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9
3. 털려면 마지막까지 제대로!
르센의 보고에 수도는 그 즉시 혼란이 일었다.
선황이 죽자마자 제국을 위협한다고?
추측에 불과한 말이었지만 이미 기사는 기정사실처럼 보도했다.
「현 황제 폐하를 무시하는 듯한 군사행동. 묵과해선 안 된다!」
「폐하의 암습시도 배후에 누가 있는지 더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북부와 남부가 대놓고 난리 치자 서서히 가라앉던 숙청 분위기가 다시금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거기에 더해 이를 덮으려던 귀족파 역시 대역죄인 것처럼 몰아가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다시금 숙청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는 폐하께서 저희와 한 약조를 어기신 것이옵니다.”
“더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정쟁으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과격하게···.”
탕!
“그만.”
책상을 내려친 재상이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칸벨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자 모든 귀족들이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쟁? 묵과할 수 없어? 그래서 어쩔 생각인가?”
칸벨리의 말에 귀족들이 헛기침하면서 그의 분노한 시선을 피했다.
“감정대로 할 것이었으면 숙청을 시작할 때 반란이라도 일으켰어야지!”
“···.”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이미 늦었다.
정말 1황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선황이 위독해졌을 때 정쟁으로 몰고 가며 2황자를 옹립했어야 했다.
선황이 죽고난 후 난이라도 일으켜 2황자를 옹립하기로 했으면 모른다.
“북부와 남부가 개입했네.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지?”
칸벨리의 분노에 찬 외침에 다들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한 귀족이 조용히 말했다.
“당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 당할 수만은 없지. 그러나 현 황제가 우리한테 반격할 기회를 줄 것 같은가?”
그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귀족파가 반격할 기회 따윈 없을 것이라고.
적어도 현 시점에선 절대 없을 것이니 포기하라고 말하는 칸벨리를 보면서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 황제폐하를 그 정도로 평가하시는 겁니까?”
한 젊은 귀족의 말에 칸벨리가 입술을 깨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가 따윈 상관없네. 이미 승냥이들이 우리를 뜯어먹게끔 판이 깔렸네.”
그의 말에 다들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네. 선황폐하가 눌러놓은 것들을 현 황제는 절대 막지 못할 것이네. 그때가 우리의 기회가 될 테지. 그러니 지금은 내주세.”
괜히 반대해서 여론마저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추가적으로 더 뜯기는 것을 막자는 칸벨리.
그 대신 미래를 위해 이곳 황궁에 귀족파의 세력을 어느 정도 유지시키는 것.
그것이 칸벨리가 그린 그림이었다.
중앙의 상권 일부를 내준다 한들 여전히 귀족파가 유리한 건 변함없다. 대신들이야 나누어 가진다지만 관료체계의 기반은 대부분 귀족파가 먹고 있다.
‘얼마든지 다시 장악할 여력은 있다.’
중재자의 포지션?
어린 황제가 그걸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영민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과연 모든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가 보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국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불안정한 중재 따위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것이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황제의 곁에서 꿋꿋하게 버텨내며 재상의 자리에 오른 것이 그였다. 현재가 어렵다면 미래를 준비하며 버티면 되었다.
‘기회는 언젠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다시금 버티기에 들어갈 생각을 하는 칸벨리.
“그럼··· 잡힌 이들은 포기하는 겁니까?”
자신들의 장기 말로 이용된 하위 귀족들과 관료들.
그중에는 제법 능력 있는 아까운 인재들 역시 있었고, 몇몇 귀족들은 귀족파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품을 납품하는 상인 가문도 있었다.
“폐하의 시종장이 정말 대역죄인일까?”
칸벨리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들도 눈치채지 않았나. 때맞춰 나타난 노트. 그리고 이어진 자백. 그러나 그에겐 어떠한 연고도 찾아볼 수 없네. 그런 주제에 살고자 발악하는 것도 없네. 전부 연기일 뿐.”
시종장을 이용하기 위해 직접 칸벨리가 비밀리에 만나본 적도 있었다.
겉으로는 살려달라 애원했으나 달랐다.
