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연모(繼慕)와 고뇌 (苦機)
⑶준비를 끝낸 뒤.
마차에 타고 빌린 연회장에 도달하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하인들이 그녀들을 맞이하며 안내를 한다.
“준비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도착하자마자 카렛가의 하녀들이 아샤와 그녀의 어머니가 필요한 차림새로 갈아입고 단장하는 데 세심하게 거들어 주었다.
아샤의 어머니는 드레스 차림을 내려다보며 뭔가 그리운 듯 그리 말했다.
그야 집안이 몰락하기 전에는 그녀도 일일이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생활하던 입장이었으니까.
지금은 혼자서 텃밭도 일굴 정도이지만 그동안의 고생담은 이루 말할 수도 없겠지.
“어머나! 아샤도 잘 어울리는구나.”
아샤의 어머니는 그녀의 차림새를 보고 손을 마주치며 감탄했다.
아샤 또한 오늘은 자리가 자리이니 그녀가 입은 것은 최근 왕국 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푸른색 계통의 드레스다.
머리도 평소에는 그저 방해되지 않도록 틀어 올렸지만 지금은 하녀들이 곱게 빗어 정돈해 주었고.
또한 목에 걸친 목걸이나 그 외의 장식들도 드레스와 함께 그녀의 금발에 잘 어울렸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구나! 그런데 언제 준비한 거니?”
“아…… 이 드레스. 얼마 전에 제가 모시는 주군께서 주신 거예요.”
아샤는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으며 그때 일을 떠올렸다.
동생 약혼식 갔다 온다 하니.
‘그럼. 축하 선물 겸 보너스.’라고 말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걸 떠넘겨 줬다.
아니, 드레스라면 예전에 도시 건축 기념 연회 때 받은 것도 있는데?
그러나 아렐은 그런 자리에는 조금 뽐내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반쯤 억지로 떠넘겼지.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건가 싶긴 하지만.
거절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는 게 뭔가 의아하긴 했지만 묻진 않았다.
일단 순순히 입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시구나……
이렇게나 일일이 챙겨 주시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황송하기 그지없지만 그 덕에 감사하고 있다.
“흐음…… 그렇구나. 과연, 그런 거구나.”
다만 어머니는 아샤와 그녀의 차림새를 쭉 훑어보며 뭔가 납득한 듯 중얼거렸다.
과연 무슨 의미인가?
왠지 모르게 아샤는 뭔가 마음에 걸렸으나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아샤. 지금의 네 모습을 보니, 잘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어쩐지 아샤의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고 있었다.
“어머니?”
“아이렛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아샤 네가 더 걱정이었단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었다.
가문이 몰락한 뒤.
사실상 말이 전 귀족이지 ‘페르닐가’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허울 좋은 이름뿐이었다.
지방 귀족인 아샤의 어머니의 본가에서도 나 몰라라 하고, 그 시절은 정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야 호미로 고블린 정도는 때 려잡을 정도로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그런 마당에 결국 아샤마저 생활비를 벌겠다면서 여자의 몸으로 기사단에 자원해 버리고 만 것이다.
당연히 마음 아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부모가 제 자식이 검을 들고 고생하는 걸 바라겠는가.
이후 우여곡절 끝에 아렐의 호위기사로 임명되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것이 제대로 성공한 것일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 널 보니 잘 지내는 모양이구나.”
그 불안도 지금의 아샤를 보니 조금은 씻겨 내려간다.
적어도 현재가 힘들고 불행하다면 지금 같은 얼굴을 하진 않을 것이다.
부모로서 눈이 그것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흐려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말로 다행이구나.”
“……네.”
아샤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때론 긴 말을 하는 것보다, 그렇지 않는 게 보다 선명하게 전해지는 법이지.
아샤의 손을 맞잡은 어머니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드디어 다 알겠다는 듯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래, 이제야 안심할 수 있겠구나.
더는 걱정하지 않으마.”
