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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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용기? 만용?
성훈이 진짜 3차 각성자가 됐을때의 이득이 너무나도 컸기에 결국 엘리는 못이기는척 수락을 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성훈의 능력에 대한 믿음도 어느정도 자리잡고 있었다.
‘성훈 오빠가 다소 자만심을 가진것 같기는 해도 실력마저 허세인건 아니야. 오히려 그 미리내 언니까지 믿고 따르는걸볼때 분명히 평균이상은 확실히 넘고 순위권에 드는건 확실하겠지. 그렇다면 한번 시도해볼만 할지도.’
“그래? 그러면 쇠뿔도 단김에 베랬다고 지금 당장 하는게 낫겠지?”
“그렇기는 하죠. 어차피 할거 시간을 질질 끄는것보다 차라리 빨리빨리 하고 와버리세요.”
오히려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할수 있었다.
아이템과 소모품은 최고급품으로 맞춰져있었고 장비들의 쿨타임도 전부 되돌아온 상태다. 시간을 더 투자해봤자 지금보다 확연히 강해지는것도 아니니 시간이라도 아껴야 이득이었다.
“뭐, 그렇게 오래걸리지는 않을거야.”
“그럼 잘 다녀오세요.”
덜컹!
바로 문을 박차고 나선 성훈에게 가볍게 손을 흔든 엘리는 잠시 손가락을 세면서 뭔가를 계산하는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내 언니도 있고 아직 완전히 믿을수는 없지만 그 볼프라는 아저씨도 있으니 여차할경우 성훈 오빠로의 빈 자리는 맡길수 있겠지.”
“하아아아암.”
필립 사제는 입이 찢어져라 크게 벌리며 긴 한숨을 내쉰후 살짝 눈물이 어린 눈가를 닦아냈다. 신전의 일은 바쁠때는 한없이 바쁘고 한가할때는 대책없이 한가하다. 대체로 각성이라는것이 전부 어느 때가 있어서 그 때가 되면 한참 몰렸다가 그 때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것이다.
그나마 가끔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제 간신히 각성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뒤늦게 직업을 바꾸려는 자들이다. 사실 이제까지 쌓인 경험도 있을테고 장비나 스킬도 그에 맞춰서 육성했을테니 직업을 바꾸는건 썩 추천하고 싶지 않았지만 본인의 선택이라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필립 사제님, 오랜만입니다.”
“응? 오오 이거 누구인가 했더니만! 허허허, 오랜만에 보는구만 그래.”
자신에게 아는체를 하는 사람이 누가있나 싶었더니 필립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청년이었다.
이 도시에는 수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고 신관의 일인으로써 필립이 상대한 사람은 수천명이 넘어가지만 그중에서도 이 성훈이라는 남자는 더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존재였다. 극초반에 직업을 선택한것도 그렇고 히든직업이라 할수있는 소드댄서를 포기하고 검술사의 직업을 끝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찾아올 일이 있나?’
NPC에게 공유되고 있는 정보 가운데 아직 한국의 도시에서는 A급 미션을 클리어한 전적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필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3차 각성을 하기 위해서 찾아온것은 아닐테고 그럼 직업을 바꾸기 위해 찾아온건가?
“아직까지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로군. 자네 말고도 좀 친한 사람이 몇몇 있었는데 그들은 요새 통 보이지 않는게 아마 죽어버린 모양이야.”
“하, 하하하.”
마냥 웃을수는 없는 농담이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는 무슨일로 온건가?”
“아, 미션을 하나 할게 있어서 왔습니다.”
“미션? 미션이라면 여기가 아니라 임무소로….”
거기까지 말하던 필립은 뭔가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미션중에서는 꼭 임무소가 아니라 신전이나 다른 건물에서만 수행할수 있는게 몇 종류 있다. 그것들은 보통의 방법으로는 접근할수 없고 선택받은 소수만이 수행가능한 미션들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성훈은 목소리를 낮춰서 필립의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최초의 시련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허어, 그것을….”
“안되는 겁니까?”
“아니, 안될건없네. 자네가 말한 미션은 분명히 이곳에서 수행할수 있는것이지. 다만 벌써 이런걸 수행할 사람이 나왔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서 말일세.”
뭔가 아는듯한 어투에 정보를 얻어낼수 있을까 싶었지만 필립은 재빨랐다. 바로 말을 끊고 본론으로 들어간것이다.
“그 미션을 지금 당장 하기를 원하는가?”
“예. 저는 시간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바삐 했으면 하는군요.”
“좋네. 그럼 바로 시작하지.”
툭!
