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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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말하는대로
허리춤에 맞닿은 책에서 영거리로 전탄이 명중하자 기사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그리고 한번 생긴 빈틈을 놓칠만큼 성훈은 어리석지 않았다. 검을 가슴팍에 박아넣으면서 그대로 돌진하면서 미친듯이 난자를 시작했다. 춤을 추듯이 끌어당기면서 검을 더 깊숙이 박아넣고 사방을 맴돌면서 격자로 전력을 다해서 베기 시작했다. 단순히 베는것에 그치지 않았다.
기화까지 사용해서 민첩에 몰아넣자 잔상마저 생겨났다.
마치 검사의 스킬 중 하나인 블러 소드를 쓴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좀 더! 좀 더! 좀 더!’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딜을 쏟아부을수 있는 찬스가 오지 않는다는것을 성훈은 알고있었다.
아무리 룬 블레이드가 뛰어난 신검이라고 하더라도 검기같은 스킬이 없으면 부정형 몬스터에게 완벽한 데미지를 주는것은 불가능하다. 덕분에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음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기사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콰직!
가슴팍의 갑옷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난순간 기사의 투구안에 있는 화광이 한 순간 강해졌다.
힘을 잃어버렸다고 안심한 순간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듯이 기사의 검이 정면을 향해 쏘아져왔다. 한 팔을 잃고 빈사상태에 빠져있었음에도 그 검은 정확하고 재빨랐다.
‘피할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성훈이라면 피했을것이다. 그러나 자진걸음과 춤을 조합시킨 성훈은 지금의 상태라면 저 검을 피해내고 카운터를 날릴수있을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성훈은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상황이었다.
미리내나 탑랭커, 혹은 극도로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거의 스킬에 모든것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미션에서 제공하는 무술을 익히고 몬스터를 사냥함으로써 스스로의 스타일을 추가하는 수준. 깊이도 심오함도 없는 그저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그건 성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냉정하게 평가해보자면 성훈의 센스나 재능은 확실히 평범한 인간보다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특별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가 강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거금과 꼼수를 이용한 초반의 미션 독점으로 인한 스탯의 증가 덕분, 그리고 검술사라는 특이한 직업이 낳은 스킬들의 상승효과 때문에 얻은 강함이었다. 만약 모든 스탯이 동일한 상태에서 스킬이 없이 싸운다면 성훈의 실력은 노말 중에서 상급, 아무리 높게 쳐줘봐야 랭커중 최하위급일것이다.
‘한 번에 하나의 행동을 하는게 아니야. 피하면서 동시에 찌른다!’
그러나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던 두 가지 종류의 스킬과 스스로의 전투경험, 센스를 하나로 조합시키면서 성훈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갔다. 일종의 자기류(自己流)라고 할수 있었다.
피싯!
기사의 검이 성훈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대로 힘을 받기 전에 먼저 앞으로 치고들어온덕분에 피륙을 베는 정도로 피해를 줄일수 있었다. 그리고 성훈이 내지른 검은 정확하게 기사의 목을 꿰뚫고있었다.
“크르르르르….”
뭔가 말하고 싶은듯이 그르륵 거렸지만 더 이상 그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검이 휘둘러지면서 목과 몸이 두동강났기 때문이다. 그대로 불똥으로 변해 사라지는 기사를 앞에 두고 성훈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성훈은 곧 검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종 춤을 추면서 중간중간 자진걸음을 사용하기도 하고 왼손에 들린 책을 이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움직임이 부드럽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서 멈춘다면 뭔가 사라질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떠오를듯하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확실하게 이미지하기 위해서 성훈은 계속해서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멎은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세상에. 대체 얼마나 난리를 친거야?”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것만같고 입에서는 단내가 강하게 풍겼다. 전신은 땀으로 목욕이라도 한듯했고 살짝 움직였는데도 근육통이 밀려들었다. 초월적인 체력을 지니고나서는 이렇게 지친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마력도…바닥났군.’
갓 태어난 아기염소처럼 부들거리면서 간신히 포션을 꺼내 마시고 통증이 심한 부위에 살짝 뿌려주자 간신히 몸을 가눌수 있었다.
“내가 아이템도 수거안하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군.”
헛웃음이 나왔지만 의미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세히는 알수없었지만 방금전 그 난리를 부린덕에 말로 설명할수 없는 깨달음 비슷한것을 얻은것이다. 가끔 미리내가 깨달음이니 뭐니 말할때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니 알수 있었다. 말로 설명할수 없고 지금까지 쌓아온 무언가를 바꿔버린 이것이 바로 깨달음 이라고 말이다.
