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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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진정한 승자.
“그럼 남은건 순서인데 그건 어떻게 할거죠?”
“최강자를 마지막으로 돌리고 가급적 약한 녀석부터 내보내는게 기본 상식이지.”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최강자가 누구냐는거죠.”
강자는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 돌린다. 그 ‘강자’가 누구인가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최유재였다.
“나는 빠지지. 내가 제일 첫번째로 나가겠어.”
“응? 물러나시는 겁니까?”
“물러나고 자시고 객관적으로 보면 어떠한 꼼수도 없는 순수한 정면대결로 맞붙으면 아마 이 네 명 가운데서 내가 가장 약한 존재일거다.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최유재는 더 이상 이야기할것이 없다는듯이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흠,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하면 제가 마지막에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네가 마지막? 지금 그거 웃자고 하는 소리냐?”
“최철형님. 죄송하지만 강무한님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랭킹으로도 뒤지고 지금까지 업적으로 따져봐도 최철형은 강무한에 비해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강무한을 이긴 자신보다 강하다고 주장하는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성훈의 태클에도 최철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확답했다.
“있다.”
“예?”
“응? 지금 나를 이길수 있다고 한거냐?”
“그래. 대련이나 서로 한계를 정해두고 싸우는 비무라면 모르겠지만 정말로 목숨을 내놓고 하는 전투라면 강무한 너라도 죽일 자신이 있어.”
최철형은 진심이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일본과의 전쟁 이후에 음양의 기운을 하나로 조화시킨 힘을 손에 넣은 지금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것도 필살기 형식이 아니라 적당한 기운만 끌어올려 일상전투에 응용할수 있다. 강무한의 괴력에도 밀리지 않을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최철형의 말에 강무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두번째로 나가지.”
“예? 강무한님도 이렇게 쉽게 인정하는겁니까?”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미리내를 제외하고 전부 다 잠재적인 적이다. 서열을 정하는 일로 내분도 벌어지고 분쟁의 씨앗을 심었으면 했는데 명색이 한 도시의 최강자라는 자라고 모인 사람들이 이렇게 오순도순 대화로 납득하고 물러날줄이야.
강무한은 나름대로 계산을 끝마쳤다. 현재 자신은 근력이 체력을 압도하는 불균형적인 상황이다. 최근에 근력에 특화된 스킬을 하나 더 얻게 되면서 그 불균형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일부러 물러난것이다.
“그럼 내가 세번째군.”
“저보다 강하다는 말은 하시지 않는군요.”
“내가 아무리 간덩이가 부었어도 마검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네가 가진건 강무한같은 스펙상의 강함이 아닌 다른것이니까.”
몇번 본것만으로도 알수 있다. 미리내는 역량(力量)이 아니라 기량(技量)으로 싸운다. 그게 어설픈 기량이라면 압도적인 역량으로 찍어누를수 있다. 강무한의 한계를 초월한 근력이나 자신의 융합력은 그것이 가능하다.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역량을 키워서 강해진다. 스탯과 아이템 보너스, 스킬들로 가장 쉽게 올릴수 있으니까 말이다.
기량을 눈꼽만큼 성장시킬 시간이면 역량을 태산처럼 성장시킬수 있다. 그러나 미리내는 반대다.
‘입은 만악의 근원이라더라니 과연 옛 말 틀린게 하나 없군요.’
일본과의 전쟁당시 상대검사를 농락하던 미리내의 모습을 우연히 봤다. 미리내의 역량 자체는 별볼일 없다. 낮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톱랭커와 비교하자면 부족한 감을 감출수없다. 그 대신 미리내의 기량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수치로 볼때는 누가봐도 질것같은데 그것을 뒤집는 결과를 내는게 미리내다.
그래도 일년남짓 검을 휘두르고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반복하면서 기량이란게 조금은 생긴 최철형은 지금은 미리내를 이길수 없다는걸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럼 네번째로 제가, 마지막으로는 유령님이 나가시면 되겠군요.”
“응? 내가 마지막?”
“미리내. 네가 마지막이 되야 하는거 아닌가?”
“뭘 잘못 아시고 계시는군요. 저는 유령님보다 훨씬 더 약합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이기거나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킨적조차 없죠. 유령님이 무조건 마지막입니다.”