“네. 그것보다 오늘은 아이렛의 약혼식이에요. 그걸 잊으면 안 되잖아요?”
적어도 감격해야 할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남동생이지 않는가.
“그래, 그렇구나. 후후후.”
아샤의 어머니는 쿡쿡 미소 지었다.
“그래, 아이렛도 좋은 아가씨랑 만나서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구나. 그리고 아샤 너도 말이다.”
“네?????? 음?”
고개를 끄덕이던 아샤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샤 너도?
왜 그 안심한다는 의미에 자신도 들어간다는 걸까?
그러나 아샤의 어머니는 그 이상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아샤는 지금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나 착각이지 않을까 싶었다.
기본적으로 약혼식의 의례는 당사자의 가족끼리의 회합을 가지는 자리와.
그리고 그것을 공적으로 밝히는 자리로 나뉘게 된다.
오늘의 자리는 먼저 카렛가와 페르닐가의 사람들이 직접 만나 자리를 가지고.
그리고 밤에는 친분이 있는 귀족들을 불러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그들 앞에서 공인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이렇다.
두 양가의 사람끼리 모이는 자리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카렛가는 상대의 가문을 격 따위로 얕잡아 보거나 하지 않는다.
거기에 이미 아샤와 카렛 후작은 아렐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서 안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다음에는 약혼식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다.
연회는 화려하게 열렸다.
장소의 대여와 준비는 카렛가에서 주도했기에 마치 그들의 부를 과시하듯 꽤 거하게 치러졌다.
“어머나…… 굉장하네……
아샤의 어머니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사실 몰락하기 전이래도 페르닐가는 지방 귀족 규모였으니까.
그렇게 재정이 풍족한 건 아니었지.
당연히 이런 광경이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 그런 건가요?”
반면 아샤는 감탄하는 제 어머니를 옆에 두고 그녀의 반응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그제야 아차, 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샤! 굉장하지 않니?”
“……그런 걸까요?”
뭔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아샤는 한 박자 늦게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렇죠! 그게 정상이죠!’
일하는 곳이 하필이면 왕국 최대의 부를 자랑하는 아렐의 성이다 보니 이런 감각도 다소 마비된 모양이다.
좋지 않다. 좋은 일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렐이 굉장한 거지, 자신이 대단한 게 아니지 않나.
돌아가고 나면 조금 반성해야 할것 같았다.
어쨌든 그것보다는 지금 이 자리를 축하하는 마음을 갖자.
이미 저 앞에서는 카렛 후작이 아이렛과 헤이아 두 사람을 소개하며 약혼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렇게 오늘 이런 경사스러운 자리를 앞두고 우리들은 이 두 젊은이들을 축복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의 축사가 막 끝나자 손님들이 두 사람을 보며 갈채를 보낸다.
아직은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듯 쑥스러워하는 아이렛과 어쩐지 우쭐한 듯 당돌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헤이아.
어쩌면 그의 말대로 저런 두 사람 이기에 딱 맞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후작가의 차녀와 약혼을 올릴 상대라기에 어떤 가문의 아이인가 했는데…… 페르닐가? 처음 듣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만 처음 듣는 게 아닌가 보네요.”
하필 아샤의 귓가에 들린 건 그리 썩 좋지 않은 귀족들의 담화였다.
아무래도 수련을 하여 남들보다 기척을 느끼는 감각이 좋기 때문에 듣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저들 딴에는 소곤거리며 말하지만 아샤의 귀에는 그것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샤는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샤의 어머니는 평범한지라 이 담화를 듣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뒷담은 여전했다.
“페르닐가! 드디어 기억났네요! 분명 예전에 몰락한 집안이었죠.”
“세상에, 그랬었군요.”
“어쩐지 들은 적도 없더라니……
“거기에 몰락 이전에도 지방 귀족인지라 그렇지 않아도 몰랐을 것이에요.”
이미 그들의 뒷담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가문이라니…… 아무리 최근의 왕국 내 귀족들 간에 연애는 자유라지만 이건 좀 심한 게 아닐까요?”