일단 경지가 더 올라간것에 만족한 성훈은 겁화의 기사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워들었다. 그가 떨어트린 아이템은 붉은 구슬과 장검, 그리고 귀걸이, 장갑으로 총 4가지였다.
업화의 정수
등급 : 유니크(中)
종류 : 정수
-화염의 기운을 간직한 조각입니다.
-무기나 방어구에 사용시 염(炎)속성 보너스를 얻을수 있습니다.
-복용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특별한 스킬을 사용해서 내단(內丹)으로 정제할수 있습니다.
“으음.”
등급도 등급이고 내단으로 정제할수 있다는것도 매력적이었으나 일단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건네줘야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인벤토리에 넣었다. 능력치가 낮으면 모르겠지만 성훈은 총 능력치만 따져본다면 애독가의 효과로 인해서 충분히 사람들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그렇게 큰 욕심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관심을 가진건 나머지 물건들이었다.
홍옥의 귀걸이
등급 : 레어(中)
종류 : 귀걸이
-홍옥을 이용해서 만든 귀걸이입니다. 단순히 홍옥에 미스릴을 이용해서 만든 예술적가치가 높은 귀걸이였지만 오랜시간 불의 기운에 노출되면서 불의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법적 가공을 거친다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낼수 있을것 같습니다.
-화염계열 스킬 사용 5% 위력 증가
-전체 마력의 3%를 축적 가능
-모든 능력치 +10
분노의 장검
등급 : 레어(上)
종류 : 검
-재질은 평범한 흑철이지만 강력한 불의 기운이 내제되어 있습니다. 검에 숨겨진 광기를 이끌어낸다면 강력한 힘을 얻을수 있습니다.
-타격시 5% 화염 추가 데미지
-화(火) 속성 보유, 스킬 시전시 상승 효과
-근력 +10, 민첩+5
-‘분노’ 하루에 한번 사용가능(분노 발동시 근력, 민첩, 체력이 5분간 10% 상승)
고대의 미스릴 장갑
등급 : 유니크(下)
종류 : 장갑
-미스릴을 실로 짜내어 만든 장갑. 금속인 미스릴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만든 실로 짜내 매우 얇고 마치 천과도 같은 부드러움을 자랑합니다. 마력을 주입시 강철과도 같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장갑으로 받아내는 모든 종류의 데미지 15% 감소
-위에 또다른 장갑 착용 가능
-근력 +15, 체력 +20
귀걸이와 장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대박은 바로 고대의 미스릴 장갑이었다. 얼핏보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능력치 증가율도 레어급인 귀걸이보다 훨씬 낮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능력치보다 다른 옵션이 훨씬 더 중요했다.
일단 위에 다른 장갑을 덧대어 낄수 있다는것만으로도 대단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대단한것은 바로 장갑위로 받아내는 모든 데미지가 15% 감소된다는 표시였다.
격투가가 아닌 이상 이 옵션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을것이다. 원거리 공격을 주로 하는 마법사나 사제도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전사들은 이 장갑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장갑을 통한 데미지가 줄어든다는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무기를 사용할시 받는 충격을 줄여준다는 말도 되는것이다.
“어디.”
룬 블레이드를 들고 적당한 힘으로 옆의 벽을 후려치자 짜릿한 통증이 팔에서 느껴졌다. 이번에는 반대로 장갑을 끼고서 가격하자 확연히 느낄수 있을정도로 충격이 줄어든걸 느낄수 있었다.
검을 제대로 잡고 싸우면 모를까 거의 곡예에 가까운 전투를 하는 성훈이나 환(幻)계열 검법을 익힌 사람들에게는 이런 옵션의 장갑이 누구보다 절실할게 분명했다. 일단 귀걸이와 장갑은 착용하기로 하고 장검은 팔기로 했다.
“B-급 던전의 보스치고는 조금 짠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까.”
나온 아이템 중 하나는 이무기에게 바쳐야할 판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유니크 아이템은 종종 나오는 편이었다. 비록 하급에 불과하지만 지난번 강제 미션을 제외하고도 조금씩은 매물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만큼 높았다.
‘이것들과 이번에 얻은 아이템들을 처분하면 한밑천 잡을수 있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성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함정에 사용했던 무기들을 전부 회수해야하는것이다. 겁화의 기사에게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 이번 미션에서 얻은 전리품을 다수 사용할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놓고 간다면 억울해서 잠도 자지 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