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34
11. 이젠 내가 공격할 차례지?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 깔짝거리면 굉장히 귀찮다.
작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 왱왱거리는 모기만큼 짜증 나는 것도 없다.
여기서 선택이 갈린다.
모기를 잡고 갈 것인가.
아니면 몇 방 물려주고 빠르게 끝낼 것인가.
안정적으로 하길 원한다면 당연히 모기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안정적인 것보다 빠름을 추구했다.
“1년? 그 전에 끝내야지.”
퀘스트로 인해 다시금 깨달았다.
멸망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소소한 퀘스트 완료에 웃을 때가 아니었다.
다시 고삐를 잡고 달려나가야 할 때였다. 재상으로 인해 잠시 느려졌지만 상관없다.
달릴 시점은 딱 하나.
‘지방 감찰이 시작될 때.’
그때를 기점으로 알렉시안은 다시 움직일 것이다.
근위대장에게 약속했기에 황궁 밖으로 나가지는 않겠지만 이 황궁 안에서도 재상을 비롯한 귀족들을 엿 먹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귀족들을 엿 먹일 방법을 궁리하며 귀족들의 태클을 버텨내고 있을 때, 관료들은 알렉시안이 언제쯤 포기할지 몰래 내기하고 있었다.
매번 알렉시안이 직접 확인하며 야근을 하다 보니 관료들조차 지쳐가는데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알렉시안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매일 귀족들의 꼬장을 직접 막아야 하는 처지니 버티지 못할 것이라 본 것이다.
“얼마나 버티겠어?”
“글쎄··· 끽해야 한 달 아니겠어?”
알렉시안의 안타까운 모습에 관료들이 도와주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귀족원이 대놓고 하나하나 따져가며 반대하는 것을 해결하려면 최소 보름에서 한 달이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단 황실 자금으로 땜빵을 놓고 나중에 관료들이 채워주는 방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귀족파와 홀로 싸우는 외로운 처지가 된 것.
“지독하네.”
“그러게.”
보름이 넘어갈 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결국 한 달을 넘게 버텼네.”
“이러면···귀족파도 다급해지겠는데?”
기어코 한 달을 넘기면서 이제 공은 귀족파로 넘어가게 되었다.
나름 관료들이 도와준다고 빠르게 움직여주면서 지방 감찰에 대한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알렉시안이 궁에서 나오지 않고 매일같이 일만 하는 것을 보면서 점차 지쳐간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알렉시안의 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제국민이라면 대다수 알고 있는 이야기였으니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 보았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끝내 버텨내었고, 그런 그의 의지에 다들 놀랍다는 듯 반응했다.
“점점··· 몸이 좋아지시는 것 같사옵니다.”
옆에서 지켜보았던 시종장조차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알렉시안.
그러자 활짝 웃으며 자신의 몸을 바라본 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짐도 그렇게 생각하네.”
“운동할 시간도 부족하실 터인데···.”
“몸에 쌓인 독이 해독되어가서 그러지 않을까 싶네만.”
“그럴 가능성이 크겠군요.”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건강했다.
운동하는 몇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대다수를 책상에만 앉아있는데 왜 점점 건강해지는 것일까?
시종장은 절대 알지 못할 비밀.
그건 바로 서브 퀘스트 덕분이다. 그런데 그 서브 퀘스트가 최근에는 귀족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서브퀘스트(쉬움) 상인의 거리 치안에 대한 귀족의 요구를 해결했습니다. 보상으로 체력이 소폭 상승합니다.]이런 식으로 귀족들이 뭔가를 반박하거나 요구해올 때 해결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
독이 사라지면서 크게 체감이 되진 않는 보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보기엔 힘들어 보여도 알렉시안 개인으로서는 크게 힘들진 않았다.
지구에서의 삶과 비교해볼 때 일을 극단적으로 많이 한다고 보기에도 애매했고, 육체 역시 계속 좋아지니 귀족들이 시비를 걸 때마다 ‘언제까지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버틴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서류 지옥의 끝이 보인다는 점이 더 의욕적으로 버틸 수 있게끔 한 것 같았다. 귀족들 역시 지방 감찰이 시작되면 엿됨을 잘 알기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끈질기게 괴롭혀 왔으나 그때마다 알렉시안은 되려 웃었다.
저들의 마지막 발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끝이 다가왔네.”
“고생하셨습니다.”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한텐 미안하군. 웬만하면 빨리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쉬게 하고 싶었네만.”
“소신은 괜찮사옵니다.”
“곧 여유가 생길걸세. 그때 반드시 은퇴하게 해주지.”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종장을 물렸다.
이 빌어먹을 고생길도 내일이면 끝이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뎠으니 이제 달콤한 과실을 취할 때.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더미 속에서도 웃으며 야근을 끝마친 알렉시안이 해가 뜨기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고생했네. 그리고 좀 더 고생해주게.”
감찰대신으로서 마지막 업무를 끝낸 헤르윗의 어깨를 두드려준 알렉시안.
“폐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대 역시 고생했네.”
치안대장 지오반니 역시 그간 고생한 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주심을 감사드리옵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명백하게 딸리는 재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써주며 명예로운 은퇴를 하게 해주는 알렉시안의 자비에 고개를 숙이는 지오반니.
그러자 헤르윗 역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방감찰 역시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헤르윗의 말에 지오반니 역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재상에 의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당한 방식으로 그를 괴롭히긴 했지만 모든 귀족이 과연 정당한 방법만 사용했을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알렉시안이 한발 물러날 것을 대비해 비밀리에 다른 상단을 만나 불법을 저지른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대신들의 도움으로 심어놓은 친위대 출신의 관료들이 친위대와 비밀리에 협조하며 조사를 해왔다.
