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23)
23화
“평생 A/S에 업그레이드!?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물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갚을 생각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회사 매출이 이미 한달 수백억을 넘어 벌써···”
최대한 많이 빌리기 위해 어필을 좀 하려던 그때 김한울이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제 개인 사비로 200억 빌려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돈 모아봐야 남들처럼 장비 업그레이드 할 것도 아니라 돈이 계속 쌓이기만 해서 말이죠. 이자는 됐습니다.”
기껏해야 몇 십억에서 많아야 100억을 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이자 대출로 200억?
좋은데?
그럼 김한울에게 대출 포함 230억에 그간 모은 돈이랑 사령마 팔아서 쌓아둔 돈을 합치고 은행권 대출을 끼면 내가 생각한 규모의 공장 하나 정도는 아마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이자는 내 양심이 좀 찔린다.
“그래도 이자는 있어야죠. 2퍼센트.”
“어허. 괜찮다니까 그러시네.”
“받으세요.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하니까.”
그렇게 잠시 옥신각신하다 결국 1 퍼센트로 결정한 나와 김한울.
“한 대표 덕에 앞으로 안심하고 전투에 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 드립니다.”
“돈은 바로 비서에게 연락해서 보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윤 팀장이 핸드폰을 보더니 말했다.
“불안정 게이트 생겼답니다.”
“뭐?”
“D급이고 긴급 대응팀 도착했다니 별 문제없이 끝날···”
그런데 갑자기 김한울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불안정 게이트라니! 시민들이 불안해하겠어 내가 직접 가지!”
“예? 평소에는 가라고 해도 안 가더니 굳이 안가도 되는걸 왜···”
김한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긴 왜야!! 딸한테 옷 자랑해야지!!”
-흐아압!!
전신 뼈 갑옷을 입은 거대화 김한울이 불안정 게이트에서 뛰쳐나오는 몬스터들을 파리 때려잡듯 박살내는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잠시 후 앵커가 나오며 말했다.
-방금 김한울 길드장이 평소와 다르게 전신을 덮는 뼈 갑옷을 입고 불안정 게이트에 출동했다고 하는데···김한석 전문가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세론의 한지혁 대표 작품이 아닐···
“빠르네.”
불안정 게이트로 뛰쳐간 김한울은 모두에게 새 옷 자랑하듯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내며 몬스터를 박살낸다.
그리고 그런 김한울의 기대에 부응하듯 새 옷과 관련된 각종 추측을 하며 포커싱을 맞춰가는 언론사.
“서로 만족하면 됐지 뭐. 김한울은 성능 좋은 갑옷 구해서 좋고 나는 돈 구해서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그닥. 다그닥.
나는 허공에 떠서 무언가 동작을 하고 있는 스켈레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 데이터 얻을 수 있으니까 더 좋고.”
그때 화면이 다시 김한울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다시 생중계로 내보낸다.
그런데 화면 속 김한울이 움직이는 모습과 정확히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허공에 뜬 스켈레톤.
당연하게도 이 스켈레톤은 김한울이 입고 있는 갑옷과 연결되어 김한울이 하는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며 기억하는 데이터 저장용 스켈레톤이었다.
갑옷 만든다는 핑계로 김한울에게 받은 돈과 재료의 일부를 빼돌려 김한울의 체형을 완전히 복제해서 만든 스켈레톤.
앞으로 이 스켈레톤은 김한울의 전투 데이터를 모조리 흡수해 내 매크로의 밑거름이 될 거다.
“흠. 그런데 이거 프로그래머들에게 적용해도 되지 않나?”
콘솔로 조종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입어서 조종하는 거지.
나는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고민해 봤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거 같은데.”
세론에 고용된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게임 쪽에서 두각을 드러낸 컨트롤과 창의력의 달인들이지 직접 몸을 쓰는데 특화된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지.
즉 직접 몸을 쓰는 것보다 콘솔을 통해 옆에서 지켜보며 조작을 하는 게 더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것도 적응하면 잘 하기야 하겠지만 이미 콘솔로 컨트롤 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었는데 갑자기 이걸 적용하면 오히려 혼선만 생길 거다.
“···그나저나 겨우 저거 만드는데 수십억이나 들다니.”
이번 거대화 스켈레톤 갑옷은 일종의 실험이기도 했다.
말이 좋아 갑옷이지 사실상 입을 수 있는 스켈레톤이나 다름없기에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야 쓸만한 언데드를 만들 수 있느냐의 척도를 세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실험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저 갑옷은 아무리 잘 쳐줘도 내가 수백 개씩 데리고 다니던 대형 공성용 스켈레톤 수준.
물론 특수 개체인 만큼 전투력은 상당하지만 그거 하나 만들자고 수십억이 넘게 들면···뭐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지.
“갈 길이 멀구나. 그래도 뭐···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니까. 열심히 돈 모으자.”
그때 내 핸드폰에 알람음이 뜬다.