실상은 자신들을 이용하려 했을 뿐. 오랜 정치 경험으로 그 정도를 구분할 눈 정도는 키운 칸벨리이기에 낚이지 않을 수 있었다.
“선황이 준비한 안배일 가능성도 있네. 어쩌면 진짜로 현 황제 폐하의 심복일 수도 있겠지.”
그 말에 회의장에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자신의 심복을 끝내 처형시킬 정도로 독하게 마음먹었다면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내놔야 할 것인가?”
그의 물음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줄 거면 어설프게 내주지 말게. 기반을 유지하는 선에서 깔끔하게 줘버리고 방관자의 포지션을 잡아야 하네. 저들이 우리를 뜯을 승냥이가 아닌 우리가 내준 먹잇감을 두고 서로 싸워대는 짐승으로 만들어야 하네.”
칸벨리의 말에 모두가 눈에 독기를 품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 봤자 중앙에서의 손해일 뿐.
여전히 서부의 기반은 굳건했다.
모두가 칸벨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굳게 다짐했다.
내줄 거 다 내주고 방관자가 되자고.
이런 다짐과 함께 정쟁의 일어날 대전으로 향했다.
그곳엔 평소 잘 참석하지 않던 대귀족 마르코와 북부의 머리라 불리는 르센이 검성을 대신해 참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운 점은 회의 내용이었다.
“어···.”
한 귀족파 출신의 관료가 멍하니 대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폐하. 일단 조사부터 하심이 옳지 않겠사옵니까?”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조사 역시 해야겠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제국에 대한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두개를 동시에 하는 것은 어떤가 싶네만.”
“소신도 폐하의 뜻대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옵니다. 내부는 내부대로, 외부의 위협은 외부의 위협대로 대응해야 함이 옳을 줄 아룁니다.”
마르코가 한 발자국 앞서 나오며 치고 나갔다.
남부군을 지원한다 말했고, 르센은 감사를 표하며 남부에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 말했다.
그러자 알렉시안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중앙군 일부를 파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명했다.
이제 남은 건 귀족파뿐.
“이참에 문제가 되는 도시국가들까지 처리해버리는 것이 어떤가?”
“폐하. 중립지대가 사라진다면 긴장도가 높아지며 군사들의 피로도가 올라갈 것이옵니다.”
귀족파가 반격을 해보았으나 알렉시안은 직접 반격하는 대신 다른 이에게 넘겨버렸다.
“그렇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르센에게 묻자 그는 조용히 나와 말했다.
“중립지대가 지금처럼 넓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의 반만 유지해도 충분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 말에 입술을 깨무는 몇몇 관료들.
머리 좋은 르센답게 근거를 하나 한 들어가며 설득하는데 반박할 명분이 없었다.
북부에 관해선 가장 잘 알고 있는 르센이 뭔 말만 하면 그 즉시 반박하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벌 떨며 끝내 반박하는 몇몇 귀족들.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북서부에 있는 중립지대의 도시국가들.
그곳에는 서부의 막대한 자금들이 묶여 있었다. 탈세한 금액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세탁하는 곳이 바로 이 도시들이었다.
서부에서 들어온 막대한 자금으로 온갖 불법거래들이 만들어지며 현재의 도시국가들이 만들어졌는데, 이들을 점령한다면?
손해는 손해대로 나는 것은 물론 발목을 잡힐 수도 있었다.
“서부와 가까운 몇 개 도시 정도는 서부출신 귀족들이 처리함은 어떤가? 위급한 상황인 만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은근히 묻는 알렉시안.
그러나 선택지는 없었다. 서부 귀족들의 비리 자금들이 가장 많이 묶여 있는 곳이 그 도시들이었기에 반드시 처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토해낼 거 토해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설득해보겠사옵니다.”
“좋네. 제국의 주요 귀족들이 이리 한 마음으로 움직여주니 고맙군. 그럼 이제 남은 것을 처리해야 할 차례인가?”
그렇게 말하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몇몇 관료들을 바라보는 알렉시안.
“중앙군을 파견하려면 현재의 불안한 정국이 해소되어야겠지. 슬슬 기존의 조사들은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네만. 어찌들 생각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기세가 꺾인 귀족파를 상대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몰아붙이는 알렉시안.
