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아버지! 빨리요!”
일본의 C급 각성자가 아버지를 재촉하자 아버지는 다급히 귀중품을 챙기며 말했다.
“잠깐만, 이것만 마저······!”
그러자 각성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런 걸 챙길 때가 아니라니까요! 지금 그 괴물 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드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된 게이트인과 한지혁의 조우 그리고 그 후 일어난 전투.
그 전투는 그야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세계 최강의 각성자라 불리는 한지혁이 스켈레톤과 합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단신으로 밀어붙이는 게이트인의 강함은 규격 외나 다름없었으니까.
심지어 가볍게 날린 원거리 공격 한 방조차 이번 작전에 지원을 나간 일본 SS급 각성자인 나카무라가 다른 SS급들과 힘을 합쳐 간신히 막아 냈을 정도이니, 자신 같은 C급 나부랭이는 마주하는 순간 그걸로 끝이었다.
각성자가 물건을 챙기던 아버지의 팔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아버지! 나머진 나중에 챙기세요. 일단은 갑시다!”
그렇게 아버지를 강제로 끌고 나가 자동차로 다가가던 각성자.
그런데 그때.
-쿵!
하늘에서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그들 앞에 굉음을 내며 착지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확인한 각성자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며 말했다.
“게, 게이트인?”
그 무언가는 바로 몇 시간 전 한지혁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그 게이트인.
지상에 착지한 게이트인과 눈이 마주친 각성자는 게이트인에게서 끝을 알 수 없는 위압감과 살기를 느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과 아버지의 목숨은 여기까지라는 걸.
“아아······.”
무기를 들고 저항할 의지조차 상실케 하는 압도적인 강함.
그렇게 게이트인이 살기를 풀풀 내뿜으며 공격을 위해 손을 들어 올린 바로 그 순간.
부우웅!
탕탕탕!
하늘에서 날아온 뼈들이 각성자와 아버지 앞에 내리꽂히며 그들을 지켜 주는 벽이 된다.
그 뼈들을 보고 이 괴물과 최초로 싸웠으며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등장했음을 깨달은 각성자는 희망에 찬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 한지혁! 한지혁 회장님이야!”
그리고 잠시 후 하늘에서 내려온 한지혁이 손을 흔들자 아공간에서 스켈레톤이 나타나 각성자와 아버지를 둘러업고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렇게 절망 속에서 구원받은 각성자는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살았다, 살았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한지혁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눈물까지 흘리는 각성자.
그런 각성자의 마음은 이내 저 괴물 같은 게이트인을 생포해야 한다던 전문가란 놈들에 대한 분노로 뒤바뀌었다.
“저걸 생포해야 한다고? 이 멍청한 새끼들! 처음부터 한 회장님이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고 했을 때 모두 힘을 합쳐서 죽였어야지!”
*
“후우.”
마왕이 도착한 곳은 일본의 작은 소도시.
마력을 미친 듯이 쏟아부어 날아온 덕분에 간신히 인명 피해가 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마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쪽팔리게 민간인을 노려?”
“방금 그놈은 제법 실력이 있어 보였다만.”
“민간인이나 하급 각성자나 한 방인 건 똑같은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있잖아, 마왕아. 짜증 나게 굴지 말고 그냥 나랑 붙자. 응? 창피하게 약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그러자 마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오히려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던 게 후회될 정도인데 말이야.”
“뭐?”
“재가동한 언데드를 네 주변에 보낼 게 아니었어. 오히려 너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보냈으면 수많은 너의 동족들을 학살하며 너를 절망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회심의 한 수였던 세론 언데드 군단이 막히니 이제는 사람들을 학살해 나를 괴롭히려는 쪽으로 노선을 완전히 튼 거야?
그때 마왕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 아직 마을에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군. 어디 한번 날 상대하며 지켜 낼 수 있을지 한번 보지.”
나는 다급히 남은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소환하며 말했다.
“아오! 이 짜증 나는 새끼! 오냐! 한번 해보자!”
*
마왕이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나는 그런 공격을 막으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다행히 내가 열심히 날뛴 덕분에 인명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 언데드 군단은 사람들을 지키다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박살 난 고위급 언데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저게 다 돈이 얼만데······.”
마왕이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막다니. 정말 눈물겹구나, 네크로맨서.”
“너, 이 새끼······.”
그때 마왕이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말했다.
