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화장실 명언 -1
“어떻게 보면, 조금 운이 없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 그 운이라는 것도 실력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애초에 모든 팀은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는 거고요. 사실 누군 운이 없다, 누군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기는 하죠.”
이탈리아, 세리에 A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축구 토크 쇼 ‘토탈리 풋볼’의 두 진행자가 스크린을 뒤로 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둘의 뒤에 펼쳐진 스크린엔 두 팀의 지난 다섯 경기 결과가 나타나 있는데.
왼쪽엔 리그 단독 선두, 나폴리의 경기 기록이.
반대편엔 2위 피오렌티나의 기록이 대비되어 보여진다.
32라운드부터 36라운드까지.
나폴리가 거둔 승점의 총합은 13점.
4승을 거뒀고 1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반면 피오렌티나가 거둔 승점의 총합은 8점.
2번의 승리, 2번의 무승부, 그리고 1번의 패배가 피오렌티나의 기록.
“그래서, 이제 양 팀의 승점 차이는 5점인데요. 아직 두 경기의 결과가 남아있으니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산술적으론 말이죠.”
“물론입니다. 나폴리가 오늘 경기와 다음 경기를 모두 패배하고, 피오렌티나가 모두 승리한다면 순위가 뒤바뀌게 되겠죠. 다만, 보시다시피···”
한 진행자가 화면 손으로 화면 아래쪽을 가리킨다.
자막이 위치하는 그곳엔,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는 나폴리와 삼프도리아의 경기 스코어가 중계되고 있는 중.
시간은 80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스코어는 2대0이다.
물론 2인 쪽은 나폴리였다.
“이대로 10분이 지나게 되면, 나폴리는 우승을 확정 짓게 되겠네요.”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나폴리는 33년 만에 스쿠데토를 차지하게 되는 겁니다.”
“반면 피오렌티나로서는 54년 만에 우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겠네요.”
“아쉽죠. 많이 아쉽습니다. 피오렌티나가 있었기에 리그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었는데 말입니다.”
“맞아요. 정말 강력한 경쟁자였죠. 준우승에 머물기엔 아쉬울 만큼요. 하지만 우승이라는 건 한 팀만 차지할 수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일 겁니다. 나폴리와 피오렌티나. 그 손에 땀을 쥐던 레이스가, 어쩌면 10분 뒤에 마무리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사실상 레이스의 끝이 보이는 듯한 느낌.
어차피 10분이 지나면 나폴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테니.
진행자들은 피오렌티나의 이번 시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피오렌티나, 36라운드까지 26승 6무 4패.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승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전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특히 전반기 기세가 굉장히 좋았죠. 심지어 후반기에 들어서도 나폴리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공동 1위에 올라서기도 했었고요.”
촤르륵.
피오렌티나의 이번 시즌 경기 결과들이 1라운드부터 36라운드까지 모두 스크린에 나타난다.
승리한 경기엔 초록색 마킹이, 비긴 경기엔 하얀색, 패배한 경기엔 빨간색 마킹이 덧칠되어 있는데.
당연히 초록색 마킹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전반기, 그리고 후반기 초반까지는 초록색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이렇게 잘해오던 피오렌티나가 결국 흔들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죠?”
“예. 나폴리전 직후요. 주전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 누수가 심하게 발생한 시점이죠. 나폴리도 뭐 부상 이탈자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피오렌티나는 더 심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으니까요.”
“심지어 그 안에서도 몇몇 핵심적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요. 어떻게 보면 30라운드까지 부상자 없이 온 것도 운이 따르는 일이었습니다.”
앞선 경기들의 기록이 스크린 위로 넘어가고, 화면엔 32라운드부터의 기록만 남는다.
31라운드 vs 몬차 승.
32라운드 vs 제노아 승.
33라운드 vs 인테르 승.
“그럼에도 이후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했던 피오렌티나였습니다.”
“다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죠.”
“어떤 문제였습니까?”
