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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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용기? 만용?
“몇번으로 하곘는가? 한방에서 최대 천방까지도 가능한데.”
“파괴력 차이는 있겠죠?”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네. 한방으로 짧고 굵게 갈지. 여러번으로 잘게 쪼개서 길고 가늘게 갈지. 전부 자네의 선택이지.”
한방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끝내려다가 쉽게 죽을수도 있는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한방 맞고 요단강을 건널수도 있어.’
“그럼 백번으로 하죠.”
“호오. 천번이 아니라? 처음에는 좀 살살 나가는게 좋을텐데?”
“아뇨. 백번으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작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주지. 갑옷이라도 입는게 좋을거야.”
천으로 만든 정장을 걸치고 자신과 상대할수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훈은 고개를 저었다.
“이래뵈도 이것도 꽤나 튼튼한 옷이어서요. 전 갑옷을 입고 싸우는 타입은 아니니 애초에 이걸로 충분합니다.”
성훈이 자신의 제안에 혹해서 진짜로 갑옷등을 입었더라면 기사는 상당히 실망했을것이다. 성훈은 지혜의 관문에서부터 이곳까지 저 옷을 입고 왔다. 아마도 저 옷이 평소에 입고 다니는 전투복일것이다. 평소에 익숙한것을 가지고 시험을 통과해야 의미가 있는것이다.
“그런가? 그럼 시작하기전에 규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자네는 내 공격에 백번을 견뎌내야한다. 공격을 막아내거나 흘려내는것은 공격을 받아낸것으로 인정하지. 하지만 공격을 완전하게 회피해내는건 인정할수없네. 물론 반격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견제의 의미에서의 반격만 허용. 그런 상태로 백번의 공격을 모두 받아냈을때 죽지 않고 살아있기만 하더라도 통과한것으로 인정하지.”
“좋습니다. 그럼 정확하게 백번이군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면 언제라도 기권이라고 외치면 되네. 자 그럼 시작해보지.”
툭!
시작은 간단했다.
기사가 바닥에 있는 돌을 앞으로 발로 차서 성훈의 정강이로 날려보낸것이다. 급하게 다리를 비틀어서 회피하려고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공격이 빗겨맞고 말았다.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자세가 흐트러질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노려서 이미 기사의 잽이 안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흐, 흘렸다!’
팔을 비스듬하게 세워서 아슬아슬하게 흘려낸 성훈은 이마를 찡그렸다. 이건 충격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밀기위한 밀치기위한 타격이었다. 한쪽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상체도 옆으로 비틀려 자연스레 성훈의 몸은 옆으로 비틀거릴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긴 망토를 입었다면 그만한 각오는 하고 있었던거겠지?”
“이런 젠….”
망토를 잡힌 성훈은 하늘로 잠깐 띄워지더니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콰아앙!
‘크헉!’
몸속을 타고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설마 메치기를 걸어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넋놓고 있을틈은 없었다. 기사의 강철부츠가 안면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팔을 들어서 얼굴 옆을 가렸지만 공격을 완벽하게 가드해내는것은 불가능했다. 손가락 몇개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어지면서 손등이 얼굴을 후려쳤고 그대로 몇바퀴나 옆으로 구르고 말았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제대로 인식할수조차 없었지만 이대로 있을수 없다는 생각에 성훈은 굴러가는 와중에도 오른팔로 땅을 후려친 반동으로 간신히 일어날수 있었다. 종이 한장 차이로 이마를 스쳐가는 기사의 발을 바라본 성훈은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려서 체력을 상승시키고 일부의 마력은 복부로 이동시켰다.
“이런 배가 텅 비었군.”
“항….”
뻐억!
“…부어억!”
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간 성훈은 그대로 자그마한 나무를 부러트리면서 숲으로 튕겨져나갔다.
“흠, 생각이상으로 단단하군. 안에 뭔가를 입고 있었던건가? 형태나 감촉으로봐서는 내갑같은데.”
“크흑. 기절하는줄 알았…우웨에에에엑!”
