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종이,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 죠 (4)
“설계도 일부만 보여 준 건 딱히 너희에게 장난치려고 한 게 아냐.”
“굳이 그걸 탓할 마음은 없소.”
그것에 불쾌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분명 그들도 이해할 것이다.
아직 일을 받을지 결정되지 않은 자에게 앞으로 이곳을 먹여 살릴 핫아이템을 전부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술자에게 있어 기술은 생명이 오. 이해하오.”
분명 그들도 대장간 내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자기들의 노하우를 보호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우선은 나머지 것도 보여 줬으면 하는데 말이오.”
아켄은 약간 내 눈치를 보는 듯이 은근슬쩍 나머지 설계도를 보여 줄것을 요구했다.
근데 방금 말 흐린 거…… 설마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지?
아니라고 믿는다.
난 근육 난쟁이 중년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냐.
그래? 나머지 말이지?
나는 금고에서 설계도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아켄이 그 설계도에 손을 뻗기 전에 다시 냅다 내쪽으로 끌어 당겼다.
“음!?”
다시 내밀고.
그리고 또다시 빼앗기.
“이게 무슨……”
그의 짧은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주려다가 빼앗기.
이것이 드워프를 능욕하는 방법.
진짜 나 왕자에 전생자가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맞아 죽기 딱 좋았을지도 모르겠어.
“우선은 먼저 보여 준 설계도의 부품을 만들어 줘. 나머지는 그다음 보여 줄게.”
“그렇지만……”
“이해하잖아? 그렇지?”
방금 전 아켄이 한말을 고대로 돌려 줬다.
기술의 보호.
그게 가장 중요하지?
나머지를 보고 싶으면 우선은 내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내 신뢰를 얻어라.
“아니면, 설마 못 만드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나는 일부러 그들의 자존심을 살살긁었다.
만드는 거야 간단하지?
그럼 그 뒤에 설계도를 차근차근보여 줘도 문제없잖아? 응? 응?
응?
“……알겠소.”
아켄은 똥이라도 입에 머금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집을 보려 봐야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우선은 시키는 일부터 먼저 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곧바로 드워프들은 내가 선정한 공장 후보지들을 둘러보겠다면서 먼저가 버렸다.
내가 장난을 치긴 했지만, 서둘러 앞다퉈 집무실에 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열의가 가득했다.
“대충 속내는 알 거 같은데……”
탁탁탁.
나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지금도 그들의 땀내 나는 근육이 잊히지 않는다.
아니, 그들의 설계도를 향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속내? 그들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건가요?”
현재 집무실에 남은 건 호위인 아샤뿐이기에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다.
아무래도 아샤는 그 아켄이란 드워프에 대해서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처음부터 막말을 들었으니까.
“걱정 마. 이상한 뜻은 아냐. 어디까지나 장인으로서 속내.”
“장인?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요.”
“기사들도 뛰어난 검술을 가진 자움직임을 보고 기억해 두고 싶거나 하잖아.”
“아??????
그렇게 비유하자 조금은 이해한 것 같았다.
다먼도 그들은 오로지 장인 기질로만 움직이는 종족이라고 했다.
흥미가 있거나 이유가 없으면 제아무리 억만 금을 안겨 줘도 결코 망치를 들지 않는 종족.
그런 그들이 제 발로 여기까지 찾아와서 내 일을 받아 주고자 한다.
“그 정도로 이 설계도가 마음에 든 건가.”
정확히는 이 설계도에 근간이 되는 기술 자체인 것 같지만.
“도제가 장인의 기술을 엿보면서 자기 걸로 만드는 건 흔한 일이거든.”
드워프들이 저리도 앞다퉈서 열의를 보이는 건 내 종이 제작 기계가 흥미로운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구상하는 기술을 파해쳐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장인인 이상 보고 그리고 직접 만들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
나도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했다.
물론 나무랄 생각도 없다.
의욕이 있다면야 어떤 이유든 환영할 만한 일이니까.
거기에 어떤 의미로는 나도 남의 기술로 이렇게 떵떵거리며 사는 입장이다.
비록 전생의 것들을 이용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걸로 생색낼 만큼 인색하지도 않다.
“처음에는 아예 설계도를 다 보여 줘도 상관없다고 생각은 했는데 음?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
남은 설계도를 다시 금고에 넣었다.
이 금고는 내가 얼마 전 마탑에 주문해 제작한 특제 금고로서, 최소한 카니아 누나 정도의 오러 마스터레벨의 실력자가 아니면 부술 수 없다.
“당분간은 이걸로 미끼를 삼아야지.”
내 예상보다 더욱 그들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세를 쭉 밀고 나가는 게 좋지 않겠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사디스트 정신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좀 더 애가 타는 모습을 보여 줘!
좀 더 나를 즐겁게 해 봐라!
물론 열정 페이로 부려 먹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제대로 대가는 지급해 준다.
다만 이걸로 그들의 일할 마음을 더욱 끌어올리는 촉매로 삼을 생각이다.
그렇게 보고 싶다면야 빠릿빠릿하게 일해서 내게 성의를 보여라.
자, 내 마음을 얻긴 쉽지 않다?
자고로 미끼란 물릴 듯 말듯, 앞에 놓고 흔들어 줘야 더 탐이 나는 법이다.
안달이 나야 더 제대로 일을 해줄 거 아니겠나.
나는 아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의욕에 불타오르는 공돌이들은 무섭다.
열흘도 채 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종이 제작 기계 1호를 완성시킨 것이다.
