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내 제안을 듣고 가만히 서 있던 이준호 교수가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렇죠?”
“실제로 미국 우주 기업에서 원심력을 이용해 로켓을 쏘아 올리는, 정확히는 방금 미트 골렘처럼 던져 버리는 실험을 하는 중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만큼 나름 주목받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어?”
이미 비슷한 방법이 있다고?
“비슷한 게 있다고요?”
“과정은 다르지만 원리는 비슷합니다. 돌팔매질처럼 별다른 추진체 없이 진공상태에서 빙글빙글 돌리다 우주로 쏴 버리는 게 전부니까요.”
“설마 성공했습니까?”
“방금도 말했듯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상용화가 되려면 멀었습니다, 산재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휴우.
깜짝이야.
“아무튼 아이디어는 좋지만 방금 보여 주신 예시가 전부라면 이 계획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예?”
“마지막에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다며 스켈레톤이 위성을 툭 던지던데, 궤도에 올리기 위한 인공위성의 속도는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럼 더 빠르게 던지면 되죠.”
“초속 7.9km를 말입니까?”
“7.9km? 엄청 느리네. 그 정도쯤이… 어?”
초속?
“시속이 아니라 초속입니다. 무려 마하 24에 달하는 속도죠.”
이런 미친.
“인공위성이 지구를 따라 안정적으로 궤도 높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속도가 그 정도입니다. 단순히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린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 방금 미국 기업이 던진다는 건 뭡니까?”
“회장님의 투척 시스템이 인공위성만 던지는 거라면 그 기업은 인공위성이 탑재된 발사체를 던지는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3단으로 이루어진 발사체에서 앞의 1단과 2단을 생략하고 마지막 3단 로켓만 우주로 보내는 거죠.”
“아.”
“그럼 일정 궤도까지 던져진 로켓이 연소하여 속도를 초속 7.9km까지 올린 다음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한다. 이게 미국 기업의 방식입니다. 당연히 앞 단계가 모두 생략되었으니 단가는 압도적으로 저렴하죠.”
이제 좀 이해가 간다.
“그럼 인공위성만 궤도로 올릴 게 아니라 인공위성에 속도를 더해 줄 추진체도 같이 올려야 된다?”
“예. 그래서 제가 방금 부유 마법으로 인공위성을 올리려는 거냐고 말씀드린 겁니다. 이거라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준호가 거대 스켈레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거대 스켈레톤들을 이렇게 많이 부유시킬 능력이면 인공위성이 탑재된 로켓을 우주로 띄워 그곳에서 발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로켓 무게가 얼마나 됩니까?”
“이번 은하 4호의 경우엔 총 중량 200톤 중 마지막 3단 추진체의 중량이 7.5톤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1.5톤의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그 정도인 거고, 200kg짜리 소형 위성이면 중량이 더 줄어들겠죠.”
그래도 최소 톤 단위라는 거잖아?
그 말에 나는 잠시 침묵하며 말했다.
“부유 능력은 효율이 안 나옵니다.”
“예?”
나라고 부유 마법 생각 안 해 봤겠나.
하지만 부유 마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우선 속도.
부유 마법은 말 그대로 마력으로 띄워서 이동시키는 마법이기에 그 속도는 평균 시속 100km에 최고로 가속해도 시속 150km가 한계다.
만약 부유 마법이 걸려 있는 스켈레톤이 인공위성을 들고 700km 궤도까지 간다?
그럼 도착까지 무려 7시간이 걸리는 거다.
심지어 돌아오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날 거고.
물론 대기층이 희박한 곳에 가면 속도가 더 빨라지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
반면 던지는 건 그 속도가 몇 배에 달하며 다시 돌아올 필요가 없으니 속도가 생명인 운송 사업성에서 게임이 안 된다.
어디 그뿐만인가.
무게도 문제다.
플라이는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많은 마력이 소모되니까.
“저 스켈레톤, 크기만 컸지 허당이에요, 극한으로 경량화해서 무게가 30kg밖에 안 나가는 놈들이라.”
“예?!”
뼈는 밀도가 높아 물에 가라앉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물체는 아니다.
건장한 남성의 전신 뼈 무게가 대략 8~9kg 내외밖에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저 거대 스켈레톤도 수백kg을 던지기 위해 마력과 사기로 강화했을 뿐, 불필요한 갈비뼈 같은 걸 모조리 쳐 내고 최대한 가벼운 뼈들을 이어 붙여 만든 거란 말이지.