“자. 이제 이 마을엔 더 이상 사람이 없으니 다음 타깃을 찾아 이동해 볼까.”
“뭐? 야! 그냥 나랑 붙자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네크로맨서. 마침 저쪽에서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그러곤 그대로 저쪽 방향을 향해 날아가는 마왕.
나는 다급히 언데드 군단을 회수해 마왕을 쫓아가며 외쳤다.
“진짜 죽인다! 무조건 죽여 버릴 거야!”
*
마왕이 마을을 찾아 공격하면 나는 뒤쫓아가 사람들을 지키며 막고, 다시 이동하면 또 쫓아가기를 반복.
다행히 내가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어떻게든 인명 피해는 막았지만, 그 대가로 내 언데드 군단에 피해가 점점 누적되기 시작한다.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날아가는 마왕을 쫓아가며 말했다.
“그나마 대도시로 안 간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태까지 마왕이 노린 건 전부 인구가 적은 소규모 도시들.
만약 마왕이 대도시를 공격했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거다.
하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문득 이상한 점이 떠오른다.
“그런데 왜 대도시로는 안 간 거지?”
마왕은 마력 감응력에 있어서 세론 역사상 최고 수준.
당연히 대도시의 밀집된 인구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일부러 대도시가 아니라 작은 소도시만 노리고 있다는 소린데······.
“마왕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마왕은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럼 세론에서의 상식을 대입하여 생각하겠지. 세론에서 대도시는?”
도시를 통솔하는 귀족이 있고 그 귀족 휘하의 강력한 마법 병단과 기사단 그리고 군대가 주둔하는 곳.
“아! 대도시는 마왕도 부담스러운 거구나.”
자신의 마력탄을 막았던 SS급 각성자를 통해 이곳 지구에도 마스터급 강자가 있다는 걸 확인한 마왕.
그런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내가 뒤따라붙어 있는 상황에 섣불리 대도시를 건들기에는 부담스러웠겠지.
지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마왕의 입장에선 모든 게 불확실한 미지수이기에 대도시에서 어떤 강력한 전력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대도시가 아닌 소규모 마을을 위주로 공격하는 거다.
하지만 단순히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열심히 막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인명 피해가 하나도 안 나왔다는 게 말이 되나?”
눈이 돌아가 사람을 마구잡이로 학살할 것처럼 말을 했지만 막상 대도시는 피해 다니고 인명 피해도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은 상황.
이걸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거다.
마왕은 지금 의외로 상당히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고 모든 걸 고려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마왕의 진짜 목적은 뭘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내 언데드 군단.”
마왕은 말했다.
지킬 게 많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약점이 된다고.
마왕은 그걸 노린 거다.
실제로 지금까지 인명 피해를 막은 대신 내 언데드 군단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내 언데드 군단이 모두 소진될 터.
그리고 언데드 군단이 모두 소진되면 내가 네크로맨서로서 가지는 전략적 우위가 상실되지.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아이씨. 이거 골치 아프네.”
마왕의 목적은 대충 알겠다.
문제는 내게 이것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거다.
만약 내가 마왕을 막지 않으면 마왕은 실제로 사람들을 학살할 테니까.
그렇다고 계속 지금 같은 상황을 반복하면 언데드 군단의 피해만 누적될 터.
그렇다면 방법은 새로운 전력을 동원하는 것.
예를 들어 SS급 이상의 각성자를 무더기로 호출해 포위 작전을 펼치는 건데, 문제는 지금까지 마왕이 단 한 명의 사람도 죽이지 못했다는 거다.
미트 골렘이 나타났을 때도 그랬듯 모든 국가들은 자기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만약 사람이 무더기로 죽었다면 국제적 비상 상황이라며 공동 대응 할 여지라도 있지만, 아직까진 사람이 죽지 않았으니 엉덩이만 들썩들썩 할 뿐 일본을 위해 자국의 소중한 SS급을 기꺼이 보낼 국가는 전무하지.
“설마 이것까지 고려해서 대도시를 피해 다닌 건가?”
아니.
이건 너무 억측이다.
마왕은 이쪽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저 대도시를 피하고 내 언데드 군단에 피해를 누적시키기 위해 했던 행동이 우연찮게 맞아떨어졌을 뿐.
아무튼 이제는 결정을 해야한다.
“이대로 끌려다니기만 하면 놈이 원하는 대로 될 뿐이야.”
