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31)
쟤 누구냐 -1
“와, 대박인데요. 지안. 45분 동안 해트트릭이라니.”
“대박이지.”
“1군 애들이랑 훈련해 보니까, 거기도 할만하다고 느꼈나 봐요. 와, 플레이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는 게.”
“그러게.”
“이제야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객관화가 좀 된 느낌이랄까. 아까도 보셨죠? 둘러싸여도 안 쫄고 혼자 치고 달리는 거.”
“그랬었지.”
“···감독님?”
“···응?”
“가을 타십니까? 왜 그렇게 목소리가 쓸쓸해요?”
파르마와의 경기가 끝난 뒤.
루카 코치의 말에 토니 감독이 미소를 짓는다.
“이거 봐. 웃는 건 왜 또 그렇게 처연하게 웃으시냐고요.”
처연하다는 말이 딱이다.
허공을 응시하며 처연한 미소를 짓던 토니 감독이 읊조리듯 말했다.
“해보겠다대.”
“예? 뭘요?”
“빈첸초 감독님이 콜하셨거든. 다음 주 리그 경기 엔트리에 지안을 넣고 싶다고.”
“근데요?”
“본인한테 먼저 물어봤지. 네 생각은 어떠냐고. 1군 경기에 가보겠냐, 아님 여기서 뛸 거냐 물어본 거지.”
“그랬더니 가보겠다고 했다고요?”
“응.”
토니 감독의 말에 루카 코치가 고개를 갸웃인다.
“그럼 좋은 일이잖아요.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니. 이젠 스스로 도전할 줄도 아네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 한 번 걸기 쉽지 않은 녀석이었는데.”
“맞아.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지.”
“근데 왜 그리 기운이 없으신 거냐고요.”
토니 감독이 고개를 휘젓는다.
“나도 정말 뿌듯하지. 기쁘고. 근데, 뭐 항상 이렇잖아. 꼬맹이 때 처음 봤던 애들이 다 커서 내 품을 떠날 때. 대견하면서도, 한 편으론 옛날 생각이 나면서 아련한 느낌도 들고. 그냥 그런 거지.”
“감독님도 참. 빈첸초 감독님이랑 얘기하셨다면서요? 1군 경기는 한 달에 한 번만 뛰기로. 근데 무슨 완전히 가는 것처럼 그래요. 누가 보면 딸 시집보내는 줄 알겠네. 감독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십니까.”
루카 코치가 혀를 쯧쯧 차자 토니 감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유독 녀석에게 마음이 깊게 갔었나 보다. 애가 좀 딱한 구석이 있잖냐. 그러면 안 되지만, 제일 응원했던 것 같아. 그래서 기분이 묘할 뿐이야.”
“뭐, 그거야 저도 마찬가지죠.”
“솔직히 말해서, 걱정되는 마음이 앞선다. 아직은 이른 게 아닌가 싶어서.”
“뭐가 또 걱정이십니까.”
토니 감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녀석에게 성취감만을 맛보여 주고 싶었어. 뭐, 대단한 시련을 이겨내고 강해지도록 만들기보단. 작은 성취감을 꾸준히 맛보게 하면서, 스스로 그 성취욕을 가지길 바랐지. 자신감도 가지고.”
“신경 많이 쓰셨죠.”
“근데 앞으론 차차 힘들어질 거야. 프로 선수에게 어떻게 꽃길만 있겠나. 숱한 위기들이 있겠지. 아직 그 위기들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법은 가르쳐주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 좀 걱정인 거다. 그걸 가르쳐주기도 전에, 괜히 도전을 부추긴 것 같아서···”
“빈첸초 감독님은 뭐 그냥 계시겠습니까. 감독님만큼이나 신경 써주실 겁니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아직 완전히 가는 거 아니라니까요?”
루카 코치의 말에 토니 감독이 하하 웃었다.
루카 코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뭐, 가서도 잘할 건데요, 뭐. 걔 1군에서 훈련하는 거 제가 봐서 알아요. 걔, 거기서도 제일 돋보였습니다.”
“그랬겠지. 그랬으니 빈첸초 감독님이 눈이 돌아간 거겠지.”
둘이 함께 웃는다.
루카 코치는 장난스럽게 토니 감독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되시면 감독님도 짐 싸 들고 따라가시든가요. 1군으로.”
“···.”
“···감독님?”
순간 토니 감독의 얼굴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서, 루카 코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토니 감독은 웃으며 루카 코치의 어깨를 툭 쳤다.
“활발해지고, 자신감이 생긴 지안을 보면 너무 뿌듯해.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 그게 이 직업의 가장 큰 보람 아니겠나. 난 이제 또 다른 이지안을 찾아봐야지.”
“스읍, 아깝네. 감독님이 가시면 그 자리 낼름 받아먹으려고 했는데.”
“뭐?”
둘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ㆍㆍㆍ
“아빠.”
“응?”
“그, 혹시요. 이번 주말에도 일 가세요?”
“이번 주말? 가지. 왜?”
“아··· 아니에요.”
뜬금없는 질문을 하더니 돌아서는 아들을 보며, 이지안의 아버지 이원훈이 고개를 갸웃인다.