알람음을 확인한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230억 입금.”
비서에게 시킨다더니 불안정 게이트 가면서 입금 지시한 모양.
대뜸 200억을 빌려준다 할 때도 놀랐는데 이젠 아예 계약서도 안 썼는데 돈부터 입금해?
물론 계약서 안 썼다고 돈 떼어먹을 생각도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겨우 몇 번 본 게 전부인데 수십억 원어치의 재료를 의심 없이 전부 건네고 추가로 200억을 일시불로 계약서도 없이 빌려주다니.
이걸 배포가 크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무작정 갑옷 뜯을 때 알아봤지만 일단 꽂히면 돌진하는 상남자 스타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좋아.”
아무튼 갈 길이 멀었다는 건 알았지만 그거야 돈을 무지막지하게 벌면 해결될 일.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돈도 들어왔겠다 슬슬 덩치 좀 키워볼까?”
“후우.”
로코의 대표 엔드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돈이 안돼.”
정확히 말해서 돈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른 공장에서 생산한 신발들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세론에서 생산한 신발에 비해 초라할 뿐.
생산단가의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인 신발의 특성상 스켈레톤을 공짜로 부리는 세론의 납품단가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니까.
특히 최근 들어 세론이 새로운 신발 공장 인수를 중단하며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그 아쉬움은 더욱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임원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희는 대표님 결단 덕에 최우선 순위 계약자에 보장물량도 15만족이나 있어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그전까진 넘쳐나는 잉여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온갖 메이커에 제안서를 뿌리며 신규 계약을 유치하던 세론이었지만 생산량이 한계에 도달하자 더 이상 새로운 신규 계약을 맺지 않고 있었다.
기존에 계약해둔 업체의 물량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으니까.
다행히 로코는 그 어떤 회사보다 가장 먼저 계약했고 보장으로 걸어둔 물량도 제법 되어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럼 뭐합니까. 공장이 풀 가동되며 추가 물량은 안받고 있는데.”
새로운 고객사와의 계약을 거절할 만큼 풀 가동상태인 세론.
당연하게도 기존 고객사들 역시 추가 물량 발주가 원천 차단되어 버린 상태였다.
엔드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보장 물량이 이렇게 아쉬워질 줄이야.”
원래 보장 물량은 제작사에선 어떻게든 많이 확보하려 하고 메이커에선 최대한 적게 주려 하는 게 기본이었다.
보장 물량은 메이커에서 제작사에게 주는 최소한의 매출 기준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세론에서의 보장 물량은 그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15만이 아니라 30만. 아니 할 수 있는 양만큼 전부 계약했어야 했어.”
한정된 세론의 생산량을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그것이 바로 세론에서의 보장 물량이 가진 의미였다.
15만 족을 계약한 로코는 한 달에 세론에서 15만족 밖에 생산을 할 수가 없다.
왜?
생산량이 부족하니까.
그렇기에 딱 계약서에 명시된 보장 물량만큼만 주문이 가능한 게 로코를 비롯한 다른 메이커들이 처한 현실.
엔드류가 후회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좀 더 빨리 인정했어야 했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세론을 단순한 하청 업체가 아닌 로코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주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보장 물량을 넉넉하게 정해뒀다면 지금처럼 포화상태가 된 세론의 생산력을 다른 고객사들과 나눠먹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후회.
엔드류가 서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은 신발을 파는데 순수익 차이가 2배입니다. 2배.”
보통 메이커가 신발 하나에 책정하는 순수익의 비율은 10퍼센트.
그런데 세론에서 생산한 신발은 인건비가 제외되며 그 비율을 20퍼센트 가까이 늘려주었다.
거기에 기존 제작사와 거래할 땐 단순 모델 변경 가지고도 짜증나는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데 세론은 그런 게 전혀 없으니 얼마나 좋나.
특히 세론에서 그전에 한번이라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모델 같은 경우엔 요구하는 그 즉시 적용이 가능한 수준.
원자재만 넣어주면 자동으로 신발을 만들어주는 자동 기계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급한 상황을 대처하는데 있어서 세론만큼 완벽한 회사는 없었다.
그런데 그 가용 생산량이 완전히 정체되어 이제는 기존에 계약해둔 15만족 안에서 밖에 조율을 못하는 상황.
유일한 해결책은 세론이 스켈레톤을 대량으로 추가해 생산력을 끌어올려 추가 주문을 받아주는 것뿐이었다.
“세론이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겠습니까?”
엔드류의 말에 임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최근 한 대표가 탑승용 스켈레톤 사업을 시작했답니다. 한 개에 대략 수억 원씩 받고 팔고 있죠. 그건 다시 말해 만들 수 있는 스켈레톤의 수가 한계에 달한 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이미 만들어둔 노동자 스켈레톤을 해체해서 탑승용 스켈레톤을 만드는 걸 수도 있고요.”
