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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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괴물.
종말이 찾아온 이후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는 폐허의 도시. 움직이되 살아있지 않은 망자들과 아직 군데군데 전기가 들어오는 곳은 어둠을 밝혀서 더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담이 작은 사람이라면 바로 심장에 이상을 느낄정도로 으스스한 공기가 도시 전체에 내려앉아 있었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니었다.
가로수와 가로등을 사뿐사뿐 밟으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살을 쏘아보내는 남자와 그 뒤를 맹렬하게 쫒고 있는 몇명의 사람들은 눈이 돌아갈만큼 화려한 스킬들과 폭발들을 배경삼아서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달빛이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시야 확보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오밤중에 이런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다.
“쫒아! 저 녀석은 지금 지쳐있다고! 만약 놓치면 나한테 죽을줄 알어!”
“알았으니까 좀 닥치고 있어봐,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 개새끼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숫자로 밀고 들어와?!”
“흥, 그 허접한테 당하게 될 누군가가 참 불쌍하군. 몰아!”
쾅! 콰앙!
몬스터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집중시키며 빠른속도로 사람들이 사라진지 얼마지나지 않아 구석에 있던 잔해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핏보면 해진 천, 부서진 잔해로 보이는 그것은 밤의 어둠까지 더해져 왠만큼 집중하고 보지 않는다면 알아차리지 못할정도로 은밀했다. 그 거적떼기 속에 있던 자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테레사였다.
“저, 저기….”
“뭐죠?”
“방금전에 그 남자 좀 위험해보이는 상황이었던것같은데…도와줘야하지 않나요?”
네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딱 봐도 알수있도록 사냥당하고 있던 남자를 어떻게든 돕기 위해 활을 들어올리던 테레사를 막은것은 유령이었다.
가면을 쓴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유령은 그녀가 볼때 정말로 상냥, 아니 착한 사람이었다. 일면도 없는 사람을 위해 비싼 물약을 아낌없이 내놓고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선뜻 나서서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 유령이 설마 도움을 주려는 자신을 말릴줄은 몰랐던 것이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저도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밤입니다. 저만한 전투는 그만큼 눈에 띄기 마련이고 저희의 감지범위에 닿지 않는 장거리에서 누가 보고있을지 모릅니다.”
“여기계신 세르게이씨라면….”
“다른 사람들이 위협해도 쉽게 이겨낼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잊으시면 안됩니다. 저희는 지금 이미 다른 사람을 구하기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제 독이 발작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시간을 끌 여유는 없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성훈은 테레사를 응시하며 말했다.
“저는 어줍잖게 나섰다가 겉잡을수 없는 상황이 되는걸 싫어합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단 자신이 확실하게 처리가능한 범주내의 일에만 관련되고자하죠. 연구소에 간다. 그리고 최대한 치료에 쓸만한 물건을 찾는다. 이게 지금 저희의 목표입니다.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십시오.”
“…예.”
테레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준 성훈이 지도를 내려다보며 이동하기 시작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보리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르게이를 향해 말을 걸었다. 물론 그냥 말을 건게 아니었다. 무인의 비전스킬중 하나인 전음(傳音)을 이용해 서로에게만 들리도록 손을 써놓은 상태였다.
-어떻게 생각해?
-아주 좋은 놈.
-좀 더 구체적으로.
-일단 착한것도 마음에 들지만 그 와중에도 현실을 바라볼줄 안다는게 참 마음에 들어. 쥐뿔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사랑이니 평화니 외치는 놈들보다 몇백배는 더. 게다가 이곳에 진입할정도면 전투능력도 꽤 상당할테니 그 점도 마음에 들고.
세르게이는 유령을 향해 좋은 인상을 품고 있었다. 첫 만남부터 그 이후의 행동까지 전부 하나같이 선한 생각과 사고방식,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말투와 상황판단능력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리스를 향해 면박을 줄 정도였다.
-그러는 넌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하는건데?
-딱히 마음에 안 든다고 한적은 없는데?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세르게이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 네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중에 이런 식으로 꼬치꼬치 깨묻는 사람이 있었냐? 네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전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들거나 적들에 한해서잖아?
세르게이의 말대로였다.
보리스는 아군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반대로 적이나 꺼림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철저하게 파고들면서 조사하기 일쑤였다.
딱히 의중은 내비치지 않았어도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세르게이의 말을 들은 보리스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유령의 인상이나 성격, 행동거지 모든점에 있어서 특별히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렇게 꺼림직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한참을 생각하던 보리스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고 선두에서 움직이고 있는 유령의 등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할까, 너무 완벽해.’
순해빠질정도로 착하고 배려심이 있으며 예의도 바르다. 그러면서도 마냥 호구처럼 구는게 아니라 머리도 기민하게 돌아가는, 현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모습. 게다가 그가 쓰고 있는 가면 또한 무의식적으로 그런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가면을 쓰고 자신을 감추는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보리스는 그 의심을 머리 한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가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워낙에 불신과 악의에 찬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자기 마음마저 검게 물든 모양이었다.