“애송이. 네놈이 주문한 대로 빠짐없이 완성했다.”
아켄은 별거 아닌 듯이 말하면서 나에게 받은 설계도 전체 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단 건 나도 알고 있다.
대체 얼마나 저걸 보고 싶었던 거야?
이쯤 되면 괜히 줬다 뺐다 하면서 약 올린 내가 미안해지는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건가?”
“당연하지. 누가 손을 댔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투로 아켄이 콧방귀를 뀐다.
“그래서 결과물은?”
“여기 있습니다.”
내가 묻자 다먼이 내게 둘둘 말려있는 매끈한 종이를 내밀었다.
이것이 저 기계로 첫 생산한 종이다.
“놀라울 정도로 깨끗한 종이더군요.”
“흣. 당연하지. 누가 계획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애송이가.”
나는 모 드워프의 말투를 흉내 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이전에도 다먼이 말했지만 이곳에도 물론 종이는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단순히 섬유를 찌고 불리고 가장 기초적인 종이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것에 비하면 색깔도 누렇고 촉감도 좋지 못하다.
거기에 강도도 약해서 잘못 펜을 놀리면 찢어지고 만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제작 비법을 저 먼 동양에 있는 국가에서 독점하고 있는 꼴이라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다.
기껏 해 봐야 성전이나 중요 서적 그리고 계약서 혹은 왕가에 이용되는 서류에나 쓰일 법하다.
거기에 가격도 비싼 편이라 일반적인 귀족들은 대부분 양피지를 이용하는 게 싸게 먹힐 정도다.
거기에 그 조악한 종이마저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인들이 몇 날 며칠을 손으로 뜨고 말리고 온갖 고생을 해야 한다.
반면 아렐표 종이는 기본적으로는 대부분의 공정은 기계에 맡긴다.
물론 마법 도구를 이용한 기계기에 순수한 과학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가.
어쨌든 내 쪽은 적당히 교육을 시킨 작업자들만 달라붙으면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원료가 되는 나무야 이곳에는 넘쳐 나는데다가 벌목 작업은 이곳 주민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들은 이곳 숲의 길이나 지리에 익숙하니 안성맞춤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을 동안은 이 공장이 멈출 리는 없을 것이다.
“애송이. 이대로 괜찮겠나?”
아켄이 기계들을 두드리며 묻는다.
이제 내가 오케이 사인만 내리면 드워프들은 이대로 같은 기계를 몇 대건 더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공장을 차리고 종이를 생산한다.
“응. 이대로 부탁해.”
나는 다시 한번 아렐표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이대로 속행할 것을 지시했다.
한 달 뒤, 본격적으로 종이 생산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기게 제조가 전부 끝나자 드워프들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돌아갔다.
수고를 생각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이라도 좀 대접할까 했는데 거절했다.
쌓인 의뢰가 많아서 길게 체류할 수 없던 모양이다.
묵묵히 할 일만 완벽하게 해 놓고 돌아보지도 않고 가는 건가.
쿨 하다고 해야 할지, 요령이 없다고 해야 할지.
드워프 장인 아켄은 떠나기 직전.
“애송이…… 또 시킬 게 있으면 얼마든지 불러라. 언제든 검토해 주지.”
이런 말을 하고는 그대로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다.
또 불러 달란 말을 한 거지?
그런 거지?
근육질 단신의 중년이 이런 말을 해 봐야 전혀 두근거리지 않거든요?
어차피 조만간 또 그들에게 일을 부탁할 날이 오겠지.
그들이 나를 좋게 봐 준다면야 좋은 결과다.
작업원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은 내 사업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고 있다.
지난 도로 공사 이후로 이곳의 사정이 제법 나아졌기에 그들은 나를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1차로 판매할 종이는 무사히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그다음에는?
당연히 팔아야지.
* * *
이틀 뒤. 이제 이 종이를 돈으로 바꿔 와 줄 사람이 찾아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3 왕자 아렐님. 아니, 이젠 파힐리아의 영주 각하라고 불러 드려야겠군요.”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머리색은 나와 똑같은 회색이다.
그는 공손히 예를 올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리첸 아인레스트라고 합니다.”
“일단은 제 외삼촌뻘이라고 들었는데요.”
“네, 정확합니다. 아렐 님의 어머니. 리파나의 동생이니까요.”
청년은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머리색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아무래도 나는 엄마 쪽 가계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은 모양이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이걸로 나 장래 근육맨 진화 가능성은 점차 낮아졌군.
다행이다, 내 유전자엔 문제는 없어.
진심 아빠 쪽 안 닮아서 다행이다.
외가의 유전자 만세.
“아렐 님? 제 얼굴에 뭔가 묻었습니까?”
“아무것도 아냐. 빨리 일 이야기부터 하자.”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장사에 관한 건 때문이다.
이번 종이 판매 건으로 어머니의 외가, 아인레스트가에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보내 달라고 연락하자, 그러니까 내 외삼촌? 리첸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아마 내가 중요한 품목이라도 당부 했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즉, 혈연으로 똥똥 뭉친 관계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 혈연이 최강이지.
핏줄로 대동단결.
“아버지가 어찌나 성화시던지, 빨리 가서 아렐 님을 도우라 하시더군요.”
“……그것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듣자 하니 내가 아인레스트가를 2차 유통 창구로 삼은 이후에는 주로 그가 대부분의 관리해 온 모양이다.
처음엔 장사에 익숙지 않아 이래저래 고생을 해 왔지만 지금은 나름현장에서 구르고 공부해 알아주는 상인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