즉, 인공위성과 철제 공 중량을 포함해 300kg 하나 띄울 마력이면 저놈들 10개를 띄울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철제 공을 받고 다시 위로 던지는 그 순간은 무게가 늘어난 만큼 마력이 많이 소모되겠지만, 하루 종일 철제 공을 띄워 놓는 거랑은 비교조차 안 되는 수준.
“인공위성 실린 철제 공 하나 부유 능력으로 띄워서 궤도에 올릴 에너지랑 시간이면 저놈들 10개 쭉 배치해서 인공위성 수십 개도 훨씬 넘게 올릴걸요.”
속도면 속도, 효율이면 효율, 어느 것 하나 나은 점이 없으니 이 방법을 들고 왔지.
아무튼 지금 그게 뭔 상관인가.
초속 7.9km까지 가속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데.
“그럼 부유 능력으로 인공위성이 실린 로켓을 궤도까지 올릴 수 없다는 말입니까?”
“하자면 못 할 건 없는데… 그럼 비용이 엄청날 겁니다, 안 하느니만 못할 만큼.”
결국 돌고 돌아 투척 시스템을 통한 인공위성 사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결론이 난 우리.
그렇게 서로 침묵하며 고민을 하던 그때 이준호가 말했다.
“그래도 대단한 시스템인 건 맞습니다. 비록 인공위성을 띄울 수는 없지만 궤도 엘리베이터와 비슷한 구조니까요.”
“궤도 엘리베이터?”
“궤도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라 보시면 됩니다. 어디까지나 공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물건이죠. 이게 있다면 저렴한 가격에 궤도권을 오갈 수 있어서 우주 쓰레기…….”
복잡한 소리가 길어질 것 같자 나는 이준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건 돈 됩니까?”
“…예?”
“돈 되냐고요.”
“솔직히 지금 당장 활용 방안은……. 하지만 우주개발과 연구 측면에선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쯧.”
아주 먼 미래의 일은 내 관심 밖이라고.
“에휴.”
나름 회심의 아이디어라 생각했는데 결국 폐기인가.
그런데 그때.
“어?”
한 가지 다른 사용처가 떠오른다.
“잠깐만. 교수님.”
“예.”
“만약에 저 철제 공을 700km 궤도까지 올린 다음 지구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러자 교수가 흠칫하더니 말했다.
“지구로 던진다고요?”
“예.”
아니, 아파트에서 작은 돌 하나 던져도 가속력이 붙어 엄청난 위력이 나잖아.
그런데 무려 700km 상공에서 300kg짜리 철제 공을 던지면? 아니면 더 위라면?
“…운동에너지로 인해 지상에 낙하하는 순간 큰 폭발을 일으키겠죠. 실제로 과거 냉전 시대 때 무거운 텅스텐 막대기를 위성에서 쏘아 내는 신의 지팡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었고요. 물론 텅스텐 막대기를 우주로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 때문에 상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오오?!”
이거 완전 세론에서도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운석을 소환해 공격하는 마법인 메테오 간이 버전이잖아?
나는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섬에 언데드 군단이 나오면 여기서 철제 공을 미친 듯이 던지는 거야.’
물론 최상급 언데드들은 버텨 내겠지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며, 그 이하급은 아마 무더기로 피해를 입겠지.
세론이라면 상상조차 못 할 방식이었다.
저 높은 고도에서 물체를 던져 적을 정확히 맞힐 방법 따위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구는 마법이 없는 대신 궤도학이 고도로 발달해 있으니 조금만 테스트를 하면 정확히 맞힐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정확도는 어느 정도 됩니까?”
그러자 교수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스켈레톤의 자세가 늘 같다는 가정하에 목표 반경 50m 안쪽엔 떨어질 수 있을 겁니다.”
“오오!”
50m면 초토화 공격을 하기에 충분한 명중률.
“대충 빠르게 움직이면 1분에 하나씩은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오호!”
그럼 무려 아득히 높은 곳에서 떨어진 300kg짜리 철 공이 1분에 한 번씩 언데드 군단을 강타하는 거다.
“이야. 이거 괜찮네.”
그러자 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말씀하세요.”
“혹시 전쟁이라도 준비하시는 겁니까?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
엄밀히 말해 전쟁은 전쟁이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지.
“에이, 전쟁은 무슨. 그게 아니라 운송 수단으로 쓰려 그럽니다.”
“운송 수단이요?”
“저 철제 공 안에 이것저것 넣을 수 있잖아요. 이걸로 급한 곳에 물건 보내는 거죠.”
“…예?”