거창한 배빵을 맞은것 치고는 의외로 통증이 없어서 제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성훈은 채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거창하게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일은 처음에 생명을 죽이는 행위에 익숙해지겠다고 동물을 죽였을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말한것을 제대로 들었는지 기사는 추가타를 넣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쯧쯧. 자네 정말로 초인이 맞나? 보기에도 전사타입으로보이고 체력이 1000이 될정도라면 그동안 숱하게 전투를 곁어왔을텐데.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 전혀 없는것 같아.”
“쿨럭, 퇫. 요령이요?”
“그렇다네. 요령이지. 이를테면 충격을 받을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충격을 훨씬 완화시키는것도 가능하다네. 자, 내 팔뚝을 발로 한번 차보게.”
“어째 갑자기 친절해지신것 같습니다만?”
“보아하니 별다른 꼼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도전하려는 모양인데 그러면 나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줄수밖에 없지. 자 어서 차보도록.”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성훈을 가볍게 하이킥을 날려서 기사의 팔을 후려쳤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옆으로 한두걸음 물러난 기사는 팔을 주무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꽤 힘이 좋군. 어쨌든 지금 이게 네 상태라고 할수 있어. 아까와 같은 힘을 줘서 다시 한번 쳐보도록.”
“응?”
기사의 다리를 후려친 성훈의 표정이 변했다. 방금전 두걸음 옆으로 물러났던 기사는 이번에는 단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내 팔을 차는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조금 받기는 했습니다. 뭔가 타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랄까?”
“바로 그게 요령이지. 단순하게 버티는것과 달리 신체를 컨트롤하는 방법이야. 여기서 몸을 움직이는 요령, 방어를 하는 요령, 충격을 버티는 요령을 배워야해.”
“설마 그런 다른곳에서도….”
“뭐 이 정도는 말해줘도 상관없겠지. 근력의 관에서는 힘을 최대한도로 발휘하는 방법을, 민첩의 관에서는 속도를 최대한도로 발휘하는 방법을 배울걸세.”
‘노인이 토라졌던 이유가 이제 좀 이해가 되는군.’
여섯 가지 관문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통과한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전보다 훨씬 더 상승할게 틀림없었다. 단순한 능력치만 높고 그 능력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능력을 지배하는 사람이!
어떻게보면 이 시험은 지금의 성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할수 있었다. 여기에서 차근차근 수련을 하고 하나둘씩 배워나가다보면 미리내와 같이 기량(技倆)을 상승시키는것도 가능한것이다. 그러나 성훈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분명히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그 놈의 청개구리 본능이.’
이런식으로 하라고 정해져있으면 어째 정해진 방법대로 하지 않는게 성훈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라고 정해져 있는 선택지 이외의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튜토리얼 당시 사람들의 뒤통수를 친것도, 독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사냥할 생각을 한것도, NPC인척 연기해서 사람들을 선동한것도, 전부 그런 이상한 본능 때문에 저질렀던 일이었다.
‘역시 나는 내 방식대로 해나가야겠어.’
우득!
“크으으윽!”
“터프하구만 그래.”
부러진 손가락을 다시 맞추는 성훈을 바라본 기사가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품에서 꺼낸 포션을 부어오른 손가락위에 대충 뿌려주고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회복마법을 걸어주자 빠르게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로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자네의 맷집이 좋은거지. 초인 칭호는 거저 얻은건 아니었군.”
“그만큼 신체 재생력이 좋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체력이 1000이 넘어가면 피부자체도 굉장히 질겨지고 어지간한 잔상처는 나기 무섭게 회복되며 목숨이 위중한 중상도 빠르게 회복된다네. 질질 시간을 끌지 않아서 다행이구만.”
“그렇군요. 그러면 다시 한번 해볼까요?”
“좀 더 쉬어도 되는데 바로 다시 도전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성훈에 대한 평가를 바꿔야할것 같았다. 처음에는 비겁한 놈, 그 다음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자신감은 있는 놈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적어도 근성하나만큼은 있는 놈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짝짝짝!
“자네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상향조정하도록 하지. 일어나게, 그 근성이 과연 어느정도나 될지 확인해주지.”
“후우, 오십시오.”
“사양치 않고.”
빠악!
기사의 주먹이 성훈의 가드 위에 내리꽂혔다.
“하하하하! 미안하네! 내가 자네를 너무 얕보고 있었어! 인정하지, 자네의 근성만큼은 충분히 초인의 영역이라고 할수 있어!”
