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179
◈ 검객 (2)
무림맹회에서 가장 큰 자금줄을 쥔 자와 입황성 마광익주가 만났다.
두 인물의 대면은 분분히 길을 피하던 이들의 이목조차 단번에 끌어왔다.
“예 소저? 본디 적발이 아니었던가.”
“소식이 늦군. 심법의 대성을 이루었다는 말이 있네.”
“토납법의 성취라니? 영문 모를 얘기일세.”
“성혼하지 않은 예씨 문중의 자식은 이름을 알리는 법이 없지. 그 까닭이 혈공과 유사한 적흑 머리칼의 발현에 있다더군. 화후가 깊어지면 흑발을 되찾는다 했는데, 그 일이 개파식 와중에 이루어진 걸세.”
“개파식 도중에 말인가……! 목도한 이들이 많았나?”
“다수 군중이 보는 자리였네. 뭇 세가의 가주들과 맹주께서 계셨지. 혈통과 금력에 이어 무공마저 증명했으니 대내 총군사란 직책을 맡게 된 게 아니겠나?”
“단순히 유사하다는 얘기로 넘어갈 만한 일인가? 비슷해도 너무나 비슷하지 않나 말이야…….”
이야기를 나누던 황삼의 사내가 소리를 낮췄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검객이 옅게 웃었다.
“고수의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온다고 했네. 벽을 넘어설 때 드러나는 기질을 숨길 수는 없는 법이지. 백기린 남궁화신이 비무 중에 위기를 맞았을 때인데, 돌연 참관석에서 그녀의 대오가 일어났네. 청아한 기운이 적발을 새까맣게 씻기던 광경은…… 내 개인적으로는 언가권이 보여준 인상과 동격이었네. 오히려 그로써 자그마한 의혹조차 불식시킨 게지.”
“백기린! 그래, 백기린은 어찌 됐나? 홍원문(弘源門)의 중견고수와 겨루었다더니!”
“중견 무인이 아니라 문주였네. 마흔 줄의 노련한 고수인데…….”
정연신은 모두 들었다.
예하린이란 인물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부터였다. 광륜은 소년이 닦은 내가공부의 총화다.
한순간이나마 스스로 움직였다면, 어느 때든지 예사로 지나치기 힘들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이 보 앞까지 왔을 때는 잠시나마 칠사도가 떠올랐다. 현세와 묘하게 동떨어진 것마냥 명랑한 말투 탓이었다.
음성이 유사했다면 의심이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갸름한 아래턱뼈 위의 양쪽 교근도 예하린이 조금 더 넓다. 미간과 콧대는 아주 미세하게 넓었다.
제각기 신경과 상단전의 경혈이 분포한 부위다. 얼굴을 바꾸는 역용공(易容功)으로 건드릴 수 없는 위치였다.
그렇다 해도 확실히 구분해야 했다.
손 뻗는 그녀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마외도의 공력을 단번에 판별했을 때와 같다.
접촉을 통해 본신 진기를 확인하고자 했다. 허나, 한 번 맥동한 광륜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손이 완전히 닿았는데도 그랬다. 기질을 온전히 감추는 진기한 보배가 천하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그녀는 정종 무인일 공산이 컸다.
‘법력이 먼저 반응한 건가.’
청정한 공력을 토납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화산파의 유현이 그랬다.
도문에서 몹시 이름 높은 자하신공(紫霞神功)을 연성한 까닭이었다. 마찬가지로 도교 무학인 종남무공을 연성한 위지묘화도 같을 것이다.
소년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보기보다 수줍음이 없네? 무던한 기색과 달리 속이 여릴 상인데.”
사박.
예하린이 입꼬리를 올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소년의 손등에 닿아있던 그녀의 손이 검지와 중지를 마지막으로 떨어진다.
검결지를 이루는 손가락. 무학을 진지하게 익히는 강호인이 맞다.
“내가 손해를 본 듯해서 굳이 말하자면, 그건 내 아명(兒名)이란다. 성인으로서 관례를 치르고 받은 이름은 따로 있지. 중요한 시기에만 알려 줄 수 있는 거야.”
“검성께서 전한 말씀을 제대로 읊어.”
소년이 말했다. 예하린의 미소가 짙어졌다.
“정말 그게 전부야. 나중을 기약해도 좋다는 의견 하나였어. 따르고 말고는 네가 정할 일이란다. 이곳의 누가 어떤 권리로 입황성 흑색의 행동을 강제하겠니?”