주말엔 항상 일을 나갔으니 새삼스럽게 물어볼 것도 없는데 왜 물어본 걸까.
싱거운 녀석······ 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려다, 이원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아들을 다시 불렀다.
“주말엔 왜? 무슨 일 있니?”
그러자 이지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아니, 뭐. 별일 있는 건 아니고요. 저, 이번 주에 1군 경기 명단에 들어갈 거라고 해서요.”
“······1군?”
“네. 뭐··· 그냥 명단에만 들어갈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냥, 혹시 뛰게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 아빠 시간 되면 보러 오시라고 하려고 그랬죠, 뭐. 홈 경기라서.”
괜히 딴청을 부리며 말하는 아들을 보며, 이원훈은 입을 살짝 벌렸다.
아니, 1군? 벌써 1군에서 아들을 불렀다는 얘긴가? 바로 위 팀인 19세 이하 팀도 아니고 1군에서?
아니, 아니. 그건 그렇고.
이원훈이 더 놀란 건 다른 부분이었다.
분명 아들이 시간 되면 보러 오시라고 하려 했다고 말했다.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
이탈리아에 온 뒤로, 이원훈은 한 번도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간 적이 없었다.
여행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터라 주말이 더 바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주 주말마다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분명 쉬는 주가 더러 있었다. 최근엔 특히 더 그랬다.
그럼에도 아들의 경기를 보러 간 적은 없었다.
그냥 자진 출근을 했다.
왜?
아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럴 리가.
자신이 경기를 보러 가면 아들이 부담을 느낄 게 뻔하니 그랬다.
애초에 왜 이탈리아까지 오게 됐는데. 아들을 조금이라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자 온 것이 아닌가.
비록 부담 주는 걸 너무 경계하다가 또 안 좋은 일이 생겨버려서, 인생 참 어렵다고 느낀 적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아이가 부담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검열해가며 신경을 썼던 이원훈이었다.
그런데, 방금 아들이 먼저 말했다.
시간이 되면 경기를 보러 오라고.
“···그래. 그랬구나. 알았다. 들어가서 쉬어라.”
“네.”
이원훈은 서둘러 아들을 방으로 들여 보냈다.
그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여러 가지가 머릿속에 스쳤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아들을 신경 써주신 코치 감독님.
이전 팀과 달리 아들과 함께 잘 지내준 착한 아이들.
그리고 아들을 제일 많이 웃게 만들어 준 친구 지우도.
고마운 얼굴들이 이원훈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아들 경기를 직접 보러 갈 수 있는 날이 이 못난 아비에게도 오는구나.
“···.”
이원훈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디론가 급히 보낼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엔 정말로 일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까짓게 중요한가.
아들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있게 됐는데.
“안 받아주면 관둔다. 어차피 돈은 우리 아들이 나보다 많이 벌거든.”
일방적인 휴가 통보를 보낸 이원훈이 눈가를 훔치며 활짝 웃었다.
ㆍㆍㆍ
솔직히, 지금도 내가 잘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게 맞나? 이게 맞아?
도무지 모르겠다.
“후우-”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러나 두근대는 심장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압박 신경 쓰고. 수비할 때···”
앞에선 빈첸초 감독님이 목대에 핏줄을 세우며 오늘의 전술을 설명하고 계시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내 귀에 들리는 건 오로지 내 심장박동 소리뿐이다.
2021년······ 10월 24일.
이게 무슨 날짜냐면, 내가 선수로서 처음으로 1군 경기장에 나서는 날이다.
그리고 그게 오늘, 바로 지금이다.
“······오늘은 반드시···”
일단 오늘 난 선발 명단에 들진 않았다.
교체 명단에 들어갔다. 감독님께서 그저 오늘은 경기장과 벤치의 분위기만 느껴보면 된다고, 걱정할 것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 교체로 들어갈 확률도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여기 있는 것 자체로 떨린다.
정신이 멍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데, 이제 경기장으로 나가면 얼마나 더 떨릴까.
아까, 구단 버스를 타고 경기장까지 왔었는데, 오늘 역시도 길게 줄을 늘어선 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경기장에 나가면 그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온통 함성을 내지르며 귀를 먹먹하게 만들겠지.
과연 내가 거기서 뛸 수 있을까?
“···.”
아니야. 이러지 말자.
자꾸만 불안함이 엄습해, 나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신 차리자. 자꾸 횡설수설, 스스로 정신없게 굴지 말고.
그냥 아예 생각이란 걸 하지 말자.
“···.”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냥 가만히 있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두근-
두근-
두근-
빠르게 요동치던 심장 소리가 점점 느려져 감을 느낀다. 불규칙적이던 주기도 점점 일정해져 가기 시작한다.
“···.”
그러자 문득, 눈앞에 익숙한 얼굴들이 지나가기 시작한다.
루카 코치님과 토니 감독님, U17 팀 아이들, 지우, 그리고 아빠.
지금 저 얼굴들이 내 앞에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이다.
나는 오늘 일부러 지우와 아빠에게 경기장에 오라고 티켓을 줬다.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TV나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경기장에 오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왜?
