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73)
기업이란 무엇인가.
기업이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적인 경제 단위를 뜻한다.
한마디로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라는 것이고, 돈이 되는 것은 뭐든지 하며 돈이 안 되는 것은 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뜻이 된다.
그들은 절대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는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스포츠 스타들에게 후원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순수하게 좋은 마음만으로 후원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선의가 섞여 있다고 해도,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이윤일 수밖에 없다.
선수에게 후원을 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그들은 후원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아무에게나 후원을 하지 않는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글로벌 거대 기업들은 당연히 더 그렇다.
그들은 아주 철저한 기준으로 후원할 스타들을 선정한다. 당연한 얘기다. 이것도 일종의 투자이니까.
기업에 이윤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 같다거나,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선수들에겐 당연히 후원의 기회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 까다로운 기업들이··· 한 선수를 놓고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발 당신을 후원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줄을 서고 있었다는 얘기다.
“무조건 잡아야 해요. 무조건···”
푸마의 글로벌 마케팅 팀장, 니나 트리센나가 서류를 검토하며 말한다.
이지안이라는 선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15년 이상은 활약할 수 있는 나이인데··· 벌써 정상급의 활약. 플레이 스타일 역시 어린아이들이 동경할 수밖에 없는 스타일. 게다가 외모 역시 스타성이 넘치고··· 적절한 스토리까지 있고. 거기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고. 뭐 이런 선수가 다 있답니까?”
너무 완벽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아주 단기간에 유명세를 얻은 선수라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덕분에 늦지 않게 줄을 설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후원 선수를 선정하는 데엔 몇 가지 기준들이 존재한다.
일단은, 실력.
이건 뭐 당연한 이야기고.
그다음은 스타성인데.
스포츠도 어쨌든 엄연한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인 만큼, 인기가 많은 선수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 스타성이라는 건 단순 실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간혹 실력이 매우 뛰어나도 스타성은 부족한 선수들이 있으니까.
그 스타성을 만드는 데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외모도 있을 수 있고, 플레이 스타일, 성격, 그리고 개인이 가진 스토리 등이 그 요소일 것이다.
이지안은 그 요소들을 모두 갖춘 선수였다.
플레이 스타일?
판타지 스타라고 불리는 선수다. 그가 공만 잡았다 하면 관중석이 시끄러워질 정도니 더 말할 게 뭐가 있을까.
스토리?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우뚝 섰다는, 누구나 감동을 받을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외모?
“귀엽지.”
“예?”
“아,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온 말에, 니나가 헛기침을 하며 안경을 고쳐 썼다.
아직 16살밖에 안 된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장 가치를 분석해야 하는 마케팅 팀장의 눈으로 봤을 때.
적당히 큰 키에 긴 팔다리,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페이스는 볼 것도 없이 합격이다.
그리고 그런 외모가 플레이 스타일과 너무나 잘 맞았다. 필드 위에 있을 때, 그는 우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가산점을 주고 싶은 건 성격이다.
“이런 실력에, 이런 스타성을 가졌으면서··· 이렇게 무해한 선수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선수의 성격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외모가 뛰어나도, 성격에 불안 요소가 있다면 품기가 어렵다.
달리 말하면 사생활 얘기다.
스포츠 브랜드는 그 어떤 기업보다 이미지가 중요하다. 스포츠라는 것의 모토 자체가 순수함, 열정 따위가 주기 때문.
그런 걸 생각해 봤을 때, 이지안은 이상적인 선수였다.
“장차 메인 모델이 될만한 선수예요. 이 선수는.”
니나 트리센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덮었다. 결론은 그랬다. 지금은 이를지 모르지만, 훗날엔 브랜드 메인 모델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선수가 이지안이다.
현재 푸마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브라질의 네이마르였다.
스타 중의 스타다. 이 정도의 스타성을 가진 선수는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다.
그런 스타가 푸마의 메인 모델이다.