“그래.”
정연신은 짧게 대답했다.
상단전의 기감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간지러웠다. 농밀한 호의다. 근래 들어 더욱 넓게 열린 백회혈을 타고 들어왔다.
눈앞에서 미소를 띤 예하린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당과가 뇌리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몹시 기이한 인물이었다.
내심 고개를 저은 소년은 천천히 발을 뗐다.
그때였다. 예하린이 하늘거리는 흰색 소매를 등 뒤로 여몄다.
“너 대신 백기린이 개파대전에 참전했단다. 다음 비무를 준비하고 있을 거야.”
“……고맙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널 예우하는 게 내 책무가 됐거든. 맹회 소속이 아닌 대방파의 사절은, 아주 세심히 대해야 한단다.”
그녀가 웃었다. 불쑥 찾아가도 문전박대하지 말란 얘기를 남기면서다.
잠시 멈칫한 정연신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맹회의 무인들을 쓸어보고 있던 태염룡이 곧장 따라붙었다. 옆에서 슬쩍 고개를 숙인다.
“안하무인인 듯한데 선을 넘지 않는군. 아까 손을 댈 때는 일부러 전완근을 가볍게 풀더구려. 기혈에 맺힌 공력도 싹 빼 버리고. 정종 무공을 익힌 듯한데, 내공 수발이 놀라웠소.”
“…….”
“그 유명한 ‘예 소저’가 저자였어. 여기 어린 것들 중에 저 여자를 연모하지 않는 놈이 드물다던데, 나름대로 격조 있는 것만 보고 자란 백도 나부랭이들마저 정신 못 차릴 만하군.”
태염룡이 나불댔다.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했다. 능글스럽게 뜬 눈으로 제 대주의 눈치를 흘깃 살핀다.
소림 대환단. 개파대전의 보상이 정연신에게 지닌 의미를 아는 것이다.
소년은 사천 임무의 보상으로 받은 소환단을 조부 마연적에게 줬다.
총관부에서 공적 결산을 이유로 선사한 영단이었다. 대주가 자유로이 써도 무방하다 했다.
소림으로부터 입수하여 마땅한 공훈자를 기다리던 물건이라고.
잠든 조부의 머리맡에 놓고 왔다.
혈염교주와 동귀어진 직전에 이른 뒤, 목내이 같은 몰골이 된 마연적은 수시로 의식을 잃곤 했다.
‘소환단으로는 부족해.’
천하목의 과실 다음으로 강호에 위명이 자자한 대환단이라면 다를 터였다.
무공을 단번에 되찾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자유로이 거동하는 모습을 원한다.
휘몰아치는 청염 속에서 혈염교주를 막아서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생전 받아본 적 없는 혈족의 사랑으로 새겨졌다.
맹회 수뇌들의 수작에 포기할 일이 아니다. 검파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예하린의 손에 한차례 닿고도 놓지 않았다. 손등에서 푸른 핏줄이 꿈틀거린다. 소년은 입을 열었다.
“우선 개파대전에 집중해.”
태염룡이 나직하게 웃는다. 마음에 든다는 듯이.
“난 대주의 자질이 오롯이 한 가지에 쏟아지는 게 좋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설레는 재미가 있어. 헌데, 개파대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하지 않았소?”
“무슨 상관인데?”
정연신의 말이 아니었다. 헌원창이 얘기했다. 두 사람과 함께 운향원을 향해 걷는 와중에 두 눈을 번뜩인다.
동공에 무색의 광채가 스쳤다. 공력 안광이었다. 개파식의 시작 소식을 듣고 줄곧 씩씩대던 차였다.
“내 이놈들에게 수치심을 가르쳐 보겠소. 대주는 검만 휘두르는 걸로 족하오.”
“편해서 좋군.”
태염룡이 중얼거렸다.
멀거니 선 맹회의 무인들이 점차 등 뒤로 멀어졌다. 바깥에서 온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다.
본단의 대내 총군사와 입황성 마광익주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한참 격 높은 이들끼리 어울리는 모습은 뭇 강호인들의 기를 죽이는 법이었다.
입매를 조금이라도 올린 인물은 예씨 문중의 소저뿐이었다.
그녀만이 어린 마광익주의 뒷모습을 대놓고 뚫어지게 응시했다.