뭔가 미끼가 필요하다.
놈이 이 이상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 나와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 만한 완벽한 미끼.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심이 선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이 방법밖에 없겠네.”
*
다시 한번 인명 피해 없이 마왕의 공격을 막아 냈고 그 대가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언데드 군단.
“대단하군, 대단해. 감탄스럽다, 네크로맨서.”
“별말씀을.”
“인류 연합군이 너의 이런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할 지경이군.”
“난 안 궁금해,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라.”
“아무튼 좋다, 네크로맨서. 계속해 보지.”
그렇게 마왕이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그때 나는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항복.”
“···뭐?”
“내가 졌어. 그러니 이 짓은 이제 그만하자.”
내가 손짓을 하자 소환해 둔 언데드 군단이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너, 사람들 노리면서 내 언데드 군단 소진하는 게 목표지?”
“정확히는 겸사겸사지, 실제로 죽일 수 있으면 죽일 생각이니까. 물론 그보다는 사람을 지키는 언데드 군단을 처리하는 데 더 집중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거다.
마왕은 사람을 지키려 달려드는 언데드 군단을 처리하는 데 더 열중했으니까.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너도 알지, 내 아공간은 내 주변에서만 열 수 있는 거?”
마왕은 최대의 적수인 나에 대해 철저히 연구한, 사실상 나 다음으로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존재.
“알고 있다.”
“그러니 내 언데드 군단 여기에 두고 그냥 갈게. 대신 너 나랑 멀리 가서 한판 붙자.”
나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쫄따구들 빼고 일대일로. 이게 네가 가장 원하던 것 아니야?”
“오호?”
“나를 상대하기 곤란했던 게 언데드 군단 사이에 틀어박혀 있어서라며. 그러니 나가 줄게. 언데드 군단 빼고 직접 상대해 준다고.”
마왕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최고의 미끼.
그런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지수인 지구의 전력을 경계해 대도시 쪽으론 얼씬도 안 하고 있는 마왕이다.
그런 마왕 입장에서 나에게 우호적일 지구의 전력이 개입하기 전에, 심지어 언데드 군단까지 빼고 일대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과연 이걸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진심인가?”
“진심이야.”
“나를 속이고 언데드 군단 일부를 따로 빼돌린 것 아닌가?”
나는 이동 중인 언데드 군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결전 병기급인 울트라 베어랑 고위급 언데드 전부 다 저기 있잖아. 그 외의 자질구레한 것 좀 숨겨 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
그러자 마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정말 놀랍군, 네놈이 언데드 없이 혼자 싸움에 나서려 하다니.”
“대신 치사하게 도망치지 말고 제대로 붙어서 둘 중의 하나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다. 오케이?”
그러자 마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해 오다니. 다급했구나, 네크로맨서. 좋다. 받아들이지. 빌어먹을 언데드들의 방해 없이 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수십 년간 마왕군과 싸우며 늘 언데드에 둘러싸여 안전을 도모해 온 내가 처음으로 혼자 대결에 나선 상황.
마왕 입장에선 나를 죽여 원한을 갚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지.
마왕이 동의를 하자 나는 하늘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그럼 따라와.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곳으로 가자.”
*
그렇게 한참을 날아 도착한 한 평원.
이미 이 일대의 사람은 모두 대피하였기에 인명 피해 걱정 없이 마음껏 싸울 수 있는 장소였다.
“그나저나 네놈의 동족을 위한 희생정신은 정말 놀랍구나. 질 싸움인 걸 뻔히 알면서도 일대일까지 제안해 가며 동족들을 지키려 하다니.”
그 말에 나는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힘들 정도인데.”
“음?”
“먼저 저 사람들, 내 동족 아니다. 여긴 내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라고. 그리고 솔직히 난 진짜 동족이라 해도 딱히 동족애는 없어.”
세론에서만 몇십 년을 살았는데 그딴 게 있을 리가.
“그럼 어째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하는 거지?”
“지구는 내 소중한 은퇴지니까. 그리고 지구에서의 나는 완전무결해야 하니까. 모든 사람의 환영과 축복을 받는 완벽한 은퇴, 그걸 위해선 나로 인한 희생자가 없어야 하거든.”
그러자 마왕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세론에서 그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간 더러운 손을 여기선 깨끗이 씻고 평화롭게 살겠다?”
