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15)
2. 인맥을 관리하는 방법 (5)
나유리의 손을 꼭 붙잡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자 최수정이 끼어들었다.
“으응? 나현이는 시뮬레이션 처음이야?”
“응. 나는 정부 지원 각성자라서. 여기 시스템은 다 낯설어.”
“흠, 흠. 그렇구나-. 포지션은?”
“저격수. 수정이는?”
“나는 마법사!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야!”
최수정은 덧니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이거야 참, 나현이도 유리보다 나랑 호흡이 더 잘 맞겠는데? 바람과 저격은 찰떡궁합이잖아?”
그 말에 나유리는 뭐라 반박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 꾹 다물었다. 바람 속성과 저격수가 궁합이 잘 맞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성실한 나유리로서는 최수정이 아무리 싫다 해도 억지를 부려서 반박하긴 힘들었겠지.
전에 수련장에서 사기꾼에게 억지를 부렸던 건 사기꾼을 그 정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업보가 대단하다, 나유한.
나유리는 말없이 입술을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더 꾹 잡았다.
“그렇지만 나현 씨는 제 친구예요. 수정 씨의 친구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살짝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반박할 거리가 떠올라서 다행이다.
금발 적안의 고양이상의 미소녀가 의기양양하게 웃는 모습은 위풍당당하게 걷는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어째 진짜 고양이 수인족인 최수정보다 이쪽이 더 고양이 같다.
“아하, 그래? 나현아, 그럼 나랑도-”
“준비 다 됐어.”
최수정이 폭탄 같은 제안을 하려는 찰나, 덤덤이가 끼어들어 폭탄의 심지를 잘랐다.
“돌출형으로 하는 대신 난이도를 좀 낮추기로 했는데. 괜찮아?”
뒤따라온 사기꾼이 내게 다가와 말을 이었다.
“당연히 괜찮아! 오히려 내가 실수할까 걱정이야.”
처음으로 환상 연습을 하는 것이니 이에 걸맞게 긴장하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나는 초보자니까, 실제로도 실수를 하겠지. 미리 복선을 깔아 주자.
그리 생각하며 말을 더 이어 나가려던 때, 덤덤이가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야. 연습이니까.”
정확히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하는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긴장하면 오히려 실력이 나오지 않아. 중요한 건 열심히 하려는 의지야.”
나름대로 나를 배려해 주는 걸까?
덤덤이가 좋은 말을 해 준 덕분에 분위기도 풀렸다.
역시 누구랑은 인성부터 다르다. 굳이 누구라 말하진 않겠지만.
“그래요, 막 걸으려는 아이에게 한 번에 걷지 못한다고 탓하는 사람이 잘못인 거죠!”
나유리가 말을 덧붙였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가 대신 화내 줄 거니까요!”
나는 잔뜩 긴장한 것처럼 팽팽해져 있던 풍선 같은 기분에서 약간 바람이 빠지는 걸 느꼈다.
각오는 했지만, 실전에서 혹시 뒤처질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들 각성자 사회 출신들이고.
“……응!”
뒤처지면 눈칫밥을 먹을지도 모르니까. 안 좋은 인상을 줄지도 모르고.
둘의 발언 덕분에 내가 실수를 해도 대놓고 뭐라 탓하진 못하게 됐다.
다들 좋은 아이들이다.
그걸 이용해 먹으려는 나야 나쁜 사람이지만 말이다.
잠시 후 드디어 시뮬레이션이 시작됐다.
원딜인 나는 지휘자인 사기꾼과 함께 후방에 배치되었다. 최수정은 마법사이므로 후방에 있어야 하지만 본인이 포메이션은 자유롭다고 주장해서 중간쯤의 거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덤덤이와 나유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전방에 나아갔다.
“온다! 포메이션 준비!”
사기꾼이 깃발을 들었다.
아카데미 보급형 낡은 깃발과는 다른, 여러 기능이 있는 새 깃발이었다.
* * *
085
모두가 긴장하여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전쟁의 시작을 알린 건 한 발의 총성이었다.
탕-!
빠르게 날아오던 비행형 몬스터가 정확히 코어를 저격당하고 힘없이 추락한다.
역시 생각보다 저격 능력이 좋다.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전방, 돌격형 몬스터에 대비!”
“마법사, 바람으로 비행형 몬스터를 몰아서 추락시켜!”
“말 안 해도 알아요!”
“오케이~!”
나유리가 불꽃의 주먹을 휘둘러 코끼리를 닮은 돌격형 몬스터의 장갑을 깨트렸다. 그 틈으로 강나현이 코어를 저격해서 부수었다.
생각보다도 더 안정적이군. 둘의 호흡이 좋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넷이라 해야겠군.
내가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지시하고, 최수정이 바람으로 비행형 몬스터를 몰아 추락시킨다. 나유리는 추락한 몬스터들과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한다.
코어가 돌출된 형태의 몬스터는 코어를 바로 부수고, 장갑이 감싼 형태의 몬스터는 장갑을 부순다. 장갑을 부수면, 강나현의 저격이 장갑 속 코어를 부숴 마무리한다.
종종 최수정의 바람을 이겨 내고 날아가는 몬스터는 강나현이 마력 탄환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생각보다도 더 이상적인 흐름이 나왔다. 이대로 파티를 짜도 좋을 것 같은데.