‘검성 노인네가 뭐라고 지껄이든, 내 태사의 뜻이 우선이야. 말을 전한 걸로 됐지 뭐.’
매끄러운 웃음을 뒤로한 마광익 일행은 금방 운향원에 들어섰다.
평소의 고즈넉한 침묵이 감돌던 거처가 아니었다. 희미하게나마 피 내음이 풍겼다.
불쑥 들어온 소년과 청년들을 보고 하인들이 저마다 놀라는 가운데, 정연신은 마당에 있는 남궁화신을 봤다.
작은 연못에 허리를 굽힌 채 손을 적시는 모습이었다.
청색 고수의 몸가짐이 흐트러져 있었다. 바위에 한쪽 발을 올리고서, 입가에 묻은 울혈을 손등으로 쓸어낸다.
일행의 기척을 느낀 뒤 온전한 모습을 보이고자 한 듯했다. 늦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는지 겸연쩍게 웃는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남궁화신이 말했다. 소년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대신 비무대에 올랐다던데.”
“대전운이 좋아 패하지 않았습니다. 후기지수를 만나지 않은 것도 흡족했습니다. 직전에 만난 무인까지, 모두 좋은 공부를 선사해 준 중견 무인이었지요. 어차피 이제는 젊은 무인들의 다수가 떨어졌고, 중장년의 고수들이 주로 남았다고 하더군요.”
조곤조곤한 어조였다. 형인 청기린이 남궁화신에게 보여주곤 했던 얼굴일까.
옆에서 작게 일렁이는 연못처럼 미미한 웃음을 짓는다. 허나 고단해 보였다.
“…….”
가을바람이 소년의 얼굴에 선명히 끼쳐왔다. 정연신은 반투명한 감촉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미풍 한 자락이 잠시간 침묵 속에서 맴돌았다. 연못의 물결이 겹겹으로 밀려났다.
소년은 고맙다고 얘기했다.
* * *
다음 날.
입황성 일행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정문 근처에서 그들을 목도한 맹회 무인들은 부끄러움을 알았다.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수뇌도 구태여 심무련 격파 소식을 널리 알리지 않았다.
맹회의 사기와 민심을 끌어 올리는 축제의 나날이었다. 무림맹 개파대전은 섬서 한중에 펼쳐진 무(武)의 제전이라 할 만했다.
“휘선검(輝禪劍), 여주일협(如州一俠)! 뭇 동도들의 견식을 넓혀 줄 이들은 나오시오!”
공력을 품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진녹색 무복을 입은 중년 사내, 총군사 대리인 제갈천이 친히 나섰다.
맹회의 백도무림 정통성을 상징하는 거대한 원형 비무대 위였다. 엄청난 함성이 사위를 가득 채웠다.
와아아아아아!
천 명을 헤아릴 듯한 군중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계절이 여름날로 돌아간 듯한 열기였다.
사방에 솟아 있는 목조 망루들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용케도 버티고 있었다.
황삼을 걸친 중년인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휘선검 섭운철(葉韻喆)이란 인물로, 한중에서 나고 자란 토착 무인이었다.
짙은 검미와 유난히 뚜렷한 안광이 비범함을 방증했다. 제갈가주의 매제로도 이름 높았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여주일협 소준(蘇俊)의 기도 또한 출중하다.
그가 비무대에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주변에 둘러앉지 못해 관중용 망루에 올라가 있던 자들이 한차례 휘청였다.
보법에 실린 기파가 그렇게 만들었다.
중견고수들의 존재감은 후기지수들과 달랐다.
그들이야말로 개파대전의 제패를 논하는 주역이다.
“용과 호랑이가 저렇게나 많소. 굳이 무리하여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니오?”
“만약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세인들의 시선은 어찌할 거요?”
“한중은 이미 본 맹회의 땅이니, 대의를 말한다면 수치가 희석되지요.”
“군사의 말이 옳소. 애초에…… 장로급 아래에서 마광익주를 상대할 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 각 세가 무력대의 수장들만 해도 한창때의 중년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소이다. 화산검절께서도 하산하시지 않았소?”
“그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약관도 안된 소년 고수를 그들에게 들이민 것 자체가 입황성의 노림수였지요. 우리로서는 패하면 그야말로 망신이요, 이겨도 온전한 승리가 아니었을 겁니다.”
무림맹 수뇌들의 관전석이었다. 휘황한 차양막 아래, 넓게 펼쳐진 그늘을 속에서 나지막한 담소가 오고 갔다.
