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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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정의의 편.
료스케는 그 답지 않게 볼프에게 상당히 감정을 많이 드러내고 있었다. 일단은 볼프의 강함도 그 이유중의 하나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볼프 역시 다른 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적진 한복판이라고 할수 있는 신시속에서 보기 드문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친근감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볼프씨가 데려온 자들은 전부 뒤에 포진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대부분이 궁수나 마법사로 구성되어있다보니 아무래도 전면전은 힘들것 같아서 말이지요.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전방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대신 저는 전방에 나서서 싸워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들은 대부분 전사같은 근접계열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후방 지원이나 화력이 부족했는데 다행입니다.”
특이하게도 일본의 직업 비율은 반수를 넘어서 거의 7할 가량이 전사나 무투가 등으로 이루어져있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면 정말 불균형적인 비율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런 비율이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만화속의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을 따라하고 싶다는 아주 소박한(?) 발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직업을 결정한것이다. 물론 그게 아예 헛된것은 아니어서 나름대로 이색적인 강함을 얻기는 했지만 말이다.
“잡담은 거기까지 해주세요, 목표가 오고 있습니다.”
이주애의 목소리에 료스케는 기척을 죽인채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저 멀리서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제대로 이목구비조차 식별할수 없는 먼거리였지만 료스케의 두 눈에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강무한.”
그와 처음만났을때 악수를 나눈 손이 쑤셔오는듯한 기분이었다. 손을 살짝 쥐었다 편 료스케는 틈 사이로 강무한의 신형을 계속해서 쫒았다. 서서히 다가오더니 세블록 떨어진 반대편의 낡은 건물 안으로 망설임없이 들어가버렸다.
“호위는 없군요.”
“탑랭커쯤 되는 강자에게는 어중간한 호위는 오히려 방해밖에 되지 않지. 게다가 비밀 회담이니 더더욱 그럴테고.”
“알고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일이 훨씬 더 쉬워질것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겁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치더라도 볼프님과 저, 그리고 제 동료인 우치다가 합공하면 제 아무리 저 녀석이라고해도 쉽게 무너질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도 다소의 시간차를 두고 한명씩 건물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주애님. 저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충 어느정도의 직위를 가진 사람들입니까?”
“예? 저, 저를 불렀나요?”
“그렇습니다.”
“크흠, 저기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전부 신화대, 화랑대의 단장, 그리고 연합의 주축을 맡고 있는 대형 길드의 장들이에요.”
“정말로 확실한겁니까?”
“지금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건가요?!”
“아, 아뇨.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라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보다 신중을 기하자는 의미로 드린 말씀입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차후 한국의 실권자가 될 여자에게 밉보이면 큰일이다.
‘그나저나 그렇게 화낼만한 발언도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군. 원래 성격이 예민한건가?’
‘하마터번 쪽팔린 모습을 보일뻔했잖아. 아 진짜!’
이주애는 남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녀는 지금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단 한명도 알아보지 못했다. 간신히 평균 약간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언제 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얼굴을 기억한단 말인가?
그저 상황에 맞춰서 적당히 둘러댄것에 불과하다.
‘이게 다 그 년 때문이야! 대체 왜 여기에 따라오지 않은거야?’
조직 운영, 정보 조달 및 관리, 계획 수립, 일정 관리, 자금 조달, 한 마디로 모든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던 그녀가 없으니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는것 아닌가?
사실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준것은 명실상부하게 엘리라고 할수 있었지만 이주애는 거기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크게 일을 벌일수 없었기 때문에 엘리가 자신에게 백번천번 고마워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이주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들어간 이후로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사람이 들어가지 않자 쭉 건물을 감시하던 사람이 이주애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할것같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마법으로 공격을 하는순간 도시 전체에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겁니다. 갑작스런 혼란으로 도시 자체의 기능이 한동안 정지한다고 보시면 되요.”
“확실한건가? 만약 일이 틀어져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자네는 한국인이라 어떻게든 빠져나갈수 있을지몰라도 나같은 서양인이나 일본인인 저 분들은 심각한 상황에 빠질수도 있네만.”
“걱정도 대수네요. 제 부관은 매우 유능해요. 대규모의 봉기병력들과 연합의 무력집단도 일부 이 쪽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죠. 장담할수 있어요. 그들은 절대로 이곳으로 오지 못해요.”
100의 병력을 가진 적을 묶어놓기 위해서는 100 전부를 회유할 필요는 없다. 절반, 아니 30만 회유하는것으로 그들 전체를 묶어놓기에 충분하다. 하물며 이런 도시에서는 제 아무래 책사들로 긴급연락망을 구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바로 이동하고 상황에 대응하는것은 힘들다.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다면 더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소.”
“그럼 저는 마법을 준비하도록 할테니 여러분들은 바로 근접전으로 치고갈 준비를 해주세요. 한명도 놓쳐서는 안되요.”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오. 그보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피해를 줄수 있을만큼 강력한 공격을 할수 있소?”
이주애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스태프를 앞으로 내민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감히 너희들이 나를 평가하려해? 내 능력을 보여주지.’
다수의 마법사가 모여있으면 광범위한 지역에 마법을 떨어트리는게 가능하다. 그러면 목표물이 작아져도 다수의 마법사가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할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할수 있었다.
마법이라는것은 일단 적어도 불의 구나 얼음의 창처럼 형태가 있는것들이 대부분이다. 넓은 지역에 떨어트리는거라면 몰라도 목표물이 작고 한정되어 있다면 날아가는 와중에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거기서 생겨난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서 목표물에 착탄하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폭죽놀이로 끝날수도 있었다.