“으으으으….”
“또 망토가 비었네만?”
다른건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수 있어도 잡기는 다르다. 잡아서 매치는 공격이나 조이는 공격, 관절을 압박하는 공격은 순전하게 몸으로 때울수밖에 없는것이다.
“빈게 아니죠!”
촤르륵!
기사의 손은 허공을 지나갈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 망토를 붙잡히면서 반격을 허용하면 적어도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어깨를 튼 성훈은 오히려 망토를 과장되게 휘둘러서 펄럭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하면 망토 아래에있는 몸의 움직임을 가리는것이 가능하다. 맞지 않기 위해 발견해낸 기술이었지만 확실히 쓸만하기는 했다.
상체가 가려진 틈을 이어서 날아간 발차기는 기사의 팔꿈치 부분을 가격했고 성훈의 가슴을 노려오던 주먹은 궤도를 틀어서 어깨를 스쳐지나갈뿐이었다. 그러나 기뻐하는것도 잠시 기사는 그대로 몸을 날려서 강렬한 보디체크로 성훈의 가슴팍을 들이받았다.
“항복!”
고작해야 한대 맞은것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패배를 인정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수없이 이어진 대련으로 성훈은 이렇게 무너진 자세로는 기사의 공격을 받아낼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건 좋았어. 확실히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군.”
“그래도 여전히 통과할것 같지는 않은데요.”
“무슨소리야? 벌써 삼십합이나 나눌정도면 충분히 대단한거지.”
‘일부러 당해준거긴 하지만 말이야.’
성훈이 계속해서 대련을 신청하고 계속해서 졌던 이유는 간단했다. 오랜시간을 할애하는것은 불가능해도 적어도 이삼일정도는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것이다. 그 대가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배울수있었다.
첫 번째는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근성이었다. 성훈은 지금까지 상처를 입거나 죽음의 위기에 처한적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적었다. 머리를 쓰는 플레이를 하며 춤을 이용한 기묘한 전투방식을 이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된것인데 그 대신 통증에 대해서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이 있었다.
충분히 참고 전투를 속행할수 있는 고통인데 그걸 참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거나 정도 이상으로 두려워하는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통에 어느정도 익숙해질수 있었다.
두 번째는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다.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고 맞는순간 고통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체득한것이다. 이것으로 성훈의 체력과 방어력은 훨씬 늘어났다고 할수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 두개는 성훈에게 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민첩을 특화한 전투를 한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별 상관없는 스킬이야.’
툭!
자리에서 일어난 성훈은 잠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기사의 공격을 몸으로 겪으면서 알수 있었다. 이 사람도 역시 자신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미리 정해놓았던 백번의 타격에 가까이가면 강제로라도 성훈을 탈락시키려한다.
‘그, 그만! 항복할게요! 항복한다구요!’
부끄럽게도 성훈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항복을 하고 말았다. 온 몸에서 밀려오는 인세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통증. 그동안 고문을 가해온 사람처럼 성훈 역시 고통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될수는 없었다.
뼈를 산산조각내고 살을 짓이기는 극한의 통증은 도저히 인내심이나 근성으로 참을 영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정도 고통은 지금 자네라면 충분히 참아낼수 있을걸게. 의지가 육체를 초월하는 경우지.”
기사는 그 정도는 쉽게 이겨낼수 있다는듯 얘기했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할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다행히 덕분에 한 가닥 실마리는 잡을수 있었다.
‘근성이든 뭐든 결국 그 고통을 버텨내고 백합동안 버티면 내 승리다. 대충 길은 보였어. 하지만 그 전에.’
“크으으으. 죄, 죄송하지만 저 바닥에 굴러떨어진 포션병만 주워주시면 안됩니까?”
“쯧, 그 정도도 고통도 못 참아서야 원.”
양 팔의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시꺼멓게 괴사한건 참고 말고의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성훈은 입을 다물고 상처 회복에 전념했다.
“음? 포션으로는 치료가 안되나?”
“예. 생각보다 부상이 심각하군요. 아무래도 추가로 상처를 치료해야 할것같습니다.”
“그렇게 세게 친것같지는 않은데. 왠지 미안하군.”
“아닙니다. 뭐 그리 대단한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제 그만 볼텐데 뭐.’