박시우?
혼자서 온갖 무기를 휘두르며 앞에서 장갑이고 코어고 다 부수고 있다. 그러니 너무 많은 괴물이 몰려오지 않도록 하는 역할 정도로 내버려 둔다.
하여간 괴물 자식. 언제 또 저렇게 강해진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쪽이 유리한 건 아니었다.
보통 돌출형 게이트는 여러 파티가 모여서 연합형으로 공격하는 것이 원칙. 한 파티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한참 난전을 이어 가던 도중,
“윽!”
강나현의 마력이 다했다.
“이런……!”
탕! 쏘아진 탄환은 정확히 몬스터의 코어를 저격했으나, 마력을 담지 못한 탄환은 코어에 흠집만 남겼다.
키에에엑!
몬스터가 강나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깃발의 스킬을 사용해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키에에엑!”
비행형 몬스터의 날카로운 발톱이 방어막에 부딪친다.
캉! 캉! 방어막은 위태로이 흔들린다.
강나현은 마력을 쥐어짜 내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잘되지 않는 듯 헉헉대며 총을 쏴 갈길 뿐이었다.
곤란하군. 강나현의 스펙을 생각 못 했다. 장비 덕인지 생각보다 길게 버티고 있어서 내버려 뒀는데 실수였나?
“최수정! 강나현은 지금 전투 불능이다! 이쪽을 지켜!”
“오케이~.”
최수정의 바람이 비행형 몬스터에게로 쏘아졌다. 바람에 조각조각 썰린 몬스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 아직 싸울 수 있어!”
“마력 다 떨어졌잖아. 지금의 너는 쓸모없어. 쉬어.”
마력이 없는 각성자는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힘든 짐 덩어리일 뿐이다. 마력 포션은 있지만, 이런 시뮬레이션에 소비하긴 아까우니까.
“큭……!”
강나현의 서포트가 없어지자, 전선에 더 부담이 걸린 듯 나유리가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박시우가 몬스터를 더 많이 맡아 주고, 최수정이 몬스터를 몰면서 간간이 공격에 나서기도 했으나 늘어난 부담을 전부 처리하기엔 무리였다.
특히 최수정이 놓친 몇몇 몬스터를 처리하던 강나현이 사라졌으니, 최수정의 부담도 심해졌겠지.
강나현이 이탈했을 즈음 서서히 기울어지던 전세는, 결국 최수정이 놓친 몇 마리의 비행형 몬스터가 후방의 방어막을 부수면서 무너졌다.
강나현은 나를 지키려는 듯 열심히 총을 쏘아 댔지만, 마력 없는 탄환은 코어를 부수진 못하고 흠집만 남길 뿐이었다.
몬스터의 후방에 있던 우리가 죽은 걸로 판정되면서 시뮬레이션이 종료되었다.
“흑…… 나 때문에…….”
강나현이 울먹였다.
하지만 흐려진 그녀의 표정과 달리 난 강나현에게 칭찬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강나현의 패시브, 은 보통 정확도에 보정을 더해 주는 스킬이다.
하지만 보정을 많이 하면 그만큼 앗아 가는 마력도 크다. 아직 마력 E에 레벨 1인 이 녀석의 경우, 스킬의 효율도 그야말로 개쓰레기다.
그럼에도 내가 이 녀석의 마력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루틴을 유지했던 건, 총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이 녀석의 명중률 자체가 높아서 스킬에는 마력을 거의 빼앗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녀석이 게임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거지? 폐기된 캐릭터인가?
예상외의 원석을 찾아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아뇨! 나현 양 덕분에 오래 싸울 수 있었어요!”
“맞아. 초보라고 믿기 힘들었어.”
박시우와 나유리 둘도 우울해하는 강나현을 위로하고 있었다.
“냐하하! 저 아이, 정말 본인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구나?”
최수정은 이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 이용하기 편한 환경에, 이용하기 편한 성격이야. 그렇지?”
마치, 이용할 생각이지? 라는 뒷말이 들리는 듯했다.
“글쎄.”
그래. 이용할 생각이다.
“그보다 선배님, 혹시 실제 게이트 체험에는 관심 없으십니까? 이따 좋은 곳에 갈 생각이어서요.”
당신도 말이지.
나는 최수정이 흥미로워할 만한 미끼를 던졌다.
185
* * *
얘가 또 일을 벌이네.
난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침울해진 순수 미소녀’ 컨셉을 열심히 연기했다.
사기꾼이 최수정과의 비밀 회동을 무사히 끝낼 수 있어야 했으니까!
“마력 포션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분명 더 오래 할 수 있었을 거야. 네 실력에는 문제가 없었어.”
“맞아요! 마력이야 레벨만 올리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그럴까……?”
덕분에 이쪽은 덤덤이와 나유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빨리 이야기 끝내, 완전 제멋대로인 자식아.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사기꾼이 최수정과 적당히 합의를 마친 듯하기에 나는 순수 미소녀 연기 쇼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합동 수련은 몇 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환경을 다양하게 조절해 가며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아무래도 내 마력이 부족해서 계속 문제가 되었다.
덤덤이와 나유리는 침울해하는 나를 열심히 위로해 줬다. 착한 녀석들.
오늘 사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