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9
0259 / 0473 ———————————————-
31.아직 기억하지?
대형길드가 득세했다가 하루만에 내려오기도 하고 신흥세력이 반짝하고 빛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도시 전체가 옛 전국시대로 돌아가기라도 한듯이 미쳐돌아가고 있다. 사무라이 흉내를 내면서 사람들을 베고 돌아다니는 사람, 협객을 자칭하는 사람, 강자에게 빌붙는 사람. 료스케가 보기에는 전부 부질없다고 생각될뿐이었다.
“일본은 무슨 얼어죽을 일본.”
“그 소리를 듣는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흥, 가만히 있지 않으면 뭘 어쩔건데? 어차피 우리는 이제 카미카제도 아닌데 말이야.”
두자루 태도를 수족처럼 다루는 검사 우치다는 료스케의 등을 바라보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이야 원래 검만 휘두르던 녀석이었다고 하지만 료스케는 한국에게 패배한 이후로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달까?
과거의 그에게 빠졌던 사람들은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가버렸지만 오히려 우치다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오십명 남짓한 낭인집단으로 변했지만 그만큼 정예병력만 남았고 료스케에게 인간적으로 반해버린 사람들만 남았다. 료스케의 명령이라면 지옥에라도 망설임없이 돌진할수 있는 충성심 넘치는 사람들.
“그렇지. 더 이상 카미카제도 아니지.”
“찾아온 이유가 뭐야? 수련하고 있을때는 가급적이면 오지 말라고 부탁했을텐데.”
“그럴만한 일이 있어서 올수밖에 없었지.”
우치다의 표정에 뭔가를 짐작한 료스케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방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찾아올만한 이유가 딱 하나 있었다.
“켄신이냐?”
“그래.”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건가.”
한 때 믿을수있는 수하이자 동료였던 켄신은 한국에게 패배한 이후로 상당히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 끈질기게 주장했던 내용은 바로 한국에 대한 복수. 그것도 압도적인 복수였다. 당연히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카미카제에서 나와 버린 둘과 상당한 의견차이를 겪었고 켄신은 혼자서라도 다시 카미카제를 재건해 반석의 자리에 올려놓겠다는 생각을 품고 갈라져버렸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사절을 보내서 합류해줄수 없냐고 묻고 있기도 했다. 현 카미카제에게 가장 부족한것은 강자들의 숫자. 자신들이 합류한다면 과거와 준하는 세력을 다시 구축하는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것이다.
“전해.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이걸로 벌써 몇번째인지, 알았다.”
우치다가 나가자 료스케는 잠시 검을 휘두르다 건물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있는 제각각의 복장을 걸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료스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도시에는 희망이 없다.
‘이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지옥같은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람은 의식주만 충족된다고 살아갈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지금의 일본은 완전히 썩어버렸다. 한국에게 패배한것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지금의 일본은 생기가 없다.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전투도 한국에서 대신 치뤄주고 앞으로 있을 대리전에서도 한국이 대신 싸운다. 자신들은 그저 이렇게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하루하루 보내야하는 상황.
‘어떻게든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미친척하고 다시 카미카제를 재건해볼까 생각도해봤지만 어떻게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하루가 찾아오기를 소망하면서 아무것도 할수 없다. 그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하루 더 검을 휘두르고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것.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나가면 분명히 언젠가는….
“저기 실례합니다만 잠시 이야기를 나눌수 있겠습니까?”
“이야기?”
“예. 그다지 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스태프를 들고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있는 남자와 한걸음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던 료스케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갈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아, 앞장서시죠. 저는 뒤따라가겠습니다.”
길거리에서 이제 처음 만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수상해보이는 사람의 동행을 료스케는 너무나 쉽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일본제일검이라는 칭호는 사라졌어도 본래의 실력이 어디로 가는것은 아니다.
그리고 골목안에 도착하자마자 료스케는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아들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넌 누구지?”
그 질문에 대답한것은 남자가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여자였다.
“료스케님은 공명정대하고 약자들을 배려할줄 아는 사무라이 중의 사무라이라고 들었는데 꼭 그런것만도 아닌 모양이죠? 야야기를 하고자 찾아온 상대를 향해 이렇게 칼을 겨누다니.”
“흥, 그 쪽의 여자는 일본인인가?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라. 이 쪽의 남자는 일본인이 아니란건 이미 들켰으니 말이다.”
일본인이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료스케는 이미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바로 알려드릴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로 들켜버릴줄은 몰랐군요. 어떻게 알아차리신겁니까?”
“발음이 너무 구려서 알아차렸지. 그보다 넌 한국인인가?”
“그렇습니다. 일단 만나서 반갑습니다. 료스케님. 저는….”
서걱!
싸구려 후드가 살짝 잘려나가며 검이 몸에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양 손을 살짝 위로 들어올린 남자를 바라보면서 료스케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일단 후드부터 벗어라. 일단 대화를 나누려면 서로의 얼굴은 봐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 그리고 그 쪽의 여자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라. 마음만 먹으면 내 검은 바로 네 손을 잘라내버릴수도 있으니까.”
“해보시죠. 제 손이 잘려나가면 동시에 당신 몸도 폭발에 휩싸일거에요.”
“그래? 목이 달아나고도 그럴수 있을까?”
“해볼까요?”
