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혹시 불만있어요?
동방수의 단호한 대답에도 정성현은 태연하게 물었다.
“혹시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동방수는 눈을 끔뻑하며 대답했다.
“전 동생만 두는 스타일이지 형은 별로 필요 없거든요.”
성의 없어 보이지만 진심이었으니 숨기거나 말을 둘러댈 필요도 없었다.
“뭐요? 하하하. 진짜 재미있네요. 그럼 그건 됐고, 다음엔 우리 회사에도 괜찮은 제품 하나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요?”
“글쎄요. 아직 생각 안 해 봤네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몇 개 더 있긴 한데, 근대 자동차에서 감당할 만할지 모르겠어요.”
“하하하하. 근대를 상대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말해 줘요. 어떤 조건이든 들어줄 테니까 말이에요.”
근대 그룹의 정성현은 동방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동방수의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편하게 대화를 이어 갔다.
그리고 고창훈을 부러운 듯 바라봤다.
“창훈아. 너희는 무슨 복으로 동방수 씨를 잡았냐? 비결 좀 알려 줘라.”
“비결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하신 건데.”
“역시 고 회장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시구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기업 사람들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여간 근대 저놈들은 천박하다니까.’
‘자전거나 팔던 놈들이 하는 짓이 그렇지.’
‘저렇게 천박하게 구니 종놈들이 돈 달라고 그렇게 땡깡을 부리지.’
사방에서 악의가 느껴지자 동방수가 슬쩍 주변을 훑어봤다.
순간 눈을 마주친 재벌가의 자제들이 움찔하며 눈을 피했다.
“이봐요. 혹시 불만 있어요?”
“저, 저 말입니까?”
그중에서도 동방수에게 저격당한 송민기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놓고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위를 맞춰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룹 단위로 가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당장 돈이 가장 많은 것은 동방수였기 때문이다.
황태자 클럽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큰 부’라는 목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었다.
이곳에서 돈 말고 더 중요한 게 있으랴.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격투가였다.
“그래요. 당신. 아까부터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거 같은데.”
“아… 아닙니다. 그냥 속이 안 좋아서…….”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댄 송민기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느껴졌다.
‘저런 X자식이…….’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 하고많은 사람 중에 자신을 지적했다.
다른 놈들의 시선이 짜게 식고 있는 것을 보니 자존심이 상했다.
“앞으로는 조심합시다.”
뒤돌아서는 동방수에게 결국 송민기가 한마디 날리고야 말았다.
“이봐요!”
“왜요?”
동방수가 슬쩍 송민기에게 다가갔다.
“그… 그래도 내가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거 말이 심한 거 아닙니까?”
“흐음. 당신 이름이 뭐지?”
“태정 그룹의 송민기요!”
“쓸데없이 수식어 붙이기는……. 쯧쯧.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나?”
“뭐요!”
아무리 상대가 잘나가고 격투가라지만 선을 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 그래. 태정의 송민기 씨. 뭐 하나 물읍시다.”
“…….”
“대답도 안 하네. 아무튼 그쪽은 여태까지 나이 드신 분들을 제대로 대접해 줬습니까? 안 그랬을 것 같은데.”
“그… 그건…….”
아니라고 고집이라도 부리고 싶었지만, 동방수의 눈을 보니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됐어요. 답은 안 들어도 알 것 같으니까. 아무튼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악수나 한번 합시다.”
그 말에 손을 내밀까 싶소냐 했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송민기는 손을 쭉 내밀고 말았다.
동방수는 그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그와 동시에,
“으…윽……!”
잠시 멍했던 눈빛에 아픔이 고이기 시작했다.
송민기는 쪽팔림에 크게 소리치진 못했지만,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통증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동방수가 몸을 숙여 귓속말을 했다.
“쉿! 시끄러우니까. 그냥 조용히 있다가 가. 알겠지? 괜히 얼굴 붉힐 일 만들지 말고.”
“뭐…….”
한마디 하려던 송민기는 동방수의 살벌한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절로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오늘 뭘 할진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놀다 갑시다.”
툭툭!