이지안은 그런 네이마르의 뒤를 이을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따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야지요.”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움직이고 있다 들었다.
업계 1, 2위.
너무 큰 적들이다.
그러나 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쪽에선 그들이 놀랄만한 파격적 대우를 약속해야만 한다.
그래야 싸움이 될 것이다.
“이 선수는···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
그 파격적 대우가 뭐가 있을지, 회의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ㆍㆍㆍ
AC 밀란 다음으로 우리가 만난 상대는 UC 삼프도리아였다.
삼프도리아는 내가 1군에 데뷔한 뒤 두 번째로 만났던 팀이다. 그때가 내 첫 원정 경기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꽤 기억에 남는 팀이기도 했다.
특히, 경기를 하면서 무서웠던 적이 많아 더 기억에 남았던 것도 같다.
삼프도리아 선수들은 보기만 해도 무서울 만큼 다들 컸고, 거칠었었으니까.
실제로 그때 경기 중간에 싸움도 한 번 났었던 걸로 기억한다. 상대가 워낙 거칠게 나오는 바람에, 선배들이 화가 잔뜩 났었지.
나는 그 뒤에서 조용히 구경만 했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우리 홈에서 상대를 맞이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상대와 마주 섰을 때 두려움이 먼저 느껴진다거나 하진 않았다.
내 키가 큰 건지, 아니면 마음의 키가 자란 건지.
그땐 그렇게 커 보였던 삼프도리아의 선수들이··· 이젠 그렇게 커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잡아!”
“눌러 놔!”
나는 바뀌었지만, 사실 상대는 바뀐 게 없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거칠게 나왔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도 날 툭툭 건드리는가 하면, 공을 갖고 있을 땐 등을 밀기도 하고 유니폼을 붙잡기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거친 플레이들에 넘어지거나 아파하는 등, 힘듦을 겪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다른 점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섭지가 않았다.
넘어지고 밀려도, 험악하게 생긴 상대가 날 내려다봐도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물론 길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엄청 무서웠겠지만, 경기장 안에서라면 무섭지 않았다.
아마도 축구는 우리가 더 잘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예에에에-!!”
“더러운 자식들, 이거나 먹어라!”
우리는 전반 15분쯤 터진 밀렌코비치 선배의 헤더 골로 앞서가기 시작했고, 전반 35분쯤엔 내가 골을 넣으며 2대0의 리드를 잡았다.
이어진 후반전에서 나는 사포나라 선배의 골을 도우며 3대0을 완성했다.
그리고 75분쯤, 리카 로메로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천재가 나가고, 천재가 들어간다. 의미 있는 교체로구나!”
“···”
로메로는 천재와 천재의 교체라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듯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감독님은 부상의 염려가 있으니 날 빼주는 것이라며 좀 쉬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럼 로메로는 다쳐도 된다는 뜻인가.
뭐, 아무튼.
내 대신 들어간 로메로는 그 귀찮은 성격을 상대에게도 발휘했고, 나름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경기 연속 3대0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이어나갔다.
우리 위에 있는 AC 밀란이나 인테르나 모두 승리를 거둬 순위가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순위와 상관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ㆍㆍㆍ
“장난이 아닙니다! 싸움이 붙었어요! 우리 선수님을 두고, 세계적인 기업들끼리 싸움이 붙었단 말입니다! 하하하!”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문득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이 에이전트님이 감독이라면, 어떤 경기장에서든 선수들이 감독님의 지시를 듣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저번 계약들을 도와주셨던 에이전트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 대단한 브랜드들의 담당자라는 사람들이 저자세로 브리핑을 하는데, 하하! 괜히 내 어깨가 올라가더란 말입니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은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좀 보시죠!”
몇 가지 서류를 내민 에이전트님은 이내 설명에 들어갔다. 조금 복잡한 내용이라 그런지, 내 수준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시려는 듯했다.