“그만! 유키코 가만히 있어! 제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셨죠? 당연히 보여드려야죠. 보여드리고 말고요.”
머리 위로 들어올린 손을 서서히 내리면서 후드를 잡고 그대로 뒤로 넘긴다.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별로 특이할것도 없는 얼굴이었다. 못생긴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생긴것도 아닌,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간신히 미남에 낄수 있을만한 얼굴?
하지만 목에 검이 겨눠진 상황에서도 싱글벙글 웃고있는 모습이 기이하게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이름은?”
“홍길동이라고 합니다만.”
한국 사람이라면 대놓고 가명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료스케는 별다른 의구심을 느끼지 않았다. 실제로 의심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아예 없는 이름도 아닐테니 진짜 자신의 이름이라고 우긴다면 넘어갈수 있었을것이다.
“그래 홍길동. 한국인이 여기까지 왠일이지? 만약 네가 한국인이라는걸 들킨다면 아주 험한꼴을 당할텐데 말이야.”
“저는 료스케님에게 득이 될만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대개 그런 소리를 하면서 접근하는 사람중에서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지.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베어버리고 싶지만….”
화르륵!
어른 머리통만한 불덩이를 띄워놓은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키코라는 여자를 바라본 료스케는 짧게 혀를 차고 목에 가져다댔던 검을 다시 검집으로 되돌렸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지.”
‘검이 검집속으로 들어갔는데 오히려 더 몸이 떨린다. 뽑혀져있는것보다 더 위력이 강해진다는건가?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더한 위협을 가해놓고서 말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할수밖에 없었다.
“료스케님. 한국 사람들을 향해 복수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순간적으로 료스케는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홍길동이라는 녀석이 뭐라고 말한거지? 한국을 향해 복수하고 싶지 않냐고? 한국인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상황에 료스케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금 시간이 흐른뒤에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지? 네가 한국을 향해 복수할수 있도록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건가?”
“원하신다면 그럴수도 있겠죠.”
“너 친일파인가 뭔가 하는건가?”
한국인이면서 일본을 동경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이나마 들어본적이 있었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친한파를 대입해서 생각해본다면 쉽게 이해할수 있었다. 일본에도 한국을 추종하고 심지어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친한파가 있는것처럼 일본인이 되고 싶은 한국인도 있을것이다.
“그건 아닙니다. 저는 친일파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한국인일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럽군. 갑작스럽게 한국인이 찾아온것도 그렇고 그 한국인이 자국에게 해가 될만한 제안을 하는것도 그렇고.”
“이런 말씀중에 틀린게 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한국을 위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어설프게 목적을 숨기거나 속일 생각도 없었으니 제가 당신과 접촉한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료스케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자 길동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자세히 조사하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도시를 다스리고 있는 연합이라는 집단은 완전히 썩어빠진 집단입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도시간의 전쟁에서 고위층은 자신들만 살아남기 위해서 아이템을 감췄다던가 사람들을 무력으로 탄압하는 악독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죠.”
“그런 짓을 할만한 집단으로 보이지는 않던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할수는 없는 노릇이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큰 결심을 내렸습니다. 바로 혁명을 일으키는 거지요.”
혁명.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연합의 폭정을 꺠부수고 신시를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려 사람들에게 되돌리기 위한 혁명입니다. 하지만 그 세력에는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내 힘을 빌리고 싶다는건가?”
“그렇습니다. 동맹관계지요.”
“이용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든 관점의 차이일뿐이니까요. 다만 혁명에 참가하셔서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저희는 현재의 불평등조약이 아닌 동등한 관계에서 일본과 새로운 조약을 맺고 앞으로 찾아올 고난을 함께 넘어갈 파트너로 대우할겁니다.”
대놓고 이용당하는거라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하니 오히려 믿음이 갔다. 애국심만을 따지는 자들이나 어떤 꿍꿍이를 세워놓고 있는 일들보다는 적어도 이 홍길동이라는 녀석이 하는 말은 적당하게 이기적이었기 때문에 반대로 믿음이 갔다.
자유니 폭정을 타파한다느니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 녀석도 권력을 노리는 야심가지 않은가? 저열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믿을수가 있다. 그러나 료스케는 한 가지 더 질문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나를 찾아온거지? 나 말고도 켄신이나 다른 대형길드도 많이 있다. 그들을 찾아가는게 더 나을거라고 생각한다만.”
“일본인인 료스케님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는건 좀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켄신님이 있는 카미카제길드나 다른 대형길드들은 조금 극우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더군요. 일단 제 요청을 받아들여주기는 할겁니다만 분명 모든 일이 끝나면 전력이 한 차례 깎여난간 저희와 ‘대등한’ 관계를 맺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탁.
검집에서 살짝 뽑혀져나왔던 검을 다시 되돌리며 료스케는 홍길동이라는 남자와 유키코라는 여자를 바라봤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뜬금없는 제안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같군. 하지만 명심해라. 아직 널 완전히 믿는건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네 목을 날려버릴테니.”
허리춤에 걸려있는 책과 들고있는 스태프를 보아하니 직업은 마법사 계열일것이다. 자신의 검격이 닿는 거리안에만 놓아두면 언제라도 목을 베어낼수 있다. 한손으로 검집을 치면서 말하는 료스케를 바라보며 홍길동, 아니 성훈도 웃으면서 책을 살짝 치면서 말했다.
“얼마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