“이미 전력이 약화 된 상황에서, 무리를 하다 보니 남은 선수들마저 과부하를 겪은 겁니다. 승점을 따긴 했지만, 그 승점을 위해 선수들이 갈려 나갔습니다. 주장인 비라기가 시즌 아웃이 됐고, 리는 그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됩니다.”
다시 그 세 경기의 결과가 스크린 위로 넘어가고, 34라운드부터 36라운드까지의 기록만 화면에 남는다.
34라운드 vs 사수올로 패배.
35라운드 vs 라치오 무승부.
36라운드 vs AC 밀란 무승부.
“뭐, 라치오와 AC 밀란에게 거둔 무승부는 그럴 수 있었습니다. 아니, 되려 끝까지 발휘된 뒷심이 놀라운 결과였다고 할까요.”
“리가 끝까지 해준 경기였죠.”
“맞습니다. 다만, 그렇다 한들 결국 남는 결과는 승점 2점뿐이었다는 겁니다. 더욱 결정적인 건 리가 나오지 못한 사수올로 원정에서 패배했다는 거고요.”
“그게 정말 컸죠. 무승부라도 거뒀다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을 텐데요.”
“다른 주전 선수들, 그리고 리의 공백이 정말 크게 느껴졌던 경기로 기억하네요.”
3번의 경기에서 2무 1패.
동률을 기록 중이던 나폴리와 피오렌티나의 승점은 여기서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고, 상대가 상대였던 만큼 더 벌어질 수도 있었던 걸 그나마 잘 틀어막았다는 게 세간의 평가이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누가 그걸 감안해 승점 1점을 더 주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결과적으론 승점 5점 차이라는 현실만 남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더 와닿기는 하네요.”
“어떤 게요?”
“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 말입니다.”
“그거야 말할 것도 없죠. 보시다시피 리가 득점한 경기에선 모두 승리하거나 최소 무승부를 거뒀고, 패배한 경기는 모두 리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뿐입니다.”
화면이 전환되며 한 선수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피오렌티나, 10번, 지안 리.
“이 정도면 사실상, 혼자서 나폴리를 상대로 우승 경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요.”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닐지도요.”
“개인적으론 이 소년이 팀에 스쿠데토를 안기는 그런 그림도 보고 싶었던 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다만 현대 축구가 그런 거죠.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고. 예전처럼 한 선수가 모든 걸 다 만들기엔 어렵단 말이죠.”
“그래서 리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그걸 해낼 뻔했으니까요.”
잠깐의 기습 숭배 타임.
두 진행자가 올 시즌 인상적이었던 이지안의 활약들을 이야기하며, 소년의 한 해를 반추하는 시간을 가진다.
시즌 전반기,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데뷔 이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일.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가 있는 파리를 상대로 두 골을 몰아쳤던 일.
겨울에 치러진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골을 기록했던 일.
그리고 현재는 트레블에 한 걸음을 앞두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혼자 두 경기에서 다섯 골을 집어넣었던 일까지.
“이걸 한 시즌에 했다는 건가요.”
“누군 커리어를 다 통 틀어도 하기 힘든 것들인데 말이죠.”
이 모든 게 한 시즌 만에 해낸 것들이라니.
혀를 내두르는 진행자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는 활약상들이다.
“조금 안타까운 말입니다만, 이렇게 해도 우승이 없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겠죠.”
“우승이라는 게 그만큼 어려운 거죠.”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그런 얘기들이 요즘 많죠?”
“어떤 얘기요?”
“···모르는 척 하깁니까? 무슨 얘기 할지 아시잖아요. 저한테 떠넘기시는 거예요?”
“진짜 모르겠는데요. 할 말이 있으면 하시죠.”
능청을 떠는 한 진행자에, 말을 꺼낸 다른 진행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다음 시즌, 리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가 하루를 거르지 않고 나오고 있잖아요.”
“아, 그거요. 가뜩이나 피오렌티나 팬들에게 슬픈 날이 될지도 모르는데, 상처에 소금까지 뿌려 버리시네요.”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잖아요.”
