아니 그니까! 프로 계약을 맺지 않은 아이들 스무 명에게 줄 수 있는 돈을 나한테 주겠다는 얘기였다!
“어······”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내가 뭐라고 주급을 이렇게나 많이 주겠다는 거지···? 아니, 프로 계약을 하는 순간 주급이 크게 오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나 올려준다고···?
나뿐만 아니라 에이전트님도 놀랐던 걸 보면, 확실히 놀랄 일은 맞았던 것 같다.
내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자, 에이전트님은 이렇게 설명하셨었다.
“유소년 계약일 땐, 다른 팀에서 보상금 내고 데려갈 수 있는 거 저번에 말씀드렸으니 아시죠? 그럴 일이 없게 프로 계약을 하는 건데, 이건 그러니까 팀에서 이만큼의 주급을 주고서라도 선수님을 데리고 있고 싶다는 겁니다.”
설명을 듣고도 내가 잘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는지, 에이전트님은 한 번 더 쉽게 설명해주셨다.
그러니까, 이걸 내가 거절하고 다른 팀과 협상을 해도 제도상 팀에서 막을 방법이 없어서.
내 마음을 확실히 잡기 위해 이런 금액을 불렀다는 얘기였다.
그래··· 무슨 말인지는 나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았다.
아니 그래서, 내가 뭐라고 다른 팀에 빼앗길 걱정까지 한다는 건지···
나와 달리 꾸준히 주전으로 뛰었고, 나이도 나보다 한 살이 많은 브루노도 원래 주급의 10배라고 했었는데.
내가 뭐라고 20배를···
“그만큼 팀이 선수님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거죠.”
가능성···.
순간, 나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었다.
대체 이 팀은 내가 뭐라고··· 토리노의 그 팀에서 나왔을 때도 나를 데려와 주고.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도 말없이 기다려주고.
이젠 나도 모르는 내 가능성을 봐주기까지 하는 걸까.
“저는··· 만족해요.”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에이전트님도 좋은 생각이라며 내 의견에 동의해주셨다.
그 뒤로 약간의 세부 사항을 조절하는 시간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협상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미팅룸을 빠져나온 나는 더 이상 그냥 유소년이 아닌, 미래의 프로 선수가 되어있었다.
“자, 축하드립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일이 끝난 게 아니라서.”
“아이고, 예.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하하! 조만간 또 뵙지요!”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이전트님.
에이전트님이 자켓 안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한다.
“그, 계산은 제가···”
그러자 아빠가 손사래를 친다.
“아유, 제가 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어허! 고객님께 얻어먹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제가 연장자잖습니까. 제가 내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갑자기 벌어지는 사소한 실랑이.
나는 그걸 잠깐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낼게요.”
“···엉?”
“네가?”
이젠 이 정도 밥값, 내겐 아무것도 아니다.
“뭐 얼마나 된다고···”
나는··· 신이다.
ㆍㆍㆍ
“학교 끝나고 바로 훈련 가는 거지?”
“네.”
“그래. 잘 다녀와. 수업 잘 듣고, 졸리면 요령껏 자고. 친구들 맛있는 것도 좀 사주고 그래.”
“알겠어요. 다녀올게요.”
아빠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에 대답하며 집을 나선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날이다.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는 9월 말쯤 개학해 6월에 학년이 끝난다.
나는 올해 초에 지금 집 근처 고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반 학기 정도를 다녔다.
그리고 올해까지 다니게 되면 의무 교육이 인정되는지라, 딱 1년만 더 다니고 졸업을 할 예정이다.
그나저나.
“후우···”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두근 대서 미칠 것 같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거의 나폴리 전 뛸 때랑 비슷할 정도로 손에 땀이 난다.
사실, 나는 학교에 딱히 좋은 기억이 없다.
특히 유학 초에 다녔던 학교에선 좋은 기억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나쁜 기억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나인데, 유학 초의 난 이탈리아어도 할 줄 몰랐으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좀 질 나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땐 팀도 날 적극적으로 케어해주지 않았다.
그 질 나쁜 아이들 역시도 나랑 같은 팀에서 뛰던 애들이었거든.
그랬던 기억이 있으니 학교 가는 길이 썩 가볍지는 않다. 뭐, 지금 다니는 학교에선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었다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하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지우한테는 다 비밀로 했었지. 축구만큼이나 들키기 싫은 얘기들이니까···
올해엔 어떠려나.
그냥 조용히 다닐 수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벌써 다 왔네.”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 교실 문 앞에 선다.
그러고도 문을 열길 몇 번이나 주저하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누구? 주급 4천 유로의 사나이.’
그래. 뭐 어쩔건데?
이젠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는 없다.
당당하게 들어가자.
그렇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나는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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