온 생애에 걸쳐 당연한 것이 된 승리감이 품격 있게 흐른다.
자신들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무림 호족들이었다.
한켠에는 화산파 도복을 입은 중년 검객이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눈 감은 얼굴이 거북함을 드러냈다.
점창파 장문제자로서 대표로 자리한 소검후도 그랬다. 멍한 얼굴에 묘하게 불편한 안색이 감춰지지 않았다.
허나 무림맹 개파대전은 시대의 흐름을 알리는 격류다. 산중에서 도를 닦는 문파들로서는 어찌하기 힘든 일이었다.
“휘선검과 여주일협이라. 자네는 어디에 걸었나?”
“이미 화산검절과 언가제일권 쪽에 남은 가산을 절반씩 붓고 왔네만…… 저들의 비무를 보는 걸로도 개안할 만하지. 나는 휘선검의 검법이 조금 더 날카로울 듯싶군. 한때는 한중 제일의 기재로 불린 검객일세.”
“여주부 인근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듯한데.”
군중들이 흥분 섞인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휘선검 섭운철과 여주일협 소준이 마주 섰다.
삽시간에 열기가 고조됐다. 함성이 끝 간 데 없이 올라간다.
나흘째 이어진 중원에 다시 없을 축제가 또 한 번 열리기 직전이었다.
그때.
쾅!
깃발 하나가 비무대 한복판에 비스듬히 내리꽂혔다. 거센 경파가 바닥을 파고들었다.
흙먼지가 동심원을 그리며 쓸려나가는데, 경력 파동에 폭급한 진기가 실려 있었다.
강철의 깃대에 묶인 하얀색 장포가 격렬하게 펄럭였다.
등판에 새겨진 황(荒) 자를 만방에 드러내면서.
“입황성의 마광익주! 한중 땅의 민초들을 가엾이 여긴 섬예 정연신이!”
웬 청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극성으로 끌어 올린 듯한 진기까지 담겨 있었다.
비무대에 꽂힌 깃발에서 무색으로 일렁이는 공력과 같은 기질인데, 사자후를 연성한 것마냥 팔방으로 메아리치는 음성이 이어졌다.
“영천검귀와 심무련의 무공 군세를 물리치고 왔다―!”
엄청난 포효였다. 순간 대기가 흔들린 듯했다.
돌발 사태가 터졌다. 백도 강호에서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저돌적인 형태인데도 뭇 사람들의 웅지를 뒤흔드는 광경이다. 수군거림이 해일처럼 사방으로 번졌다.
수백의 군웅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순간.
입황성의 백색 깃발 아래에 흑포의 소년이 자리했다. 경악스러운 보신경이었다.
가공할 경공의 역풍이 뒤늦게 확 끼쳤다.
새까만 장포와 흑발이 동시에 휘날리는 가운데, 어린 마광익주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사절로서 참가하기로 하였는데, 본 대주가 부덕한 탓에 늦었다. 본래 그대들 맹회는 본성에 대적하고자 결성되지 않았나. 이 몸이 없어서야 무슨 의미일까. 아니 그런가?”
온전히 입황성 흑색으로 행세한다. 실로 오만한 목소리였다.
자세와 기질도 그러했다. 어린 초고수가 휘선검과 여주일협의 사이에 오연히 섰다.
매끄러운 턱을 살짝 든 채 비무대 아래의 군중들을 굽어본다.
“마광익주?”
“그 보신경은……!”
소년은 중견고수 두 사람을 본 체도 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뒷짐을 지고, 다른 손아귀에 입황대협의 장포 깃발을 감아쥐었다. 그리고 바닥에 박힌 깃대를 빼 올리며 얘기했다.
“입황성은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
말과 함께 곧장 다시 박아넣었다.
쿵!
몹시 둔중한 진동이 울렸다. 발치에서 공력 파동이 원형으로 번져나간다. 흐린 바람과 함께였다.
깃대와 비무대가 완전히 수직을 이뤘다. 반동을 맞이한 깃발이 거칠 황 자를 뽐내며 흔들렸다.
“늦은 책임을 통감한다. 하여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비무에, 본 대주가 홀로 임할 터이니.”
마광익주가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그대들은 차륜전의 수치를 염려하지 말라.”
“…….”
세상이 멈춘 것마냥 몇 호흡의 시간이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