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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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직업.
자진걸음은 마법에도 통하는듯 싶었다. 이제는 익숙한 이미지가 머리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넘어지듯이 체중을 왼쪽으로 실어서 그대로 한바퀴 회전하는 움직임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 이미지대로 행동하면 한바퀴 회전해서 파이어 애로우를 피해내고 그 원심력을 그대로 담아 검을 휘두르면 바로 오크를 쓰러트릴수 있었다.
마치 곡예를 하는듯한 아슬아슬함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움직임. 아직 신체능력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성훈은 일단 이미지대로 몸을 움직이기는 했지만 본래 움직임에 비하면 못 미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원래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도는게 관건인데 거기에 따르지 못하고 달려가자 급하게 몸을 트니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질뻔한것이다.
퍼엉!
그 순간 장로가 쏘아보낸 파이어애로우가 왼쪽 어깨에 명중했다. 코트 위에 명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어깨에서 전해져오는 충격에 욕이 나올뻔했다.
성인남성이 힘을 실어 가격한듯 욱씬거리는 어깨. 하급 마법이라고해서 얕볼만한 위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크 족장에게는 불행하게도 성훈에게는 시작의 방에서 미리 익혀놓은 스킬이 있었다.
최하급마법저항(D)
등급 : 매직(下)
종류 : 패시브
-직접적으로 몸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의 힘을 약화시켜 마법의 힘에 저항할수 있게 도와준다.
-마법으로 인한 데미지 2% 감소.
-1서클 마법 위력 10% 감소, 2서클 마법 위력 5%감소.
지금 상황을 예견하고 익힌 스킬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스킬은 더할나위없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 12% 감소된 파이어 애로우의 위력.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어깨에 계속 불이 붙은채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혀야했지만 마법저항의 힘으로 불은 살짝 타오르다가 그대로 불똥으로 변해 허공에 흩날리고 말았다.
불운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힘이 부족해서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져야할 상황에서 왼쪽 어깨에 파이어 애로우가 작렬하자 성훈이 한 바퀴 회전하도록 등을 떠민격이 된것이다. 비록 파이어 애로우를 피하지는 못했지만 자진걸음에서 보여준것과 거의 엇비슷한 움직임을 선보인 성훈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완벽하게 서로의 공격이 명중할수 있는 거리.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성훈의 시야에 다시 한번 오크가 쥐고 있는 완드가 빛나는 것이 들어왔다.
“쇼크!”
“끼잇?!”
고작해야 강력한 정전기에 닿은것같은 위력밖에 내지 못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마법의 시전을 흩트려 놓는데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성훈의 검이 장로의 목을 베어나갔다.
콰직!
그야말로 깔끔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과 함께 오크의 목과 몸이 분리됬다. 자신을 향해서 쓰러지는 오크의 몸에서 엉겹결에 완드를 빼앗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크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달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성훈의 목적은 완수되었다.
-병든 오크 상대 학살자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미션을 끝내시겠습니까?
물어보나마나였다.
-병든 오크 상대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학살자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기본보상 : 3000길드, 투르크의 부적(1)
-학살자 모드 최초 클리어 보너스 : 15000길드, 보너스 스탯 포인트 +2.
-클리어 과정을 계산중입니다.
-근력이 2 상승합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예쓰!”
다행히 자신이 최초 클리어 보너스를 얻을수 있었다. 게다가 능력치까지 고르게 성장한걸보니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보너스 스탯 포인트는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민첩에 전부 투자했다. 검술사의 주요 능력치는 민첩, 마력, 지혜다. 그 중에서 직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건 민첩과 마력. 이 중 민첩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자진걸음 때문이었다.
자진걸음이 그려내는 이미지를 자신은 조금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반발자국 이내의 움직임이라면 어느정도 아슬아슬하게 따라하는것이 가능하지만 한발자국 이상 늘어나면 이미지에 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일단 최대한 민첩수치를 끌어올려야 자진걸음의 효과를 최대한 살릴수 있을것 같았다.
게다가 이득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왼손에는 오크가 들고 있던 작은 완드가 쥐어져있었다. 엉겁결에 쥐긴했지만 전리품으로 인정되어 가지고 올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름없는 오크 장로의 완드.
등급 : 매직(下).
종류 : 완드.
-이름없는 오크 장로가 들고 있던 완드입니다. 어디에서나 볼수있을법한 저급한 나뭇가지를 재료로 만든 최하품이지만 아주 오랜시간동안 사용해서 그런지 마력에 매우 친숙해진 상태입니다.
-스킬 시전시 마력 소모율 1% 감소.
-스킬 시전시 발현속도 1% 증가.
고작해야 1% 증가와 감소지만 이거라도 있는게 어디인가?
최초의 득템인 오크 장로의 완드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은 성훈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문을 열고 나왔다.
끼이익!
끼익!
그 순간 바로 옆 방의 문이 열렸다.
