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9
0139 / 0473 ———————————————-
17.새로운 만남
“뭐야, 엄청 허접이잖아?”
강무한이나 미리내같은 쟁쟁한 강자를 상대하다보니 성훈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약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노말급은 수십이 몰려와도 능히 혼자서 당해낼수있을 정도로 성훈은 강했다. 일단 무장해제를 시킨 다음 간단한 치료를 마친 성훈은 고민에 빠졌다.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됐던 것이다.
일단 가장 무난한 방법은 이대로 놓아두고 그냥 갈길 가는 것이다. 팔을 자르고 무기를 빼앗기는 했어도 일단 죽이지는 않은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것이다. 그 다음은 생색을 내는것이다.
생존 미션에서 한것처럼 치료를 해주고 적당히 구슬린다.
물론 그것만으로 마음이 돌아서서 미주알고주알 정보를 알려주고 협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없지만 적어도 원한은 사지 않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력차이가 압도적으로 나는데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 양보를 해주고 평화적으로 나온다면 사람인 이상, 양심이 있는 이상 부끄러워서라도 가만히 있을것이다.
합리적으로 샐각할때는 이 두가지 방법이 제일 효율적이다.
신시로 포획해 돌아가는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러기에는 거리가 너무나 많이 떨어져있고 5명이나 된다. 그렇다고 죽이고가자니 이들이 걱정했던것처럼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게 걱정이었다.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이다. 그러나 성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붙잡고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으으으음….”
정신이 몽롱하다. 숙면을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강제로 깨우는것만 같은 기분. 마음같아서는 이 편안함에 정신을 맡겨버리고 더 쉬고 싶었지만 기절하기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가면을 쓴 남자의 기억에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간신히 눈을 떴다.
“읍, 으읍?”
‘뭐야?!”
다른 동료들을 부르기위해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급하게 정신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깨달을수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있고 무장은 해제당한채 나무에 거꾸로 묶여있다. 게다가 팔과 다리까지 묶여있다. 그것도 손가락까지 각각 꽉 동여매서 뭘 어떻게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는게 불가능했다.
“우웁! 우우우우!”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지만 마치 고치처럼 꿈틀거릴뿐이었다. 한참 난리를 칠때 그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외로 일찍 일어났네?”
일본어가 아닌데 그 의미는 이해됐다. 그제서야 자신을 묶어놓은 사람이 누군지 알수 있었다.
‘그 한국인!’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천이 쑤셔지고 재갈로 고정당한 입에서는 그저 허무한 울림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좀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어차피 떠든다고 다른 사람이 들을것도 아닌데 괜히 힘 빼봐야 자기 손해 아니겠어?”
“…….”
“협조적으로 나오니 얼마나 좋아? 조금 진정한것 같으니 이제 슬슬 대화를 해보자고.”
스륵.
제갈이 풀려지자 신고는 입에 박혀있던 천쪼가리를 뱉으면서 말했다.
“젠장. 이거 당장 못 풀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럼 너는 내가 누군지 아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상대방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신풍 길드는 명실상부히 일본 제 1위의 길드지만 그렇다고 다른 도시에서 알수있는것은 아니다. 여기서 백날 신풍의 이름을 들먹여봤자 자기 입만 아프리라. 일단 심호흡을 한다.
“일단 이거 풀고 대화를 하지.”
“풀어줘? 내가 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카미카제(神風)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길드다.”
“그래서?”
“아까 한 일은 우리가 사죄하마. 따로 보상도 하겠다. 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원한다면 한국과 만남을 가질 때 공식적인 외교관으로 너를 지목해줄수도 있다. 다른 나라 사람과의 첫 만남이라는 생각에 너무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한것같다. 지금 이건 한국과 일본의 첫 만남이라고 할수 있는데 괜히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신고는 확실히 머리가 돌아갔다.
섣불리 자존심을 자극하는것도 아니고 죽일테면 죽여보라는등 식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가장 합리적이고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아 성훈에게 제시하고 있는것이다. 만약 그가 마주한것이 적어도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라거나 정상인이라면 이쯤에서 합의를 볼수 있었을것이다.