한 명의 마법사가 통제하면 모를까 개개인의 수많은 마법사들이 동시에 공격을 하다보니 일어나는 사태다. 그래서 상대가 개인이거나 목표물이 비교적 작을 경우에 마법사들이 할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마력 몰아주기다. 효율은 좋지 않지만 한 개인에게 마력을 불어넣어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수 있도록 해주는것이다.
-마력 저장률이 450%를 돌파했습니다.
-마력 저장률이 500%를 돌파했습니다.
-마력 저장률이….
스태프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마력의 집중을 이기지 못한것이다. 그러나 이주애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엘리트 급의 스태프로 바꾼 보람이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마력을 많이 모으는게 가능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주애만의 비전 스킬을 가미하면 여기서 또 한차례 위력을 강화하는게 가능하다.
‘축적!’
-마법의 발동을 뒤로 미뤄 모이는 잉여마력을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꽤 오래걸리는군.’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리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료스케가 재촉을 하려고 할때 이주애가 입을 열었다.
“비켜요.”
“아, 예!”
“플레임 월(flame wall).”
맥 빠지는 중얼거림. 하지만 위력까지 맥이 빠지는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
“호오?”
“과, 과연, 엄청난 위력이로군요. 이런 위력을 가진 마법은 처음 봤습니다!”
료스케뿐만 아니라 볼프마저도 무심코 감탄성을 토해낼정도로 이주애가 펼친 마법의 위력은 대단했다. 4층은 될법한 건물을 통째로 덮어버리는 불의 벽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꽤 떨어져있는 곳에 있는 자신들까지 절로 피부가 화끈거릴정도였다.
‘이 일격으로 모두 죽은거 아닌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강력한 마법 공격이었다. 당연히 이주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경외심이 어릴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공격력 하나만큼은 인정할만했다. 다수의 마법사들에게 지원을 받고 마력의 절반이상을 쏟아붓고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마법사 넘버 원이라고 불리는 유백우와도 비견할만한 힘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시 곳곳에서 화염이 일어나고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계획대로군!’
“모두 가자!”
“우와아아아아아아!”
“뛰어라!”
“적의 목을 베어오는 자에게는 중요한 직위를 약속하겠다! 모두 뛰어라!”
각자의 무기를 꺼내든 사람들이 불타오르는 건물을 둘러싸고 포위망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에 그 많은 사람이 숨어있던것일까? 강자는 없지만 대신 숫자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것일까?
자신의 부하들을 제외하고도 족히 몇백여명은 가뿐하게 넘을듯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료스케는 웃었다. 지고 싶어도 질수 없는 싸움이다. 이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저 불꽃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버리는게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될정도였다.
화륵!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꽃은 나타날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건물의 모습은 이미 제대로 된 건물이라고 보기에도 힘들었다. 목재들은 완전히 재로 변해버렸고 그나마 석재로 된 부분만이 남아서 간신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불길에 가려져 모습을 볼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불길을 버틴건가?”
누군가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사람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교적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강무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틴게 아니라 막은거지. 너희들에게 강력한 마법사가 있었던것처럼 나도 강력한 마법사를 하나 알고 있거든.”
툭툭.
한 손을 위로 들고 있던 유백우가 팔을 내리자 반투명한 우윳빛의 막이 사라지며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무한을 포함해 그 숫자는 고작해야 열명밖에 되지 않았다.
살짝 당황했던 료스케였지만 그래도 곧 압도적인 숫자의 우위를 떠올리고는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강무한! 오랜만이구나!”
“료스케, 네 놈이 진짜로 여기에 있을줄이야.”
“응? 내가 이 도시에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느냐?”
“…그래. 설마설마하면서도 제발 만나지 않기를 바랬는데.”
쿠웅!
들고 있던 창으로 강력하게 땅을 내려찍은 강무한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떠듬떠듬 말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하군.”
유령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그 정보가 틀리기를 바랬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일본까지 끌어들여서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정신나간 생각을 같은 한국인이 했을거라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직접 눈앞에서 본 이상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마력으로 위압감을 준것도 아니고 특별히 살기를 내뿜은것도 아닌데 강무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무심코 뒤로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강무한의 몸에서 뿜어지는 순수한 힘의 폭풍. 마치 절대적인 존재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듯한 공포심이 밀려들어왔던것이다.
그러나 지휘를 맡은 사람들이 스킬을 써가며 독려하자 곧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쫄지마! 그래봤자 저 놈들도 사람이다!”
“저 새끼들만 처리하면 앞으로 우리들도 쭉 피는 인생이라고!”
“지고 싶어도 질수가 없는 싸움이다, 모두 검을 뽑아라.”
료스케 역시 도츠카노츠루기의 손잡이를 움켜잡자 새삼 마음이 진정됐다.
“사람들의 말이 많다. 고작해야 이십명가지고 이 숫자를 이길수 있단 말이냐?!”
“이십명? 틀렸어. 유백우.”
“옛!”
유백우를 중심으로 다섯명이 오행의 방위를 밟고 서고 나머지 열명은 그 바깥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이주애가 사용했던 마력집적스킬이었다. 그리고 뭔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유백우가 들고있는 스태프를 바닥에 꽂는순간 주변으로 무지개색의 기운이 뻗어가기 시작했다.
-천신의 결계가 펼쳐졌습니다.
-천신의 결계는 내부와 외부의 이동을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시전자가 마법을 거두기전까지 이 결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안하지만 열다섯은 싸우는게 아니라 너희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퇴로를 막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내가 자네와 이렇게 힘을 합쳐서 싸우게 될 날이 오다니. 참 세상도 오래 살고 볼 일이로구만.”
버프에 있어서 비교할자가 없다는 김이현이 작은 완드를 앞으로 향하자 순식간에 다수의 보조마법이 사람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십명? 너희들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필요할거라고 생각하냐? 너희들은 고작해야 네명이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