핑계로 너무 약했나.
나는 머리를 팽팽 굴리다 말했다.
“아시죠, 저 여러 국가랑 게이트 방위조약 맺은 거.”
“예.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멀리 있는데 하필 그때 그쪽에 막지 못할 몬스터가 나타나면 이게 딱이죠. 생각해 보세요. 이 안에 고위급 전투용 스켈레톤 여러 구 쑤셔 넣은 다음 던지면? 순식간에 현장 도착이죠.”
“탑승한 스켈레톤들이 그 충격을 버틸 수 있습니까?”
“그럼요. 그만큼 단단하게 만들면 되지.”
“그럼 낙하로 인한 주변 피해는…….”
“부유 마법으로 낙하 직전에 스톱. 그럼 다음 스켈레톤 내려서 전투 투입. 인명 지키기로 딱이네.”
“아까 너무 무거우면 효율이 떨어진다 하셨던 것 아닙니까?”
“그거야 하루 종일 유지할 때 이야기고, 이건 그때만 잠깐 버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에너지가 중요합니까? 사람 구하는 게 먼저지.”
그제야 납득이 됐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준호 교수.
“그런 거라면 괜찮군요.”
“그렇죠? 그러니 교수님, 좀 도와주시죠. 대신 아까 뭐? 궤도 엘리베이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놈들 그걸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그러자 이준호 교수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죠!”
완전히 넘어온 걸 확신한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와주실 거죠, 교수님?”
* * *
한국 연구소에서 이준호 교수가 무인도를 찍고 있는 드론 영상을 보며 말했다.
“잠시 후 떨어집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떨어지고 무인도의 암석을 강타하며 폭발한다.
영상이라 소리는 나지 않지만 아마 근처에 있었다면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겠지.
“흠. 목표 지점에서 300m 떨어졌습니다. 실패군요.”
원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 법.
“괜찮아요, 괜찮아. 계속하면 나아지겠죠. 마침 표적도 딱 좋고.”
나는 이준호 교수에게 위력 테스트 겸 정확도 실험을 위해 내 무인도를 타깃으로 제안하였다.
낙하 직전 부유 능력을 쓰면 마력이 낭비되니 어차피 부서야 할 암석을 타깃으로 그냥 쏘자는 내 말에 이준호 교수가 흔쾌히 동의했고, 덕분에 무인도 암석도 박살 내며 실험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린 나.
‘캬! 좋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우주산업을 너무 쉽게 보고 접근했다가 물 먹을 뻔했는데, 그게 이렇게 가성비 좋은 무기로 돌아오다니.
“나오기만 해 봐, 전부 초토화해 줄 테니까.”
섬에 언데드 군단이 출몰하면 사람을 전부 소개한 뒤 이걸로 초토화하는 거다.
하늘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내리꽂히는 공격을 받으면 적의 위치도 특정할 수 없으니 언데드 군단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계속 두들겨 맞게 될 거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간에 무한정 공격을 퍼부은 다음 얼추 고위급만 남고 정리가 되면 그때 내가 섬으로 가 고위급을 처리하면 끝.
“예? 초토화?”
이준호 교수의 말에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몬스터요, 몬스터. 몬스터 나오면 바로 스켈레톤 보내서 초토화한다고요.”
그렇게 얼버무리자 납득한 이준호 교수가 고개를 돌려 연구원들에게 말했다.
“이번엔 궤도 살짝 수정해서 다시 테스트합니다. 각도 살짝 올리고 회전력 조금 줄이고.”
그 말에 마지막 투척 스켈레톤 조종을 맡은 프로그래머가 콘솔로 스켈레톤을 조종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테스트에 돈도 별로 안 드니 금방 궤도 잡겠지?”
미사일 같은 걸 뭐 하러 쏘나.
그냥 위에서 던지면 되는데.
“좋아. 이대로만 가자.”
* * *
그렇게 미니 메테오라 내 마음속으로 이름을 붙인 실험이 계속되는 사이 그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게, 오가는 배가 한두 척이 아닌데 몇 분 단위로 하늘에서 무언가 섬으로 떨어지며 계속 쾅쾅 터져 나가고 그 섬 소유주가 나이니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게 미니 메테오 실험이 세상에 알려지자 언론은 개인이 대량 살상 무기를 지닌 꼴이라며 대서특필했고, 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몬스터를 막을 스켈레톤을 긴급 투입 하기 위한 방법이며, 지금은 테스트 중이라 그냥 낙하시키는 거지, 나중엔 부유 능력으로 낙하 직전에 멈춰 세울 거라 해명했다.