고작 연기를 위해 러시아 최고의 강자인 자신들에게 목숨을 맡기는듯이 무방비한 모습으로 접근하고 조금의 경계조차 없이 호의로 대한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연기’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금 불안한가봐. 너도 알다시피 이런 현대도시는 참 오랜만에 보는거니까.
결국 보리스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둘러댈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꽤 오랜시간 동안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곳은 수많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공원이었다.
“이것 좀 잡아주십시오.”
뒤에 있던 테레사가 철조망을 잡자 성훈은 룬블레이드를 뽑아 가볍게 검기를 일으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철조망을 잘라내버렸다. 소음조차 나지 않은 깔끔한 일검에 테레사는 철조망이 베인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할정도였다.
“테레사 양. 철조망을 옆에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이미 잘렸습니다.”
“엇? 유, 유령씨는 검술이 꾕장하시네요.”
“세검에 쾌검을 구사하는건가? 흠.”
“저에 대한 질문은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받아드릴테니 지금은 일단 움직이죠.”
쓴웃음을 지으면서 성훈이 재촉하자 사람들은 얼른 철조망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가장 뒤에 남은 성훈은 잘려나간 철조망을 들고 다시 원래 자리에 끈으로 얼기설기 엮어매기 시작했다.
“왜 다시 묶으시는 건가요?”
“혹시 누군가가 보고 따라 들어올수도 있으니 말이죠. 이런건 확실하게 해둬야하는법입니다.”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근처에 와서 확인하지 않으면 철조망이 잘려나갔다는것을 확인하기 힘들정도로 누군가가 지나가더라도 잘려나간 구멍에 관심을 품고 들어올 가능성을 상당부분 줄일수 있었다.
언뜻 보면 그리 대단치도 않은것 같았지만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며 한층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자, 그럼 이동하죠.”
“긴장풀어. 왠지 이 공원안에는 적이 없는것 같으니까.”
세르게이가 작게 속삭였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숲속이기에 다소의 소리를 내면서 이동해도 별다른 기척이나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가지를 쳐내며 쭉 전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커다란 천사 분수상 앞에 멈춰섰다.
과거에는 예술적인 장면을 연출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녹이 슬어 시뻘겋게 변해있고 덩굴로 감싸져있어서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성훈은 다시금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에 적혀있는 장소까지 도달하자 지도의 모습이 바뀌면서 새로운 글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흠,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비밀 연구소로군요.”
“지하 5층? 바로 여기에 있다고?”
“예.”
유니크 중급에 해당하는 마법지도를 해석할수 있는 사람은 이 가운데 성훈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림을 보고 대략적인 구조나 함정, 내용을 읽는건 일반인이라도 가능하나 완벽한 정보를 얻는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보리스는 지도를 술술 읽어내려가고 있는 성훈을 보며 더 놀랄수밖에 없었다.
‘검기를 쓰고 치료술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다, 거기에 도적에 관련된 스킬까지? 대체 뭐하는 놈이야?’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파오는것만 같았다.
“자 그럼 세르게이 씨. 저 천사 조각상을 들어서 옆으로 옮겨 주실수 있겠습니까?”
“응? 저걸 옮기라고?”
“예. 저 밑에 연구소로 통하는 길이 있습니다. 제가 나서면 아무래도 조각상을 부술수밖에 없을것 같아서.”
“흠, 그렇단 말이지?”
물론 성훈이 직접 옮길수도 있었지만 여기서는 세르게이의 힘을 조금이라도 측정하기 위해 떠넘겨버렸다. 족히 몇톤은 나갈듯한 저 천사상을 어떻게 옮기는지 보이는 반응만으로도 적당한 근력을 추정할수 있을것이다.
“으, 으차차차!”
그그그긍!
‘응? 의외로 힘은 별로 세지 않은편인가?’
강무한이라면 별로 힘든 티도 내지 않고 손쉽게 옮겼을것이다. 그런데 세르게이는 꽤 힘을 주고 있는듯 힘줄도 살짝 올라와있었고 살짝살짝 바닥이 땅과 마찰하고 있었다. 힘을 감추기 위한 연기인지도 몰랐지만 성훈이 볼때는 분명 세르게이는 그 나름대로 힘을 쓴것으로 보였다.
쪼르르르륵!
신발 밑창을 약간 넘을정도로 고여있던 썩은물들이 새롭게 생겨난 지하계단으로 떨어져내기리기 시작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그 자체.
성훈은 라이트 마법을 발동시키며 말했다.
“그럼 들어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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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보니까 꽤 그럴듯한 말이 많더군요.
성훈이 참 차악하다.
최악(崔惡)-잭 애프론.
차악(次惡)-유성훈.
…어라? 이거 꽤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