미리내를 제외한 성훈마저 포함해 네 명의 표정이 벌레라도 씹은것처럼 일그러졌다. 항상 같이다녀서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는건 알고 있지만 설마 마검이 자신은 상대도 안될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저렇게 단언할정도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특히 직접 한번 검을 겨뤄본 강무한은 더더욱 그랬다.
분명 유령에게 한번 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약해서라기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였다. 그에반해 유령은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전법 역시 마련한채로 싸웠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강해지고 저 녀석에 대한 스타일도 거의 감을 잡았다. 미리내처럼 기량이 독보적으로 뛰어난것도 아니고 그저 기상천외한 노림수가 유령의 힘인것이다.
‘다시 싸운다면 반반, 세번째 이후부터는 칠대삼으로 내가 이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검 미리내가 저렇게 단언할정도라면….’
어쩌면 아직도 유령은 감춰놓은 비장의 한 수가 있을지 몰랐다.
한편 성훈은 성훈 나름대로 다급해졌다. 처음에 나서는건 이쪽에서 거부다. 이왕이면 뒤에 있을수록 자기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맨 뒤에 있는것도 골치아프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미리내까지 지고 모든 운명이 자신의 어깨에 걸린다면, 그리고 그대로 지면 어떻게 될것인가? 물론 1차적인 원망은 프랑스에게 돌아가겠지만 2차적인 원망은 자신에게 돌아올것이다.
‘당연히 적당히 드러나보이지 않으면서 욕도 피할수 있는 4번째 정도가 적당한데!’
“미리내. 내가 아니라 네가 마지막에 서야…..”
“저를 배려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훈님이 이길수 없는 상대라면 제가 이길수 없는고것도 당연합니다. 만약 그런 상대와 맞붙더라도 최대한 전력을 깎아놓을테니 안심하십시오.”
‘내 말은 그게 아니란 말이야!’
하다못해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다시 돌아왔으면 비장의 한수라도 있는셈이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없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미리내가 이렇게까지 호언장담을 하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결정됐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그 주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껐다.
“그럼 가장 먼저 내가 나서기로 하지.”
피잉!
특수제작된 얇은 은사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최철형은 굳은 눈으로 필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대응해서 프랑스 측에서 나온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
“뭘 그렇게 놀라? 미리내 너도 여자 아니야? 어쨌든 대표로 나왔을정도면 결코 얕볼수 없겠는데.”
성훈은 그렇게 둘러대며 필드 안을 자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시 중간에 있는 적당한 평원. 나무와 커다란 바위 이위에도 지형의 고저로 인해 자그마한 언덕도 구성되어 있었다.
‘후우, 이왕 이렇게 된거 최대한 정보라도 많이 얻어야지.’
혹시나 싶어서 크게 소리치고 검으로 쿡쿡 찔러봤지만 전혀 인식할수 없다는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응원이나 야유도 들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양측의 정예들은 목이 떠내려가라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군.’
얇은 막을 통과했을뿐인데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온것마냥 밖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당혹스러운 일이 있었다.
“버프가 다 사라져버렸군.”
전투가 시작되면 바깥에서 안으로 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대로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버프나 포션으로 도핑을 하고 들어오면 어떨까하고 시도해봤지만 몸상태는 전부 정상으로 돌아와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이리라.
피잉!
은사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몸 곳곳에 있는 암기의 느낌을 재차 확인한 최유재는 저 멀리서 검을 들고 있는 여자를 확인했다. 기본적인 능력치는 자신과 얼핏 비슷한것 같았다. 대신 한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있었으니 그녀가 걸치고 있는 복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뭐야. 코스프레라도 한거야?”
개인 취향에 맞춰서 장비품의 외형을 개조할수 있기는 해도 정도라는게 있다. 패션감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과도한 노출이나 색색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장비, 전투에 지장이 있을정도로 장식이 들어간 장비는 착용하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저 여자가 입고 있는 장비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갑옷을 입은건좋은데 제대로 방어구로서의 기능을 할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외부에 노출된 급소가 많이 있다. 곳곳에 달려있는 장식은 거추장스러워보이는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들고 있는 검마저 거북이의 껍질처럼 갈라지고 둔탁하다는것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이런 상대라면 자신으로서도 쉽게 처리할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최유재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손가락 사이에 쥐었다.
