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솔직히 나는 내 몸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단 말이죠.”
김한울이 이를 갈며 말했다.
“남들이 멋있는 갑옷 입고 싸워나갈 때 혼자 검은색 타이즈 입고 싸우는 기분이 뭔지 아십니까?”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 거대화까지 되어서 눈에 잘 띄기까지 하니 어쩌다 최상위 불안정 게이트라도 떠서 이걸입고 싸우는 날엔 그날 온 뉴스가 제 검은색 쫄쫄···아니 타이즈로 도배가 됩니다.”
본인도 쫄쫄이라 인지하고 있구나.
“그래서 늘 꿈꿔왔습니다. 몸의 크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옷이 나오기를. 그러다 영상을 본겁니다. 자유자재로 날아와 완성되는 갑옷. 그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 갑옷이야 말로 내가 바라고 바라던 그거 아닐까?”
소박하지만 동시에 절박한 소원.
“갑옷의 성능? 당연히 좋으면 좋을수록 좋지만 그보다는 옷으로서의 기능을 원합니다.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옷. 가능하겠습니까?”
같은 남자로서 그 절박함에 백 번 동감한다.
매번 전투마다 반 나체상태가 된다는 건데 신경 안 쓰일 사람이 어디 있겠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돈을 얼마든지 준다고?
김한울 정도면 아마 쌓아둔 재산이 어마어마할 텐데.
게다가 언데드 군단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한울 같은 정상급 각성자의 호감을 사는 것만해도 나름 의미가 있고.
‘그냥 사령마 팔아서 돈이나 벌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이런 식으로 이어지네. 이 기회에 호감도 얻고 돈도 좀 땡겨볼까?’
사회적 지위면 지위, 돈이면 돈 친해져서 나쁠 게 없는 사람이다.
이런 변신형 대형 갑옷은 만들어 본적 없어 알고리즘을 짜는데 제법 애는 먹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 귀찮은 몸뚱아리 움직일만한 동기로는 충분하지.
아무려면 게이트 가서 노가다 뛰는 것보다야 이쪽이 훨씬 편하니까.
“혹시 비슷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가 많습니까?”
그러자 김한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거대화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세계로 보아도 백 명이 겨우 넘는 수준이니까요.”
그건 좀 아쉽네.
이왕 만드는 거 다른 거대화 각성자들에게도 팔아먹을 생각이었는데 시장이 너무 작다.
아무튼 뭐 보아하니 일발성 이벤트로 돈 벌 기회인 거 같은데 옷 비스무리하게 대충 만들어주고 돈이나···
그런데 그때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
과거 내가 아직 약하고 이제 막 매크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할 때 허점 투성이인 매크로를 보완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기사 같은 무투가들의 몸에 스켈레톤을 붙여 그 움직임을 측정해 매크로 제작에 활용하기 위해서.
하지만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병들마저 불경한 언데드를 자기 몸에 붙일 수는 없다며 지랄 발광을 해서 결국 맨땅에 헤딩하는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가 무려 자기 의지로 내 스켈레톤을 입겠다 하는 거 아닌가.
“혹시 주 무기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격투술을 씁니다. 매번 거대화 할 때 쓸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일이라서.”
더 완벽하다.
따로 무기가 없다면 스켈레톤을 입혀 모든 동작을 카피하는 것 만으로도 김한울의 모든 격투술을 고스란히 빼올 수 있다는 말이니까.
‘언데드야 돈만 충분히 확보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전투용 매크로는 아니란 말이지.’
내 적은 무려 내가 30년 가까이 공들여 만든 매크로로 움직이는 언데드 군단.
그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려면 나도 그에 필적하는 매크로를 다시 복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한울 같은 최상급 각성자의 전투 데이터는 분명 지금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될 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능할 거 같네요.”
그러자 김한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입니까!?”
“대신 저 한번 하면 허투루 안 합니다. 재료 튼튼한 걸로 준비해오세요. 최대한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뼈. 기왕이면 크기 큰 걸로. 죽은지 오래 지난 건 안됩니다.”