신시로 바꿔서 말하자면 해태파정도되는 길드가 사과를 해주고 공식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대우까지 해준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건 좀 끌리네.”
“그, 그럼….”
“하지만 안돼.”
“뭐?”
가면에 가려 코 밑으로만 보이는 표정으로도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을만큼 성훈은 조소를 날리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때 그 제안을 해보지 그랬어. 응? 선빵 갈기고 합의하자고 하면 참 잘도 합의해주겠다?”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보상도 섭섭지 않게….”
“그.러.니.까.”
허리를 숙여서 신고와 시선을 맞추고 있던 성훈은 그대로 일어나더니 나무에 매달려있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 다리를 매달고 있는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왜 내가 네 뜻대로 움직여야하는거지?”
세상일이 합리적으로만 돌아가면 분쟁은 왜 생겨나겠는가?
그렇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여기서는 신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게 이득이다. 그러나 성훈의 머리는 그렇게 생각해도 가슴은 진정되질 않았다. 초면에 제압을하고 선빵을 날린것은 물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신은 존댓말을 썼는데 저쪽은 버르장머리없이 반말을 찍찍 내뱉지 않는가?
성훈은 쪼잔하면 쪼잔하지 대범한 성격은 아니다.
뭐라고 외치는 신고의 입에 다시 재갈을 물리면서 성훈이 말했다.
“분명히 네 제안은 합리적이야. 서로 윈윈하는 조건이지. 너희들은 목숨을 구하고 나는 은혜를 입히고 보상을 받고. 하지만….”
콰직!
“음? 으, 으으으읍!”
품에서 꺼낸 단검이 번개처럼 내려치더니 전사의 허벅지에 내리꽂혔다.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서 제정신을 차린 전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칼침맞고 살아가는게 전사의 일상이라지만 그렇다고 결코 공격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다. 심지어 이런 무방비한 상황에서 민감하다고 알려진 허벅지 안쪽에 갑작스레 단검이 꽂혔으니 발작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단검을 살살 옆으로 돌리기 시작하자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허벅지에 커다란 구멍을 내놓은 성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윈(win)할테니 너희가 루즈(lose)해라. 풋.”
“읍! 으으읍!”
“말 좀 똑바로 해라. 예의만 없는줄 알았더니 이제보니 말도 제대로 못하네.”
“으읍!”
신고가 외치거나 말거나 성훈은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의식을 잃었던 사람들을 전부 깨우기 시작했다.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듯이 주위를 멍청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 성훈은 피가 떨어지는 단검을 던지고 받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부터 간단한 게임을 하나 할거야. 룰은 간단해. 나는 고문을 가할테니 너희들은 그걸 버티면 되는거지.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 알지?”
“웁!”
“아, 아 걱정하지 마. 너희들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 문명인으로써 어떻게 함부로 사람을 죽이겠어? 안 그래? 생명은 소중하니까. 크큭.”
가면 때문에 붙은 웃음소리였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치밀어오르는 공포심에 식은땀을 흘렸다. 피 묻은 단검을 들고 웃으면서 고문을 가하겠다는 남자. 그야말로 사이코중의 사이코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칙!
시간의 향초를 꺼내 불을 붙인 성훈은 모두가 볼수 있는 위치에 초를 놓고 말했다.
“뭐, 게임을 하기 싫은 사람도 있을테니 그만둘수 있는 방법도 설명해야겠지? 나는 정확히 30분까지만 고문을 가할거야. 그 후에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주는 사람은 게임에서 빠져나가게 해줄게. 그럼….”
푹!
“으으으으읍!”
“시작해볼까?”
더 미션의 사람들은 개인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전부 정신적으로 단련되어 있다.
피가 튀기고 사지가 날아다니며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살아남으면 싫어도 어느정도 감정이 메마를수밖에 없다.