성훈이 자주 다른 사람에게 하던 손가락으로 이마를 두들기는 행위. 그러나 나이 지긋하게 먹은 노인이 하자 농담으로라도 좋은 기분이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응?”
“어서 오십시오 성훈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리? 네가 왜 여기에?”
“그건 오히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아직은 어떤 강제미션이나 특별한 전달사항도 없는데 성훈님이 왜 여기 계신겁니까?”
자신이 올줄 몰랐던 사람치고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봐왔던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성훈을 앉히고 고급스러운 찻잔에 차를 따라서 건네줄뿐이었다. 하긴 애초부터 사람들을 보조하기위해서 만들어진 NPC였으니 그렇게 이상한것만은 아니리라.
“미션을 수행할게 있어서.”
“미션?”
“그래. 최초의 시련이라는 미션인데 말이야.”
덜컥.
미세한 떨림. 찻잔과 받침대가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를 성훈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제리가 보여준 실수는 그야말로 놀라운것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리는 성훈을 향해 잠시 손가락을 뻗고 뭔가를 조작하는듯 하더니 약한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으으으음.”
“왜 그래?”
“성훈님. 이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아무래도 다소의 오류가 있었던걸로 보입니다.”
“오류?”
“예.”
제리의 임무는 성훈을 비롯한 그가 맡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 올리도록 서포트 하는것이다. 처음으로 더 미션의 세계에 떨어질때, 강제미션에 투입되기전, 몇몇 특수한 미션을 수행할때 긴장을 풀게하고 은연중에 정보를 전달해서 대처하는것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그런 제리가 지금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이름 : 유성훈
직업 : 지검술사(地劍術士)
칭호 : 초인(超人) (15)
성향 : 사악(邪惡) – 명성 +383000, 악명 +3005000
능력 : 근력 : 989 민첩 : 1023 체력 : 955 지혜 : 1155 마력 : 1149 행운 : 1060
상태 : 정상.
‘분명히 모든 능력치가 1000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초인 칭호를 얻은거지?’
“성훈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초인 칭호를 어떻게 얻으셨는지 알려주실수 있으십니까?”
NPC인 제리한테는 별로 감출것도 없었기에 성훈은 초인 칭호를 얻었던때의 상황을 그대로 알려줬다. 버프를 받아서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00을 돌파했고 그 때 칭호를 얻었다고 말이다.
그제서야 제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수 있었다.
‘한계 능력치를 초월하면 주어지는 스킬같은 경우에는 능력치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당사자의 능력에 따라서 발휘할수 있는 최저한도의 조건이니 말이다.’
민첩이 999인자는 무슨수를 써도 사고 가속을 발동시키지 못한다. 고작해야 1의 차이지만 민첩이 1000에 도달하는순간 그 전까지 사용하지 못했던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칭호는 다르다. 칭호는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이나 성과를 기념해서 주어지는 일종의 기록이라고 할수 있다.
한번이라도 궁극의 경지라는 9서클의 마법을 이해하고 사용했으면 ‘초마도사(超魔道士)’라는 칭호가 주어지고 심검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면 ‘절대고수(絶對高手)’의 칭호를 얻는다. 설령 그 이후에 폐인이 되거나 무공이나 마법을 완벽하게 잃어버려도 그 칭호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가 어떻든 그 사람은 분명히 기록될만한 업적을 남긴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런 맹점이 있을줄이야.’
“흠. 아무래도 이건 다소의 오류로 생겨난 일인것같습니다.”
“오류?”
“예. 원래대로라면 성훈님은 지금 이 최초의 시련이라는 미션을 수행할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런이런, 그렇게 딱딱한 소리는 하지 말라고 제리.”
제리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성훈의 목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들어올수없는 공간에서 들려온 제 3자의 목소리에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성훈은 소파에 앉아있는 자세에서 눈곱만큼도 일어나지 못했다.
등뒤에서 어꺠에 살짝 손가락을 올린채 누군가 자신을 아래로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일어서려는 힘만큼만 정확히 가해 조금의 미동조차 없게 만드는 신기. 성훈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최대한 사람의 얼굴과 특징, 이름은 기어하는게 성훈이었다. 분명 이 목소리는 어디에선가 한번 들어본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저벅저벅.
소파 옆으로 돌아서 나타난것은 쉽게 볼수없는 찢어진 청바지에 주렁주렁 장식이 달린 상의에 선글라스를 걸친 소년이었다. 현대적인 복장은 맞춤제작을 하면 구하지 못할것도 없었기에 그렇게 신기한것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파격적인 복장을 갖춘 사람은 처음봤다.
‘동네양아치냐?’