원래는 소원대로 대충 옷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전투 데이터 확보란 또 다른 목적이 생긴 이상 대충 만들 수는 없지.
“튼튼한 거? 그 말은···”
“갑옷다운 갑옷. 만들어드리죠. 그것도 멋있고 성능까지 좋은 걸로. 대신 좀 비쌀 겁니다.”
그러자 김한울이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옷 비스무리 한 걸로도 만족할 수 있는데 성능까지? 그거 아십니까? 저 각성한 이래 단 한번도 갑옷을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한번 입어보세요. 제대로 만들어드릴 테니.”
내 말에 김한울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게이트로 달려가서 바로 구해오겠습니다! 또 필요한 거 없습니까?”
오랜만에 실력 발휘하자.
데이터 수집 갑옷이 박살 나면 나도 곤란하니까.
“일단 정수도 많이 필요하고 금이랑 은. 그리고 티타늄도 준비해주세요.”
아주 평생 입고 다닐만한 갑옷으로 만들어주지.
“후우.”
김한울이 사무실을 서성거리자 윤 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가만히 계시면 안됩니까? 정신 사납게.”
“진정이 되겠어? 처음으로 옷다운 옷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S급 강자인 김한울이 고작해야 옷 때문에 왜 이렇게 난리를 치나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측근인 윤 팀장은 이것 때문에 김한울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근육질 몸매의 상남자인 김한울은 평소에도 헐렁헐렁한 옷을 즐겨 입을 만큼 딱 들러붙는 옷을 싫어하는 사람.
당연히 그런 김한울인 만큼 매번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쫄쫄이로 변하는 자신 스스로의 모습을 극도로 혐오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제발 뉴스에서 아빠 쫄쫄이 입은 모습 좀 안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며 절망하던 김한울을 생각하면 이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물론 김한울이 노력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거대화를 한 다음 입을 옷을 챙겨본 적도 있고 아예 수영복 느낌이 나게 디자인을 바꿔보는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본 김한울.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투 때마다 옷을 차려 입는 것도 말이 안되고 수영복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더욱 민망함을 가중시킬 뿐이었으니까.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며칠 내로 완성해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며칠이 얼마냐고.”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재촉해봐요?”
그러자 김한울이 흠칫하더니 말했다.
“···아니야. 재촉하지마. 괜히 급하게 만들다가 옷 망칠라.”
그런 상황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바로 한지혁이었다.
뼈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완성되는 갑옷.
저 기술이라면 거대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한지혁의 흔쾌한 수락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A급 게이트에서 잡은 몬스터의 뼈부터 각종 귀금속과 정수들까지 원하는 재료라면 군말 않고 직접 사냥하든 아니면 돈을 주고 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해다 준 김한울.
마음 같아선 S급 몬스터를 잡아다 재료로 주고 싶지만 S급 게이트는 고작해야 대한민국을 통틀어 1년에 몇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 게이트라 구하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닌데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이라는 전제 조건까지 붙어 결국 김한울은 A급 몬스터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B급 몬스터 뼈보다 훨씬 비싼 A급 몬스터의 뼈가 김한울의 덩치만큼 들어가고 거기에 정수와 각종 부 재료들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간 상황.
아무튼 그렇게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되었지만 김한울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옷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제발 멋있게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올 겁니다. 제 은돌이 디자인 보셨잖아요?”
“맞아. 멋있었지. 그래서 내가 더 꽂힌 거고. 아무튼 부순 건 미안하게 됐다.”
윤 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그나저나 정말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면 앞으로 한 대표한테 잘해야겠네요.”
“어?”
“A급 각성자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길드장님의 맞춤 옷을 만들 수 있는 사람. 이 정도만 해도 친하게 지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 않습니까?”
“···그렇네?”
잠시 고민하던 김한울이 말했다.
“아예 길드 가입 권유 해볼까?”