나이 어린 동방수가 건들거리며 치는데도 송민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날 따름이었다.
‘이……. 너……. 내가…….’
이를 부드득 갈며 동방수에게 저주를 퍼부으려 했다.
하지만 마음속의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잠시 동방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번에는 생각조차도 맘처럼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 눈만 마주치면 자꾸 주눅이 들게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한편, 정성현에게 돌아온 동방수는 이곳에 온 느낌을 가감 없이 전했다.
“황태자 클럽이라더니 그릇이 안 되는 인간들투성이네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요. 저 사람들도 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정성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동방수는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서로간에도 적당한 거리와 경계를 두고 있는 듯 보였다.
동방수는 은연중에 이것이 이들의 서열임을 알아차렸다.
1위부터 10위까지, 그리고 11위부터 20위까지.
딱 잘라 말할 순 없었지만, 대략 대화를 나누는 무리의 구성이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수다나 떨다가 끝나는 겁니까?”
“수다요? 동방수 씨는 처음 와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기는 복마전이에요. 저렇게 실실거리면서 웃다가도 언제 뒤를 찌를지 모르죠.”
“흐음. 쓸데없는 시간 낭비 같은데.”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대화하는 걸 잘 듣다 보면 생각보다 쓸 만한 정보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예를 들면 이번에 오성, 아니 DBS 에너지가 곧 유상 증자를 한다는 정보 같은 거 말입니다.”
DBS의 소식에 동방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응? 그건 또 어떻게 알았죠? 분명 기밀일 텐데.”
DBS 에너지 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 유상 증자를 추진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런 정보를 정성현을 통해 듣게 되니 심히 불쾌했다.
“너무 흥분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쪽에도 나름 정보통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관심이 있어서 알게 된 것이지, 시장에 널리 퍼진 소문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능력 있는 정보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것을 건드렸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이었다.
솔직한 것이 좋긴 하지만 때론 독이 되는 법이었다.
결국 정성현은 동방수로부터 응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일단 알겠습니다. 유상 증자는 근대 증권 쪽은 빼고 진행하는 게 낫겠네요.”
유상 증자하는 과정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는 증권사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근대 증권은 동방수의 눈에서 멀어졌다.
그 사실을 눈치챈 건지 정성현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너… 너무 성급한 판단이신 것 같은데요. 그저 이곳의 정보력이 어떤 종류인지 알려 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린 겁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사과를 드리죠.”
“뭐, 됐습니다. 이 바닥에 비밀이 없다는 건 잘 알겠네요. 이번에 근대 자동차에서 출시한 XM500이 급발진을 한다는 걸 이미 근대 쪽에서 알고 있었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움찔!
XM500은 근대가 3년을 연구하여 최근에 발표한 신차였다.
디자인이 잘 빠졌고, 가성비가 좋아 호평받고 있기에 XM 시리즈 중 가장 우수한 차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XM500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다.
바로 급발진과 관련된 사고였다.
근대 쪽에선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급발진이 맞는다는 내부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몇몇 피해자들의 입막음은 잘한 상태이긴 했지만, 대형 리콜 우려가 있었다.
그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아는 사람이 얼마 없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외부인이 알고 있다니, 정성현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그건…….”
“변명은 됐습니다. 저에게 돌아가는 판을 알려 주셔서 선물이나 하나 드리죠. 그거 간단한 배터리 쪽 접촉 불량이에요.”
“네?”
“그렇게 말하면 알아서 처리할 거예요.”
당최 믿어지지 않는 말이었지만, 동방수가 보여 줬던 능력을 보면 마냥 헛소리로 치부하기도 힘들었다.
정성현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비서에게 연락했다.
영원한 내 편도, 영원한 적도 없는 황태자 클럽.
오직 돈만이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인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다.
더 이상 황태자 클럽에 볼일이 없어진 동방수는 마지막으로 GK 후계자를 찾았다.
“고창훈 씨.”
“네. 잘 얘기하다 오셨나요?”
“그래서 말인데, 떠들기만 하는 건 저한테 잘 맞지 않네요. 의미 있는 정보도 없는데 말이죠.”