“네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더 너를 죽여야 한다는 확신이 서는군.”
“그러게 누가 날 소환하래? 나도 가기 싫었거든? 아무튼 그리고 뭐? 질 싸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했지, 딱히 동족애는 없고 그냥 완벽한 은퇴를 위해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그런 내가 과연 목숨까지 던져 가며 사람들을 지키려 할까? 미안한데 나는 지려고 온 게 아니라 이기려고 온 거야.”
“으하하하! 언데드 없는 네크로맨서가 무슨 수로!”
“다 방법이 있지. 비장의 수단은 너만 있는 게 아니거든.”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마법진을 만들며 말했다.
“보여 줄게, 지구에서의 내가 얼마나 강한지.”
*
분대형 스켈레톤을 운영하는 미군 부대 소속 분대장들이 막사에 모여 긴급 속보를 보며 말했다.
“평야 지대로 이동했다고?”
“한지혁 회장이 이길 수 있을까?”
“이기겠지. 한지혁이잖아.”
그때 한 지휘관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혁 회장 말이 맞았어. 저놈은 대화가 되는 놈이 아니야. 무조건 척살해야 되는 말할 줄 아는 몬스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전문가 중에서 생포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럼 본인이 직접 싸워서 생포하든가. 지금 한지혁 회장이 사람들 구한답시고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막고 있는 걸 보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그렇게 생포하자던 전문가들을 성토하던 그때.
“자, 잠깐 나와 봐!”
“어?”
“스켈레톤들이 이상해!”
그 말에 다급히 자신들의 분대형 스켈레톤을 확인하러 나간 분대장들은 보았다.
“뭐, 뭐야?”
멀쩡하게 서 있던 분대형 스켈레톤들이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하나둘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갑자기 스켈레톤들이 왜······? 설마 한지혁 회장 신변에 이상 생긴 것 아니야?”
“설마. 아직 전투도 시작 안 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미국에서 시작된 스켈레톤 집단 정지 사태.
하지만 이건 비단 미국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
비상 회의를 주최하고 있던 부회장 김덕배에게 보고가 쏟아진다.
“세론 공업 스켈레톤들이 무더기로 주저앉고 있습니다!”
“SR 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매했던 스켈레톤들도 줄줄이······!”
그 말을 들은 김덕배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예정된 상황입니다.”
“예?”
“지금부터 비상 경영 체제로 들어갑니다. 지금 현 상황이 종료되면 계약에 의거해 판매한 스켈레톤은 다시 복구해 줄 것이며, 납품 계약도 차질 없이 진행할 거라고 거래처들을 달래세요.”
그 말에 사장단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예정된 상황이라면······?”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 회장님께서 아주 잠깐, 아주 잠깐 소환수들의 힘을 회수하시는 거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침묵하던 사장단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시대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렇게 사장단에게 지시를 내린 김덕배가 말했다.
“수습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몸성히 돌아만 오십시오, 회장님.”
*
그간 지구 이곳저곳에 뿌려 두었던 어마어마한 수의 스켈레톤들.
그 스켈레톤들에게 투입했던 마력과 사기가 나에게 쏟아진다.
그렇게 쏟아지는 사기와 마력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넘어 흘러넘치는 수준.
덕분에 내 몸에선 엄청난 양의 사기와 마력이 내뿜어진다.
“후우.”
마왕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 사방에서 마력과 사기가······.”
“내가 뿌려 둔 게 좀 많아서, 그거 회수하고 있어.”
혹시 모를 최후의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걸 가져와 사용하기 위해 만든 비장의 수단.
물론 효율은 최악이나 다름없다.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스켈레톤의 경우 회수 과정에서 유실되는 마력과 사기의 양이 어마어마하니까.
하지만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나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쳐 나는 마력과 사기를 풀풀 내뿜으며 마왕을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덤벼. 내가 지금 이것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가 무지막지하거든?”
소유권을 넘긴 스켈레톤이 갑자기 정지되며 생기는 피해도 보상해 줘야 하고, 거기에 납품 계약 등등 스켈레톤 작동 정지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건 그야말로 미친 돈지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놈만 처리하면 진짜 은퇴 각이 바짝 설 테니 물불 가릴 때가 아니잖아?
“세론에서 수십 년이나 지겹게 봤는데 여기서도 계속 봐야겠어? 이제 좀 끝내자, 너랑 나 둘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