“들어올 리가 없잖습니까. 이미 돈도 많은 사람인데. 게다가 한눈에 봐도 사업해서 돈 버는 것만 관심 있는 사람입니다. 게이트 근처는 얼씬도 안 한다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게 관심 없는 사람이 왜 그때 불안정 게이트 사건엔 개입한 거지?”
“회사 근처 일이니 개입했겠죠. 게다가 같은 스켈레톤이니 궁금했을 수도 있고.”
“그런가?”
잠시 고민하던 김한울이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이야. 돈 욕심은 있는 거 같은데 왜 처음부터 능력을 드러내고 돈을 벌지 않은 거지? 어차피 이렇게 드러낼 거였으면서. 게다가 능력을 드러낸 후에도 게이트 근처에는 얼씬도 안하고 있어. 각성자라면 게이트를 통해 전투 경험도 쌓으면서 강해지고 싶어하는 게 보통 아닌가?”
윤 팀장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정이 있겠죠. 가끔 그런 각성자 있잖아요. 종교적 신념이니 뭐니 하면서 폭력을 거부한다나 뭐라나.”
“그런 문제였다면 저번 불안정 게이트에 개입하지도 않았겠지. 흠. 혹시 게이트에 대한 트라우마라도 있나?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갈 법도 한데.”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그때.
윤 팀장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문자를 확인한 윤 팀장이 말했다.
“완성했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김한울의 의문점은 순식간에 기억 속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김한울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가자!!”
“금방 오셨네요?”
연락을 주기 무섭게 공장으로 달려온 김한울과 윤 팀장.
김한울이 눈을 희번득 뜨며 말했다.
“어딨습니까? 완성품?”
어지간히 급했구나.
나는 옆에 천으로 가려둔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직접 걷어보시죠.”
김한울이 흥분한 표정으로 다가가 천을 질끈 잡고는 위로 내던졌다.
그러자 등장한 각종 장신구와 은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신 뼈 갑옷.
멋을 내기 위해 포인트로 이곳 저곳에 날카로운 장식까지 더해진 백상호와 긴급 대응팀 팀장의 합작품이었다.
“오···오오오오!!”
김한울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게 제 갑옷입니까? 진짜 제 갑옷이라 이거죠? 거대화 되어도 입을 수 있는?”
“이건 일상 모드 입니다. 제가 도와드릴 테니 한번 입어보세요.”
입는 방법을 알려주며 전신 갑옷을 착착 걸치기 시작한 김한울.
그렇게 갑옷을 장착한 김한울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거대화 하면 됩니까?”
“잠시만.”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6족 보행 운반형 스켈레톤 여러개가 내 쪽을 향해 걸어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텅빈 바구니가 올라가 있는 운반형과 다르게 그 위로 뼈가 가득 올라가 있는 특이한 모습.
“소개해드리죠. 운반형 스켈레톤를 개조한 갑옷 보조 스켈레톤 입니다. 여기 있는 뼈들이 거대화 후 갑옷의 파트를 구성하게 될 겁니다. 저기 1호기 보이시죠?”
나는 숫자 1이 쓰여져 있는 스켈레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앞에 붙어서 손이랑 다리를 대자로 벌리세요.”
그 말에 주저 없이 1호기에 다가가 손이랑 다리를 대자로 벌린 김한울.
그러자 김한울이 입고 있던 갑옷에서 빨간 광채가 번쩍인다.
“저 광채가 나오면 거대화 준비가 끝났다는 겁니다. 거대화 해보세요.”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킨 김한울이 말했다.
“거대화.”
그러자 김한울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그런 김한울의 몸을 따라 일상모드 갑옷을 구성하고 있던 뼈들의 연결부위가 벌어지고 그 빈틈을 뒤에 줄줄이 서있던 거대화 보조 스켈레톤이 하나 둘 해체되며 매꿔나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5개의 거대화 보조 스켈레톤이 모조리 갑옷의 일부로 사라지고 남은 건 10M에 달하는 거구의 김한울과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멋들어진 뼈 갑옷 뿐이었다.
거대화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김한울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했다.