“그러게요. 카렛 후작도 보는 눈이 없네요.”
“거기에 페르닐가의 아이도 저렇게나 유약해 보여서야…… 어머?”
열심히 뒷담을 까고 있던 귀족 부인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린다.
“왜 그러시나요?”
“아뇨? 뭔가 등 뒤에서 싸늘한 게…… 착각이려나요?”
“오늘은 날이 차니까요.”
“드레스는 유행에 맞는 거라 마음에 드는데 이게 문제네요, 오호호호호.”
착각이겠거니 넘겨짚고는 그녀들은 다시 수다를 떤다.
뭐, 그녀들이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하겠지.
조금 전에 느낀 건 더할 나위 없는 살기다.
듣다 못해 아샤가 무심코 내뻗은 살기다.
아샤 역시 왕국 내에서 상당한 경지에 이른 고수.
당연 그녀가 감정을 품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은 피부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아샤가 마음먹는다면 저 여자들을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데 3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것도 방해가 들어온다는 전제하에서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만들 정도로 아샤가 분별 력 이 없진 않다.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또한 그녀들이 눈치채지 못한 건 무심코 살기를 내뿜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거두었기 때문이다.
‘아니죠…… 지금 그건 듣지 못한 걸로 하죠.’
허둥지둥 마음을 가라앉힌다.
남동생의 경사스러운 자리를 망치면 안 된다.
‘. 참죠.’
원래는 이런 자리에선 가능한 참을 수밖에 없다.
아렐은 늘 주저 없이 상대를 깔아뭉갰겠지만. 그건 그가 특이한 것이다.
‘오늘만은 참아 주죠.’
그 뒤에도 모욕적인 뒷담은 계속되었지만 아샤는 인내심을 발휘해 잘넘겼다.
그리고 후작의 연설이 끝난 뒤 드디어 귀족들은 자유롭게 쏘다니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는 떠들썩해지니 그래도 쓸데없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이미 귀족들은 뒷담을 할 틈도 없이 후작에게 인사를 하거나 카렛 양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는 등 정신이 없다.
‘이렇게만 잘 무사히 넘기면……
왠지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아샤가 한숨을 쉬며 하인들이 건네는 술잔을 받아 들었을 때다.
지나치는 줄 알았던 영애가 아샤의 앞에 멈추더니 말을 걸었다.
“어머, 아샤? 오랜만이네요.”
“?????? 예?”
반사적으로 아샤는 제대로 화답도 하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왜 자신에게 말을 걸지? 그녀는 누구지?
알아보지 못하자 그 영애는 조용히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
“아하하하…… 역시 기억하지 못하시네요.”
“……저어? 대체?”
“저예요, 저. 넬페스트 가의 장녀.
에스틸.”
에……스……틸?
멍하니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아샤는 그제야 기억난 듯 입을 뻐금거렸다.
“설마 그 에스틸?”
“예, 이제야 기억이 나셨나 보네요.”
이제야 기억이 났다.
가문이 몰락하기 전 그녀의 아버지의 친우.
넬페스트가의 현 가주의 장녀.
어릴 적 몇 번 마주치고 그 뒤에는 연락을 한 적이 없기에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에스틸. 어릴 때와 인상이 달라져서 알아보질 못했네요.”
“아뇨, 어쩔 수 없죠. 저희가 마주쳤던 건 아주 조그마했을 때일 걸요. 20년도 더 지났던가요?”
“18년 정도예요.”
“그, 그렇네요.”
아무래도 최근에는 시기에 민감한 나이가 되었기에 아샤는 이것만은 단호히 정정했다.
“그보다 놀랐어요. 설마 아샤의 남동생이…… 카렛가의 아가씨와 약혼을 하다니.”
“네…… 어느샌가 그렇게 됐네요.”
“혹시 아샤가 주선해 준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샤는 에스틸의 질문에 당혹스럽다는 듯 손을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