그들이 보고 있으니 못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거고, 그게 나한텐 어마어마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난··· 다르다고 생각한다.
달라졌으니까 부른 거다.
물론 부담이 안 느껴진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여전히 가득하다. 만약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면, 반드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날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다른 거다.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게 아니라,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다.
그래.
보여주기 싫은 게 아니라, 보여주고 싶다.
“···!”
어깨를 움찔하며 눈을 뜬다.
고개를 돌리자 우리 팀 1군 주장인 비라기 선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계셨다.
“가야지, 꼬맹이?”
“아··· 네.”
어느새 선배들 모두가 라커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선배들의 뒤를 따라 라커룸을 나섰다.
*
Ahi ahi ahi-!
Magica Viola-!!
È triste il mio cuore lontano Da te-!
Magica Viola alè-!!
역시나 귀가 먹먹하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응원가는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껴진다.
소리라는 게 눈에 보이지만 않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지금 느낀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터치 라인 근처에 서서 필드를 향해 악을 지르고 계시는 빈첸초 감독님이었다.
훈련 때 거의 오디오를 틀어둔 것처럼 계속 들리던 감독님의 빨리, 빨리 소리가 날 깨웠고, 그 순간 시야가 넓어지며 그제야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맞다.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입장을 해서, 어떻게 지금 벤치에 앉아 있는지. 그 순간이 삭제된 것처럼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일 뿐이었다.
“···.”
그래도 신기한 건, 라커룸에 있을 때보단 지금이 덜 떨린다는 거다.
라커룸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뿐인데, 지금은 그래도 축구를 볼 수 있으니까.
내 눈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무려 세리에 A 팀들 간의 시합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히 잡생각은 사라지고 축구에만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다.
“올라가! 올라가!”
오늘 우리의 상대는 제노아 CFC.
제노아는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으로, 경기는 우리가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상대는 라인을 뒤로 내려 수비부터 단단히 하고, 우리는 꽤 높은 지역에서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훈련 때가 겹쳐 보인다. 이럴 때 감독님은 뭐라고 하셨지?
최대한 빠르게 득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
우리가 공격을 주도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건 좋은데, 결국 득점이 나와야 그게 의미가 있는 거라고 감독님은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득점을 못 하면 오히려 기세가 상대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득점은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고.
근데, 그게 말은 쉽지.
훈련 때처럼 쉽게 골문이 열릴 리가 없다.
객관적 전력 열세에 원정이기까지한 상대는 작정하고 골대 앞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 수비들로 바글바글한 박스 안으로 몇 번의 크로스가 올라가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죄다 튕겨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으음.
전광판을 바라보니 벌써 15분이 지나가고 있다.
이왕이면 빨리 점수가 났으면 좋겠는데···
약간은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Hey! che cazzo!”
“Ahhh, che coglione!”
“Porca madonna!”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험한 말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든다.
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들이다.
그래도 아직 15분밖에 안 됐는데. 팬들의 인내심이 벌써 바닥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분위기는 점점 살벌해져, 전반 25분이 지났을 땐 야유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홈 경기장인데, 우리가 야유를 받기 시작한 거다.
이건 좀 아닌데··· 그래도 감독님이나 선배들이나 엄청 열심히 훈련해왔는데.
팬들한테 야유를 받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좋지는 않겠지.
빨리 이 야유를 환호로 바꿀 수 있는 골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딱 그때쯤이었다.
“어어··· 어엇!”
“때려!”
“고오오올! 나이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득점이 터져 나왔다.
역시 블라호비치였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블라호비치가 머리로 해결하면서 드디어 상대의 골문이 열린 것이다.
“예에-! 그렇지!”
“좋았어! 두샨-!”
그 골에 벤치에 있던 모두가 주먹을 쥐며 소리쳤고, 감독님 역시 화를 내는 동시에 기뻐하는 묘기를 선보이셨다.
“와아···!”
나 역시 벤치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순수하게 기쁜 마음도 있었고, 이젠 관중석의 성난 분위기가 좀 잦아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 기대는 곧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 썅. 저거 들어가면 안 되는데.”
“또 크로스만 주구장창 처올려 대겠구나. 운 좋게 하나 들어갔으니까.”
“오늘 져야 감독이 바뀌는데. 이기면 저 문어 대가리 한 달은 더 봐야된다고!”
어··· 이게 아닌데.
골이 들어갔음에도 환호 소리는 미적지근했고, 오히려 더 크게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루한 경기 내용이 또 문제인 모양이다.
“대체 우린 언제 축구를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거지? 어엉?”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고함에 나는 괜히 감독님을 쳐다봤다.
다행히 감독님의 귀엔 안 들리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으신데···
흐음.
골로도 관중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내 나름대로 고민에 잠겨 있는데···
“···”
필드를 바라보고 계시던 감독님이 슬쩍 고개를 돌리는 게 보인다.
역시 감독님에게도 관중들의 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감독님이 관중석을 주욱 둘러본다.
그러더니···
“···”
“···”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날 흘끗 바라본 감독님이 피식 웃더니, 다시 필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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