“비올라 여러분. 제가 여기 앉아 있다고 해서 이 사람과 같은 의견인 건 아닙니다.”
“에휴. 됐어요. 제가 뒤집어쓰고 말죠, 뭐.”
확실히,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므로 이적에 관한 이야기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구 토크 쇼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으면 이상한 이야기인 것도 맞다.
“사실 뭐 뜨겁기는 하죠. 이적설 자체야 작년부터 계속, 지겹게 나오던 거니까요.”
“월드컵 기간에도 시끄럽지 않았습니까? 뭐 파리 생제르망이 메시 대체자로 낙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000억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
“웬만한 빅 클럽은 다 한 번 이상은 얘기가 나왔다고 봐야죠. 시즌이 말미로 향해 가면서 점점 더 구체적인 금액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우리끼리만 떠들면 너무 3류 일간지 같으니까, 화면으로 봐보시죠.”
진행자가 손짓하자, 스크린을 기사 헤드 라인이 빼곡하게 채운다.
그 화면을 보며 진행자가 랩을 하듯 빠르게 읽어 내려간다.
“유벤투스, 1천억 이상 쓸 생각 있다. 바르셀로나, 1순위 옵션으로 노린다. 레알 마드리드, 벨링엄과 리가 최종 물망에 올랐다. 바이에른 뮌헨, 뮐러의 대체자로 리를 주시 중이다. 리버풀, 총력을 다하지 않으면 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워후, 많기도 하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뉴캐슬, 구단주가 직접 그의 영입을 지시했다. 맨체스터 시티, 리를 영입할 수 있다면 모든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아스날, 큰 비드를 준비 중이다. 첼시, 리의 영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맨유, 리 영입 자금 대폭 올렸다.”
진행자가 숨을 헥헥거린다.
기사 제목만 모아놓은 게 이 정도다.
사실상 모든 빅 클럽들이 이지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골라갈 수 있는 수준이겠네요.”
“그렇죠. 만약이긴 하지만 시장에 나온다면 이런 매물이 어딨겠습니까. 매년 얘기가 나오는 킬리안 음바페나 도르트문트의 주드 벨링엄과 더불어 최대어죠.”
“다만, 역시 중요한 건 본인의 결정일 텐데요. 클럽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어마어마한 걸로 유명한 리가 아니겠습니까?”
진행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번 밀란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했죠. 피렌체는 내 집이고 앞으로도 피오렌티나만큼 사랑할 수 있는 팀은 없을 것 같다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요. 다른 빅 클럽들이 제시할 연봉을 과연 피오렌티나가 맞춰줄 수 있을지가 문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죠. 피오렌티나는 결국 재정적으로 빅 클럽들과 경쟁할 수 있는 클럽이 아니니까요. 키에사도 그랬고, 블라호비치도 그랬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연봉을 맞춰준다는 건 불가능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렇다 해도 선수 본인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포기하고서라도 남겠다면 모르겠지만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요. 사실 팬들의 반응도 그렇습니다. 리가 계속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요.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는 뉘앙스랄까요.”
“리가 피오렌티나를 사랑하는 만큼, 비올라들도 리를 사랑하죠. 그렇기 때문에 리가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하는 팬들이 많을 겁니다.”
두 진행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리는 단 한 번도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묵묵히 뛰어왔을 뿐입니다. 되려 보내주고 싶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우승을 바랐던 팬들이었죠. 우승하는 모습은 보고 싶다고. 오히려 우승을 못 하면 미안할 것 같다는 게 팬들이었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팀이 못 따라주는 게 말이죠.”
왠지 모르게, 축구 토크 쇼가 갑자기 구구절절한 사랑의 토크 쇼가 된 것만 같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것은 축구 토크 쇼다.
“말씀드리는 순간, 스타디오 마라도나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고 합니다.”
“나폴리! 33년 만의 스쿠데토! 축하해요!”
“2022/23시즌 세리에 우승팀은 나폴리입니다!”
화면이 넘어가면서 기뻐하는 나폴리 선수들의 모습과 마라도나 스타디움의 전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승은 나폴리의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