동방수의 심드렁한 반응에 고창훈이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아! 오늘은 자선 경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선 경매요?”
자선이라 함은 남을 돕는다는 말인데 이곳에서 그런 것도 진행하는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도 대외적으로 보여 줄 것이 필요해서요.”
“그럼 그것만 보고 가야겠네요.”
재벌들 노는 꼴이나 볼까 하고 참석했지만, 딱히 다른 곳과 다를 것도 없었다.
힘이 센 놈에게 빌빌거리고, 약한 놈을 무시하고.
교양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긴 했으나 대동소이했다.
어찌 됐든 좋은 일을 한다니 자신이 거들어 판을 좀 키울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유명 MC가 단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안녕하십니까. 오늘 자선 경매의 사회를 맡은 유봉동입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짝짝짝!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열심히 진행할 맛이 나네요. 오늘 자선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전액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기사도 잘 나갈 예정이고요. 그러니까 망설이지 마시고 과감하게 베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의례적인 박수가 터지고 경매가 시작되었다.
“이번 경매에 올라올 물건들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예술 작품입니다. 무려 열 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여라도 마음에 드시는 작품이 있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마음껏! 마음껏! 사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첫 번째 작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유봉동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소개를 이어 갔다.
“프랑스의 대화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의 미완성 드로잉입니다. 본 작품은 루이가 말년에 그리다 완성하지 못한 작품인데요. 한때 경매가로 1억 원에 거래가 된 적이 있는 작품입니다. 경매가 5천만 원부터 시작해서 1천만 원 단위로 올라가겠습니다!”
“5천만 원!”
“6천만 원!”
“7천만 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손을 들어 댔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경매에서 이 정도 가격이라면 적당히 체면치레하기 딱 좋았다.
“1억!”
“1억 3천!”
경쟁이 과열되자 동방수는 고개를 저었다.
– 도대체 저런 그림 쪼가리에 무슨 1억 원씩 쏟아붓고 난리냐?
– 1억 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피카소의 작품 같은 경우 1억 달러가 넘는 것도 여러 점이 있습니다.
– 1억 달러면 지금 환율로 1,000억이 넘네. 그걸 어디에다가 쓴다고. 쯧쯧.
절로 한숨이 나오는 숫자였다.
예술을 모른다고 욕을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실제로 동방수가 느끼기엔 세상 쓸데없는 게 예술이었다.
당장 내일 낼 공과금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예술은 무슨 놈의 예술이겠는가.
그런 동방수의 마음을 알았는지 춘래가 덧붙였다.
– 그런데 지금 보는 작품은 가짜입니다.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사기를 친다고?
재벌을 상대로 가품을 내놓았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았다.
– 사기라기보단, 사기를 당했단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주최 측에서도 진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 엥? 그럴 수가 있어?
– 위작을 만드는 자들의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그리고 저런 작품은 사 두고 어딘가 박아 두는 경우가 많기에 밝혀질 일도 많지 않습니다.
– 그래? 그렇게 잘난 척을 해 대더니만 완전 호구들이네. 크크.
“2억! 2억 나왔습니다. 더 이상 없으십니까?”
첫 작품부터 불이 붙자 유봉동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전문 경매사 못지않게 사람들의 경쟁심을 잘 부추기고 있었다.
“3억!”
“3, 3억 나왔습니다!”
동방수는 3억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 쳐다봤다.
다름 아닌 임웅혁.
오성그룹의 후계자였다.
임웅혁이 참전하자 다른 멤버들은 움찔 놀라며 레이스를 멈췄다.
임웅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술 작품 따위야 아무래도 관계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어디 한번 덤벼 봐라.’
최근 에너지는 이상한 놈들에게 뺏기고, 화학은 점유율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GK 놈들이 기어오르고, 어쭙잖은 놈들 또한 대거리를 하고 있는 상황.
이런 꼴을 지켜볼 오성의 황태자가 아니었다.
당장 현금 장사를 하는 기업들조차 현질로는 오성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3억! 더 이상 없으시면 셋을 센 후 끝내겠습니다. 3, 2…….”
“5억!”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동방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