“중요한 것만 먼저 짚어볼게요! 아디다스! 돈 많이 준답니다! 나이키! 가장 긴 계약 기간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푸마! 선수님을 메인 모델로 하는 축구화 라인 런칭 약속!”
너무 간단해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디다스, 돈.
나이키, 계약 기간.
푸마는··· 축구화?
“그, 축구화라는 건···”
“아, 예! 그러니까, 선수님 지금 푸마 축구화 신고 있으시죠?”
“네.”
“그것 때문에 해당 모델의 판매량이 꽤 늘었답니다! 어린아이들이든 일반인들이든, 선수님이 신고 계시는 축구화를 따라 사고 있다는 얘기죠!”
···듣고도 믿기지 않는 얘기다.
내가 신는 축구화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그걸 사서 신는다고?
“만약 계약을 맺는다면, 이쪽에선 선수님만을 위한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모델의 모델이 선수님이 되는 거죠! 오직 선수님만을 위한 축구화가 탄생하는 겁니다!”
이어지는 얘기 역시 귀가 의심스럽다.
지금 신고 있는 축구화는 얼마 전, 프로 계약을 맺고 나서 새로 장만한 축구화였다.
큰맘 먹고 샀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신었던 축구화보다 훨씬 비쌌으니까.
그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근데, 이젠 그 회사에서 나를 위한 축구화를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있는 축구화를 공짜로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날 위해 모델을 만들어주겠다니.
나는 에이전트님을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그··· 아니에요. 너무 놀라워서···”
마피아들이랑 협상을 해도 사기는 안 당할 것 같은 외모의 에이전트님이니, 설마 이게 사기는 아니겠지.
순간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믿기지 않을 뿐이다.
에이전트님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게 스타들만 받는 파격적인 대우긴 합니다! 그만큼 선수님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인 거죠! 해당 모델 판매 수익의 일부까지 선수님에게 가니, 그 부분 역시 무시 못 하고요!”
각오는 했지만··· 이쯤 되니 부담스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흠··· 내가 그 정돈가?
나의 뭘 보고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걸까.
이렇게까지 나를 후원해주겠다는데,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대체 얼마나 더 잘해져야 하는 걸까.
기쁘기보단 두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
하지만··· 마음을 먹은 이상, 이제 와서 도망칠 수는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부담스러운 게 싫다고만 생각해왔지만··· 사실 내가 이렇게 꿈만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 부담감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날 천재라고 불러줬던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렇게 열심히 축구를 하지 않았을 거다.
또한 지우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었다면··· 내가 1군에서 경기를 뛰고 있을 수나 있었을까.
나는 나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노력해왔다.
언젠가 토니 감독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모든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라는 말이 있다고.
그 말을 들은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점이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건지.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에도 쉽게 부담을 느끼던 나는, 그 덕분에 더 절실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느껴지는 이 부담감도··· 단순히 부담스럽다고만 느낄 게 아니라.
나를 더 성장시켜줄 수 있는 자양분으로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뭐, 이 자리에서 당장 결정하실 건 없습니다!”
내가 잠시 말없이 있자, 에이전트님이 말한다.
“좀 더 싸움을 붙여야죠! 파트너십이라는 단어에 속을 것 없습니다! 선수님이 갑이고, 저쪽이 을입니다! 왜냐! 그만큼 선수님이 가치 있는 선수시니까요!”
그런 에이전트님의 말에, 나는 아빠를 보면서 웃었다.
이렇게 기쁜 일에도 아빠는 기쁜 내색을 못 하고 계셨다.
“들으셨죠? 제가 그 정도래요.”
“어? 어··· 그렇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시는 아빠를 보며 다시 웃었다.
에이전트님은 좀 더 싸움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가는 쪽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하고 싶은 게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지우와 함께 쇼핑을 가는 거다.
그리고 매장에 가서··· 내 사진을 발견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거지.
어, 나네, 하고.
“···”
그런 상상을 하니, 어어. 왜 이러지.
어깨가 자꾸만 귀 옆까지 올라오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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