“움직임은?”
“대회의가 시작할 때이옵니다.”
지오반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마지막까지 잘 준비하라는 말과 함께 미리 대전으로 향했다.
황좌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알렉시안.
그런 그의 모습을 뒤늦게 도착한 귀족들이 흠칫하며 바라보았다.
관료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알렉시안의 모습을 보며 마침내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모두 온 것 같군.”
재상을 마지막으로 모두가 온 것임을 확인한 알렉시안이 대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감찰대신과 치안대장의 자리가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반격의 시작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재상이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이럴 줄 알고 기세를 꺾어놓으려고 온갖 꼬장을 다 부린 것인데 알렉시안은 죄다 버텨내면서 사업을 진행시켰다.
그렇다면 이젠 자신들이 버틸 차례였다.
“지방 감찰을 나갈 인원이 전부 뽑혔음은 들었을 것이오.”
“예. 폐하.”
재상이 대표로 답하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그럼 시작해야겠지.”
애초에 재상과 서부 귀족들이 원해서 시작한 판이다.
반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내무대신은 북부에서 프랑코 경과 선별된 서부 귀족들과 만난 것으로 하고, 남은 건 이쪽인가?”
알렉시안의 신호에 일단의 무리들이 대전에 들어왔다.
서부로 향할 인원들과 남부로 향할 인원들이 대전의 중앙에 섰다.
주요 인원들만 세웠음에도 대전을 꽉 채운 사람들 앞에 근위대장 레슬러와 동부 방어군 총사령관 크롬웰 후작이 서 있었다.
바로 그 때 감찰대신과 치안대장이 뒤늦게 대전을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처음엔 극적효과를 노린 이벤트같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던 귀족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달리 두 사람은 근위대장과 크롬웰 후작을 지나 알렉시안의 바로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폐하. 신 감찰 대신 헤르윗. 마지막 업무를 끝마치고 왔사옵니다.”
“폐하. 신 치안대장 지오반니. 폐하께서 명하신 마지막 업무를 끝냈사옵니다.”
두 사람의 말에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상관없이 알렉시안이 명을 내렸다.
“보고하라.”
“구도심 개발에 관한 다수의 비리가 행해짐을 적발했습니다. 현재 범죄자들을 송환하는 중이옵니다.”
“폐하. 구도심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법 마약들의 유통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관련자들 전원 송환 중입니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그동안 알렉시안을 괴롭혔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공사에 태클을 걸고 몇 개는 서부귀족 출신의 상단들에 양보를 하거나 중립적인 상단에 양보를 하기도 했다.
한데 그런 놈들이 비리를 저질렀다?
할 말이 있을 리가.
귀족들에게 줄을 댄다는 것은 곧 비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아무래 재상이라도 사소한 비리까지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 그저 큰 그림을 그리고 알렉시안을 막는 것에 집중하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알렉시안은 정신없이 막는 와중에 사소한 비리들을 잡는데 집중했다.
‘시비를 걸려면 단속이라도 잘 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안대장과 감찰대신의 보고를 전부 들은 알렉시안이 재상을 바라보았다.
그가 분노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개가 똥을 끊지.’
알렉시안이 재상의 공격에 정신없이 처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자 다시금 뒷주머니를 챙기려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반격의 빌미가 되어주었던 것.
“말을 해보시게. 그대와 귀족들이 문제 삼아 양보한 건들인데 어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송구하옵니다.”
“왜? 이번엔 관례라 말하진 않는가?”
알렉시안의 조롱에 재상은 말없이 침묵했다.
“한차례 정리를 했음에도 여전히 수도는 더럽다. 중앙은 더할 터. 지방은 어떠할지 궁금하군.”
그의 말에 귀족들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귀족들은 여전히 욕심이 많다. 조사해보니 각 지방의 추천으로 올라온 귀족들이··· 딴 주머니를 찼더군.”
서부뿐만이 아니었다.
남부, 북부 등 주요 관직이 아닌 중간관리자급에서 문제가 생겼다. 알렉시안의 기세가 주춤하다 싶으니 딴 생각을 품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알렉시안에게 명분이 되어주었다.
“물러날 감찰 대신과 치안대장을 대신할 많은 추천이 있었네만···솔직히 믿기 힘들군.”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대신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일단 이 두 대신이 추천한 인물로 대신토록 하지. 추후 짐이 그대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된다면 다시금 뽑도록 하겠다.”
그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감찰대신과 치안대장이 추천한 인사가 단승귀족조차 받지 못한 평민출신임에도.
심지어 알렉시안은 약식으로라도 새로이 대신급이 된 이들에게 귀족작위를 수여하지 않았다. ‘임시’로 자리를 채운 것이라는 명분이었으나 이는 명백하게 ‘평민’을 대신급으로 두겠다는 의도.
몇몇 노귀족이 발작하듯 반발하려 했으나 알렉시안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상단 역시 마찬가지다. 귀족과 연관되면 문제를 일으키는군.”
“···폐하.”
“기회는 충분히 주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배신한 건 그대들.”
재상이 입을 열었으나 알렉시안은 단호히 말을 끊어버렸다.
“지금은 짐의 뜻대로 따르라. 문제가 된다면 그때 그대들의 충언을 들을 것이니.”
그 전까진 반론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히 말하자 재상이 표정을 구겼다. 그러나 반론은 하지 못했다.
문제는 알렉시안의 공세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인고의 시간을 버틴 달콤한 열매를 먹은 알렉시안이 재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딱 대. 뒤질 때까지 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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