사실 그가 한 건 별로 없었다.
감찰 대신이 그동안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고, 재무대신을 비롯한 몇몇 관료들이 귀족파가 독점한 부분에 관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입찰 범위를 말했다.
그러나 귀족파는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전부 내주고 방관하겠다?’
어차피 사전에 약속한 범위가 있으니 그 밖에 것들은 전부 내준다는 마음으로 온 것일 터.
‘그렇다면 편하게 먹어줘야겠지.’
굳이 계속해서 싸워가며 심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어느정도 결정된 사안은 빠르게 넘어갈 필요도 있는 법.
그렇게 마치 사전에 계획이라도 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회의.
회의야 저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알렉시안은 재상과 눈싸움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물러나겠사오나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옵니다.’
‘다음에도 재밌는 싸움 기대하지.’
분노를 다스리는 재상과 여유로운 표정으로 알렉시안.
그리고 그런 둘을 보는 마르코와 르센.
앞으로 일어날 거대한 싸움의 전초전이 끝난 것처럼 대전회의는 여러 관료들의 발표에 승낙하는 것으로 빠르게 끝나버렸다.
중간에 잡음이 들려왔으나···.
“감히 제국을 어지럽히는 이들에게 자비란 있을 수 없는 법. 법대로 처리하라.”
알렉시안이 직접 명령을 내리자 다들 고개를 숙였다.
잡음이 나왔던 부분이 바로 방계황족들이었기 때문이다.
“황실의 돈을 부정하게 빼돌려 축적한 자는 반역죄로 다스려라.”
알렉시안이 커트라인을 정해주는 순간 사실상 끝난 셈.
처음엔 분명 사소한 말실수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종장의 여러 진술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황궁에서 벌였던 많은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결국 대역죄로 결론이 났다.
황족들을 처리하는 판국이니 중간관료들이나 귀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음 날, 광장에 길게 늘어선 근위기사단이 만든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알렉시안.
병약한 몸이기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헐떡였지만 꿋꿋하게 광장까지 직접 걸어가 그곳에 마련된 황좌에 앉았다.
“시작하라.”
그의 명령에 따라 끌려나오는 대역죄인들.
가장 선두에 선 인물은 시종장이었다.
“···.”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후련한 표정을 짓는 시종장.
그런 그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종장이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의 죄를 사죄하는 듯 깊이 머리를 숙인 그가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 때부터 진짜로 처형됨을 느꼈는지 울며불며 알렉시안을 부르짖는 이들.
보통 자신의 자비를 드러내기 위해 처형장에서 용서를 해주는 경우도 간혹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일말의 희망을 품은 이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종장조차 죽였는데 남은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 리 없었다.
결국, 하나씩 떨어지는 머리들.
피바다가 된 처형장을 바라보는 제국민들의 눈엔 두려움과 후련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악명이 자자한 이들이 다수였기에 후련하면서도 현 황제가 직접 처형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본 알렉시안이 황좌에서 일어나 명을 내렸다.
“이들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본 이들은 몰수한 재산에서 나누어 보상하도록.”
“예! 폐하.”
“또한, 이번 혼란으로 피해를 입은 제국민들에 보상의 의미로 제국에서 운영하는 식료품점에 한해 주요 식료품을 반값에 살 수 있도록 하라. 부족분은 전부 황실에서 내어줄 것이다.”
그 말에 두려움이 담겼던 감정이 일시에 사라지며 알렉시안에 대한 호의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감정이 터져나오며 환호성으로 바뀌며 그를 연호했다.
“황제폐하께 영광을!”
그에게 영광을 올리는 제국민들.
비록 이번 한번일 가능성이 높으나 팍팍했던 삶이 잠시라도 나아질 것이기에 환호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알렉시안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환호하게 만들어주겠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할 것이나 그 돈은 아직 숙청하지 못한 이들에게서 뺏어올 것이다.
그가 이 게임의 세상에서 이룩할 것은 무력도, 지혜도 아니다.
‘명예.’
가장 드높은 명예를 이룩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그의 앞에 환하게 빛나는 글자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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