전사들은 자신의 무기로 전해져오는 살과 뼈의 감촉을 무덤덤하게 넘기고 마법사는 마법에 터져나가는 몬스터의 몸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고문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타인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사람이 고통에 울부짖고 미친듯이 날뛰며 애원한다. 그런 상황, 그런 상황속에서 성훈은 동요하지 않고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치이이익!
시뻘겋게 달궈진 단검이 팔뚝을 오가며 상처를 늘여가고 있었다.
30분에 달하는 고문이었지만 이미 전사는 반쯤 의식을 놓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체능력이나 체력이 뛰어난 전사인데 너무나 빠른것 아니냐고 생각할수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전사로서의 능력이 독으로 작용했다.
‘안 죽는다.’
그렇다.
일반인에 비해 몇배, 몇십배의 생명력과 체력을 보유한 전사는 그리 쉽게 죽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적인 고문보다 몇 단계는 더 심한 고문을 가하면서 극심한 상처를 입혀도 포션을 먹이면 빠르게 회복된다.
게다가 이 저주스러운 몸은 쇼크사도 허락하지 않았다.
뚝, 뚝.
단검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잠시 바라본 성훈은 무덤덤한 얼굴로 재갈을 풀기 시작했다. 양심에 찔리지 않냐고? 그거야말로 웃기는 소리다.
성훈은 이 세계에 처음 떨어질때부터 사람들을 배신하고 살아남았다. 그 이후로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사람들을 미끼로 던지거나 함정에 빠트리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왔다. 이제와서 고작해야 고문따위를 가한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군번은 아니라는 얘기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허헝!”
“아니, 뭐 죄송할 필요까지야 있나. 어쨌든 게임은 재밌었지?”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솟아올랐지만 전사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 그럼 이제 게임을 더 할지 그만할지 알아볼까? 그 전에 잠깐….”
성훈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음파를 차단하는 스킬. 고작해야 하급의 스킬이었지만 현재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스킬을 파훼할 능력따위는 없었다.
“음, 일단 지금 생각나는건 다섯가지정도네, 첫째, 너희들의 도시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곳에서 어디로 가야 나오지? 두번째, 몇 명 정도가 도시에 존재하지? 셋째, 네가 알고 있는 랭커들과 그 랭커들의 특징을….”
성훈의 질문이 끝나자 전사는 최대한 비굴한 태도로 성훈이 내민 펜과 종이를 받아 답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바른 답은 아니었다.
‘이 개새끼! 너같은 놈에게 협조할것 같아?!’
타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감추며 거짓 정보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차 한잔 마실정도의 시간이 지나 모든 내용을 쓴 전사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내밀었다.
“흠. 내 예상보다…사람이 좀 많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자신이 직접 가서 확인할게 아닌이상 틀렸다는것을 알아차릴수는 없으리라.
“그, 그럼 이제 그만하시는 겁니까?”
“응? 아 물론이지.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왔는데 말이야. 자 그럼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자, 잠깐 읍?!”
어느새 근처로 다가와 포박을 하기 시작하는 성훈에게 저항하려고 했지만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은 제대로 움직이는것조차 불가능했다. 순식간에 제압을 마친 성훈은 남자를 다시 나무에 매달아놓고 여자마법사를 땅으로 떨어트렸다.
“이런 즐거운 게임을 구경하는건 싫지?”
“우웁! 웁!”
“그래, 그래 너희들도 다 같이 즐겨야지. 아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위험해보이는 녹색 액체가 든 포션을 눈 앞에서 흔든 성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만약 이 아가씨가 앞선 전사와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면 나는 매우매우 기쁠거야. 얼마나 나랑 같이 더 게임을 즐기고 싶었으면 거짓말을 했을까?”
“웁!”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끝내고 확인해줄테니.”
포션을 여자의 입에 물리는 성훈을 보면서 전사는 미친듯이 날뛰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향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
“아 됐어요.”
“괜찮으니까 더 받으세요.”
“됐다니까요.”
“그러지말고 좀 더….”
“아 됐다니까! 개x꺄!”
“어허, 넣어둬 넣어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