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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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이무기
좌에서 우로, 사선으로 내리치고 다시 우로 빗겨베는 번개같은 검격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는 뒤로 물러나며 검을 빗겨올려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키고 말았다. 바로 이어진 반격은 마치 그림같이 허리를 뒤로 넘기는 몸놀림으로 피해내는 성훈이었다. 단순히 공격을 피해내는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앞으로 돌리지 않고 그대로 백덤블링을 하자 발이 기사의 턱을 가격했다. 거의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일단 명중했다는게 중요했다. 극소량이라도 일단 체력이 깎였다는 의미니 말이다.
‘이게 아주 쓸데가 많군.’
미션 시작전에 혹시나 해서 익힌 비보잉은 의외로 쓸모가 있었다.
난전이나 이런 식으로 한시도 가만히 있을수 없는 전장에서 예상밖의 화려한 움직임으로 재빠르게 대처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중간중간 사용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고 천방지축으로 움직이는것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험이나 전투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도망…가다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인간의 모습에 기사는 분노했다.
대체 이게 몇번쨰인가? 팔 하나가 날아가고 전신의 화염은 처음보다 기세가 상당히 죽은 상태였다. 그도 생각이란건 할줄 안다. 저 망할 인간이 조금씩 자신의 체력을 빼려고 한다는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검기를 사용한것도 아니었지만 저 인간의 검은 자신의 몸에 충분히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게다가 끈질기게 원거리 공격을 해서 성질을 돋구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기사의 속도는 빠르다.
성훈이 이 동굴의 지형을 외워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진심으로 달려온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따라잡힐수밖에 없는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쉽게 따라잡히지 않았다.
철컹!
천장에 숨겨놓은 무기들과 양쪽에 매달린 화살이 쏘아지면서 순간적으로 기사를 뒤덮었다.
하나같이 이번 미션에서 구한 꽤나 비싼 레어급 아이템들로 만들어져있고 김이현의 축복을 받아서 충분히 발을 묶을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성훈은 함정이 발동했을만한 타이밍이 되자마자 망설임없이 몸을 돌려서 기사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죽인다!’
순간적으로 염검강이 치솟아오르더니 성훈을 쪼개기위해서 내려치기 시작했다.
검을 살짝 틀어서 날로 막아내면서 동시에 찌르자 가슴에 검극이 박혀들어갔다. 그 부분은 처음에 헬 파이어가 명중했기 때문에 다른곳보다 훨씬 더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치뤄야했다. 일격을 성공시킨 대가로 가슴팍에 세 줄기의 선혈이 생겼던 것이다. 그것도 얼른 발레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몸이 세 조각으로 잘려나갔을것이다.
“칫, 아직 팔팔한가보군.”
뒤로 물러나던 성훈이 검손잡이로 벽을 후려치자 천장에 있던 종유석이 떨어져서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미 성훈은 완벽한 응급처치를 마치고 있었다.
[신성한 빛이 몸을 감싸며 상처가 아물어갑니다] [회복력이 상승합니다]김이현이 만들어준 스크롤을 찢어내면서 상처를 회복시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포션으로 목까지 축인다. 가는비에 옷이 젖는것처럼 기사의 체력은 적으나마 꾸준하게 줄어가고 있었고 성훈은 조금씩이나마 체력을 회복해나가고 있었다.
‘남은 함정 19개, 신성마법이 인챈트 된 단검 29개. 일단 있는것만 다 써야지.’
그 뒤로도 서로 쫒고 쫒기는 도주극은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끝에 마침내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제 슬슬 도망치는것도 지겨워졌으니 싸우지. 네가 그토록 바라던 정정당당한 대결이다!”
솔직히 별로 정정당당하지는 않았다.
한 팔이 잘려나가고 갑옷 군데 군데가 구멍이 난것은 물론 전신의 불길도 처음보다는 배 이상 약해져있고 마력도 거의 바닥난게 현재 겁화의 기사의 상황이다. 그에 반해 성훈은 마력이 꽤 떨어진것 외에는 멀쩡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몬스터라도 지금 성훈이 내뱉은 말에 태클을 걸 정도였다.
“정정, 당당? 어…디가, 정정당당이냐!”
“음? 이해 안되?”
정말로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린 성훈은 태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랑 나랑 체력 차이가 많이 나잖아? 그래서 일단 네 체력을 좀 많이 떨어트리고. 워낙에 강하니까 저주도 좀 걸고 팔도 하나 잘라내고, 그리고….”
찌익.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크롤을 찢는 바람에 멍하니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블레싱이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겸사겸사 버프도 좀 걸고. 어때? 이제 정.정.당.당.이라는 말이 이해되나? 나도 함정만든다고 재료도 많이 들어갔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공평한거지. 솔직히 내가 조금 손해본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쿨하게 넘겨주지.”
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태클을 걸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수 있었다.
우우우웅!
“죽여주마.”
추격전을 하면서 워낙에 많은 원거리 공격을 날리느라 검기를 만드는게 한계였다. 검강이 아닌 검기정도라면 자신의 신체능력으로도 충분히 받아낼수 있다. 더 이상 도망갈 생각은 없다.
이제는 전력을 다해서 녀석을 사냥해야 하는것이다.
전투의 양상은 일방적인 공세와 수세로 나타났다. 기사가 미친듯이 검격을 날리고 성훈은 전부 기기묘묘한 움직임으로 녀석의 공격을 전부 피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정면으로 상대하려고 했지만 첫 검격을 받아내는 순간 생각을 수정할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강하잖아!’
한참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보스는 보스였다.