스켈레톤 제작 수량에 한계가 오니 비교적 수익률이 좋은 다른 사업 쪽으로 방향을 튼 거라는 추측.
매우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은 건가···후.”
그런데 그때.
한 임원이 대표실을 박차고 들어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세론에서 새로운 대규모 공장을 개업한다고 합니다! 생산량은 기존 공장을 모두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하고요!!”
엔드류가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두. 두 배?!”
“예! 기존 공장의 계약은 그대로 두고 신규 공장은 별도의 계약을 통해 움직일 생각인가 봅니다. 지금 세론에서 신규 공장과의 신규 계약 의사를 타진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어떻···”
엔드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다른 공장 보장 물량이 도합 얼마나 됩니까?”
“모든 공장 다 합쳐서 130만족 정도 됩니다.”
로코가 한 달에 필요로 하는 신발 물량은 대략 200만족 정도이고 그 중 130만족이 계약으로 묶여 있는 상황.
나머지 70만족은 상황에 따라 이 공장 저 공장에 개별로 주문을 넣으며 물량 조율을 하고 있었지만 세론의 신규 공장이 등장한 이상 그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럼 세론에 보장 물량 70만 제안하세요!”
한마디로 다른 공장에선 계약서상 명시된 보장 물량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전부 세론에 밀어 넣는다는 말.
그야말로 로코 창사 이래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보장 물량이었다.
“그 공장까지 포화상태가 되기 전에 최대한 우리 물건을 많이 밀어 넣어야 합니다!”
신규 공장마저 포화 상태가 되어 추가 주문이 막히기 전에 미리 필요한 물량을 계약상 보장 물량으로 잡아 세론의 생산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동시에 다른 메이커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메워야 한다.
그것이 로코가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자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세론의 생산량 포화로 인해 그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낀 엔드류인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로코 코리아 직원 보내서 계약 진행하라고 해요! 70만 족. 아니 여유만 된다면 더 넉넉하게 잡아도 되니까 다른 쪽에서 선수치기 전에 빨리!!”
사령마를 팔고 벌어들인 돈과 김한울에게 빌린 돈 거기에 은행 대출까지 껴서 매입한 대형 공장.
기존 공장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몇 배 이상 더 큰 규모로 이곳에 내가 배치한 스켈레톤은 비상용과 추가로 만든 것은 물론 기존 공장에 배치해둔 스켈레톤의 일부까지 빼와 도합 2천.
그야말로 며칠 만에 기존 생산량의 두 배를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이 탄생한 셈이었다.
그렇게 공장을 만들고 그간 막아두었던 신규 계약을 주문자들에 타진하자···
“주. 주문이 쏟아집니다!”
막혔던 물꼬가 트인 것마냥 주문이 쏟아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문을 주는 곳은 바로 스포츠 브랜드 메이커들이었다.
급한 물량만 우리에게 건네며 맛을 보다 슬슬 주문을 늘리려던 찰나에 공장이 포화상태가 되어 추가 주문을 하지 못하게 된 스포츠 브랜드 메이커들.
그 메이커들이 대형 신규 공장이 들어섰다니 아예 이젠 작정하고 물량을 들이민다.
“로코에서 보장 물량으로 70만족을 제안했습니다!”
김덕배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70만?”
한 달에 200만족을 필요로 하는 로코인데 그 중 3분의 1을 보장 물량으로 하자고?
김덕배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다른 공장에는 정해진 보장 물량만 딱 주고 나머지를 전부 저희에게 의뢰하는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계약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우리에게 물량을 모조리 몰빵했다는 소리였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들 이제야 정신 차렸네.”
그러게 뭐 하러 간을 봐 자꾸.
애초에 스켈레톤을 대체할 만큼 저렴한 노동력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계약하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파로에서도···”
그렇게 줄줄이 이어지는 계약 제안들.
“다 받아줘요. 전부다.”
지금이야 2천에 불과하지만 애초에 더 늘릴 작정으로 큰 부지의 공장을 산 거니까.
“아예 지금 바로 천 개 미리 만들어서 풀까?”
그러자 김덕배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더 말입니까?”
30년 가까이 해온 게 이 짓인데 뭘.
“그런데 만약 정말 가능하시다면 저는 반대입니다.”
“반대?”
“지금 메이커들과 주문자들이 서로 물량을 들이미는 건 저희 신규 공장이 언제 또 포화상태가 될지 모른다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미리 저희 생산량을 선점하고자 하는 거죠. 미리 선점하지 않았다가 저번처럼 추가 주문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여기서 저희가 여유롭다는 신호를 보내면 메이커들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 천천히 해도 되는구나 이렇게요.”
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김덕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차라리 조금 타이트한 척 생산량을 유지해야 지금처럼 계속해서 물량을 쏟아 붓지 않겠습니까? 홈쇼핑에서 매진임박을 띄우는 것처럼 고객사들을 안달 나게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