“이게···내 갑옷?”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재료를 구해다 주신 덕에 제법 튼튼할 겁니다. 물론 멋도 있고요.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다마다요. 정말···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멋있고 완벽합니다.”
그때 밑에서 거대화 과정을 지켜보던 윤 팀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장님! 영화에 나오는 강철남자 같았습니다! 막 뼈들이 우르르 모여들며 거대 갑옷으로···크!!!”
“그 정도야?”
윤 팀장이 엄지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최곱니다! 최고!”
그러자 김한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늘 꿈꿔왔던 옷. 심지어 이런 퀄리티라니. 이제···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수 있겠지?”
“물론이죠! 제아도 자랑스러워 할겁니다!”
잠시 침묵하던 김한울이 말했다.
“해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똑같이 대자로 벌리시고 파란 불이 들어올 때 해제라고 말하면서 거대화를 풀면 됩니다.”
내 말에 김한울이 양팔을 벌리고 파란 불이 들어온다.
“해제.”
그렇게 거대화를 해제한 김한울.
그러자 만들어질 때의 역순으로 뼈들이 빠져나가며 김한울의 뒤로 거대화 보조 스켈레톤이 완성되어간다.
그렇게 모든 해제가 완료되고 기본 갑옷을 입은 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김한울이 말했다.
“능력을 해제했는데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라···한지혁 대표님.”
“예.”
“한 대표님은 모르실 겁니다. 제가 지금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한 대표님은 제 평생의 소원을 이뤄주신 겁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내 양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대표님은 제 은인이십니다.”
“뭘요.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가격대비 성능은 좀 떨어질 겁니다.”
이정도 돈이면 일반 체구의 각성자가 S급 몬스터 소재로 만든 최고급 갑옷을 사 입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
당연하게도 김한울의 덩치에 맞게 크기를 키우고 원래도 내구도가 별로인 가변형까지 적용되었으니 갑옷으로서의 성능은 솔직히 좀 떨어졌다.
“그래도 기반이 A급 몬스터라 어지간한 공격 몇 방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고 관절부위나 복부 같은 약점은 특히 신경 써서 단단하게 만들었으니 어지간해선 부서질 일 없을 겁니다.”
내 말에 김한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옷 비스무리한 것만 되어도 만족했을 거라고. 이 정도면 만족차원을 넘어서 감동할 정도입니다.”
김한울이 재차 부여잡은 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저 김한울은 무조건 한 대표님 편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자기 전속 재단사 챙기겠다?
나야 좋지.
어지간한 일은 김한울 이름 석자로 쉽게 넘길 수 있을 테니까.
“아! 잔금 계산해야죠.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호감을 사는 데는 성공했고 이제는 두 번째 목적인 돈을 쟁취할 차례.
하지만 너무 과하게 받으면 기껏 얻어낸 호감이 반감으로 변할 수도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30억만 주시죠.”
“30억? 그걸로 되겠습니까? 50억 드리겠습니다.”
사령마로 몇 배의 폭리를 취해온 나이기에 30억이면 이거 하나 알고리즘 만든다고 고생한 내 노력대비 마진을 상당히 적게 본 수준이지만 상관없다.
덜 반감을 가질만한 방법으로 돈을 뜯어내면 되니까.
“딱 30억만 받겠습니다. 대신 세론에 돈 좀 투자해주시죠? 솔직히 말이 좋아 투자지 돈 좀 빌릴수 있냐는 말입니다.”
“돈을 빌려달라고요?”
“제가 넓은 부지의 공장으로 이전준비 중인데 돈이 모자라서요.”
어차피 전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면 김한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갑옷을 입어줘야 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갑옷에 대한 수리와 보강작업은 필수이고.
하지만 김한울은 이걸 모르잖아?
그러니 아예 이걸 명분 삼아 돈을 빌려 시드머니로 쓰는 거다.
옷 계속 입고 싶지?
그럼 돈 좀 빌려줘.
돈 많잖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신 돈을 빌려주시면 앞으로 평생 A/S와 업그레이드를 보장해드리죠. 한마디로 부서지는 거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린다는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