검기가 아닌 검강이었다면 첫 일격을 나눴을때 충격으로 검을 놓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걸 깨닫고 바로 회피에 전력을 기울인것이다. 한편 어느정도 공방이 오고가자 기사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강자,로군.”
지금까지의 모습이 어쨌던간에 이 인간은 상당한 강자였다.
특히 몸놀림이 매우 뛰어났다. 마치 물흐르듯이 유려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물론이고 때로는 과감하게 안으로 파고들어서 당황시키기도 했다. 스스로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 전투를 통해서 성훈은 댄스 스킬은 무섭도록 빠르게 숙련되가고 있었다.
이 스킬을 얻은 이후로 제대로 된 강자와 싸워본적이 없어서 제대로 된 경험을 쌓지 못했다. 던전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미리내같은 강자와 파티를 맺음으로써 한번도 전력으로 싸워본적이 없는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더할나위없이 좋은 상대가 있었다.
2차각성자도 쉽게 볼수 없는 겁화의 기사. 그런 몬스터가 현재 팔 하나가 날아가있고 극도로 지친 상황이다. 그러나 순수한 검술만은 그대로 펼쳐낼수 있는 상황.
‘점점 더 리듬을 탄다고 해야하나?’
그 전에도 무의식적으로 박자를 세면서 싸우기는 했다. 하지만 기사와 싸우면서 점점 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었다. 마치 주변에서 음악이라도 흐르는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은 성훈과 기사였다.
“빈틈!”
관성에 따라 우로 휘둘러지던 검이 기사의 초월적인 근력으로 인해서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바로 다시 좌로 휘둘러졌다. 여기서는 발레로는 안된다. 다른 춤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급박한 순간 자진걸음이 발휘됐다.
피싯!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낸 성훈은 그대로 앞으로 뛰어가면서 어깨치기로 기사를 뒤로 밀쳐냈다.
‘방금전의 움직임은 뭐지?’
“크아아아아!”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듯 검이 날아왔지만 성훈의 머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금전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에 중요한것이 숨겨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성훈이 대표적으로 전투에 사용하는 춤은 발레, 살사, 왈츠, 탭댄스, 제국 전통 무용이 있다.
전부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현재 추고 있는 춤에서 다른 춤으로 넘어갈때 약간의 어긋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국 전통무용에서 왈츠로 넘어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어긋남이 발생하고 발레의 동작을 취하다가 살사를 추면 순간적으로 완전히 박자가 어긋난다. 지금까지는 그 빈틈을 노릴 적도 없었고 스스로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넘겨왔는데 그 문제점을 해결할수 있는 방법을 지금 찾을수 있었다.
‘자진걸음!’
검술사의 직업을 얻었을때부터 지금까지 익혀온 최고의 회피 및 반격기인 자진걸음. 이미 숙련도는 S급에 다다라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대로 펼치고 거둘수 있는 스킬이다. 이 자진걸음을 중간중간 사용해주면.
서걱!
룬 블레이드의 검날이 기사의 허리춤을 베어냈다. 전투가 벌어진이후 거의 처음으로 들어간 완벽한 유효타였다.
‘된다!’
여러가지 춤들이 커다란 톱니바퀴라면 자진걸음은 자그마한 톱니바퀴였다, 윤활제였다. 단순히 춤 중간중간에 자진걸음을 끼워넣은것뿐인데 성훈의 몸놀림은 방금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어색함이 사라지고 치고 들어오는게 매우 능숙해졌다. 고작해야 스킬 하나만을 응용했을뿐인데 마치 민첩이 몇배는 늘어난것만 같았다.
“좋았어!”
왠지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미리내와 겨뤄도 크게 밀릴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한, 움직임 따위는!”
필살의 의지를 담고 날아온 공격을 가벼운 탭댄스로 상체를 흔들어 피한 성훈은 왼팔을 내밀어 기사의 허리춤을 자연스럽게 감싸며 말했다.
“탄(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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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보다 체력이 높아? 그럼 좀 깎아야지.
힘이 뛰어나? 그럼 독약 좀 먹이고, 검술이 뛰어나? 그럼 팔 하나 자르고, 정신력이 굳건하면 좀 무너트려주고…흠, 이 정도면 나랑 비슷하게 된것 같군.
그럼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
흠…그보다 진짜 궁금해진게 있는데 과연 정정당당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단순히 지닌 신체 능력으로 1:1로 맞붙는게 정정당당한걸까요? 비실비실한 남자 대 격투기 선수의 체급을 인정한다면 직접 몸을 쓰는 무술, 태권도, 쿵푸, 유도것도 인정하고 검도 같은것도 인정할수밖에 없겠죠.
이 차이가 정정당당하지 않으면 가상현실게임이라도 해서 똑같은 육체와 똑같은 격투지식, 똑같은 독기를 넣어주지 않는이상 정정당당은 성립하지 않으니,
그럼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도구를 사용하는게 허용된다면 한 평생 전장에서 구른 병사에게 무기를 쥐어주는건 당연히 정정당당의 범위에 속하겠죠? 권법을 달인의 경지까지 익힌 격투가가 수족이 무기인것처럼 병사의 무기는 창과 검일테니.
궁수의 활이나 석궁이 인정되면 더 나아가 수십년간 사격술을 익힌 특수부대원이 사용하는 총도 인정이 될테고. 단순히 직접적인 무력이 아니라 함정전문가나 책사가 사용하는 함정, 계책, 이간질도 그들의 능력을 사용한거니 충분히 정정당당의 범주에 들어가는….
심지어 미사일, 핵폭탄도 충분히 그 사람이 사용할수 있는 능력이니 정정당당으로 취급될까요?
아, 뭐가 뭔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