짝짝 씹고있는 껌. 몸 곳곳에 새겨진 문신과 손가락에 끼워진 금반지. 장소가 아니었으면 그저 철이 덜든 어린 양아치로만 여겨졌을것이다. 그런 성훈의 생각을 읽어낸것인지 소년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실례되는 생각은 하지말라고.”
퍽!
“크으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수없었다. 뭔가 눈이 번쩍이나 싶더니 몸은 뒤로 넘어가있었다. 아마 미리내가 가끔 사용하는 지풍 비슷한것에 얻어맞은것 같았다. 특이한 점은 이마가 쪼개질것처럼 아파왔지만 특별히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방금전의 공격으로 자신이 뭘 어떻게 할 상대라는것을 알아차린 성훈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마 제리와 같은 특별한 NPC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괜히 성격을 자극하는것보다는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는것이 좋을것이다.
“아아, 50점.”
“…예?”
“상대방에 대해 재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대처하는건 좋지만 대응방법이 영 글러먹었어. 이런 되먹지 못한 복장을 걸친 사람한테 그렇게 잔뜩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가질것 같냐? 너 평소에 잘하는거 있잖아? 웃으라고.”
“우, 웃어요?”
엉겁결에 입꼬리를 올리니 소년은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는게 빠르군. 플러스 10점. 하지만 남이 하란다고 그대로 따라하냐? 마이너스 10점.”
‘나보고 어쩌라고?!’
도저히 종잡을수 없는 소년의 언동에 성훈은 그저 어정쩡하게 서있을뿐이었다. 그런 성훈을 향해 가볍게 혀를 찬 소년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면서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다 유성훈. 내 이름은 로키. 너를 주목하고 있는 신이지.”
“…시, 신이라구요?”
“그래. 기대한것보다는 좀 다르지?”
좀이 아니라 많이 달랐다. 그래도 첫번째 강제미션 당시 미션을 도와주기위해 나타났던 권신 이한이라는 신은 상당히 진중하고 뭔가 범접할수 없는 위엄이라는게 있었다. 그러나 로키는 그런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편안하게 느껴져서 인간인 자신이 어떻게 해볼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밝힐수는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 로키라는 신은 지금 자신이 알고있는,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유일한 신이라고 할수 있다. 현재도 유용하게 사용하고있는 허장성세, 그리고 지금 성훈의 밥줄스킬이라고 할수있는 ‘카피’도 로키의 권능을 일부 떼어내 만든것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마, 만나게 되서 영광입니다! 로키님을 직접 두 눈으로 볼수 있는 영광을 가지게 되다니!”
자신이 생각하던 신의 이미지와는 백만광년정도 떨어져있었지만 그래도 연기는 충실히 했다. 평소 보아오던 김이현 주위의 광신도 들이나 볼프를 따르는 신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정말로 진실로 상대방을 경배하는 마음을 품으며 몸을 숙였다.
관점에 따라서는 상당히 비굴하게 보일수도 있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로키는 그 모습을 보고 손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히히히히. 아, 이번건 좀 마음에 들었어. 플러스 이십점해주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있는 녀석이 너무 비굴한게 마음에 안들어서 마이너스 이십점.”
“가, 감사합니다.”
도저히 종잡을수 없는 녀석이다. 성훈을 잠시 바라보던 로키는 제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잡설은 하지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초인 미션 당장 강제진행해.”
“예? 하지만 이건 일종의 오류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로키님은 이 자리에 오시면 안됩니다! 인간들에게 직접 모습을 보이시는건….”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이곳에 온건 네가 말한 ‘오류’를 처리하기 위한 관리자의 입장으로 온거야. 저 녀석을 보는건 그냥 겸사겸사고.”
툭툭.
제리의 어깨를 두들긴 로키는 그와 어깨동무를 하며 중얼거렸다. 기이하게도 바로 앞에서 얘기하고 있었지만 성훈의 귀에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온 신의 입장으로 명령하지. 그냥 진행시켜.”
“하, 하지만 현재 능력치로 최초의 시련을 깨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로키님도 점찍어둔 후계자가 곤란에 빠지는건 원치 않으실터, 대체 어쨰서?”
“사자는 자기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위해서 절벽 밑으로 떠민다고 하잖아? 나도 내 후계자가 될법한 녀석이 좀 고난을 겪어야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시련속에서 성장하는 법! 아아, 이 얼마나 숭고한 존재일까!”
손바닥을 펼치며 감정을 담아 말한 로키는 곧 진지한 표정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바로 장난기 어린 악동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라는건 순 뻥이고 그냥 재밌을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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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코멘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스탯을 하도 안쓰다보니 내가 소설을 쓰고도 스탯이 오락가락한다…. 스탯을 저보다 더 잘 계산해주시는 독자분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