미션을 수행하는 인원은 널리고 널렸으니 딱히 옆방에서 사람이 일어난다고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옆방에서 나오는 사람은 성훈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포니테일의 여인.
‘뭐지? 너무 클리어가 빠른데?’
성훈은 당황스럽다는 눈으로 여인을 바라봤다. 직접 클리어한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클리어가 너무나 빨랐다. 사실 자신은 반쯤 날로먹은 감이 없지 않아있었다. 본래 2인 1조로 움직이는 오크들을 함정을 이용해서 일대일의 상황으로 만들고 오크 부락에서 무저항의 오크를 열세마리나 없애버린것이다. 마지막의 오크 장로와의 전투는 나름대로 대단한것이었지만 그래도 오크 장로는 함정에 걸려 팔 하나가 날아간 상태에서 전투를 시작했으니 그것도 날로 먹은 감이 있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학살자 난이도를 끝마쳤는데 포니테일의 여자가 동시에 미션을 끝마쳤을줄이야.
물론 꼭 학살자 난이도를 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성훈의 추측에 불과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사냥꾼 난이도만 끝마쳤을수도 있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다가가 ‘혹시 학살자 난이도 하셨어요? 이야, 제가 더 빠르게 클리어 했네요.’ 라고 말할 자신은 없었던 성훈은 미적거리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사람이 많이 줄었겠군.”
이제는 꽤 한산해진 무구점에 들어가 오크들에게서 노획한 무기들을 팔자 2천길드의 공돈이 생겼다. 완드는 팔까 고민했지만 나중에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팔기로 결정하고 인벤토리에 보관하기로 했다. 한번의 미션으로 2만길드라는 거금을 벌어들이자 성훈은 작게 미소지으며 다시 임무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점심이 되기에는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미션이나 하나 더 할셈이었다. 첫 시작이 아주 좋았다. 이 기세를 타고 간다면 오늘도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것 같았다.
“사라씨, 여기 랫맨 제거 부탁드립니다.”
“예. 힘내세요!”
환한 얼굴로 배웅하는 사라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성훈.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성훈이 사라지자 망설임없이 사라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도 랫맨 제거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환한빛이 주변을 감싸고 여인은 어느새 하수도에 서있었다. 하수도라고는 하지만 곳곳에 빛이 들어와서 시야를 확보하는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혼자있는 상황에도 여인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거칠것없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앞에 문득 랫맨이 나타났다.
난쟁이만한 크기를 가진 거대한 쥐. 놀랍게도 그녀는 쌍검을 뽑아들면서 랫맨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촤악!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것도 아니었다.
왼손에 잡힌 검이 랫맨의 몸을 가볍게 찔러가며 견제를 하고 있었고 오른손의 검은 힘을 싣고 휘둘러져 랫맨의 몸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었다. 랫맨은 나름대로 저항했지만 그녀의 검 앞에서는 헛된 몸부림뿐이었다. 결국 자신으로는 역부족이라는것을 안것인지 랫맨은 비명을 질러대며 등을 보이고 달아났다.
“비검술(飛劍術).”
콰직!
등을 보이고 도망가던 랫맨은 갑자기 날아온 검에 가슴을 꿰뚫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망설임없이 검을 뽑아낸 여인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
평범하게만 보이던 그 남자. 그러나 처음의 인상과 다르게 그 남자는 그녀의 머리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그녀는 병든 오크 30마리를 정면으로 상대해서 전부 박살내버렸다.
물론 1:30으로 싸웠다는 얘기는 아니다. 성훈처럼 함정을 파거나 무저항의 오크를 죽인게 아니라 30마리의 오크를 정상적으로 싸워 이겼다는 말이었다. 평범한 여인은, 아니 왠만큼 뛰어난 특수부대원도 그것은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게 가능했다.
「중급검술」, 「비검술」, 「탈명검법」.
이건 그녀가 더 미션의 세계에 진입한 순간부터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었다. 시작부터 중급검술을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치. 그녀에게 오크들은 귀찮기는 하지만 충분히 잡을수 있는 상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게 불가능한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보다 더 빠르게 오크들을 잡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잡을 가능성은…아니야. 분명히 그 남자가 들고 있던 완드. 그 오크가 들고 있던 거야. 그 오크를 잡고 분명히 학살자 난이도를 클리어했겠지.”
마법을 쓰는 오크와 두 명의 호위병.
그들을 상대하면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완드였다. 믿을수 없지만 그는 자기보다 빠르게 오크를 잡아냈다. 자신과 비등할수도, 어쩌면 더 강할수도 있었다.
‘그 남자가 나보다 더 강할리 없어.’
스릉.
쌍검을 뽑아들면서 미리내는 랫맨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누가 내 얘기를 하나? 귀가 간지러운데.”
열심히 독을 탄 음식과 함정들을 설치하던 성훈은 귀를 긁적이면서 이내 다시 하던 일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