“십합내로 끝내주지.”
상대방의 정확한 전력도 모르면서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한 소리이기도 했다. 겉모습은 도적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검던지기의 모습이었지만 저 단검에는 맹수도 단번에 즉사시킬수있는 위력이 깃들어져있으리라.
콰과과광!
‘역시 피했군.’
비겁하다면 비겁하다고 할수있는, 경고나 어떠한 대화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날린 단검이지만 여전사는 그 단검을 피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공중으로 뛰어오를것을 계산하고 던진 단검이었다.
지뢰진(地雷陣).
순식간에 퍼져나간 은사가 지면에 깔렸다. 건드리기만해도 폭발하는 그야말로 죽음의 기술이다. 폭발이 폭발을 부르고 은사는 점점 도망치는 사냥감을 거미줄처럼 죄어온다. 이제 떨어지기만하면 된다. 떨어지기만 하면 되는데….
“흠. 저건 플라잉마법인가?”
바깥에서 구경하던 성훈이 중얼거렸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여전사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던 것이다. 중력을 완전히 엿먹이는 모습. 단순히 장식용인줄 알았던 갑옷의 등에서 생겨난 하얀날개 네쌍이 그녀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유재는 단검 네 개를 동시에 던져댔다. 그러나 그 공격은 전부 헛되이 허공을 갈라버렸다. 물 흐르듯이 유려한 움직임으로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일련의 공방으로 최유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수 있었다.
‘저건 단순히 공중에 몸을 띄우는 정도가 아니다.’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떠오르는것은 가능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단순히 뜰수있을뿐이다. 방금전처럼 빠른속도로 날아오는 암기를 피하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수 있을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은 장담컨데 절대로 불가능한것이다.
성마 하늘을 날아다니는 녀석이 자신의 상대일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최유재가 잠시 절망하는 사이 공중에 떠있던 여전사, 스텔라는 작게 숨을 내쉬고 검을 움켜쥐었다.
‘질수는 없어.’
그녀가 걸치고 있는 장비는 프랑스인들이 피땀을 흘려 구입한 최고, 최강의 장비다. 자신이 현재 걸치고 있는 장갑 한짝만 하더라도 대형길드가 한달은 바짝 벌어야 간신히 살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는데 진다는것은 생각도 할수 없다.
“엔젤 윙.”
잔다르크의 갑주는 별다른 옵션은 없지만 공중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빠른속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양인을 향해 검을 찔러들어갔다. 미처 반응할틈도없이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쉐도우 블링크(shadow blink).
그녀가 벤 최유재는 검은 그림자로 변해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대신 지면에 비쳐있는 스텔라의 그림자에서 거짓말처럼 솟아오른 최유재가 전심전력을 다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속전속결! 이 싸움은 시간을 끌수록 내게 불리해져.’
다행히 기량이 그다지 뛰어나진 않은 모양인지 자신의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검을 그대로 비스듬히 내밀뿐이었다. 검의 방향과 속도, 궤도 그 어떤것도 자신을 위협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 최유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차례 가속을 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스텔라가 어설프게 검을 휘두른게 아니다. 이 정도만 휘둘러도 충분했던것이다.
“프래그먼트 러쉬(fragment rush).”
짧은 읆조림과 함께 울퉁불퉁했던 검신이 결에 따라 그대로 갈라지며 그대로 폭발했다. 단순한 폭발이 아니다. 폭발한 검의 파편들은 일정한 궤도에 따라 최유재를 덮쳐오고 있었던것이다.
공중기동에 이어서 상상하지도 못한 기묘한 두번째 병기의 등장에 최유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하지만 놀라운건 놀라운거고 지금 중요한건 당장 코 앞까지 닥쳐온 손가락만한 파편을 피해야하는것이다.
푸르스름한 마력광이 보이는게 아마 저 파편 하나하나가 최소 비검기에 필적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미 최유재는 전력으로 몸을 날렸고 검은 바로 앞에서 터져버렸다. 자신의 능력으로 빠져나올 타이밍은 이미 지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