다행히 그간 쌓아 온 이미지 덕분인지, 이미 보유한 소환수만으로도 대량 살상 무기나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저걸로 우릴 지켜 준다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며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운송 수단이자 스켈레톤 긴급 투입 방법으로 인식되며 일반인 사이에선 잠잠해지자 조용히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각국 정부들이 접촉해 온다.
“회장님, 이건 활용하기에 따라서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연구하시죠.”
오랜만에 만난 CIA의 김영태 요원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국 정부가 하자는 걸 거절했더니 이제는 미국까지 그럽니까?”
“텅스텐 막대기를 떨어뜨린다는 신의 지팡이가 상상으로만 남은 이유는 가격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었는데, 이건 그 유일한 단점이 해결된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래.
무기 맞아.
근데 한국이든 미국이든 손을 잡는 순간 그걸 내가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
“저는 사람 죽이는 무기 안 만듭니다.”
“회장님, 인류는 탄생 이래 단 한 번도 무기 기술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말이죠. 핵만 봐도 아시지 않습니까. 하물며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저렴한 이런 무기를 어떻게 포기…….”
“안 한다고! 안 한다니까! 그냥 좀 가세요. 예?”
내가 완강히 거부하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김영태가 말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 가세요. 같은 용건이면 그만 오시고.”
“한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이만.”
그렇게 김영태를 돌려보낸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더럽게 귀찮게 하네.”
이거 앞으로도 계속 시달릴 것 같은데?
“뭐 좋은 방법 없나?”
절대 이 미니 메테오가 무기용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 줄 그런 방법.
“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방금 김영태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핵? 방사능?”
잠깐만.
내가 알기로 지구는 자기장이 있어서 안전하지만 우주는 방사능으로 가득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핵폐기물 때문에 문제 아니었어? 땅에 매립해야 하는데 매립지가 없고 땅도 오염된다며.”
그럼 방사능으로 가득 찬 우주에 핵폐기물을 버리면 되는 것 아니야?
어차피 방사능 천지인데.
“어?”
그럼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받을 수도 있잖아.
돈도 벌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으로 알려지며 원래 용도도 숨기고.
나는 곧장 이준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님.
“교수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좀 물어볼 게 있는데, 우주에는 방사능이 가득하죠?”
-물론입니다.
“그럼 말입니다. 핵폐기물을 투척 시스템 통해서 우주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
잠시 침묵하던 교수가 말했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긍정적인 반응에 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가능성 있죠?”
-우주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고, 투척 시스템은 가장 저렴하며 확실하게 물건을 궤도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인데 이 조합을 생각 못 하다니…….
“혹시 환경오염 문제는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우주는 대기가 없어 일단 추진력을 주면 무한정 앞으로만 가죠. 그렇게 태양계를 떠나 다른 행성계로 향하면 도착까지 수십만 년은 걸릴 겁니다. 그리고 그 정도면 핵폐기물이 반감기를 거쳐 오염 물질은 대부분 사라질 테니 다른 행성 오염 걱정도 없습니다.
“오오!”
가장 골칫거리인 핵폐기물을 처리해 주는 스켈레톤 투척 시스템.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그동안 못 한 겁니까?”
-첫째는 비용, 두 번째는 위험성 때문입니다.
“비용은 대충 알겠는데, 위험성?”
-발사체는 실패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만약 우주선에 핵폐기물을 실어서 날아가다 공중에서 폭발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핵폐기물이 사방으로 퍼지겠네요.”
-정확합니다. 하지만 스켈레톤 투척은 다릅니다. 낙하 시 부유 능력을 쓰신다 하셨지 않습니까.
“그… 렇죠?”
-혹시 투척에 실패해도 떨어지는 걸 부유 능력으로 막아 주니 안전하죠. 이거야말로 완벽한 핵폐기물 처리 방법입니다!
그냥 핑곗거리로 말한 건데 이게 이렇게 돌아오네.
‘그래. 인공위성 찔끔찔끔 날리는 것보다 핵폐기물을 우주로 날리는 게 더 돈 되겠다.’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보라고.
인공위성으로 시작한 테스트가 미니 메테오가 되더니 이제는 핵폐기물 처리 사업으로까지 확장되잖아.
위로 던지면서 돈 벌고, 아래로 던지면서 언데드 군단 폭격하고.
“좋았어.”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핵폐기물 우주 처리 사업 연구도 해 봅시다. 지구 한번 깨끗하게 만들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